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루 스포 주의!)
큰일났어.
응?
비나가 취했어.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비나 님이... 술을...
이런 일은 처음이군요.
네짜흐, 혹시 네가...
오해야, 말쿠트.
비나 님은 내 층으론 오지도 않았다고.
비나 님은 내가 아니라, 다른 데에서 술을 구한 거야.
...맞아, 네짜흐 술이 곧 내 술인데, 함부로 막 내주진 않지.
그런 건 딱히 아닌데...
이러다가 사고라도 치면 어떻게 하지?
위치는 특정 됐어?
조금 전까지는 로비에 있었는데,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앤젤라가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걱정하지들 마.
머리의 조율자 쯤 되면 술 마셨다고 난동을 피우진 않을 거 아니야?
너무 막연한 생각 아닐까?
바보들아, 시답잖은 소리 할 시간에 가서 찾기나 하자고!
정말 사고가 나면 어쩔 건데!
(스으읍)
후...
왜들 그렇게 난리야?
비나도 사람인데, 술 좀 마실 수 있는 거지.
역시 붉은안개야. 언제나 여유가 넘친다니까?
그래도 이대로 둘 순 없잖아.
혹시라도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럴 일 없어.
만약 그렇다고 해도, 호크마 그 영감이 가만히 있겠어?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진작 나섰겠지.
그런가...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찾았다.
비나는 지금 문학의 층에 있어.
호드를 만나러 간 모양이야.
(쾅)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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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나 님...?
낯빛은 멀쩡하신데, 술냄새가...
얘야.
네...?
넌 네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구나.
...
혹시... 그때 제가 밀고한 일에 대해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니.
나는 그저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뿐이란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취한다라... 내게는 낯선 일이다만.
어째서 녹색 머리 아이가 늘상 술에 취해있는지도 말 것 같구나.
이 기분... 머릿속의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이 기분을, 감히 자유라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으니.
비, 비나 님?
어째서 제게 가까이...
가만히 있으려무나. 마음을 숨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용서받을 수 있는 법이니.
마음을 놓고, 내가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어준다면...
(콰앙)
비나-!
게, 게부라?
방해를 하러 온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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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야?
게부라와 비나가 전투를 벌이고 있군요.
전투가 시작된 문학의 층은 완파되었고, 지금은 복도를 파괴하며 날뛰는 중입니다.
에고까지 발현했네...
이게 그럴 일인가...?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중층이랑 하층의 보조사서들도 전부 대피시켰습니다.
세피라들도 다 여기에 있으니, 우선 사태를 관망하다가 기세가 누그러들 때 말려보지요.
호드는?
완파된 문학의 층에서 기절한 채 누워있었습니다.
상처 하나 없었습니다만, 제법 놀란 모양입니다.
그런데 엔젤라, 당신이라면 말릴 수 있지 않습니까?
글쎄, 말릴 순 있겠지만...
상황이 흥미롭잖아? 일단 기다려볼까 해.
...
비나-!
호드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얘야, 크게 분노한 모양이구나.
그 마음을 누그러뜨리려무나.
당신이 술 처마시고 호드한테 집적대는 꼴을 봤는데 무슨 수로!
미안하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니.
머리의 일원이었던 과거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
그 아이의 말대로, 술을 마시는 것에는 차와는 다른 재미가 있더구나.
취했으면 곱게 자빠져서 잠이나 자라고, 비나!
지금이 코어 억제 중인 줄 알아!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뭔 개소리야!
...저걸 말릴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은 어디에 있지?
상층 철학의 층에 갔어.
호크마 님을 만나보겠다고...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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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마?
도움이 좀 필요한데, 혹시...
욱, 술냄새.
...
저... 호크마?
일어설 수 있겠어?
...나 혼자 일어날 수 있다.
(휘청)
에헤이, 이럴 때는 영락없이 할배구만, 할배야.
똑바로 서봐, 부축할 테니.
난... 똑바로 설 수 있다.
아닌가. 똑바로 설 수 없는 건가?
내가 택한 길은 잘못되지 않았다. 이 길을 걷지 못한다면 그건 전부 나의 부족이니...
...괜찮아?
아인 님... 아인 님의 숙원을 완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앤젤라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배신했고... 제 뇌는 포르말린에 절여져 기계의 몸뚱이에 쑤셔박혔지만...
그럼에도 도시에 빛을 뿌려... 당신의 뜻을 잇고자 하였으나...
그만 머리의 조율자가 제게 폭탄주를 먹이는 바람에 이렇게...
(헛웃음)
...롤랑.
뭐.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믿어봅시다.
제발 정신 좀 차려, 호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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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계속 그 양반 술주정만 들어주다가 왔는데.
어떻게 끝난 거야?
정신 차린 호드가 사랑하는 가족 키고 탱킹해서 시간 벌었어.
나머지도 저마다 뛰어들어서 난리쳤고.
그래, 끝나서 다행이네.
호드는 안 다쳤고?
다치진 않았어.
대신 네짜흐한테 화를 냈어. 비나한테 술을 내주지 말라고.
네짜흐가 억울해했겠네.
그거 내 술이었는데.
...?
차보다 술이 맛있다고 하니까 어디 한 번 줘보라잖아.
그래서 갖다줬지. 숨겨둔 것까지 몽땅.
그걸 호크마랑 나눠마실 줄은 몰랐고.
...그걸 말하는 이유가 뭐야?
너도 막을 수 있었으면서 안 말렸잖아?
좋은 구경거리이긴 했어.
이건 세피라들한테는 비밀이야.
비밀이라...
이런 비밀을 갖는 건 처음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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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눈으로 보지 말려무나.
부끄러우니.
내가 부족했던 탓이다.
쟤한테 술 갖다준 놈 찾으면 찢어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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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문학 오랜만에 써보네요.
즐겁게 읽으셨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