요즘 하나 느낀게 있다. 적당한 예의, 적당한 리액션, 적당한 칭찬은 인간관계를 좋게 만들어 준다는 것.
하기 전에는 좀 쑥쓰럽고 굳이 해야하나 싶었지만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니 이제는 내가 왜 이걸 안했을까 싶다.
경식이 놈도 처음에는 발작을 하더니 이제와서는 은근 즐기는 거 같고.
"오늘 화장 잘 먹은 거 같네."
그래서 적당히 친한 여후배에게 툭 던지듯 칭찬해봤다. 그러니 후배는.
"예? 선배 저 좋아해요?"
"...갑자기?"
"혹시나해서 말하는데 맘 접으세요."
"그정도면 도끼병 말기야."
이런 김치국 열사발을 드링킹한듯한 반응으로 보답했다. 수준이 너무 하찮아셔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군
"선배. 얼굴 진짜 이상해요. 이상한 생각 하는 거 같은데. 그런 표정 지어도 안 받아줘요."
금수도 은혜를 베풀면 되갚거늘... 어찌 칭찬을 개쪽으로 되갚느냐...!
"끄으응..."
"이열. 딸피 같은 반응. 그러니까 무협지 좀 그만 읽어요. 우리 아빠야 뭐야."
이날 다짐했다. 어떻게든 저녀석을 굴복시켜서 무협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고 말겠다고.
*
본격적인 여후배 함락 작전이 시작됐다. 포인트는 무심하게 툭,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칭찬은 그날 딱 한번만.
"머리핀 예쁜데?"
"아. 예. 그렇죠."
"어디서 산 거야?"
"그건 왜요?"
그건 왜요가 나왔군. 통계상 저 단어는 경계심이 강할 때 나오는 말이다.
"왜요는 일본 노래고. 예뻐서 어머니한테 사드릴려고."
"아... 좀 이따 카톡으로 링크 보내드릴게요."
"땡큐."
2일차 실패. 아, 아니. 빌드업 중.
*
"네가 추천해준 맛집 맛있더라."
"그쵸. 맛있었죠?"
"맛잘알 인정한다. 근데 너 오늘 컨디션 좋아보인다?"
후배가 눈매를 좁혔다.
"또 수작질이에요? 질린다 질려."
"그렇게 반응하니 마음 아프네."
"그러던가요~."
10일차 실패.
*
"좋은 아침."
"네.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뭐야. 옷 새로 샀네? 괜찮다."
후배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봤다.
"동생꺼 입은 건데. 근데 진짜 괜찮아요?"
"칭찬은 하루에 한번."
"예?"
"더 이상의 칭찬은 없다."
"그게 뭐예요."
후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슬슬 칭찬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거 같군.
"대략 20일 전에 무협을 폄하한 것을 사과해라. 그럼-"
"뭐래. 오타쿠. 기분 나빠."
으으 키모. 그 한마디에 오타쿠 격침되다. 24일차 실패.
*
"선배... 왜 요즘 그거 안해요...?"
"뭘."
"그, 하루에 한번씩 칭찬하던거요."
"응? 너 그거 싫어하던거 아니었어?"
후배는 쑥쓰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딱히 싫은 건 아니었는데... 그래서 갑자기 왜 안하는 건데요. 혜, 혜린이는 칭찬했으면서..."
"그냥 내 맴."
"그냥요...? 선배 저 좋아하던거 아니었어요?"
진심으로 자길 좋아한거라 생각한건가? 그런 의미를 담아 놀란듯이 쳐다보니 후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 아니! 보통 그런건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거잖아요!"
"하이고... 너 혹시 모쏠이니? 뭔 키스도 아니고 칭찬에..."
"어, 어쩌라고요! 선배가 뭐 보태준거 있어요!?"
없지. 근데 네가 너무 찰진걸 어떡해.
"그래? 다행이네. 나 너 좋아하거든. 나랑 같이 무협지를 읽어줄래?"
"...예? 갑자기요? 너무 뜬금포인데? 근데 지, 진짜로요? 구라 아니고?"
"구라야 임마."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