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이오치 마리.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등장인물이자, 작중 등장하는 학원도시─도시라고는 하지만 대륙이라고 봐도 무방한─키보토스의 트리니티 종합학원에 재학 중인, '시스터 후드'의 일원.

일부 플레이어에게 음란 수녀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실상 작중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러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며, 혹여라도 그런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언제나 플레이어에게 천벌이 내려지는 정진정명 순결하며 순수한 수녀이자 학생인 그녀는,

정말 안타깝게도, 죽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저인가요?"

그녀의 성정을 나타내듯 깨끗하게 관리된, 티끌 하나 없는 거울 앞에 선 저는, 거울 너머에서 허망하고 공허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미안해요.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저는, 이오치 마리를 죽이고 만 것입니다.







"말씀하시지요."

"아아, 저는───"

좁지만 거룩한 고해실에 앉아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칸막이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고해하고 싶은 건, 오히려 저인데 말이지요.

마리, 그녀의 행실이 얼마나 올바르고 정결했는지는, 주변인들의 태도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빙의'했음에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요.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저의 어설픈 '이오치 마리' 연기에도 위화감이 일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이미지는 확고한 것이겠지요.

……죄송합니다.

입으로는 내지 못하는 사죄를 품으로 되뇌이고 있으니, 곧 칸막이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네, 들어오세요."

"………."

문이 천천히 닫히고 칸막이 너머에서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한동안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고해할 말을 정리하고 있으신 걸까요? 부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어린 양에게 인도를. 태초의 신성께 조용히 기도를 올리면, 너머에서 작게 입을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큰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귀에 한참 익은 그 목소리는, 아주 약간, 울음이 섞여있었습니다.

"……어떤 죄인지,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소중한 후배의 몸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는 걸까요? 아니면.

아니, 아닙니다. 제가, 마리가 해야 할 것은 의심이 아닌 믿음, 기도일 터. 무엇보다, 시스터 히나타가 그럴 리는 없으니까요. 제가 '빙의'한 뒤로 언제나 제 버팀목이 되어 준 소중한 사람을, 제가 믿지 않으면 어쩌겠나요.

"범하고, 말았습니다."

"………………."

아아.

……아뇨, 아니에요.

와카바 히나타는, 본디 그럴 인물이 아닐 터.

이 모든 건 저로부터 비롯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니, 괜찮아요, 시스터 히나타.

당신의 죄는, 저의 것입니다.

'저'의, 것.

"당신의 죄를──"

"시스터 마리를."

"──용, 서……?"

……저를?

"……그게, 무슨……."

"어느 날을 기점으로, 마리 씨가 무척,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아뇨, 원래부터 매력은 넘치는 사람이었죠. 그래요, 꼴려, …음탕해졌다고 해야할까요."

"…………."

"그날의 마리 씨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행동하면서도, 어째서일까요. 언제 무너질 지, 언제 깨질 지 모를 것만 같이 위태롭게만 보여서, 무심코 말을 걸었어요."

고개를 들어, 칸막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저에게 웃으며 대답해주던 마리 씨의 눈은, 틀림없이 울고 있었어요."

이 너머에 있을 시스터 히나타를.

"그 모습에 저는 사랑을, 아뇨, 이건 그런 아름다운 것이 아니죠. 그래요, 성욕. 육욕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아, …………."

아아, 태초의 신성이시여, 부디, 부디 저를──

"……그래서 매일 밤, ……어제도, 그녀가 잠든 사이에, 몇 번이고, 몇 십, 몇 백번이고, 범하고 말았습니다."

────용서하지 마시옵소서.

"……………."

분명 앉아있을 터인데도, 몇 시간은 달린 것처럼 부들부들 오금이 떨립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당신──, ………마리 씨의 시오후키…… 아, 소변, 이라고 해야 알아들으실까요. ……무사히, 제 '씨앗'이, 그녀의 배에 깃들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죄입니다."

"……네?"

씨앗?

…………그게, 무슨?

"───헤, 윽………?"

시스터 히나타의 고해를 머리가 이해하기도 전에,

"♥?, ───♥♥♥?!!!"

몸이 먼저,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



쿵, 하고, 다리와 허리가 멋대로 펴져서, 고해실의 칸막이와 벽을 쳐 소리를 내고 맙니다.

"죄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도 그럴게, 당신이 음란한 탓이니까요."

벌컥, 하고 고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시스터 히나타는, 어느새 베일이 흘러내려 드러난 저의 머리채를 잡고, 저의 얼굴에 굉장히 성난, 사나운, 뜨거운 것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범할 거예요."

죄를,

저를.

"───아, ───♥♥, ……────♥♥♥♥"






음란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