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자와 헤어진 남자가 어느날 여자에게 카톡을 해


“1년만이네, 너가 너무 생각나서 연락해.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될까?”


“응, 어디서 만날까?”

이 순간만을 벼르고 있던 여자의 칼답


”OO카페에서 만나자, 내일 1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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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기다리며 남자와 다시 만날 생각에 두근두근해서 미치겠는 여자


“안녕, 나야 민여진.”

1년만에 정말로 수척해진 남자

그때의 밝은 얼굴은 어디 가고 지금의 슬픔만 남은 것일까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가던 중 남자의 한마디

“우리 다시 한 번 만나보면 안 될까? 전처럼 사랑하면 안 될까?”폭 파인 볼과 눈물자국은 여자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어


“…”

대답 대신 포옹하는 여자. 남자를 껴안는 그 얼굴은 자신의 것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


”아앗..“

일어나 말없이 손을 끄는 여자와 당황하나 끝내 귀엽게 웃는 남자.


카페를 나와 그때 그시절 사랑처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인생네컷도 찍고 하며 또다시 행복에 잠기는 듯한 두 연인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노래방에 당도하며 남자는 말없이 9곡 3000원을 충전하고 마이크를 집어 들어, 여자도 말이야.


”미리 예약하자 우리.“


여자 5곡, 남자 4곡으로 첫 곡은 남자의 “1st”.


“넌 다시 돌아와야 해~ I need your love••”

날카롭고 애처로운 목소리는 여자의 마음을 울려.


다음 노래는 여자의 “아무래도 난“.

“너도 그렇게도, 나 없인 안 돼 넌. 너도 알잖아•••”

여자의 맑게 울리는 목소리가 기계마저 감동시켰을까, 화면은 100점이라는 점수를 출력하고 1회의 곡을 더 부를 수 있게 됐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곡이 끝났을 때, 남자의 빠른 숫자 입력, 1, 0, 2, 9, 0.


잠시 후 화면에 출력되는 알파벳과 글자들,


‘MC The Max - 잠시만 안녕‘


(음악 감상과 함께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주가 흐르며 여자의 눈은 남자를 응시해.


남자의 눈은 차가운 진주처럼, 때로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어.


“야, 너 지금 이게 무슨-“


”행복을 줄 수 없었어, 그런데 사랑을 했어.“

그녀의 말을 줄곧 무시하며 울리는, 앞의 곡들로 인해 목을 긁어내 부서지고 긁히는 목소리.


“네 곁에 감히 머무른 내 욕심을 용서치 마. •••케헥.“


“•••! 어서 와주세요! •••더 부르지 말아줘!”

각혈하기 시작하는 남자와 안절부절 못하며 할 수 있는 것이 119 신고와, 그저 노래를 말리는 것밖에 없는 여자.


남자가 무슨 수를 써놓은 것인지, 취소 버튼은 도저히 눌리지 않아.


“방황이 많이 남았어, 그 끝은 나도 모르는 곳.”


“약하게 태어나서 미안…해. 그래서 널 보내려고 해.“


남자가 바라보는 화면은 각혈로 붉게 물들어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이별, 영원한 이별을 위해 준비한 이 노래의 가사는 철저히 외워 둔 바야.


“언젠가는 돌아갈게••• 사랑한 자격 갖춘 나 되어.”


“늦지 않게 돌아갈게••• 널 많이 사랑하니까…”


“아파도 안녕•• 슬퍼도.. 안••컥..“


피로 물든 방 안과 남자의 큰 키가 원망스러운 여자의 비명 사이에 들리는 남자의 서글픈 울음소리는 마치 장송곡을 가늠케 해.


“언제나 위태로운…나.”


“그런 내가, 널 사랑을 했어.”


”외로운 고독이 두려워,“


“빨리, 못 보내 미안해.”


”사는게 참 힘들었어…켁.“


”널 보며 난, 견뎠어.“


“허나 네겐 보여줄 수 없는 내 삶이별로 널 지키려 해.”


노래가 흐를 때마다 여자의 옷은 피로 젖고, 굳게 문고리를 잡는 남자의 손아귀를 풀어낼 수 없어 낑낑대는 여자, 남자는 어서 도움을 청하려는 여자를 가로막아.


“언젠가는 돌아갈게, 흔들리지 않는 나 되어..”


”너의 곁으로 돌아갈게널 많이 사랑하니까.“


”아파도 안녕, 잠시만 안녕..“


목을 가다듬은 남자는 힘을 짜내어 여자의 절망과 함께 마지막 멜로디를 연주해.


“언젠가는 돌아갈게. 사랑할 자격 갖춘 나 되어.”


”너의 곁으로 돌아갈게, 행복을 줄 수 있을 때!“


“아파도 안녕, 널 위해 안녕!”


”언젠가는 만날 거야행복을 줄 수 있을 때~“


“조금만 울자, 잠시만 울자…”


아파도 안녕~ 널 위해……안녕.“


노래가 끝나자 남자는 거의 주먹만한 피를 쏟으며 쓰러져.


남자의 가슴은 더 이상 불타지 않고, 여자는 부정하며 그제야 죽은 남자의 입을 애써 불어봐. 


“나한테 그랬잖아! 날 안 떠난다고 했잖아!! 일어나… 일어나 줘…”


그때 여자는 어쩌면 남자의 주머니에서 빠진 붉은 종잇장 하나를 발견해.


비록 피로 물들었지만 그녀에게는 간단히 읽혔어.

죽기 전에 이룰 버킷리스트!!

1. 스스로 걸어 보기!

2. 여자친구 목마 태워주기!

3. 여자친구랑 사진 50컷 찍기!

4. 여자친구랑 놀이공원 가기!

5. 여자친구와 반지 맞추기!

6.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인형 선물하기!

7. 요리 배워서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음식 대접하기!_실패

8. 여자친구에게 사과하기_오늘

9. 여자친구 보내주기_오늘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우는 여자.


곧이어 남자의 허리춤에 맨 벨트를 발견한 여자는 그것을 천장에 묶고 자살해.


“나도 곧 따라갈게. 언젠가는 만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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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어릴 때부터 병약하게 태어났어.


신생아 몸무게는 평균을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으로 적었고, 뼈의 강도는 일반적인 수준을 한참 벗어났어.


어릴 때부터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일이 많아 병원생활만이 그의 유일한 공간이였어.


뼈가 약해 걷는 것조차 불가능한,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유일한 선물이었어.


약하게 태어난 자신만을 보며 20년 인생 처음 사랑을 보내 준 여자.


하지만 불치병 때문에 남자에게는 단 오 년도 남지 않았어. 오래 봐야 3년의 시간이었어.


그녀와 다시 만나 사과하고 죽자, 라는 생각은 그의 뇌리를 깊게 스치고 연락이 통하며 마침내 이루어지게 돼.


비록 끝맺음은 안 좋게 됐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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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온 전학생이다, 이름은 윤설아.”


여자를 보는 남자의 눈에 이채가 새려, 자신이 사랑했던 이의 이름과 같은 여자를 보며 어쩌면 그녀는, 어쩌면 그녀는 그때의 부러진, 내가 부러뜨린 그녀가 아닐까 하다.


“…!”


붉은 동공이 남자를 쳐다보며 보며 광채를 띨 때, 남자는 확신했어.


진정 자신의 봄이 다시 왔다, 라고.


여자는 좀 화가 난 것 같지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