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未亡人). 죽어버린 사람의 아내를 지칭하거나 홀어미를 부르는 말. 과부라고도 부른다.


 미타마. 푸른 눈을 지니고, 입고 있는 옷이 하얘서 순백의 미타마라고 불리우는 그녀는, 성격마저 착해 순백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을 잃었다. 이유는 불명.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껍질을 채 벗지도 못한 채로. 남편은 사라졌다.


 그녀가 남편이 목숨을 잃은 것을 목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 기다려도 돌아오지를 않으니, 그이는 죽은 것이라 미타마 그녀는 단정 지었다.


 그렇게 요절해버린 그를, 그녀는 아직도 그리고 있었다. 얼마나 사랑했던지, 그가 실종된 후 몇 달은 밤을 지새워서 눈물을 훔쳤다.


 그이가 사라지기 전에는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비치던 그녀였지만. 사고 이후론 그녀는 무감해졌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얼음미녀다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그녀는. 신경을 주지 않았다. 아니, 아예 신경을 끄려고 애썼다.


원래 애정표현을 서슴치 않을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겉으론 무감해졌다고 속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신경을 쓰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미타마."


 누군가가 미타마의 뒤로 저벅 저벅 걸어오고는, 말을 걸었다.


 이런 날씨에도 춥지는 않은 것일까. 배와 다리가 탁 트읜 옷을 입은, 성녀 캐슬리가 있었다.


 오른 눈을 머리로 가린 그녀는, 그녀 특유의 츤츤 거리는 말투로 미타마를 불러세웠다.


 "또 그 사람 생각 중이야?"


 "캐슬리님..."


 미타마의 사정을 알고 있던 캐슬리는. 그녀가 그의 대한 생각에 빠진 것을 알았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틈만 날 때면 저러는데.


 캐슬리는 쥐고 있던, 자신보다 머리는 더 커보이는 지팡이를 더욱 꽈악 쥐었다.


 "이제 그만 다른 좋은 사람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캐슬리는 점점 더 그 사람의 생각을 할 때마다 망가져가는 듯한 미타마를 고치기 위해. 사랑은 사랑으로 잊어버리라는 수법을 택했다.


 "괜찮아요."


 그러나 그런 캐슬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미타마는 단호하게 제안을 거절했다.


 "..."


 말이 없어진 캐슬리는, 더이상 설득을 하는 건 소득이 없을 것이라 판단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는 미타마가 걱정되어 치료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당사자가 그것을 거부하는데 어찌 억지로 들이밀겠는가.


 캐슬리.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이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곧 겨울임을 뜻했다.


 "으으... 역시 춥네."


 그녀는 손으로 팔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성녀라도 추위는 어찌할 수 없는 법이었다.


.

.

.


 미타마는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캐슬리가 좋았다. 고마웠다. 그러나 그런 것이 무색하게. 자신의 내면에 있는 사랑이 더 커지는 듯 하여 그것을 거부했다.


 차가운 것이 어깨에 닿았다.


 상강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서리를 보며, 그녀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차디찬 서리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았다. 미타마는 은은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미소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남편이 남아있었다면 저런 아이들을 키웠을 텐데... 라고 생각하자 마자 웃음이 사라졌다.


 슬픔으로 가득찬 그녀는 어떠한 인물을 발견했다.


 누더기 옷과, 비푸라기를 엮어 만든 삿갓을 쓰고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누군가.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누군가는. 미타마 그녀에게는 어딘가 익숙한 듯 보였다.


 그때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물론, 이방인도 바람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바람을 통해 유유히 여행을 떠나려는 삿갓을 붙잡았다.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삿갓이 한 발자국 더 빨랐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삿갓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는.


 그는...


 그였다.


 미타마 그녀가 절대로 잊지 못할 얼굴. 머리가 살짝 길어진 것 같지만, 그녀가 기억하는 그이였다.


 미타마는 기쁨이 너무 큰 나머지. 눈에서 눈물이 주륵 하고 흘러내렸다.


 

"아아..."


 무심코 미타마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때문에 그도 미타마를 바라보았다.


 그도 놀란 눈치였다.


 미타마는 그를 향해 걷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점차 속도를 높혀 뛰기 시작했다.


 단숨에 그의 곁에 도달한 그녀는, 그를 꼬옥 안았다.


 "어디를... 어디를 가시고 이제야 돌아오신 거예요 당신... 늦었잖아요..."


 울먹거리며 그의 품 안에서 원망하는 그녀를, 그는 다녀왔어 라고 말하고는 미타마를 안아주었다.


 미타마는 말했다.


 이제는 사랑하는 그대를 만났으니, 이제 제가 영원하고 한없는 사랑을 줄 거예요. 당신은 그저 저의 사랑을 받아주세요.


 이 미타마. 죽는 그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웃으면서 미타마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감격이 그녀의 마음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이었다.


 그렇게 서리가 내리는 어느날. 미망인은 더이상 미망인이 아니게 되었다.


*****


 유랭 1185인 뉴비임. 눈팅만 하다 계정 만들어서 글 써 봄. 글이 짧아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