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심부름꾼인 그대여, 말해 주시오. 그대는 죽음이오? 아니면 생명이오?"



그러자 천사가 대답했다.







"나는 뚜방이오."




1. SCP? 보단 신화체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성좌물.


SCP, 크툴루, 외신과 관련된 초월적인 존재의 경외를 다루는 장르는 다소간의 뒤틀린 점이 있다.

플레이어나 독자들이 '인간'이라는 종족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명경시라고 하기에는 다소간의 잔혹성과 가학성이 배덕감을 자아내고, 그런 감정들을 향유하기 위해서 플레이하고 읽는 사람들 있기에.

장르적 특성상 유혈과 유열이 난자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느낀 서울오이(서울오브젝트이야기 준말)는 정통적 SCP보단 그런한 설정을 차용한 다른각도의 성좌물로 보였다.

한 세계의 종말. 미시적으로는 한 개인의 존엄마저 경시하는 외신들의 준엄함 속에서 희생당하는 인간들이 아닌.

고통과 번민의 빠져버린, 도저히 개인의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지와 경외의 압제 속에서 그들을 굽어 살핀다.


그러한 신은 인간이 바라마지 않았던, 찬미하기 그지 없기에 소리 높여

신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건 기존의 신화의 체계인 신이 인간을 향한 무한한 자비와는 다른 부분이 있었으니.

작중의 주인공이자 신인 '회색사신'은

전능하고 불멸하며 생과 죽음을 오가는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 될 수 있으나.


장작의 존재. 신의 유한성이 발목을 잡는다.

'회색사신'은

생각보단 전능하지 않았고

생각보단 불멸한 존재가 아니었으며

인간에게 기대는, 적나라하게는 기생하는 존재에 가깝다.

애초에 신이 진정으로 전능했다면, 인간을 굽어 살필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가 회색사신을 인간을 굽어 살피고 구원해야 되는 신으로서 존재하게 만든다.



"인간은 신을 죽였다. 그리고 다시 필요로 했다. 신은 잔혹했지만, 인간을 지켜주었다."


"여기서 '잔혹하다.'가 문제에요. 신은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쩌면 '이해'라는 개념자체가 없을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인간이 신이 되어야만 해요."


작중 회색사신의 제작자라 할 수 있는 푸른 소녀는.

인간 그 자체가 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에게는 결핍이 없으며. 그렇기에 문제를 야기했다.


그래서 결핍을 가진 신을 원했다.

인간을 굽어 살필 수 있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게.

그리고 인간을 버리지 못하게 영원히 기생하면서 살아야 되는 결핍의 존재로 만들었다.


서로간의 상호작용으로 자신의 존재성을 규명하려는 존재.

그리고 그러한 존재를 아울러 '인격체'라 부른다.


(물론 작중묘사상의 검은사신이 혐성은 회색사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거 같지만......)


그런 것들을 주로 다루는 것이 인간과 신의 공생을 다루는 장르는 성좌물.


그렇다.

서울오이는 성좌물이다.


SCP란 마이너하고 언뜻 불친절한 시점변화로 독자에게 혼재를 야기하는 것이 다가갈 수 있있던 건.

기존에 성좌물과 유사한 구성형식을 잡고

독자 다수의 정신을 오염시켰던 "뚜방", "농ㅋㅋ"의 필살조합이 먹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2. 회색사신의 해체 - 미니사신


신의 대라자, 사자.

이것들을 주로 천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기독교 친화적인 616-지구의 전통양식이다.


그리고 이런 미니사신들은 유일신의 사자라 할 수 있는 천사의 모티프를 가져온 걸로 보인다.


사람은 일생 동안,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轉求)로 도움을 받는다. "모든 신자의 곁에는 그들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보호자인 천사가 있다." 이 지상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삶은 신앙으로 하느님 안에 결합되는 천사들과 인간들의 복된 공동체에 참여한다.


정교도에서 일컬어지는 수호천사의 관한 설명이다.

이것은 애착인간을 정해서 그를 주관하는 미니사신들과 유사한 점들이 많다.


한 명의 인간에게 하나의 사신이 붙는다는 점과.

그들이 고난에 빠졌을 때,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위광을 두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색사신이 결핍을 가졌듯이.

미니사신 또한 결핍을 가졌다.


그들은 존재적으로 완벽한 하느님의 사랑의 형상에서.

사랑을 설파하고 나르는 사랑의 전도사가 되었다.


미니사신들은 인간에게 사랑을 준다.

인간에게 거절당할 것을 염두하지 않고.

인간에게 상처를 받을지라도 무한에 가까운 사랑을 쏟는다.

사랑의 구애하고 구애의 대상임을 즐기는 존재.


그렇기에 그들은 매순간 거절을 이겨낼 용기를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일례의 모든 과정을 사랑이라고 일축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다.

미니사신들은 천사가 아니다.

위광을 지니고 사랑을 형상화한 하느님의 사자가 아니다.


그러면 그들은 무엇인가.


적절하게도 그것은 이미 수차례 지문을 할애하며 소설에 등장한 단어다.



"그것은 뚜방이다."



"신은 존재했으며, 그 피부는 회색이고. 그들의 사자는 뚜방이라 한다."


뚜방이란 거절을 이겨내면 끝내 사랑을 잃지 않는 용기요 의기이니.

그렇기에 그들은 인간보다 작은 육체로도 충붕히 영광되고 복되도다.



스포라 말했음에도 아직 서울오이를 보지 못한 그대.

영광과 기적을 직시하지 못했음에도 축복이로다.


그대는 기름진 초콜릿강이 흐르는 비옥한 비스킷대지를 모른다. 

마시멜로 5조각과 푸딩 2스푼의 기적을 체험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늦기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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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