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웠다.
빛의 부재가 아닌, 감각의 부재.
안 보이는 것이 아닌, 보지 못하는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무섭지는 않았다.
어째서일까.
「상태 변경. 접촉 가능 대상 감지. 휴면 상태를 해제합니다.」
아마, 확신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 리스?"
"아니, 언니. AL-1S야. 아리스가 아니라. 중간에 하이픈이 들어가 있잖아!"
"으응~ 그것보단 역시 아리스가 사람 냄새 나고 좋지 않아? 귀엽고!"
"우와, 벌써 이름 지어줄 생각을… 강아지도 아니고, 선생님도 뭐라고 한 마디 해주세요!"
「…….」
당신이 나를 찾아주리라는 확신이.
"……개똥겜."
"뭣?!"
"무뭐뭐뭣?!"
"아, 아리스? 따라해 봐, 갓겜."
"부정. 본 기는 해당 소프트웨어를 똥겜으로 판별."
아니, 진짜로. 상상 이상의 똥겜이었다.
"……다, 다른 게임 가져오자……."
"응…………."
……너무 심했나? 하지만, 현실은 깨닫게 해줘야지.
내가 AL-1S, 아리스의 몸에 빙의하고 얼마나 지났는 지는, 잘 모르겠다.
신비 탓인지 휴면 상태 내내 의식은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각이 없었던 탓이다.
"GOAT."
"으, 응? 곳드?"
"GOD… 갓겜이란 뜻?"
"초 갓겜, 입니다."
"그, 그치?! 휴우, 드래곤 페이트 시리즈는 역시 정답이었어!"
"근데, 아리스 쨩, 레벨링에 너무 집중하는 거 아닐까…? 아직 초반인데 벌써 메미라곤을 난사하는 건……."
"용사란 용기 있는 자. 용기란 압도적인 물리력에서 오는 것. 즉, 레벨이 높은 자가 용사인 것일지니. 아리스, 레벨 부족. 카운터 스톱까지 수행합니다."
"어디서 비롯된 데이터야, 저거?!"
"우리가 왕도 플레이를 가르쳐 주어야만……!"
"아하하, 재밌게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냅두자."
"선생님이였어?! 이 마왕, 악마!"
"자고로 사천왕은 이상한 젤리를 잔뜩 먹여 레벨 99로 만든 스타팅 가방몬을 내세워 압도적으로 찍어 눌러야지."
" "글러먹었어, 이 선생……." "
하나 확실한 것은, 전생의 '나'로서 살아온 시간보다 '아리스'의 몸으로 잠들어있던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이었다.
'나'의 자아는 또렷하게 남아있고, 전생의 기억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다만, 그 기억에 메달리고 싶은 마음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고, 나는 어느새 이 새로운 육체를, 세상을 받아들였다.
"저, 저기, 아리스 쨩? 플라이스테이션 1은 어때, 응?"
"아리스는 5가 좋습니다. 엘든소울 개꿀잼입니다."
"크윽, 레트로가 좋은 건데, 끄으윽……!"
"레트로도 좋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레트로에만 매달리는 것은 성장의 가능성을 막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론따위 집어 쳐! 끄흐윽!! 어째서 타락한 거야, 아리스…!"
"솔직히 선생님도 엘든소울이 더……."
" "으아아앙!" "
……음. 이따 놀아줘야지.
아무튼.
어쩌다 아리스의 몸에 내가 흘러들어온 건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어쩌면 내 자아나 기억은 모두 혼선으로 빚어진 버그이자 허상일 뿐일 지도.
"으, 으음. 아리스?"
"네에, 선생님?"
"그, 여긴 선생님 자리란다?"
"알고 있어요!"
"큿, 귀, 귀여워……!"
내 대답에 다소 오버하며 반응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아리스는(은) 헤롱헤롱을 사용했다, 입니다!"
"선생님는(은) 혼란에 빠졌다!"
만에 하나 내가 가진 그 모든 것이 허상이라 할 지라도.
"……에헤헤."
몸을 조금 뒤로 눕혀, 당신의 품에 안긴다.
"끄응, 역시 어렵네, 헬라보레아스는."
"용사는 역시 낫보단 머검입니다."
"차지-사이즈의 매력을 모르는 아리스가 불쌍해."
"거기 근딜 두 명, 수레 좀 그만 타!"
"언니도 브레스 맞고 수레 탔으면서……."
"선생님이랑 아리스가 두 배는 더 탔거든?!"
시끌벅적한 부실을 둘러보다,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띤 당신과 눈을 마주친다.
그래, 내 자아가, 내 기억이 그저 잠든 동안 빚어진 허상일 뿐일지라도,
적어도 이 감정만큼은, 틀림없는 진짜니까.
"……선생님."
"응?"
"등에 뜨겁고 딱딱한 것이 닿았습니다."
"?"
" "?" "
"아, 자동사냥 켜놓아서 발열이 심해진 휴대폰이었습니다."
"……."
"어, 아뇨, 잘못 걸었어요, 죄송합니다."
"아, 잘못 걸었습니다. 끊어주세요."
"그 사이에 경찰에 전화를……?! 서, 선생님 좀 믿어주렴……."
"에이, 실수로 건 거죠. 그치, 미도리?"
"아하하."
"………………."
반쯤 울상을 지은 당신의 품에 더욱 파고들며 게임기를 고쳐쥐면, 다들 웃으며 다시금 각자 들고있는 기기의 화면을 바라본다.
"──헤헤."
좋아해요, 선생님.
AL-1S 제조 당일날 빙의해서 영겁과도 같은 오랜 시간 동안 의식이 깬 채 휴면 상태로 방치된 '나'가 자신을 깨워 줄 당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 기다림이 어느샌가 연모로 변하고 만 것이 보고 싶다
리오의 행적을 어느정도 알고 있던 탓에 리오 감화시키려고 노력하다가 오버해버려서 리오가 아리스맘이 되어버리는 것도 보고 싶다
하지만 블아 안 했고 몰라서 더는 못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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