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리리아 공국의 빛나는 딸이었던 이레네 필로포나 공주는 이제 웨스테리아의 공주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웨스테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죠. 외부 세계에서는 칼 왕자와의 결혼으로 왕국의 혈통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이 장엄한 화려함의 겉모습 아래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곪아 터지는 어둠이 숨어 있었죠...

***

이레네은 충직한 수행원과 함께 왕성 아래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이 비참한 장소에는 사악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가장 극악한 범죄자들이 갇혀 있었다. 축축하고 횃불이 켜진 복도에 하이힐 소리가 울려 퍼져 억압적인 침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그녀의 존재를 감지한 죄수들이 감방 창살 사이로 기괴한 얼굴로 깜빡이는 불빛을 비추며 고개를 내밀었다. 욕망과 절망의 불협화음이 섞인 그들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레네!” 한 남자가 그리움에 쉰 목소리로 외쳤다. “나의 아름다운 이레네! 날 여기서 꺼내줘!”

“그 개자식 왕자보다 낫게 해줄게!” 또 다른 남자가 비웃었다.

“당신의 달콤한 꿀을 맛보게 해줘요!” 세 번째 목소리가 거친 욕망으로 흘러나왔다.

이레네의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는 정면을 응시했고, 표정은 고요하고 단호했다. 그녀는 그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발걸음은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그녀는 특정 감방 앞에 멈췄습니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감고 창살 너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안의 남자는 배신과 야만의 대명사로 불리는 악명 높은 범죄자 <사용자>였다. 그의 범죄는 너무나 사악하고 존재 자체가 경멸스러웠기 때문에 죽음은 너무 관대한 형벌로 보였습니다. 이레네에게 그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완벽한 도구였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어요.” 그녀가 속삭이면서 그의 얼굴에서 불과 몇 인치까지 몸을 기울였다. 차갑고 계산적인 그녀의 숨결이 그의 피부에 닿았습니다. “관심 있으세요?”

희미한 조명이 켜진 감옥 방의 공기는 씻지 않은 시체 냄새와 매캐한 땀 냄새로 짙었습니다. 깜빡이는 횃불이 이끼로 덮인 돌담에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기괴한 분위기를 증폭시켰습니다. 웨스테리아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정신이 나간 범죄자들의 비열한 소굴이 혐오스러운 의식을 위한 비밀스러운 경기장으로 변모한 것이죠.

버려진 상자와 너덜너덜한 널빤지로 자갈을 깔아 만든 임시 무대가 방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그 위에서 이레네 필로포나는 음침한 주변 환경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미묘한 우아함으로 춤을 췄습니다. 그녀의 설화 석고 피부는 깜빡이는 횃불에 비추어 빛나는 듯했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은 비단 폭포수처럼 그녀를 감쌌습니다. 상상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 얇은 고사머 가운을 입은 그녀는 최면처럼 움직였고, 날씬한 몸매는 내면의 음악 리듬에 맞춰 물결치듯 흔들렸습니다.

욕망과 절망으로 빛나는 눈빛을 가진 잡색의 남자 죄수들이 무대 주위에 조잡한 반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남루한 옷은 쇠약한 골격에 매달려 있었고, 더러운 손을 뻗어 눈앞에 펼쳐진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닿기를 갈망했습니다. 이레네는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춤을 췄고, 그 매혹적인 유령은 항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도 가까이 다가와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매가 시작되자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손에 장부를 든 초췌한 남자가 가학적인 쾌락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뚝을 불렀습니다. “1년!” 그가 외치자 거친 목소리가 합창하듯 울려 퍼졌습니다.

“2년!” 다른 죄수가 이레네의 흔들리는 엉덩이에 눈을 고정하고 내기를 걸었다.

“3년!” 판돈은 점점 더 올라갔고, 매년 내기를 걸 때마다 사형 집행 전 시간이 1년씩 단축되었습니다. 이 도박은 공주를 더럽히고 임신시킬 수 있는 기회, 저주받은 영혼들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뒤틀린 기회인 치명적인 치킨 게임이었다.

이레네의 움직임은 판돈이 커질수록 더욱 유혹적이고 도발적이었습니다. 그녀의 고요한 눈빛에는 끓어오르는 증오가 숨겨져 있었고, 그녀의 모든 몸짓은 죄수들의 욕망에 불을 지르고 광기로 몰아넣기 위해 계산된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허공에 매혹적인 무늬를 그렸고, 엉덩이는 심장의 두근거림에 맞춰 리듬을 타듯 흔들렸습니다.

마차는 삐걱거리며 나뭇잎이 흩날리는 고르지 않은 길을 지나 사냥 오두막으로 향했습니다. 늦은 오후의 태양이 그들을 둘러싼 울창한 숲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요한 풍경에 불길한 기운을 불어넣었습니다. 카를 왕자는 이레네의 맞은편에 앉아 최근의 정치적 정복에 대해 떠들며 그녀의 진정한 감정을 알지 못했다. 이레네는 적절한 순간에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다른 곳에 정신을 팔았습니다.

우뚝 솟은 참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기이하면서도 웅장한 구조의 산장이 눈에 들어오자 이레네의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사냥 오두막은 왕궁의 감시와 비판적인 속삭임에서 멀리 떨어진 비밀과 은둔의 장소였어요.

산장 입구에는 강력한 사냥꾼의 돌 조각상 두 개가 양옆에 서 있었고, 그 돌 조각상의 시선은 산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영원히 고정되어 있었어요. 이레네의 눈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시종들, 오늘 밤의 불법 게임에 기꺼이 참여하기로 한 궁정의 하층민들을 훑어보았다. 두려움과 간절함이 뒤섞인 그들의 눈빛은 일제히 절을 하는 그녀의 시선과 간신히 마주쳤습니다.

산장 안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온기가 이레네의 가슴을 녹이는 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카를의 곁에서 물러나 드레스를 뒤로 한 채 우아한 걸음걸이로 호화로운 복도를 따라 움직였습니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의 고요한 얼굴에 금이 가면서 포식적인 눈빛이 드러났습니다.

하인들이 희미한 조명이 켜진 방에 모여 있었고, 팽팽한 긴장감이 공기에 감돌았습니다. 이레네는 그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고, 그녀의 존재는 즉각적인 주의를 끌었다. 그녀는 차갑고 계산적인 눈빛으로 하인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작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오늘 밤 우리는 게임을 할 겁니다.” 그녀가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시작했습니다. 숨바꼭질 게임입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저는 숨고 여러분은 찾는 겁니다. 저를 먼저 찾는 사람이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녀의 말은 묵직한 함의가 담긴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긴장된 눈빛을 주고받으며 각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이레네는 두려움과 짜릿함이 뒤섞인 심장이 두근거리며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미로 같은 산장의 복도를 헤매는 동안 이레네의 머릿속은 일리리아가 함락되던 날 밤, 자신이 목격했던 공포로 돌아갔습니다. 이 게임, 이 뒤틀린 사냥은 그녀가 권력을 되찾고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다시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녀가 조율한 방탕은 변태적인 쾌락이자 고향을 파괴한 왕국에 대한 계획적인 반역 행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