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메시아들이 나한테 집착한다.
개념글 모음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반사적으로 그 말이 튀어 나왔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 좀 더 오래 살고 싶었으니까.


“아이야, 네 앞에 있는 자는 주 여호와이니라. 내가 사람을 잘못 봤겠느냐?”


“어...”


“날 불신하느냐?”


“아닙니다...”


“네게 겨자씨만 한 믿음도 없는데 내가 이곳까지 왔겠느냐?”


“그, 그건 아니겠죠... 네...”


“너무 겁 먹지 말거라. 두려워하지 말거라. 나는 공의의 여호와이니라. 내게 순종한다면 축복을 내리는 이가 바로 나 여호와이니라.”


겁 먹지 말라고 해도 진정할 수 있을 리가.


아무리 신들이 내게 영향을 끼칠 수는 없어도 두려움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개미가 인간을 알아차린 듯한... 그 특유의 감정.

그 오묘한 감정은 쉬이 익숙해지려고 해도 익숙해지기 힘든 무언가였다.


당연히 지금도 그랬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을 정도.


그러나 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전지전능하니까.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구나, 아이야.”


“...네?”


“네 존재로 인해 내 전지와 전능은 깨져 버렸다.”


“죽기 싫어요.”


“내 너의 목숨을 취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운명해서 탈각한 존재인 네게 내 분신을 맡기고자 하기 위함이니라.”


난 잠시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기겁했다.


분신을 맡기고자 한다는 건 보통 두 가지를 의미했다.

하나. 성령을 내게 내려주거나.

...둘. 성자를 내게 내려주거나.


전자든 후자든 간에 그리 달가운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난 이집트인이었다. 유대인들이 싫어하는 믽족 중 하나라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내가 지게 되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눈앞의 존재는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어지간해서는 철회하지 않는 고집 센 존재였으니까.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서 내가 선지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상황이었다.


“...하.”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제 막 성인도 되었으니까 결혼도 하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저, 전생에서도 신앙 안 깊었는데요.”


“사과씨만큼은 되는구나.”


“물 위를 걸어다닐 수준은 되겠죠, 네. 알아요. 하지만 교회 가는 게 좋았던 적보다 귀찮았던 적이 더 많고...”


“아이야.”


“...네.”


“네가 정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보낸 내 분신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겠구나.”


“만약 제가 그 분신을 보고도 선지자가 되는 걸 거절하겠다고 하면요?”


“깔끔하게 없던 일로 하겠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방법대로, 그러니까 네가 기억하는 원 역사대로 흘러가게끔 조정하겠지.”


“...그렇군요.”


“그리고 슬슬 말을 놓고 싶은데 놓아도 되겠느냐?”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세요?”


“무슨 소리긴. 지금껏 네가 생각하는 내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을 뿐이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적어도 성경 그대로의 신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건 분명했으니까.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게 당연했다.

인간은 하나님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존재니까.


여하튼.


“그러면 전 집에 가겠습니다.”


“그래, 가라. 다음에 올 떄는 모이 들고 오는 것 잊지 말고.”


“모이요...?”


“그리고... 잘 해라. 네 전생 표현을 쓰자면 여난이 많을 것 같으니.”


“모이나 들고 올게요.”


왜 모이를 들고 오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을 것 같긴 했다.

그러니 별다른 말 없이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라고 해봤자 여관이지만, 뭐.

그래도 이 시대에 이 정도면 아늑하긴 했다.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 두 분 다 일하느라 바쁘시겠지.


다행히 맞이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다.


“오빠, 왔어?”


“응, 예지야.”


난 어엿한 숙녀로 자란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히히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동양인이 왜 이런 곳에 있냐는 의문이 떠올랐다.


“어.”


“...왜 그래?”


“잠깐.”


그 의문은 이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예지야, 너 혹시 여긴 어떻게 오게 된 거였지?”


그렇게 말한 직후, 머릿속에서 퍼즐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출산이 머지 않은 부부. 동방에서 왕을 알현하러 왔다는 박사.


산파를 도와 내가 직접 받아냈던 남자 아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병약해져 우리 여관에 몸을 의탁했던 이예지까지.


“세상에...”


난 잠시 가만히 있다가 주저앉았다.

그녀가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예지, 너. 동방에서 어떤 걸 배웠다고 했지?”


멍청한 질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인 예지에 답이 있었으니까.


인의예지. 4대 성인 중 하나인 공자가 주창했던 사상.

그러고 보니까 그녀랑 말다툼을 해서 한 번도 이겼던 적이 없는 것 같긴 했다.


“동방에서 배운 것요? 이런 거...?”


그녀가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바람이 불며 앞에 있는 것들을 날려 보냈다.


“무공... 이라고 했지?”


“네. 단순히 학문만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를 갈고 닦으면서 얻은 기를 사용하는 법도 배웠죠.”


“그, 그렇구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쨰서인지 이 이후에 일어날 일을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찾아올 것 같다는, 마술사로서의 직감도 잠시.


실제로 누군가 종을 치기 시작했다.

방을 구하고 싶으니 안내를 해달라는 뜻.


“제가 갈까요?”


“아니, 내가 갈게.”


난 그렇게 말하며 허겁지겁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손님과 눈을 마주쳤다.


“안녕? 난 조세핀이야.”


손님이 씩 웃었다.

마치 우리 오래 전에 보지 않았냐고 하는 듯한 표정.


그러나 저런 미녀를 본 적은 없었다.

구릿빛 피부에 곱슬거리는 흑발을 가진 미녀는 이 근방에서 보기 쉽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먼 곳에서 왔으리라고 생각한 직후, 머릿속에서 확신 아닌 확신이 스쳐 지나갔다.


“아기 예수!?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분명 당신은...”


“남자였다고? 흥, 그랬을 수도 있지.”


“...고추, 확인했는데.”


“달려있었을 수도 있고.”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화사한 미소로 표정을 바꾸며 내게 말했다.


“신부가 되기 위해 왔어.”


“...누구요?”


“네 신부.”


“갑자기요?”


“내 선택이야. 나사렛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아아,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어음.”


“아버지께 말 안 들었어?”


“듣긴 했는데...”


“아, 걱정하지 마. 난 인간이니까. 네가 아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한낱 선지자야.”


그게 정확하게 무얼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는 조세핀과 이예지의 얼굴이 보였다.


이미 한 차례 서로를 견제했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


난 다시 정신을 잃고 생각하는 걸 그만둬 버렸다.


-


Joshua의 딸 Josephine.


이거 죠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