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병원에서 눈을 뜨니, 2년 간의 기억이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생겨있었다.
"틋녀야 사실 우린 사귀고 있던 사이였어."
과거 내가 짝사랑하고 마음을 접었던 시아의 폭탄과도 같은 말.
내 기억은 TS병에 걸린 직후 고작 3주만 남아있었는데, 도대체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그리고 우리는 이제 겉으로는 여자와 여자의 관계인데······.
혼란에 빠져있던 것도 잠시.
시아가 급한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우고 이번엔 시우가 찾아왔다.
"틋녀야, 몸은 어때? 괜찮아? 아픈데는 없어? 기억은? 나 기억 나?"
내 등허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불알친구 시우.
"뭐, 뭐하는 거야?!"
그 기묘한 거리감에 소소라치게 놀라 손을 뿌리치자 녀석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지, 진짜로 기억이 안나는거야? 틋녀야··· 우리 약혼한 사이였잖아···."
·········어?
뭐라고?
내가 시우랑?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시우가 보여준 휴대폰의 사진첩엔 얼굴은 잔뜩 붉힌 내가 시우라 그, 키, 키스를 하는 사진이 잔득이었다.
대, 대체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잠시만, 그러면 시아는 뭐지?
"틋녀야, 난 언제나 네 편이니까. 항상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늘 곁에 있을 테니까. 지금은 힘들더라도 날 의지해줘."
시우는 내 머리에 손을 뻗다가, 내가 흠칫하는 모습을 보자 내 손을 꼬욱 붙잡고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왠지··· 그 손을 뿌리치기가 싫어 그대로 손을 시우에게 맡겨버렸다.
시우는 점심시간이 끝나간다며 직장으로 돌아갔다.
나를 위해서 오늘도 힘내서 돈을 벌어오겠다는 그 말이 왠지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틋녀야! 괜찬아?!"
시우가 떠난 지 10분 후.
이번에는 지아가 찾아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 착각하지마. 내가 밤새 너를 걱정하거나 그랬을 것 같아?!"
끌어안은 건 본인이면서, 지아는 얼굴을 붉힌 채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를 끌어안은 팔은 풀리지 않았다.
"그, 그런데 틋녀야, 우리 사귀던 거 기억 나······?"
"네가 고백해서, 억지로 사겨주었던 거라고? 난, 딱히··· 뭐? 기억안난다니대체그게무슨소리야그럴리없잖아틋녀야그게무슨소리야거짓말이지제발?"
이젠 지아마저 나랑 사귀고 있던 사이라고 한다.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다.
진짜로 지난 2년 간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이러면기정사실을만들수밖에없겠네그치?그래야지?어쩔수없네응이건틋녀가잘못한거니까."
게다가 날 싫어하던 지아는 옷까지 벗으려 하고 있었고···.
너스콜로 인해 간호사에게 지아가 내쫓긴 후.
"저, 저기 트, 틋녀야? 나 기억나?"
이번에는 지우가 내 옆에 몸을 바싹 붙이며 귓속으로 말을 속닥였다.
"우, 우리 사실, 사, 사귀고 있던 사이인데······."
"아니, 지우지우야 넌 내 남동생이잖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 알았다.
얘네들 날 놀리는 거구나.
2년이 지난 것도 거짓말이고.
TS병 때문에 우울했던 날 기운 차리게 해주기 위해··· 잠시만 그럼 시우랑 그 사진들은 대체 뭐였지?
불안한 느낌이 뒷덜미를 스치고 있던 그 때.
"하으읏?!"
내 아랫도리를 향한 지우의 손길에 난 그만 여자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틋녀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어, 어어···? 이게 왜 이러는··· 하으읏?! 흐엣?! 하응?"
이건··· 몸이 반응을 기억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대로 지우의 손길에 타락한 여자처럼 몸을 내주고.
"하앗, 이거, 이상, 해, 너무, 익숙, 좋, 앗, 하앗!"
"역시, 몸은 기억하고 있구나?"
아랫도리에서 손을 뗀 지우의 손은 여자의 액체로 흔건하게 젖어있었다.
거짓말··· 저게 내 몸에서 나온 거라고?
남동생의 손에 발정해서?
아득하고 아찔한 현실에 난 그대로 기절했다.
대체··· 다음에 눈을 뜨면 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시아, 시우, 지아, 지우···.
기억상실에 걸렸더니.
나에게 두 명의 여친과 두 명의 남친이 생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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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singbung/107018452
유머챈 보니까 꼴리더라
기억상실 틋녀 써줘 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