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 https://arca.live/b/hydroarchon/106572388?p=1


2편도 만들어왔습니다~ 이전글에 댓글달아주시며 흥미 가져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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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씹덕게임을 개발하는 전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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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24년 원신축제 (축제 안하면 2024년 하반기)에 공개 예정인 푸리나 미연시, 500년의 인터미션 -푸리나와 당신의 2인극- 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은 부분이, 바로 1편에서 언급했던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입니다.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에서 제공되는 단서는 오페라의 가사뿐이기에, 인용처의 오페라와 엮어서 매우 넓게 해석될 수 있는데요, 실제로 구글링을 해보니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의 분석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다양하냐면, 푸리나와 느비예트, 둘만의 서사로 보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다보니…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쓰신 분이 없어서, 저 나름대로 3-4일간 구글링해가며 내린 분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하 당연하게도 스포가 가득한 내용이니 마신임무 4장 5막 및 푸리나 전설임무를 클리어하지 않으신 분들은 읽을 때 주의해주세요)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는 푸리나의 500년 서사를 말하는 것이다.


1편의 4돌,6돌 고찰에서 언급하였듯이, 운명의 자리는 푸리나의 500년 서사를 순서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4돌의 순간은 푸리나가 재판장에 선 클라이맥스 직전의 부분, 6돌의 부분은 예언이 끝나고 폰타인 백성들이 구원받은 후 푸리나만이 혼자 우울히 남아있는 결말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운명의 자리도 당연히 푸리나의 서사를 차례대로 묘사한다는 뜻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오페라의 스토리와 배경도 알아야하는데, 전부 적을 수는 없으니 이해에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적겠습니다)


1돌 : 사랑은 애걸해도 길들일 수 없는 새

  • 조루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의 아리아인 하바네라 의 첫 가사인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에서 인용

이 오페라는 팜므파탈적이고 적극적인 여자 카르멘이, 성실하게 부인과 살고있는 남자주인공 존 호세를 꼬시면서 시작됩니다. 존 호세는 처음에는 카르멘에게 무심하다가 어느샌가 카르멘에 빠지게 되지만, 그때는 카르멘은 이미 존 호세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다른 남자를 찾으러 갑니다. 다른 남자에 빠진 것을 본 존 호세는 카르멘을 찌르고 잡혀갑니다.


이 오페라에서 사랑은 애걸해도 길들일 수 없는 새 는 카르멘에 해당됩니다. 성실한 부부였던 존 호세는 어느새 카르멘에 빠지게 되고, 존 호세는 그걸 스스로 길들일 수 없었습니다. 카르멘 자체도 새처럼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게 됩니다. 즉, 사랑에 빠지는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것은, 푸리나와 포칼로스의 인간, 폰타인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에게리아를 포함해 푸리나, 포칼로스가 인간을 사랑하게 된것은 이유가 없고, 그들에게 이미 사랑하게 된 이상 그것은 길들이는게 아니고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사랑 때문에 500년을 연기하고, 자신을 없애기까지 합니다. 그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길들일수 없는 사랑이라는 새가 푸리나에게 찾아왔고, 그렇게 푸리나의 500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자의 결말 또한 잔혹할 것이라는 것은 그때의 그녀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였고요.


  • 참고 : 다른 사람들은 사랑=예언 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폰타인의 예언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길들일 수 없다는 해석입니다.

2돌 :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부평초

  •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인 리골레토 의 아리아인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 의 첫 가사의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로 흔들린다오 에서 인용

이 아리아는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 → 알수가 없어 → 예언의 때는 언제 올지 모르겠어 이렇게 해석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리아가 어떤 장면에서 불리는지를 알면 요렇게 끝내기 힘듭니다.


이 오페라는 악명높은 바람둥이 남자에게 빠져버린 귀족의 딸이, 그 바람둥이가 암살 당하려 할 때 대신 몸을 던져 죽게 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암살은 그 딸의 아버지가 딸을 위해 사주한 것인데 말이죠.


이러한 아침드라마 스토리에서, 위 아리아는 귀족의 딸이 부른것이 아닌 바람둥이 남자가 부른 것입니다.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바뀌니까, 나는 바람을 피는게 아니라 너네들의 변덕에 맞춰서 서로 좋은 일 하는거야 라고 말하며 자신의 바람을 정당화 하는 가사입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가사를 그저 피상적으로 인용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바람둥이는 폰타인 사람들이고, 사랑에 빠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죽을 사람 귀족의 딸은 푸리나에 해당된다고요.

푸리나는 이미 사랑에 빠진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몸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있지만, 정작 그 상대는 그것에 대해 무심합니다. 우리는 예언 직전, 그리고 예언이 끝난 뒤 폰타인 사람들의 반응을 알기 때문에 폰타인의 스토리는 푸리나 관점에서는 비극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 참고 :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 →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 → 푸리나는 예언에 대해 말하지 않아 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돌: 내 이름은 그 누구도 모르리라

이 오페라는 5돌과 동일한 오페라인데요,

  •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인 투란도트의 아리아인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 (Nessun dorma)의 가사인 하지만 내 비밀은 내 안에 같혀져 있고, 내 이름은 그 누구도 모르리다!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오페라는 어찌어찌해서 공주와 내기를 하게 된 타국의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하기 싫은 공주는 결혼을 조건으로 내기를 하게 되는데요, 왕자는 동이 틀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숨기면 승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죽게 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위 아리아는 왕자가 새벽에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즉, 푸리나는 예언이 실행될 때 까지 자신의 비밀을 숨겨야하고, 그것이 실패할 경우 폰타인이 멸망하게 되는 내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해석이라 너무 좋습니다)


또한, 이 새벽에는 왕자의 유일한 시종이 죽게 되는데요, 왕자의 이름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이 시종은 왕자를 지키기 위해 고문을 당하다 결국 죽습니다.


이는 마치 푸리나가 비밀을 지키는 과정에서 희생된 푸아송 마을 사람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푸아송 마을 사람들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푸리나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그 희생을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중한 시종을 잃은 왕자도 그렇기 때문에 멈출 수 없고, 푸리나도 이제는 더더욱이 멈출 수 없게 됩니다.

그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더더욱 이 내기에서 질 수 없습니다.

  • 참고: 이 오페라는 대부분 비슷한 해석입니다. “푸리나는 비밀을 지켜야 했다”


4돌: 저승에서 느낀 삶의 소중함!

1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또 다시 이야기해야하는 사람들마다 이야기하는 것이 다 다른 오페라입니다.

  •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인 지옥의 오르페 의 합창곡인 포도주 만세, 플루톤 만세! (Vive le vin, vive Pluton) 의 가사인  Si l'on comprend la vie,: Amis, c'est en enfer 을 인용

1편에서는 이 오페라가 고위층에 대한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한, 예언의 때가 다가오는데 푸리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저승에서 느낀 삶의 소중함! 이라는 것이 그냥 절망적인 상황에서 생각보다 평범한 삶이라는게 중요하더라~ 같은 뜻이 아닌 풍자와 해학이 담긴 가사라는 것을 말씀드렸었습니다.


여기서는 조금 오페라의 스토리에 중점을 두어서 고찰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오르페우스는 결혼한 상대가 있지만, 서로 상태만 결혼이지 각자 바람피는걸 묵인하면서 따로 즐겁게 살고 있는, 오히려 서로가 귀찮지만 주의의 눈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즉, 거의 위장결혼이라 봐도 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르페우스의 아내가 신에게 납치 (사실은 좋아서 따라감) 당해 지옥으로 가게 됩니다. 위장결혼이였으니 오르페우스는 신나서 놀고 있는데, 주위에서 “아무리 그래도 아내가 납치당했는데 너무 태평한건 쫌... ”이라는 여론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게 오르페우스는 여론에 휩싸여서,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찾으러 지옥으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것은 여론에 떠밀려 어쩔수없이 하게 된다 는 점입니다. 푸리나의 태도는 그녀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여론에 떠밀려 뭔가 하는 척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떠밀려서 아내를 구하러 가는 오르페우스는 주위에서 하도 뭐라하니 나라를 좀 구하고 있다는 말만 하는 푸리나를 뜻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오페라에서는 더욱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는데요, 이 오페라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이를 비꼬기 때문에, 마지막에 아내를 지상으로 데리러 나오다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를 지상으로 못 데리러 오는 결말이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희극으로 생각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오르페우스가 위장결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오히려 아내를 못 구해서 행복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배드엔딩으로 이어질 것 같았던 중대한 실수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장면, 기억나시나요? 


네, 바로 푸리나 재판의 결과입니다.

마지막까지 폰타인 백성들을 구하려던 푸리나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실패를 하게 됩니다. 아니, 정확히는 실패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로서 포칼로스의 계획이 완벽하게 진행되었고, 예언은 실행되어 폰타인 백성들은 구원받게 됩니다.


즉, 오르페우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일반적인 오페라를 인용하지 않고 이 오페라를 인용한 것은, 이러한 푸리나의 마지막 실수 또한 극 전체로 봤을때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 참고 : 이 오페라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국내의 자료도 적고, 오페라가 풍자와 해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보고 이해해야하기에 스토리도 전부 봐야했습니다. (다 비꼬는 거라 한 아리아만 떼서 볼 수 없었습니다.)
  • 마지막의 실수만 보고 푸리나는 예언이 이루어질때까지 실수해선 안되고 미스 하나가 치명적이다 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5돌 : 난 알았노라, 그대의 이름은…!

  •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인 투란도트 의 곡인 Diecimilla anni al nostro imperatore 2의 가사, conosco il nome dello straniero! Il suo nome è… 에서 인용.  #ref

3돌과 동일한 오페라에서 인용되었는데, 이 가사가 있는 아리아는 동이 트고 왕자가 내기에 이긴 후, 공주가 왕자를 데리고 백성들 앞에서 승리 선언을 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공주는 내기를 통해서 처음과 달리 진정으로 왕자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백성들 앞에서 난 (그 왕자의 이름을) 알았노라, 그대의 이름은...! 이라 말하고, 사랑! 이라는, 본명을 안 말하고 그 감정을 말합니다.


이 아리아는 내기에서 이긴 주인공 과, 끝까지 공개되지 않은 주인공의 비밀 두가지 특성을 지닙니다.


첫번째로, 주인공은 내기에서 이겼고, 자신을 싫어하던 사람까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진정한 사랑까지 쟁취합니다. 내기는 폰타인의 예언 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내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 대상은 느비예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오페라에서도 결국 끝까지 공주가 고집부리면, 내기에서 이겨서 결혼한다 해도 사랑이 없으니 진정한 승리라 보기 힘드니까요


두번째로, 그리고, 느비예트도 백성들에게 끝까지 푸리나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다 써서 신의 힘을 잃었다고 얼버부립니다. 그녀의 비밀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왕자의 비밀, 본명을 끝까지 말하지 않은 공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납니다.


즉, 이 오페라는 예언이 완료된 시점, 그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폰타인에는 500년동안의 새벽이 가고,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 참고 : 마지막에 가서야 푸리나의 행동이 사랑 임을 알게되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 여행자와 단 둘이 있을 때, 자신의 이름을 끝까지 숨기는 모습을 나타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6돌: 푸리나와 포칼로스의 듀엣과, 폰타인 모든이들의 합창곡

  • 베르디의 오페라인 라 트라비아타 의 듀엣/합창 곡인 Libiamo ne' lieti calici 의 제목이자 첫번째 가사에서 인용.
  • 인용 파트는 듀엣의 일부, 아리아 전체적으로는 합창으로 마무리 되는 구조.

1편에서도 말씀드린대로, 이 곡은 푸리나와 포칼로스의 듀엣과 폰타인 모든이들의 합창곡으로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한편, 푸리나 개인의 비극적인 결말또한 암시합니다.


1편 이상으로 추가적으로 고찰할 요소는 없지만, 이 6돌로 앞의 운명의 자리들의 스토리가 매듭지어진다는 느낌이 더욱 확실해집니다.


푸리나 빼고 다들 하하호호 잘 놀고있는거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푸리나는 관심없고 자기들끼리 신난 멤버들


그렇게 푸리나는 혼자 비극적 결말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푸리나의 500년 서사가 마무리됩니다.



3줄 요약 결론

  •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는 비극적인 푸리나의 500년 서사를 담고 있다.
  • 비극적 결말이 많은 걸로 봐서 푸리나 눈물 흘리게 하기 프로젝트는 호요버스가 제대로 칼을 간 것 같다
  •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푸리나를 열심히 애호해서 치유해주고 싶어졌다….

이상입니다!



홍보

500년의 인터미션 은 예언이 끝난 뒤, 많은 상처를 받고 사람들을 피하게 된 푸리나의 유일한 파트너가 되어서, 푸리나와 연애하며 푸리나를 치유하는 미연시 게임입니다.

제목과 같이, 500년의 예언이 끝난 후와 푸리나 전설임무, 그 사이의 시간대가 배경입니다.

푸리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인터미션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푸리나의 이후의 무대가 희극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절찬 제작중이니 관심있으신 분은 제 트위터 (@_pula39) 를 팔로우해주세요! (아직 홍보용 계정이 없습니다)

제작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제 디스코드 (@pula39)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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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on 원본 : https://knotty-stay-da8.notion.site/2-689a84001c1a4be5a6828aa9e38022a9?pv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