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 안정 고도 진입, 해치 개방. 전 인원 강하를 준비하라. 


오퍼레이터의 말대로 수송선의 육중한 철문이 양옆으로 개방되며 어두운 밤하늘을 비췄다. 


퍼엉! 슈웅... 쾅! 


"시발, 뭔 안정 고도야." 


그리고 암흑 같기만 하던 하늘을 비추는 예광탄과 대공 미사일의 폭발들, 그걸 본 누군가가 볼멘소리를 냈다. 


"최종 점검 개시!"


분대장인 렉스 대위가 뒤를 보고 외쳤다. 


우리는 그 말에 군장과 낙하산의 상태를 점검했다. 


"코멧 2 없습니다!" 


"코멧 3 이상 무!"


"코멧 4 올 그린." 


"좋아! 강하 개시!" 


삐이익!


녹색 불이 점등하고 우리는 수송선에서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내렸다. 


순식간에 바람이 몸을 휘감고 드문드문 전쟁의 상처로 황량해진 땅이 보인다.


"작전대로 간다! 코멧 4!" 


"먼저 가겠습니다. 보스." 


나는 심드렁하게 말하며 몸을 낮췄다. 그러자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며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먼저 선두로 강하 후 진로를 확보해라? 어려운 건 다 내 일이지. 


-경고 강하 예정지에 적대적 반응 확인, 숫자 5. 제국 보병대로 확인됩니다. 


전술 AI가 삑삑거리며 경고음을 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말 대로 어둠 속에서 5개의 그림자가 테두리처럼 표시됐다. 


방독면에 긴 롱코트, 약간 올드한 모델의 소총을 든 걸 보면 제국 이모탈인가?


"교전한다. 안전장치 해제."


찰칵, 하고 총의 안전장치가 풀리며 UHD의 조준점이 활성화됐다. 


그리고 놈들을 조준한 후 그대로 사격했다.


드르르르륵...!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나며 소총탄이 허공을 박찼다. 


그리고 놈들은 때아닌 날벼락에 탭댄스를 춰야 했다. 


"잡은건 두 놈뿐인가? 낙하산 해제," 


두 개의 그림자가 총알에 얻어맞더니 그대로 쓰러져 바르작거렸다.


그새 땅과 가까워져 나는 낙하산을 해제하고 바닥을 굴렀다. 


슈퍼 히어로 랜딩 같은 건 없다. 처음에 그 짓을 하고 전신 골절당했었지. 이것도 이제 추억이지만. 


아니면 안 좋은 기억을 추억이라 자위하는 거라던가. 


탕! 탕! 


슉!


나머지 셋은 그제야 날 봤는지 총구를 내 쪽으로 겨눴다. 


그러자 사격음과 함께 총알이 내 볼을 스쳐 지나갔다. 


길게 늘어진 상처에서 피가 방울지며 바람이 상처를 쓰라리게 했다. 


-경미한 부상 발생, 감염을 막기 위해 즉시... 


"시끄러워."


 거슬리게 중얼거리는 AI를 꺼버리고 놈들에게 반격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탄환이 그대로 놈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털썩하고 쓰러지는 세 구의 시체, 남아있는 건 나 뿐이다. 


-주변 적대적 반응 없음. 상황 종료입니다. 


"여기는 코멧 4, 청소 완료. 루트 확보했습니다." 


"알겠다 코멧 4, 대기하라. 재집결하겠다."


주변을 정리하고 통신을 보내니 보스로부터 답장이 왔다. 시간이 좀 남았는데, 전리품이나 좀 뜯어볼까? 


"어디 보자... 이 쯤 있을 텐데..." 


완전히 절명한 한 놈의 품을 뒤적거리며 구멍 난 군장을 헤집었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 비닐백 같은 게 잡혔다. 


빙고.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  


하얀 가루가 든 지퍼백을 끄집어내며 히죽 웃었다. 제국의 전투 마약은 질 좋기로 유명하니까. 


놈들이 이모탈, 죽지 않는 자들이라고 불리는 비결도 이 하얀 가루에 있었다. 


이정도 양을 암시장에 가져다 팔면 내 한 달 봉급은 족히 나오겠네. 


"너, 또 개짓거리하는 중이냐? 이번에도 들키면 회사에서도 커버 못 쳐줘." 


언제 왔는지 뒤에서 보스가 투덜거렸다.  


"노후 준비는 스스로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또 복지 줄인다, 퇴직금 깎겠다 지랄 났는데." 


"미친놈."  


나는 건성건성 대답하며 약이 든 지퍼백을 파우치 안에 욱여넣었다.  


좀 짜증 나네, 평소엔 굼벵이랑 자웅을 겨루는 양반이, 이럴 때만 빨리 와요. 


직장 상사가 빡치는 건 원래 있던 세계나 여기나 마찬가지네


"... 들키지만 마라. 이번에 정규군 놈들도 같이 있으니까." 


"어차피 전력 보존한다면서 후방에서 꿀이나 빨고 있을 놈들인데 뭐가 걱정입니까?"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떨어진 총들을 주으러 일어났다. 


내가 쓴 방탄 헬멧보다 저렴한 녀석이긴 했지만, 기계식 조준기가 달린 화약식 화기, 게다가 목제로 마감된 올드한 녀석이다.

 

물량이 하도 많이 풀려서 그렇게 가격이 많이 나가진 않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묘하게 인기 있으니까.


적어도 여자들이랑 뒹굴며 한 발 뺄 돈은 나오겠지.  지금 몸으로는 할 생각도 할 수도 없지만. 


"아주 지랄한다. 그거 어떻게 보관해 두게? 대놓고 가져가면 100퍼센트 들킨다고." 


"그냥 어디 주변에 숨겨뒀다가 수송기 왔을 때 가지고 가면 되죠. 조종사야 돈 좀 찔러주면 알아서 입 다물 테고." 


저걸 어떻게 가져가냐며 타박하는 대위에게 설렁설렁 대꾸한 후 다시 손을 놀렸다. 


총까지 뜯었으니, 나머지도 가져가 볼까? 아, 이 새끼 땅개 주제에 시계 비싼 거 차고 있네. 


"으어어..." 


"아 깜짝아..!" 


시계에 반지 끼지 뺴 내려고 하는데 놈이 갑자기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그러더니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배, 신... 자..." 


갈라진 입술 사이로 말과 비슷한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대가리가 반쯤 날아갔는데도 그러니 완전 좀비가 따로 없었다. 


"곱게 좀 가라. 그리고 내가 왜 배신자야?" 


그 말을 들으니 잠시 어이가 없었다. 


나는 애초에 그쪽에 발붙인 적도 없다고, 내가 원해서 이딴 곳에 떨어진 줄 아냐?


갑자기 빡치네.


탕! 탕! 탕!


홧김에 다른 손으로 권총을 들어 놈의 대가리에 한 탄창을 비워줬다. 


반쯤 부서졌던 머리가 형체도 없이 날아가고 나서야 놈의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내가 이래서 마약을 안 해요 이 씹련들." 


놈의 시체에 침을 뱉은 후 괜스레 마약이 든 파우치를 만지작거렸다.


논드레드 전투 마약, 감정 억제제와 통각 차단제의 칵테일, 


팔다리가 날아가든, 배에 큼지막한 주먹이 뚫리든 심장이 멈출 때까지 싸우게 만드는 괴물 같은 약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냐?"


"그럴 말 할 시간에 도와주면 어디 덧난답니까?"


"너라면 알아서 잘할 줄 알았지. 어차피 다 뒤져가는 시체인데." 


고개를 돌려 나를 한심하게 보는 대위를 노려봤다.

그 또한 능청스럽게 대꾸할 뿐이었지만.  


지랄도 참 풍년이지. 지도 무서워서 그런 거면서.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일단 다른 애들과 합류한 후 현 위치 기준 남서쪽의 숲으로 향한다." 



그가 지도를 켜서 내게 보여줬다. 


주 전장인 평원의 아래, 한 5km 정도 크기의 숲이었다.



"무슨 일인데 여기까지 갑니까? 여기에 보물이라도 묻혀 있는 겁니까?" 



"거물이 나타났더군." 



거물?  이런 깡촌에 무슨 거물이 떴다고? 



"웃기네요. 어디 총통이라도 뜬 겁니까?" 


"개소리는, 워 메이커다. 정부에서 현상금도 걸었어. 50억 크레딧." 


"휘유~"


워 메이커라니, 그 말을 듣고 휘파람을 불었다. 


사병부터 올라 별을 단 제국의 최선임 장교, 막대한 소모전에서 10번 넘게 살아남은 괴물들. 


이런 소규모 국경 분쟁에 그런 거물급 인사가 나서다니. 의외인데. 


"그런 대단하신 분이 이런 변방엔 무슨 일이랍니까?"


"그건 아직 파악 중이다. 지금 있는 정보도 저 숲속에서 목격됐단 게 전부야."


"그러면, 저희가 잡는 겁니까?" 


"아니, 직접 때려잡는 건 특수전단이 한다는데? 우리는 그냥 못 빠져나가게 포위만 하면 그만이야."


"용병들은 들러리나 해라 이거군요."    


좀 아까운데, 어떻게 쑤셔 볼 구석이 없나... 아 그게 있었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씩 웃었다. 그걸 본 대위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기겁했다. 


"미친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욕 부터 박으십니까?" 


"뭔 생각 하는지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욕이 안 나오겠냐? 이번엔 네 장단에 안 맞춰줄 거다." 


"그래도 아깝지 않습니까. 어차피 정부 놈들에게 넘겨주면 안에서 돌고 도는 건데." 


"워 메이커가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냐? 우리 분대 다섯이 달려들어도 비벼보기 밖에 더 하겠어?"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보스는 완고했다. 


아 이러면 짜게 식는데... 


"보스, 이제 첫째가... 한 15살이었죠?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보내고... 돈깨나 깨지실 텐데요." 


"..."


표정이 잠시 굳는다.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손익 계산하고 있겠지, 공화국의 사람들은 모두 돈에 미친 놈들이니까. 


"생각해보세요. 이거 성공만 하면 대박이라고요." 


내가 옆에서 바람을 잡았다. 


50억, 넷이서 나눠도 12억씩이다. 이건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게다가 보스는 애가 셋이나 있는 유부남, 돈에 고플 수밖에 없다. 


"애들 다 오면 그 떄 생각하지."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어차피 결정된 사항이란 것을. 




전에 썼던거 설명이 너무 길고 이해 안된다고 해서리 다시 써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