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신 밥이


너무도 입에 맞질 않아서


할머니 몰래 밥을 버렸다.


그냥 버리면 들킬 것 같아서


집안 구석구석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만한 곳에 


여러 번 버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곳과는 연이 끊겼다.


어느 날 TV를 켰다가


문득 미스테리 탐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원인 불명의 벌레가 대량으로 나타난 마을.


벌레가 목제 사이사이에 알을 까서 


무너진 집만 벌써 여러 채라고 했다.


크게 확대된 벌레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화면 속 곤충학자들은 


원인 분석을 위해 벌레들의 세대를 역학조사했다.


곧 이 사태의 시작점이 된 장소가


화면에 비추어졌고


난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