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후타나리 용사 파티 x 서큐버스 틋녀
개념글 모음


 

 용사 파티에서 마법사가 담당하고 있는 것은 많았다그 실험’ 말고도 원거리 적 개체 색적파티원이 요구하는 약제 제조대체로 성녀가 해결하지만 치유특히 장구류 정비.

 

 하지만 용사파티의 다크엘프 레인저브레리는 총기를 마법사에게 맡기지 않았다합류 이전부터 그랬듯언제나 자기가 정비했다

 

 탐구욕 많고 신기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마법사가 가만 둘리 없었다상상하기 힘든 애원과 부탁쉽게 상상할 수 있는 폭언과 모욕 등등으로 총기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결코 들어주지 않았다익숙한 욕을 먹더라도낯부끄러운 칭찬을 듣더라도레인저가 총기를 맡기는 일은 없었다

 

 

 총기 점검은 레인저가 했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어떤 일이 있더라도정해진 주기를 최대한 지켜서 스스로 했다.

 

 

 

 천막 안나무 책상에 받쳐주는 천을 깔았다장총을 고이 올려두었다넓적한 책상을 넘을 정도로 총신이 길었다

 

 서랍을 열었다오래 사용해 손때가 묻은 정비 도구를 꺼냈다맬빵끈을 풀었다총몸을 개방했다

 

 피곤한 탓에 잠깐 하품을 했다사실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행위였다

 

 하지만 부품 하나하나를 집고 내려놓는 손길은 세심했다방열판을 열어 총열을 분리했다

 

 팔뚝보다 긴 길이였다기름수건으로 꼼꼼히 닦았다최근에 발포한 적이 없대도 먼지가 묻어나왔다

 

 꽂을대에 작은 헝겊을 감아 총열 안쪽에 밀어넣었다쇠와 쇠가 마찰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졸음을 몰아냈다

 

 수십 차례 왕복 후 꽂을대를 꺼냈다헝겊은 누르께했다총열을 내려두고 다른 마른 걸레를 꺼내서 약실을공이쪽을

 

 

 와아이렇게 생겼구나…….”

 

 …………?”

 

 갑자기 들린 소리에 그만 부품을 떨어뜨렸다.

 

 총기 점검 때는 용사도 함부로 들어오지 않았다성녀도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둘이 그러니마법사도 오랜 욕망 – 점검 하는 도중에 쳐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면 대체 누가?

 

 경계심을 품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일렛……?”

 

 이것도 꼬질대 쓰는 구나이건 저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언제언제언제 왔어……?”

 

 평소보다도 더욱 말을 더듬는 레인저였다짧은 내용을 전달하는데도 적잖이 버벅댔다.

 

 하지만 서큐버스는 그 점을 다그치지 않았다

 

 살며시 웃었다.

 

 무슨 소리예요?”

 

 미소 지은 서큐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분홍색 머리카락이 고개 숙인 방향으로 사르륵 쏟아졌다.

 

 

 레인저는 황급히 두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서큐버스는 그 앞에 여전히 남아있다하지만 왜인지 눈이 따끔거린다

 

 ……잠깐만…….”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흐려진다.

 안 되는데더 잘 보고 싶은데눈 감으면 안되는데

 

 

 왜 이러지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서큐버스가 찾아와줬는데정말 기쁜데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데

 나 따위에게 친절한 아일렛한테뭐라도 줘야할 텐데

 

 ……필요한 거필요한 거라도…….”

 

 그렇게 허둥거리는 레인저에게 서큐버스가 다가왔다

 

 기름 묻은 손으로 만지니까 눈 아프죠.”

 

 작은 손이 레인저의 눈가를 스윽 훔쳤다

 

 ………….”

 

 보라색 손끝에 검은 기름때가 묻어나왔다

 

 

 그러고 다니면 마법사님이 또 놀려요.”

 

 ……고마…….”

 

 레인저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다행히 더 이상 눈이 아프지 않았다눈물이 흐르지도 않았다

 

 손부터 좀 닦는 게 어떨까요레인저님?”

 

 ……그래…….”

 

 고개를 숙이고 바지춤에 큰 손을 훔쳤다원래 피부가 거무스름해서 더 열심히 닦아냈다

 더 이상 기름때가 묻어나오지 않게서큐버스의 말처럼 놀림받지 않게서큐버스의 손을 더럽히지 않게

 

 레인저님.”

 

 간드러진그러면서도 나긋한 목소리가 자기를 불렀다레인저라는 호칭은 용사님과 서큐버스 둘이서만 부르는 말이었다

 

 용사님이 부를 때는 신뢰가 느껴졌다서큐버스가 부를 때는 따듯함이 느껴졌다

 

 둘 중 뭐가 더 좋은지는 몰랐다

 

 하지만 둘 다 좋았다

 

 ……다 닦았어혹시 뭐…….”

 

 뭘 줄 수 있을까에이솔에게 과자 남는 게 있냐고 물을까?

 용사님에게 마실 게 있는지 여쭤볼까성녀님에게 찾아가볼까

 

 저번에 식품 충당할 때 술이 있었던 거 같은데아일렛도 술을 좋아할까?

 

 레인저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필요……혹시…….”

 

 

 대꾸가 없었다

 

 천막을 둘러봤다.

 

 

 …………?”

 

 아무도 없었다.

 

 혼자뿐이다

 

 

 고개를 숙였다.

 

 손에 기름기가 잔뜩 묻어있었다.

 

 부품은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었다.

 

 

 ………….”

 

 

 졸았구나

 

 레인저는 당황하지 않았다

 

 잠깐 왔다 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큐버스는 용사 파티를 떠났으니까.

 

 

 ……하아…….”

 

 

 떠났다그 사실에 더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없으니까없는 사람을 더 찾을 순 없는 거니까

 

 

 레인저는 몸을 숙였다공구가 들어있던 곳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텅 빈 서랍에는 물건 하나만이 초라하게 들어있었다손을 뻗어 꺼냈다

 

 

 물컹물컹하고 차가운 감촉큰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원통형 모양새.

 

 반투명한 분홍색 색채그 속에는 좁은 통로한 쪽에는 일자로 홈이 파져있다.

 

 

 서큐버스가 떠나고 나서 마법사가 파티원들에게 하나씩 만들어준 물건이다

 

 레인저도 이게 뭔지는 알았다이걸 왜 만들어 줬는지도 알았다

 

 하지만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레인저는 바지를 조금 내렸다거무튀튀한 음경 옆에 오나홀을 대어보았다

 

 오나홀은 손에 꽉 들어찰 정도로 컸다그 홈은 깊었다

 음경은 오나홀의 절반은커녕 입구에 닿을 정도로 작았다

 

 용사님이나 성녀님마법사하고 비교해보는 게 실례였다

 작고 볼품없고 못생긴 냄새나는 포경 자지

 걷거나 앉을 때 불편할 정도로 크게 부푼 고환.

 

 

 오나홀을 쥐고 있지만 삽입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성욕도 들지 않았다.

 

 

 없는 사람을 찾지 말자 방금 다짐했지만자꾸만 서큐버스가 떠올랐다

 

 

 브레리는 분홍색 오나홀을 쥐고 보라색 서큐버스를 생각했다

 

 

 

 서큐버스가 있었다면이렇게 흉한 음경도 좋다고 얘기해줬을 텐데.

 

 멋진 자지님이라고우람한 불알이라고낯부끄럽지만 그렇게 말해줬을 텐데

 

 입으로가슴으로손으로발로 예쁘다고 만져줬을 텐데.

 

 그러면서 자기를 안아줬을 텐데

 

 이름을 불러줬을 텐데.

 

 

 ……아일렛…….”

 

 

 이세계에서 왔다고 했었다

 

 원래 서큐버스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진짜 이름은 뭐였을까.


 어떤 세계에서 왔을까

 

 얘기했던 것처럼 정말 인간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이제 없으니까물어볼 수도 없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서랍 칸에 오나홀을 떨구듯 떨어뜨렸다

 

 분홍빛 오나홀은 탄성으로 팅몇 번 튀어올랐다.


 다리로 서랍을 밀어넣었다

 

 .

 

 

 분해된 총기 부품은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었다점검과 청소는 대충 끝났으니 조립만 남았지만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기름기 묻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렇게 갑자기 헤어질 줄 알았으면 좀 더 잘 해줄 걸 그랬는데.

 

 

 용사님은 서큐버스에게 용사 파티의 일원이었다라는 임시 증서를 쥐어줬다

 

 에이솔은 서큐버스에게 작은 배낭과이것저것을 챙겨줬다

 

 성녀님은 서큐버스가 가고 나서 더욱 열심히 기도를 올리셨다

 

 

 그렇게 갑자기 갈 줄 알았으면 뭐라도 쥐어줄 걸 그랬는데

 

 

 총에 관심을 보였으니까작은 총 정도는 어떻게 만들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도시에 들를 때 부품 찾아서 볼걸그러면 자기도 아일렛에게 뭔가를 남겨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아일렛도 그걸 보면서 나를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라도, 만약에, 정말 만약에라도. 보고 싶어질 수 있으니까

 

 원래부터 그랬지. 다 지나고 후회하는 거. 그렇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면서정작 떠날 때조차 아무 쓸모 없었지야한 짓거리만 그렇게 해댔으니까그래서 떠난 거야내가 못났으니까내가 잘못했으니까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무능하고 덜떨어진 년이니까.

 

 

 ……후우…….”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숫자를 천천히 셌다하나그리고 둘하나.

 

 자책하지 말자못된 생각하지 말자.

 

 용사님이 말씀했고성녀님이 말씀했고

 아일렛이 말해줬다.

 

 ……아일렛…….”

 

 발음을 굴려봤다웃음이 지어졌다

 

 

 하지만 이제 없다이름은 허공에 흩어졌다표정이 경직됐다

 

 

 ……괜찮을까…….”

 

 

 마족은 제국의 주적이었다인간은 마족을 싫어했다

 

 그래도 떠날 때 용사 파티의 일원이었다는 증명서를 챙겨줬다.

 

 

 ……괜찮을 거야…….”

 

 

 마족이지만자기보다도 훨씬 인간 같았으니까

 

 보라색의 서큐버스지만예쁘고 귀여웠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 일 없을 거야.

 

 잘 지낼 거야.

 

 

 그렇지만

 

 

 ……보고 싶다.” 

 

 생각이 곧바로 말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감정이 달래지는 법은 아니었나보다

 

 브레리는 시큰한 두 눈을 문질렀다아일렛이 말해준 것처럼손 안쪽이 아니라 손 등으로.

 

 다시금천천히.

 

 

 ……보고 싶어…….”

 

 

 떠난 지 며칠 안됐는데앞으로 얼마나 더 그리워질까

 

 브레리는 상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