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태그는 

헌터물/근친/남역이고

능력이 되는 한최대한 오래 써보려고 함

이걸 노피아에 연재할 수 있었음 좋겠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강한데 그걸 이어붙이는게 너무 어렵다..


피드백이나 평가? 아무 말이나 해주면 ㄳㄳ


가제는 

'S급 헌터의 오빠가 되었다'

나 

'자꾸 헤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제목이 머리속에 떠오름..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서 무심코 울리는 알림에 휴대폰을 킨 나는 그대로 가던 길을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헤어지자 진영아]


우리의 톡방에 달랑 그렇게 한 줄만 올라와 있었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혹시 오늘이 우리 기념일이었나?

아니면 내가 그녀의 생일을 까먹은건가?


캘린더 앱을 확인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였다.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그녀가 내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상함을 느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방금 나한테 톡을 보낸 사람의 휴대폰이 꺼져있다고?

무슨 일 생긴거 아니야?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그녀의 집을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

직접 들어봐야겠다.


*


그녀의 집은 우리 집에서 지하철로 열 정거장 거리에 있다.

머리 속에 새겨진 익숙한 루트를 따라 나는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했다.


빌라촌에 위치한 여자 혼자 살기 좋은 원룸. 


혼자 거주하기엔 주변 치안도 좀 안 좋아보이고, 입구의 가로등도 어둑어둑한게 꺼림칙하다.

그러나 수민이는 이 곳이 다른 주변보다 월세가 저렴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띵동-! 띵동-!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원룸촌이라 큰 소리를 내기도 눈치보이고, 그녀가 집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안 쪽에서는 아무런 답도 없었다. 

초인종 소리가 비실비실한 것이 혹시 집 안으로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을 두드리며 육성으로 그녀를 불렀으나 묵묵무답이다.


“집에 없는건가?”


내 여자친구는 작은 기업에 다니는 사회초년생 직장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퇴근하고도 남을 시각이고.


평소 나와 만날 때를 제외하곤 밖으로 나다니길 선호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가 당연히 집에 있을 줄 알았다.


이쯤 되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한테 뜬금없이 헤어지자는 말을 보내놓고 휴대폰도 꺼져있고 집안에도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걱정이 된 나는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당장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그녀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할까?’


그러나 이 생각은 곧 그만두었다.


경찰에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통보한 뒤로 연락이 안돼요-’라는 내용으로 신고하라고?

스스로 생각해도 아직은 호들갑 같았다.


나는 음침하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빌라 건물에서 나와 달이 보이는 가로등 아래로 걸어 갔다.

나와 그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면서.


*


우린 사이가 좋은 커플이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한 쪽이 좋은 일이 생기면 다른 한 쪽에게 자신의 행복을 나누며 축하하는 그런 이상적인 관계.


최근에 싸운 적도 없다.

당장 저번 주말만 해도 함께 남산으로 데이트를 갔다온 바 있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오늘 헤어지자고 통보를 한 걸까?


내가 최근 그녀에게 큰 잘못을 한 게 있나 기억을 돌이켜봤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니, 사실 짚이는 것이 하나 있긴 하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내 머리에 떠오른 그 가능성을 애써 무시했다.


수민이는 나를 온전히 봐주는 여자니까.


음식이 얹힌듯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

나는 골목을 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결제하고 편의점 바깥 의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녀는 홍대쪽에서 자취를 한다.

그래서 그런가 개성 강한 패션을 한 여자들이 옆에 남자들을 끼고는 술에 취한채로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끼고 있다.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 옆에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대며 웃어댄다.

마치 과거 내가 살던 지구의 여자들처럼.


이 세계에 태어나 살게 된 것이 거진 이십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저런 장면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 마음 속 유교보이가 나타나 ‘저건 진짜 아니야’라고 속삭인다.


나는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

분명 어릴 땐 적당히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이 세계의 규범이나 윤리, 문화 사고 방식을 거부감 없이 습득했다.

그것을 당연히 여겼으니까.


그러다 9살 때 밤나무를 오르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그 때 잠시 기절했는데, 기절한 뒤에 나는 깨닫게 된 것이다.


아, 여긴 남녀역전세계였구나.


보통 이런 상황을 내가 살던 지구에선 회귀, 빙의, 환생의 클리셰로 설명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전생의 나는 웹소설이나 웹툰을 그렇게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이 세계의 지구는 내가 살던 지구의 평행 세계라고 설명하고 싶다.


대한민국도 멀쩡히 존재하고, 지명도 전생 지구와 똑같은데 바뀐 건 두 가지뿐이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전반적으로 싹 바뀐 역전세계라는 점과 헌터와 게이트, 마물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라는 점.


이 시대의 여자들은…


음, 마치 사춘기 남고생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곳의 티비나 뉴스, 영화 따위를 보면 이 사회가 그런 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으로 여기는 느낌?


여자가 남자를 리드하는게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남자스러운 (*이 곳에선 상여자스럽다고 표현한다) 모습을 과시하려고 하며, 그게 남자들에게 잘 먹히는 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어필이 이 곳의 남성에게 실제로 잘먹히는 것도 에러다.


여자들은 그렇다 치자. 딱 사춘기 남고생스럽다고 생각하니 여자들의 그런 감성은 이해는 안 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내가 진짜 못 받아들이는 것은 이 곳의 남성상이다.


이 곳의 여자들은 은근히 남자가 여자들을 떠받치는 것을 원한다. 뭐, 여기도 21세기이고 2024년이니 겉으로는 PC나 양성평등 같은 개념을 당연시하게 여기지만.


전생 지구의 기억을 가지고 이 지구에서 몇십년 살다보니 내게는 확실히 느껴진다.

아, 여기 여자들은 남자들을 은근히 밑에 깔아두고 싶어하는구나. 라고.


그리고 진짜 문제는 남자들이 그런 것을 당연히 여긴다는 점이다. 진정한 알파피메일이 연애 시장에 나타날 때 여기 남자들이 보이는 조신한 행동거지는, 전생 지구의 기억을 가진 내게 좀 역한 느낌을 준다.


아니, 이쁨 받으려고 남자가 여자에게 아양 부리는 걸 니들이 직접 봐봐. 전부 다 나처럼 생각할걸?


감나무에 뒤로 떨어져 머리가 한 번 깨진 뒤로 나는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내가 저 남자들처럼 여자들에게 아양부린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는다.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한 이후부터, 인간관계도 살짝 삐뚜름해졌다. 여기 남자들과 인생관, 연애관이 다르다보니까 남성 집단 안에서 나는 무인도 같은 존재였다.


나름 잘 어울리려고 노력을 해봐도 어느 순간부터 뒷담화주제로 나를 올리고 씹고 있는 남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나를 좋아하냐?

그것도 딱히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 외모는 크게 문제가 없다. 길을 가다보면 여자들에게 번호를 따이는 것도 꽤 자주 있는 일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심지어 직업이 직업인지라 몸 관리도 누구보다 철저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여자들과 사귀어도 연인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나와 만났던 여자친구이 헤어질 때 내게 건넨 말이다.


“진영아 너랑 사귀어보니 너는 뭔가 다른 남자애들이랑 좀 달라. 그게 싫었어.”

“음, 그래도 우리 아직 오래 만나본 것은 아니잖아? 그만 만나자.”

“너랑 사귀면서 내가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여자를 만나고 있는건지 헷갈려.”


집안 사정이 안정되어 내가 마음 속 여유를 되찾게 된 이후, 내 인생에서 연애가 끊긴 적은 없었다.

쉽게 말하면 로켓 발사까지는 수월하게 한다.


문제는 로켓이 성층권 탈출을 실패하고 발사 족족 터져버린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만난 여자친구들과 100일을 넘긴 적이 없었다.

비록 키는 좀 작아도 외모에 자신이 있었고,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치 내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높은 자존감은 곧 박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만난게 지금의 여자친구, 유수민이다.


수민이는 지금까지 만났던 그런 흔해빠진 여자들과 달랐다. 내가 이 세계 평균 남자들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을 온전히 바라봐주고 이해해준 첫 여자친구였다.

연애의 기간도 벌써 8개월을 넘겼다.


나는 그녀를 이 세계에서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여자로 여겼다. 

찰떡궁합의 영혼의 단짝.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가 종교적으로 근본주의자라서 결혼 이전까지 성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


이 세계 남성 평균과 좀 다르다곤 하나 나 역시 평범한 남성이고 성욕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은 인간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이고.


이 세계의 여자답게 수민이도 성욕이 강할 것이고 그걸 이용해서 (남자답진 않지만) 특별히 승부 속옷을 입어 그녀를 유혹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수민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분명히 느껴졌으나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내 몸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겐 관심은 있는데 이성을 붙잡고 거부하는 느낌?


그녀는 언제나 일정 수준의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매번 성욕을 자위 행위로 풀 수 밖에 없었고.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친구를 두고 또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갖긴 싫었으니까….


혹시 내 이야기를 듣고 ‘퐁퐁’이라는 질 나쁜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 


남녀역전세계에서 남자가 퐁퐁을 당한다고?

에이 그런 호구가 어딨어.


편의점 의자에 앉아 사라진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하며 멍하니 홍대의 밤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없어진 것이라면 언제 경찰에 신고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어?”


젊음의 거리가 내뿜는 그 왁자지껄함 속에서 누군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깨까지 내려온 애매한 기장의 검은 머리와 하반신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낸 꽉 끼는 청바지.

그보다 결정적인 것은 훤히 드러낸 어깨의 후면에 박혀져있는 레터링 문신.

뭐라 적혀있는지 거리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문신 위치가 너무 익숙했다.


술에 취한듯한 여자는 양쪽에 남자들을 끼고 자신의 무리들과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낯익은 목소리였으나 그녀의 천박한 웃음은 평소 내가 알던 이미지와 상반되는 웃음이어서 오히려 낯설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함을 애써 억누르려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부조화 속에서 간신히, 정말 간신히 겨우 한 마디를 내 뱉을 수 있었다.


“유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