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한국인 주제에 시귀에게 쫓기던 침입자가 어린시절 헤어진 친구일 확률은 도대체 어느정도일까.


아마도 길가에서 주운 고양이가 알고보니 호랑이였다.정도로 낮지 않을까.


그런일이 실제로 일어나니 살짝 어지러울 지경이야.


이쯤되니 내가 닮은 사람을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하하하..."



소나무 뿌리에 붙잡힌 채, 얼빵한 얼굴로 웃는 것이 아무리봐도 정훈이란 말이야.



"하아."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손짓하여 정훈이만을 뿌리에서 살며시 풀어...


-쿵.


...풀어 주었다. 뒤로 떨어진 정훈이는 허리가 아픈지 소리없이 몸을 꼬아 댔다.



"크흠...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끄윽. 들어가다뇨? 여긴 아무것도 없는..."

"우리집."



비틀어 두었던 결계를 원래대로 되돌려 숨겨두었던 집으로 향하는 길을 들어낸다.


의도적으로 몸을 낮추던 나무들이 몸을 들어올리고, 있는 힘껏 몸을 펼치던 식물들이 자리를 찾아간다.


이제는 익숙해진 모습이 그에게는 무척이나 신비로운지, 길이 들어나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얼빵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흘러나왔다.



"쿡쿡. 뭘 그리 놀라는거야? 일단 가자."

"네,네? 저 괴물들은 어쩌죠?"

"냅둬. 날이 밝으면 전부 사라질텐데."



내 영역에 멋대로 들어온 것들인데. 정훈이 말고는 얌전히 돌려 보내줄 생각도 없고.



.

.

.



"넌 어쩌다가 한국인이면서 시귀에게 쫓겨다닌거야?"

"시귀요?"

"그래. 흡혈귀의 부하같은거야. 보통은 마늘에 찌들어 사는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힘든데 말이야."



반찬에도 마늘을 넣고, 국에도 넣고, 심지어는 그냥 먹기도 하는 대한민국에서 시귀들에게. 그것도 한두마리도 아닌 열댓마리에게 쫓기다니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장훈이의 목덜미에 고개를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았다.



"킁킁..."

"무,뭐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크게 당황하는 장훈이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잰 왜저리 놀라는 거지?



"어라? 마늘향이 안나네?"

"제가 마늘 알레르기가 생겨서요."

"한국인인데?"

"네."



한국에서 마늘 알레르기...?


그러니까 시귀들이 눈이 뒤집혀서 쫓아다녔구나. 잠깐 맡아본 봐로 흡혈귀들이 꽤나 들러붙을 혈향이던데.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아이고 불쌍해라.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건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뭘 우리사이에 안어울리게 존대를 하니."

"그... 실례지만..."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존대를 지적하자 장훈이가 멋쩍은듯 뒤통수를 글적이며 웃었다.



"누구실까요? 저희가 뵌적이...?"

"아."



자기소개를 까먹고 말았다. 마녀가 되어버린 날 장훈이가 알아볼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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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탁하면 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튼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