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제목 : 하루살이


줄거리 : 인생은 길고 하루는 짧다.


내용 요약 : TS한 주인공이 이것저것 다 해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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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것의 본질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렸을 적에 유희왕을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왜 카드 게임 따위에 저렇게 진심인지 의문을 품게 되는 것처럼.

 

 타당성은, 곧 그것의 존재 의미이다.

 

 “불경기라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삶은, 가진 것들을,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나가야 해.”

 

 다니던 직장에서 잘렸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윗대가리들이 잘못 결정해서 손해가 난 걸 아래를 쳐내 해결한다는 식의 기적의 셈법.

 

 대가리를 칠 순 없으니 발목을 친다는 식의.

 

 모아둔 돈이 있었기에 당장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퇴직금도 있고, 실업급여도 나왔으니까.

 

 오랜만에 기나긴 휴일을 가진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했다.

 

 여행도 가보고, 맛집 탐방도 해보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게임들도 잔뜩 했다.

 

 그러고 나서.

 

 삶이란 것에 의문을 품게 됐다.

 

 밑바닥이 보였다.

 

 그 즈음 깨달았다.

 

 나는 채워넣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을.

 

 

 

 수염을 깎았다.

 

 미소녀가 되었다.

 

 사이에 뭔가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만 들어갈 말이라곤 잠을 잤다밖에 없다.

 

 키가 작아졌다.

 

 나이가 어려졌다.

 

 피부가 뽀송뽀송해졌다.

 

 늘 컵을 두던 선반에, 손이 닿지 않게 됐다.

 

 제기랄.

 

 옷도 맞지 않게 되었다.

 

 전에도 그다지 살이 찐 편은 아니었는데도 바지가 물줄기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인생.

 

 그나마 좋은 점은 뼈마디가 더 이상 쑤시지 않게 됐다는 것 정도.

 

 사실 회춘한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 일시적인 불편 사항들을 깡그리 무시해도 될 정도로 크나큰 매리트이다. 그러니 좋아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담배 마렵네...”

 

 다만 비어있었다.

 

 평소 돗대를 챙겨 놓지 않는 게 이번에는 크나큰 후회로 다가왔다.

 

 하는 수 없이 흘러내리는 바지를 최대한 붙잡고, 점퍼를 입고,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에쎄 라이트 하나요.”

 

 하고 말하자.

 

 알바생이 나를 별 것 쳐다보듯 봤다.

 

 “민증 좀 주실래요?”

 

 뭐야 새삼스럽게.

 

 라고 생각하며 지갑에서 민증을 꺼내다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외관이 다르잖아.

 

 “다음에 살게요.”

 

 하는 수 없이 그냥 나왔다.

 

 별 수확 없이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하루아침에 여자가 되어버렸다, 라는 꿈만 같은 얘기를, 현실에 적용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나는 몸소 실감했다.

 

 사람에게는 흔적이라는 것이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지속되어 온 존재의 자취 말이다.

 

 그 자취로 하여금 사회는 그러한 사람이 실존함을 인정해 준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러한 자취가 전무한 인간은 사회에 의해 용인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마치 나처럼.

 

 제 3자의 시선에서 봤을 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동일 인물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어디에도 없다.

 

 지문도 달라졌고.

 

 외모도, 목소리도, 성별도, 심지어는 나이조차도 전부 달라졌다.

 

 즉 나는 나이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민증도 없고.

 

 주민번호도 없고.

 

 이름도, 가족도, 학력도, 전부 없어져버렸다.

 

 주민센터를 찾아가도 봤지만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는커녕 내 말을 믿어주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해 그 자리에 있던 게 나였다고 해도 믿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좆됐다.

 

 

 

 현실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돈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은 곧 물질을 상징하는 요소이고 물질은 현실의 근간이다.

 

 그 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취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편의점 알바라도 하기 위해선 나름의 신분증, 성인일 경우 주민등록증 학생일 경우에는 학생증이 필요한데 나는 둘 다 없다.

 

 제대로된 일자리를 구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다.

 

 “하...”

 

 나는 새우깡을 씹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를 필 수 없게 되자 이상하게 과자가 땡겼다.

 

 그래서 요즘은 담배에 쓰던 돈보다 몇 배는 더 많이 과자에 지출하고 있다.

 

 “어떡하냐 진짜...”

 

 하다못해 자영업을 하는 친구라도 주위에 있었다면 모를까.

 

 나는 그다지 사람을 잘 사귀거나, 연을 깊이 맺는 타입은 아니어서 사회인이 됐을 무렵에는 다들 연락이 끊겼다.

 

 이제 와 한 명 한 명 연락을 돌리며 사정을 말하기엔 몹시도 치졸스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죽고 만다.

 

 부모님도 마찬가지.

 

 사실 난 두 분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아버지와는.

 

 아버지는 외동아들인 나를 어릴 적부터 엄하게 키웠다. 말이 엄하게지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쪽에 더 가까웠다. 그러다가 사이가 크게 틀어지는 일이 있었고, 나는 그 길로 집을 나왔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

 

 이제 와 이런 모습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마찬가지로, 차라리 죽고 만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월세는커녕 전기비, 수도세도 낼 수 없다.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와중에, 한 글이 눈에 띄었다.

 

 ‘민증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로 인터넷에 검색해 찾아보던 중에 발견한, 한 웹사이트 댓글 창에 적혀 있던 광고였다.

 

 [ㅈㄱ만남 할 사람 구함. 라X op787 검색]

 

 조건 만남이라.

 

 해본 적은 없지만 뭔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그거다. 돈 받고 만나는 거.

 

 만나는 이유야 뻔하다. 섹스하려고. 그래서 보통 남자 쪽에서 돈을 낸다. 그냥 이름만 다른 매춘이다.

 

 “흠...”

 

 저거라면 민증 없이도 할 수 있긴 하다.

 

 엄연히 불법이니까.

 

 몸을 판다, 라는 행위 자체는,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거부감이 아예 없지도 않지만 크게 있지도 않다.

 

 내 아버지는 매우 보수적인 인간이었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딱 딱 정해져 있었던.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솔직히 말해 세간의 기준에서 보자면 포용 범위가 굉장히 넓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범죄에 속하는 일조차, 그게 타인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

 

 매춘이 딱 그렇다.

 

 지들이 몸을 팔고 싶다는데 뭐 어쩌겠어, 하고 전에도 그렇게 왕왕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혹했다.

 

 나는 이것저것 메신저를 깔고 하나하나 조건 혹은 ㅈㄱ를 태그로 검색해 보았다. 꽤 많이 나왔다.

 

 세상에 평일 낮부터 발정난 놈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나는 그중 하나에 들어가 채팅을 쳤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얼마 안 가 답장이 왔다.

 

 [ㅎㅇ]

 [몇 살?]

 

 다짜고짜 나이부터 묻다니, 살짝 당황했다.

 

 몇 살이라고 답하지?

 

 솔직히 겉모습만 봐선 미성년자라 해도 믿을 법하다. 하지만 그건 왠지 법적으로 엄청 위험할 것 같다.

 

 [20살요.]

 

 내가 답했다.

 

 [여자?]

 

 [네.]

 

 [어느 지역?]

 

 굉장히 단도직입적이었다.

 

 [인천요.]

 

 그러자 저쪽이 답장을 보냈다.

 

 [밤에 만날까? 7시 30분 즈음. 퇴근하고 차로 바로 갈게.]

 

 [돈 주시나요?]

 

 내가 물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저쪽에서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답장을 보냈다.

 

 [ㅂㅈ 만지게 해주면 15만 원, 삽입 시 30만 원. 텔 비는 내가 내고. 어때?]

 

 철자가 노골적이어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즉, 하지 않고도 15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일까.

 

 [바로 줄 수 있어요?]

 

 떼먹힐 수도 있기에 말했다.

 

 그러자 저쪽에서 답장을 보냈다.

 

 [만나면 줄게. 현금으로.]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을 듯했다.

 

 [좋아요.]





2


 

 

 

 인터넷에서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즈음 되는 나라라면 전세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여성에 한해서도 굉장히 안전한 곳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설령 불법적인 만남을 갖는다 해도 그로 인해 납치당한다거나 하는 일은, 있기야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확률이 높지는 않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칼을 챙겼다.

 

 과도를 칼집에 넣은 후 신문으로 돌돌 말아서 점퍼 주머니에 넣은 후 약속 장소로 나갔다.

 

 “왜 안 와...”

 

 7시 30분은 진즉에 넘겼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속은 걸까.

 

 그렇게 생각했을 즈음, 휴대폰이 울렸다.

 

 아까 그 남자로부터 온 것이었다.

 

 [횡단보도 쪽 볼래?]

 

 뭐하자는 건데.

 

 한 번 속아준다는 기분으로 횡단보도 쪽을 보자 차 한 대가 있었다. 이내 차가 도로를 타고 한 바퀴 돌더니 내가 서있는 곳 코앞까지 왔다.

 

 “타.”

 

 운전석 쪽 창문이 내려가더니 차 안에서 남자가 말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고민했다. 타도 되는 걸까. 이게 영화였다면 도입부에서 인신매매를 하는 범죄자에 대한 장면으로 심히 적절한 광경이다.

 

 칼도 챙겼으니까.

 

 나는 고민 끝에 뒷좌석에 올라탔다.

 

 다만 잠겨 있었다.

 

 “옆에 타.”

 

 저쪽에서 말했다. 슬슬 열이 올랐다.

 

 “돈부터 줘요.”

 

 내가 말했다.

 

 “타면.”

 

 저쪽에서도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보조석에 올라탔다.

 

 운전석에는 사십 대 즈음으로 보이는 정수리가 벗겨진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운전대에 걸쳐 놓고 있는 왼손에는 금반지가 끼어 있었고 심지어 차창 한쪽에는 가족 사진이 담긴 액자도 있었다.

 

 뭐 이런 인간이. 속으로 욕지거리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더 중요했다.

 

 “학생이야?”

 

 그가 물었다.

 

 “돈이나 줘요.”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가 흰 봉투를 건넸다. 나는 받아서 내용물을 꺼냈다. 배추색 종잇장이 15개. 액수는 맞았다.

 

 “삽입하게 해준다면 15만 원 더 줄게.”

 

 마치 선심쓰듯 저쪽에서 말했다.

 

 처음이랑 제시 액수가 같잖아. 누굴 바보로 아나.

 

 “됐어요.”

 

 처녀성이란 거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남자에게 내주는 건 사양이다.

 

 사내는 아쉬운 듯 나를 훑어보더니 출발했다. 와중에 한쪽 손을 뻗어 내 허벅지에 올렸다.

 

 나는 그 손을 매몰차게 쳐냈다.

 

 “뭐야, 돈 줬잖아.”

 

 사내가 불만스럽게 말하자 나 또한 차갑게 대꾸했다.

 

 “모텔에 들어가고부터 시작이에요. 운전이나 집중해요. 괜히 사고 내지 말고.”

 

 그는 나를 흘끗 보았다. 나이에 비해 당차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야 이런 아저씨는 사회에서 지겹도록 봤기 때문에 주눅 들 이유 따위 없다. 오히려 증오했으면 증오했지.

 

 차는 근처의 모텔 앞에서 멈춰 섰다. 미리 정해두기라도 한 듯 도착하는 게 꽤나 빨랐다.

 

 접수대에서 사장이 내 쪽을 흘끔 보았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키를 챙겨 윗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그가 옷을 훌훌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나부터 씻을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그리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 틈을 타 점퍼에 넣어두었던 칼을 베개 밑에 숨겼다. 그리고는 옷을 벗었다.

 

 머뭇머뭇. 막상 상황이 닥치니 망설여졌다.

 

 별 거 아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목욕탕에 갔을 때랑 똑같다. 남자한테 알몸을 보여주는 게 뭐 대수라고. 그게 겁났으면 군대도 못갔다.

 

 다 벗었을 즈음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딱히 쳐다볼 마음은 없었지만 자연스레 아래로 시선이 갔다. 꽤 컸다. 심지어 서 있었다.

 

 “안 씻니?”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 점이 오히려 짜증났다.

 

 “나오기 직전에 씻어서 괜찮아요.”

 “그래? 예쁜 몸이구나.”

 

 그가 다가와 내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군살도 없고, 핏기도 적당하고, 보드랍고...”

 

 굳은살이 박인 억척스럽고 거친 손아귀가 내 가슴과 옆구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고 만져댔다.

 

 끔찍한 기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서 볼을 비비적거리고 있어 보지는 못했겠지만.

 

 “내 딸도 몇 년 뒤면 너처럼 되겠지. 그 아인 사춘기라 벌써부터 나랑 말 한 마디 섞으려고 하질 않아.”

 

 그가 내 가슴을 양손으로 붙잡고 주물럭거리며 한탄했다.

 

 그러니까 지금 자기 딸을 떠올리면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거야?

 

 진짜 최악인 인간이다.

 

 “침대로 가서 하자.”

 

 그가 나를 침대로 이끌며 말했다.

 

 나를 눕힌 후 그 위에 올라타더니 훅 훅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가슴을 주무르다가 점점 손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이윽고 가랑이에 닿았다.

 

 “읏...”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샜다. 이미 질척질척해 있다는 사실이 몹시도 불쾌했다. 여자가 젖는 이유를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최악의 인간에게 만져져서 꼴렸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으니까.

 

 “듬뿍 젖었구나...”

 

 그가 내 그곳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능숙하다고 할까.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이 새끼, 여기서 이러고 있지만 일단은 유부남이니까. 아이도 있다면 즉 성관계를 해봤다는 것이다.

 

 “읏... 으...”

 

 다문 입술 사이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손가락이 구멍 윗쪽의 작은 돌기 부분을 어루만질 때마다 찌릿찌릿 전류가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좋다고는 결코 말하지 못하겠다. 그보다는 불쾌감이 더 크다. 하지만 그 상반된 두 가지가 각각 공존하고 있어서, 무척 혼란스러운 기분이다.

 

 “느끼는 모습도 사랑스럽구나...”

 

 그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설마 하는 와중에 점점 더 입술이 가까워져 오자 나는 반사적으로 턱을 쳐들어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컥...!”

 “얼굴 저리 치워요!”

 “뭐하는 거야, 돈 냈잖아!”

 

 그가 성질을 냈다.

 

 “아래만 만진다는 게 조건이었잖아요.”

 “그런 게 어딨어.”

 “아무튼 규칙이에요. 위반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할 거예요.”

 

 경찰 얘기를 꺼내자 그의 기세가 한층 수그러들었다. 이 경우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건 자기일 테니 주저하게 된 거겠지.

 

 “어, 얼마면 되는데?”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나, 하고 성질이 났지만 막상 말로 꺼내려니 주저가 되었다.

 

 이 사람, 타고 온 차도 비쌌고 나이도 꽤 있으니 아마 가진 돈도 꽤나 많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성격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호구 타입.

 

 “시, 십만 원 줘요.”

 “뭐? 그건 너무 비싸잖아!”

 “싫으면 말던가요.”

 

 그는 내 눈치를 살피며 고민했다. 그러더니 마지못해 말을 꺼냈다.

 

 “알았어 줄게.”

 “지금 당장 줘요.”

 

 내 말에 그는 한층 더 놀라더니 이내 머뭇거리며 벗어두었던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 오만 원짜리 지폐를 두 장 집어들었다.

 

 나는 지폐를 받아 칼을 두었던 그 베개 아래에 숨겼다. 

 

 그러곤 돌아보자마자 그가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부닥쳐 왔다.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 내 아래의 그곳을 손가락으로 거칠게 쑤셔대며 포개어진 입술의 틈새로 자기 혀를 집어넣었다.

 

 입냄새. 최악. 가까워지니 몸에서 풀풀 풍겨대는 아저씨 냄새도 유독 코를 찔렀다.

 

 포르노 영상 같은 걸 보면 처음엔 싫어하다가도 성욕에 굴복하는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게 전부 거짓말임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느낀다 해도 불쾌한 건 별개다. 불쾌함이 쾌감을 넘어서면 절대로 좋아질 수 없다.

 

 한참만에 그가 입을 떼었다. 나는 다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숨을 참고 있었다 보니 산소가 모자랐다.

 

 그런 내 모습을 느껴서 헐떡인 거라고 착각한 건지, 그가 의기양양해 하며 물었다.

 

 “어때? 넣어줬으면 좋겠지?”

 

 뭐라는 거야, 이 씨부랄탱이가.

 

 다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대딸 오만 원.”

 

 

 

 4시간 일해서 총 수익 30만 원.

 

 시급 7만 5천 원.

 

 모텔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에 봉투 안에 든 금액을 몇 번이고 세어본 나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몸 몇 번 만져지고 30만 원.

 

 전에는 하루종일 야근을 해도 그 절반밖에 벌지 못했는데.

 

 정말, 기적의 창조경제다.

 

 이 정도 돈이면 솔직히 하루종일이라도 벗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에 세 시간으로 잡고 하루 3탕이면 90만 원... 주에 1번씩 쉬고 매일 한다고 치면 한 달에 2300만 원...”

 

 계산해 보고는 순간 멍해졌다.

 

 이거 대박인 사업 아냐?

 

 물론 당장에 고려하지 않은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이 반드시 존재는 하겠지만, 그로 인해 수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해도 달에 무려 천만 원 이상 벌 수 있다.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