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도스 고등학교.
이제 와서는 자치구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한때 아비도스 고등학교가 키보토스에서 가장 번영한 학원이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자치구의 사막화가 진행되기 이전 시절.
당시의 아비도스는 키보토스에서 가장 거대하고 또한 부유해 감히 다른 학교가 넘볼 수 없을 위세를 자랑했다고 한다.
허나 당시의 위세도 무색하게 지금의 아비도스 고등학교는 완전히 쇠락하고야 말았다.
대부업체 카이저 론에 저당잡힌 대출금이 9억 6235만 엔에 달하며 한 달 이자만 하더라도 788만 엔이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학생들은 떠나갔다.
신입생은 사라졌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정 갈 곳이 없는 이들이나 아비도스에 마지못해 들어왔다.
그러기를 수십 년.
아비도스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쇠락했다.
기어코 아비도스 고등학교 인근을 제외한 자치구의 모든 땅이 카이저의 사유지가 되어버렸다.
그 시점이 되어서까지 아비도스 고등학교에 남은 학생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그게 이제 나란 말이지."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유일한 학생.
따라서 아비도스 학생회의 유일한 구성원이자 실권자로서 학생회장의 직위를 맡고 있는 게 바로 나, 쿠치나시 유메였다.
영 익숙해지지 않는 외견에 다시금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들여다본다.
기다린 민트색 머리카락에 큼지막한 바보털.
부드럽고 무해해보이는 얼굴.
다리 곳곳에 난 잔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군데군데 붙여져 있는 반창고.
거울 속 익숙한 외견의 여자아이가 내가 몸을 움직임에 따라 맞춰 움직인다.
나는 쿠치나시 유메가 되어버렸다.
원작이 시작되기도 이전의 시점에 이미 죽어버린 유메가.
"…어라, 나 살짝 큰일났을지도?"
나, 죽어버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