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왜 서지 않는 거야...!"



경악에 찬 목소리가 뇌성해를 뒤흔들었다. 금진조가 잔뜩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서 세워! 어서 세우란 말이야!"



"끄으윽...!"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가하며 전명훈을 꾸짖는 금진조.

그러나 전명훈의 그곳은 미동조차 않는다.

그 무정한 태도가 금진조의 분노와 모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 양수진조차 이러진 않았는데!



"주인님이라면 지금쯤 온몸이 백탁액 투성이가 될 정도로 사정하셨어야 정상인데 어째서...!"



"백날 해봐라. 그따위 발길질에 반응이 오나."



전명훈은 짐짓 태연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금진조를 도발했다. 겉모습만 보면 정말 억겁의 세월이라도 고문을 버텨낼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사실 속내는 꽤 판이했다.



'이 이상은...위험하다.'



겉으로만 괜찮은 척 하고 있을 뿐, 사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한계에 달해 있었다.



과연 비인간 주제에 양수진의 밤상대를 하던 시첩이란 것일까. 금진조의 발재간은 평범한 수준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단순히 발바닥을 다루는 기예 뿐만이 아니었다.



신기에 달한 그녀의 뇌기 운용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단순히 강한 공격을 퍼붓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는 뇌기를 초정밀 통제하는 데에도 도가 터 있었다.

때문에 그녀가 몸속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넣을 때마다 전명훈은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은 쾌감을 느껴야만 했다.

신경계니 하는 구조를 진즉에 초월한 합체기의 신체임에도 그러하였으니 참으로 의아할 따름이다.

아마도 법칙조차 초월한 진선경의 권능으로 무언가 수를 부린 것일 터...뭐가 됐든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소해에 대한 사랑과 초월적인 의지력 덕이었다.

그조차도 이젠 한계에 봉착하였으니 말해 무엇할까.



말랑말랑한 발바닥이 아래쪽을 훑고 학대할 때마다 전명훈은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애정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발길질에 내가 굴복할 것 같나. 부질없으니 어서 나를 해방해라."



아까부터 계속 금진조를 도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를 도발하는 것이 결코 득이 되는 행위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분노를 되새기고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금세 창피를 당할 것만 같았으니까.



찌리릿-!



"큭..."



발길질과 함께 전류가 흘러들어오고, 다시 한 번 아찔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반사적으로 등을 바로 세우면서도 전명훈은 눈을 꼭 감고 쾌감을 버텨냈다.



"이이익...!"



분노에 차서 더욱 더 격하게 전명훈을 고문하는 금진조.



"큭...소용, 없다고...!"



전명훈을 눈을 감고 소해의 얼굴을 떠올렸다.

눈앞의 표독스러운 여자와는 다르게, 언제나 그를 지지해주었던 그녀.



조금은 아둔하던 시절의 그도 믿고 따라주었던 그녀.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그녀.



지금도 그의 마음 속에 살아 숨쉬는 그녀.



사랑스러운 그녀.



잊을 수 없는 그녀...



그 순간이었다.



찌릿-!



"큿?!"



해사한 소해의 얼굴을 되새기고 있던 전명훈은.

금진조가 강제로 쾌감을 주입해넣은 순간, 반사적으로 소해와의 쌍수도려를 떠올리고 말았다.



여태껏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던 부위가 순간적으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



"아아...드디어!!"



금진조가 희열에 차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내 이상함을 느낀 듯하다.

잔뜩 치켜 올라간 입꼬리가 순식간에 굳어진다.

금진조가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전명훈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거. 나 때문에 선 게 아니군요. 말해요. 지금 누굴 생각했죠?"



"..."



침묵.

전명훈은 입을 다물었다.

함부로 말을 꺼냈다간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금진조가 전명훈의 턱을 붙잡고 치켜 들어 강제로 눈을 맞췄다.



"제 눈을 바라봐요 주인님. 누굴 생각했죠...?"



"이, 이거 놔라!"



"어디 한 번 맞춰볼까요. 이걸...떠올리고 있었던 거겠죠?"



"...!"



금진조가 꺼내든 물건을 보곤 전명훈은 당장이라도 발작할 것처럼 몸을 떨었다.



"소해!!!"



감금 첫날 빼앗긴 소해의 손. 다 타서 새까맣게 말라비틀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연인의 손이었다!



"네까짓 것이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니다. 당장 이리 내놔라...!!"



"하."



금진조가 웃기지도 않는다는 양 콧방귀를 뀌었다. 이내 그녀의 눈이 제 손에 들린 소해의 손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이깟 말라비틀어진 손이 뭐라고...내게는 제대로 된 시선 한 번 준 적 없는 주제에."



조용히 씹어뱉듯 읊조리는 목소리가 어쩐지 음산하다.



"연인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요. 주인님은 정말로 이깟 게 소중하단 말인가요?"



"..."



"나에게는 항상 사무적인 성처리만 요구했던 주제에...? 말이 안 되잖아요. 나는, 나는 편리한 도구 정도로만 여겼던 주제에! 항상 자기만이 진짜 인간이라는 것마냥 유리되어 있던 주제에...!"



금진조는 붙잡고 있던 전명훈의 턱을 내팽개치고는 발작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무언가 역린을 건드리고 만 듯했다.



그러나 분노도 잠시 뿐이다.



금방이라도 소해의 손을 태워 재로 만들어버릴 듯했던 금진조의 표정이 순식간에 온화하게 변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극적인 변화였다.



"좋아요. 아직은 주인님의 기억이 불완전하다 이거죠...어쩔 수 없죠. 지금은 그 하잘 것 없는 취향에 맞춰드리겠어요."



"무슨..."



무언가. 아주 나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 밀어닥친다.



전명훈이 미처 제대로 된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금진조의 몸이 스멀스멀 변하기 시작했다.



멍하니 구속된 채 금진조를 바라보던 전명훈이 어느 순간 눈을 부릅떴다.



"이건, 아...안돼! 그만 둬! 당장 멈춰라!"



익숙한 얼굴 형태. 키. 체형. 모든 것이 똑같이 재현된다.

마지막으로 소해의 손이 스멀스멀 움직여 금진조의 손에 들러붙는다. 말라비틀어졌던 손이 생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았다.

부정할 수조차 없다. 기억 속의 그녀와 완벽히 똑같다.



"아아...!"



"어때요.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모습을 재현해봤는데. 제법 닮았지요?"



"치, 치워라! 그따위 행위로 그녀를 모욕하지 마!"



"후훗. 거부하는 것치곤 몸은 솔직한 걸요."



금진조가 '소해의 손'으로 전명훈의 아랫도리를 한 차례 가볍게 쓸어올리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전명훈이 몸을 떨었다.

소해의 손이 위아래로 왕복할 때마다 더더욱 음경이 곧게 섰다.



"이제야 반응이 오는군요."



금진조가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몸을 숙였다.

계속 전명훈을 내려다보기만 하던 얼굴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다.

이내 전명훈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간 금진조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대로 천천히 조교해서, 이깟 웃기지도 않는 의태 없이도 저를 원하게 만들어드리지요. 저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될 때까지 계속, 계속...하움."



"...!"



귀두 끄트머리를 살짝 입에 문 그녀가 끝에 맺힌 액을 쫍 빨아들였다.

전명훈이 흠칫 하는 사이 소해의 모습을 한 금진조가 계속해서 봉사를 이어나갔다.



할짝. 할짝.



빼꼼 내민 혀가 좆대를 훑어올릴 때마다 온몸이 움찔움찔거렸다. 새침하게 할짝거리는 그 모습이 꼭 고양이 같았다.

그녀의 혓바닥은 발바닥만큼이나 말랑말랑했다.



츄릅, 쯉, 쮸읍...♥



입을 벌린 금진조가 맛있다는듯이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촉촉한 안쪽의 감촉에 전명훈이 이를 악 물었다.

여기서 싸버렸다간 끝장이다. 내면의 중요한 무언가가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온다.



그런 정명훈을 지긋이 올려다보던 금진조는.

갑작스레 봉사를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



힘겨워 하는 전명훈을 내려다보던 금진조가 부지불식간에 발길질을 가했다.



"에잇."



찌릿-!



"큿...!"



또다. 또 아까와 같은 전류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정신을 제대로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바로 사정해버렸을 터다.



전명훈은 머리가 팽글팽글 도는 듯했다.



소해와 똑같은 얼굴. 그러나 소해와는 다른 행동거지.

소해와 정반대의 팜므파탈적인 표정이 그를 비웃는 듯했다.

그럼에도 전명훈의 몸은 어쩔 도리 없이 흥분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모멸적이었다.



전명훈은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서은현! 어서 구하러 와다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이 정도면 전희는 충분하겠지요."



전명훈의 비참한 속내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금진조가 천천히 몸을 숙인다.

구속된 전명훈을 몸을 강제로 짓누르고, 그 위에 강제로 올라탄다. 가슴팍에 올려진 '소해의 손'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를 간질였다.



금진조는 천천히 하반신을 내려 귀두 끝을 균열에 맞췄다.

잔뜩 젖은 두 생식기가 맞부딪치며 키스라도 하는듯이 농밀하게 달라붙었다.



"아, 안돼. 멈춰...!"



전명훈이 최후의 발악을 해보지만, 이제 와서는 너무나도 늦었다.

금진조가 하반신을 천천히 내리자 마침내 빳빳하게 선 남성기가 그녀의 안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