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님과의 첫 만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죠.


왕국이 반란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갑자기 저희 앞에 나타나셨으니까요.


그 때 교주님이 저희 앞에서 보여주었던 능력들은 아주 놀라웠어요.


그리고... 인품도요.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어느 날부터 여왕님이 교주님 옆에 꼭 붙어다니더라고요.


뭐 처음엔 싫지 않았어요.


교주님이랑 만난 이후로 여왕님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철들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어요.


근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단순히 교주님을 보고 감명받아서, 무언가를 깨달아서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여왕님이 교주님을 좋아해서, 그것도 아주 많이 좋아해서 그런거더라고요.


하하... 아이러니 하죠? 


교주님께서는 알고 계셨을까요?


뭐 이제 상관 없긴 하죠


뭐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어느 순간부터 여왕님이 절 피해다니더라고요?


단순히 교주님하고 붙어다니는 시간을 넘어 그냥 저랑 같이 있기 싫어하는... 그런게 느껴졌어요.


물론 그런다고 해서 여왕님이 저를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었죠.


저는 여왕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켜본 요정이니까요.


어느 날 제가 여왕님 방에 들렀을 때 책상에 무슨 그림이 있더라고요


가까이서 보니 교주님 얼굴이 그려져 있던게 아니겠어요? 여왕님이 교주님 얼굴을 그린거에요.


허 참...


뭐 아무튼 그 그림을 보고 있을 때 때마침 여왕님이 들어오는게 아니겠어요?


여왕님이 절 보더니 엄청나게 화를 내더라고요,


이전처럼 뭔가를 시켰을 때 귀찮고 하기 싫어서 징징대는게 아닌... 진심어린 화를요.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보좌해준 저한테... 화를요.


그때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느껴졌어요.


여왕님이 저한테 화를 내고 며칠 동안 저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 생각했어요.


여왕님이 저한테 왜 그럴까... 제 마음에서 느껴지는 이 이상한 감정은 뭘까...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생각하다가 전 깨달았어요.


이 모든게 세계수님이 저에게 주신 새로운 시련이란걸요.



그래서 기도를 드리며 세계수님께 답을 구했죠.


세계수님이 답해줬냐고요? 네 물론이죠!



요정왕국의 반란을 끝내는 걸로 교주님의 역할은 끝이었던 거에요!


세계수님께서 교주님을 처리하라고 답하셨어요


이제 교주님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하시면서요..


쓸모를 다한 교주님을 처리하는 것까지도 세계수님이 저에게 주신 사명이었던 거에요!


거짓말같다고요?


세계수님이 저에게 거짓말을 할 리 없잖아요?


그리고 태어날 때 부터 지금까지 몇백년동안 여왕님을 보좌해온 저인데


그런 여왕님과 제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건 교주님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명백한 교주님의 잘못이라고요


굳이 세계수님의 계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교주님을 처리해야할 명분이 되지 않겠어요?


교주님이 여왕님께 좀 덜 살갑게 대해드렸다면


이런 일 까진 일어나진 않았을텐데 참...


뭐 어쩌겠어요 일이 이렇게 된거


저는 세계수님을 따르는 사제


그 분의 명을 따를 수 밖에요


그러니까 교주님?


지금까지 감사했어요


뭐 어차피 주말농장으로 가시지는 않으시겠지만


여기서 영원히 주무셔주세요


그게 세계수님의 뜻이고 저와 여왕님을 위한 길이니깐요


그럼 이만...


여기서 평안하시길...



쿵!


데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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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아의 기록 


42번 기록 : 네르 콤플렉스.


교주님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세계.




다들 교주님이 사라져서 혼란에 빠졌지만 사제장 네르만 혼자 침착하다.


아마 그녀가 범인이겠지만 그 동기까지는 알 수가 없다.


이미 눈부터 맛이 가있기 때문에 함부로 교주님에 대해 물어보다간 나 또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여왕 에르핀이 이상하게 슬퍼보이긴 하지만 뭔가 더 알아내기는 힘들 것 같다.













옛날에 다른 곳에서 싸지른거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