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나를 많이 닮았다.


어렸을 때는 여자로 생각되었고, 나이를 먹어서도 자주 누나로 오인받았다.


공선술의 술사로 마을에서 제일 가는 전투력을 자랑하던 누나와 그저 외모가 비슷할 뿐인 동생.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누나와 많이 닮은 남자의 몸을 이용한 잠입 임무 밖에 없었다.


남창男娼으로서 목표물에 다가가, 아양을 하고, 몸을 농락당해 정보를 얻는다. 혹은 성교 중 암살을 행한다.


동료로부터도 멸시를 받는 것으로 밖에 코우카와의 마을의──아니, 달라, 누나의 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다.


어느 날 밤의 일이다.


코우카와 오보로 "잠깐만, 레이."

레이 "......누나."

오보로 "지금부터 임무?"

레이 "요미하라의 갱단이 있는 곳이야. 저 마을은 변태가 많네. 요즘 인기가 많아."

오보로 "......"

레이 "용무는 그것 뿐?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오보로 "이제 그런 일은 그만해도 돼."

레이 "무슨 뜻이야?"


오보로 "대마인만이 삶의 방식이 될 필요는 없어. 네가 원한다면 이 마을을 나가서──."

레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대마인인 누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동생은 빨리 사라지라는 거야?"

오보로 "그런 말이 아니야. 그냥 널 보고 있기 괴로워서 그래. 계속 무리하는 걸 알 수 있으니까."

레이 "나는 무리하지 않았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야."

레이 "누나야말로 대마인이라는 것에 얽매여 있는 것 아닌가?"

레이 "대마인만이 삶의 방식이 아니라고 했지. 다른 인생을 생각해 본 적 있어!?"

오보로 "듣고 보니 없네. 하지만 나는 괜찮아."

오보로 "너만은 정말로 자신이 원했던 길을 걸어 주었으면 해. 딱히 대마인이 되지 않아도 되니까."

레이 "누나......"


내게 그렇게 말한 누나는 대마인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신의 운명에 체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코우카와 마을에 설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누나는 마을에 묶여 있었다.




아스카 "헤~~~~~. 여기가 요미하라의 큰길인가? 뭔가 생각보다 활기찬 느낌이네요."

레이 "아스카 님은 요미하라는 처음인가요?"

아스카 "응 그래, 레이는?"

레이 "저는 아직 코우카와의 대마인이었을 무렵에 임무차 온 적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모습이 많이 다르네요."

아스카 "아까 그 마녀가 그러던데, 노마드의 에드윈 블랙 때문인가?"

레이 "아무래도."


지금도 요미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범죄도시다.


하지만 사람이든 마족이든 누구라도 받아들인다는 방침의 결과,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면 바로 큰길이지만 광장에는 가게가 여럿 늘어서 있고, 길거리 공연도 벌어지고 있다.


아스카가 우선 주목한 것은, 바람술사라고 생각되는 여마족의 춤이었다.



알・린지 "오늘은 풍향이 좋네요. 마풍독의 백성(웬달라)의 춤, 마음껏 봐주세요."


긴 깃옷을 부드럽게 휘날리며, 마치 그녀 주위만 무중력이 된 것처럼 가볍게 춤을 춘다.


아스카 "우와, 굉장한데......"


아스카도 바람을 다루는 만큼 그녀의 섬세한 제어력에 혀를 내둘렀다.


오크 """알 린지짜──앙!"""


바로 앞에서 보고 있던 세 명의 오크가 굵은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알・린지 "감사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꼬리가 달린 여마족이 멋진 곡예를 선보이고 있었다.



순・우얀 "아직 멀었다~~! 이 몸의 멋진 기술, 눈 크게 뜨고 잘 봐!"


손오공처럼 여의봉을 휘두르며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저 몸놀림은 단순한 곡예사가 아니라, 틀림없이 봉술의 달인의 그것이다.


그녀에게도 팬이 붙어 있었고, 화려한 옷의 오크와 트롤과 곰이 시끄럽게 응원하고 있었다.


순・우얀 "목소리만 내지 말고 돈을 내라. 어라어라, 돈 던지기는 어디로 간 거야! 너희들 경기 나쁘다고."


(돈 던지는 소리)


아스카 "뭔가 평범하게 응원하고 있네."


아스카에게 있어 오크라고 하면, 여자만 보면 눈이 뒤집히는 무리였기에, 눈으로 봐도 아직 믿을 수 없었다.



글로리아 "거기의 귀여운 아가씨, 요미하라에 온 기념으로 은세공은 어떠신가요?"


불려서 되돌아보니 마족 소녀가 은세공 가게를 열고 있다.


아스카 "관광하러 온 건 아닌데."


말하면서도 진열되어 있는 물건을 들여다보니, 제법 세련된 것들로 갖추어져 있었다.


글로리아 "그럼 촛대는 어떠신가요? 무기도 되고요. 옛 장・발장이 주교님께 받은 것과 같은 디자인이에요."

아스카 "아니, 일부러 촛대를 무기 삼을 생각 없는데."


아스카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그녀는 가까이 온 2인조로 타깃을 바꾸었다.


글로리아 "그쪽의 멋진 두 분. 뭔가 찾으시나요!?"

뮬누 "응. 있잖아, 오빠. 뮤한테 멋진 은세공 하나 사 줘♪"

닥터 사이클롭스 "멋진 은세공이라고 해도 난 뭐가 멋진지 모르겠는데."

뮬누 "그렇구나. 사실 오빠가 골라줬으면 했는데, 그럼 뮤뮤가 좋아하는 거라도 괜찮아?"

닥터 사이클롭스 "물론이지."

뮬누 "아핫, 오빠 엄~~청 좋아♪"



아스카 (아무리 봐도 오빠라 불릴 얼굴도 아니고, 뭔가 저 애가 속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뭐, 상관없나......)


레이 "괜찮으십니까?"

아스카 "응. 잠깐 본 것 뿐이고."


은세공 가게에서 떨어지면, 아까 지하 감옥에서 해치운 무장난민의 동류가 땅바닥에 담요를 펼쳐 무언가 팔고 있었다.


어차피 변변한 것은 없을 거라고 아스카는 그냥 지나쳤는데, 탐험가 같은 모습의 마녀가 흥미롭게 품평을 하고 있었다.



로시·모치모이 "별로 좋은 건 없네. 평범한 장물이나 약탈품이 아니라 수상한 채굴품 같은 걸 갖고 싶은데 말이야."

로시·모치모이 "지상에서는 처치가 곤란해 묻힌 저주의 마도구 같은 것이 있으면 기쁘겠는걸."


과연, 이 지하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만큼 그러한 방면의 공급원이기도 한 것이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은 큰 차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이 마을을 위해 있는 것 같은 말이다.


큰길을 지나가면 아무리 봐도 어새신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수상한 검은 옷이 당당히, 척 봐도 서큐버스라는 걸 알 수 있는 마족과 팔짱을 끼며 걷고 있고, 지상에서는 좀 더 외견에 신경을 써야 할 마술사와 마녀가 이곳에서는 곧장 정체를 알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스카 "뭔가 이미지와 다르네. 척 봐도, 변변찮은 녀석들이지만 모두 활기차."

레이 "......그렇군요."


노마드의 대간부가 된 오보로를 조사하러 이 마을에 왔지만, 너무나 상상과 다른 광경에 그만 눈길을 빼앗기고 있던 아스카지만,


코우사카 시즈루 "......"

아스카 "쯧! 저 녀석이 왜 여기 있어!"


이런 곳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여자의 모습에 아스카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영 "누구인가요? 사람 같은데."

아스카 "오차의 대마인이야."

레이 "오차의 대마인......"


레이의 목소리도 긴장된다.


이름은 코우사카 시즈루.

식물을 조종하는 목둔술사다.


단독 잠입 임무에 대해서는 오차 제일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아스카를 찾으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요미하라에 잠입 중일까?


어쨌든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이대로 들키기 전에 장소를 옮기려 하면,



오크 "저 녀석을 알고 있다니 역시 너희들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바로 뒤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 왔다.


아스카 "읏!"


아스카는 임전 태세를 취한다.


지금 말을 걸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굉장한 실력자다.


오크 "어이쿠 미안하구만. 말을 걸까 했더니, 귀에 쏙쏙 박혀서 말야."


펑크한 느낌의 오크는 요란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스르르 거리를 두었다.


그렇게 아스카의 기세를 누르고 소탈하게 웃는다.


아스카 "헌팅이라면 사절이야."

오크 "그런 거 아니야. 관심이 있어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

알폰스 "나는 알폰스. 용병이다. 이 마을에서는 조금 유명하지."

알폰스 "그래서 가망성 있는 녀석을 스카웃하고 있는데."

아스카 "용병이 될 생각은 없어."

알폰스 "하지만 대마인에게 들키는 것도 곤란하지? 게다가 이 마을은 처음인 것 같은데. 훤히 보인다구."

알폰스 "놀라게 한 사과로 한 잔 어때? 이것도 헌팅은 아니라구, 크하하하."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소개를 시작하고, 이 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간파당해, 결국 술을 마시자고 초대한다.


단순한 헌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레이 "아스카 님?"

아스카 "뭐, 어쨌든 정보 수집은 필요하니까."

알폰스 "정해졌군. 따라와."


오크는 히죽히죽 웃으며 걷기 시작했다.


이상한 오크를 따라 두 사람은 요미하라의 뒷골목에 들어섰다.


도로의 폭이 갑자기 좁아져, 수상한 가게가 단번에 증가해 왔지만, 인파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 마을에서 조금 유명하다고 자칭한 오크에게 차례차례 말이 걸려 왔다.



아이 그레이 "알폰스. 오늘도 양손에 꽃이라니, 잘 나가는 걸."

알폰스 "덕분에 그렇지. 그쪽은 어때?"

아이 그레이 "요즘은 근성 없는 놈들 천지야. 네가 오른팔이 되어주면 나도 편해질 텐데 말이지."

알폰스 "고마워. 뭐, 생각은 해둘게."


갱스터를 거느린 여자와 말을 나눈 알폰스가 아스카에게 설명한다.


알폰스 "녀석은 아이 그레이. 이 마을의 변방을 자기 영역 삼고 있는 갱단의 여보스다."

알폰스 "좋은 여자지만 남자 복이 나쁜 게 흠이지."

아스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아스카가 태클을 거는데, 또 다른 두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인간형 슬라임 같은 여자와 뭍으로 올라온 해양 생물 같은 여자다.



클레리아・폴라네 "안녕, 알. 낯선 여자를 데리고 있네. 그것도 인간 두 명이라니."

알폰스 "아니야, 클레리아. 인간 두 명은 맞지만. 한 명은 여자, 한 명은 남자야."

클렐리아・폴라네 "어머, 그래. 미안.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귀여운 아이는 조심해. 알은 엄청난 변태니까."

앤타이트 "그렇지──. 알의 유혹에 무심코 응하면 위험하다구."

알폰스 "크하하하하. 이 두 사람은 그런 게 아니야. 뭐, 너희들과 비슷하지."

클렐리아・폴라네 "그럼 용병 지원? 나는 클레리아・폴라네. 잘 부탁해."

앤타이트 "나는 앤타이트. 인조생명체야. 함께 싸울 수 있으면 좋겠네."


두 사람이 떠나자, 또 알폰스가 가르쳐 준다.


알폰스 "녀석들은 용병 동료들이다. 보다시피 이 마을에서도 별종이야. 내가 직접 스카우트 했지."

아스카 "아까처럼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데? 혹시 여자 밖에 스카우트 하지 않는 거 아니야?"

알폰스 "그렇지 않거든. 나는 인재 발굴에 욕심이 많아."


알폰스는 크게 웃다가 갑자기 소리를 죽이고,


알폰스 "어이쿠. 저쪽에서 오는 오니를 거느린 여자, 저 녀석은 조심해."

알폰스 "룰러라고 하는데 용병 알선을 생업으로 하고 있어. 다른 이름은 '죽음의 귀부인'이야."


알폰스는 그렇게 경계를 재촉하면서, 엇갈리는 타이밍에 자기가 먼저 그 죽음의 귀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알폰스 "여, 룰러. 그 둘이 너희 가게의 신참이야? 꽤 유망할 것 같은데."

룰러 "후후후, 그쪽도. 오늘도 재미있는 친구들을 데리고 있네요."

알폰스 "동료가 될지 어떨지는 앞으로의 이야기 나름이지. 뭐, 서로 힘내자고."

룰러 "네, 용병이라 해도 여러 가지. 분류는 중요한 거죠. 그럼 안녕히."


룰러는 척 봐도 신용할 수 없는 미소를 띤 채 떠났다.


그녀가 데리고 있던 붉은 오니와 푸른 오니는 마치 기계처럼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아스카 "척 봐도 위험할 것 같은 여자네."

알폰스 "장사용 겉모습일 수도 있지만. 저 녀석이 다루는 용병은 정말로 굉장해. 모두 주인에게는 절대복종,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

알폰스 "그야 고용인에게 있어서는 어떤 터무니없는 명령이라도 듣는 용병이 편리한 건 틀림없지만."

알폰스 "우리처럼 돈도 목숨도 소중하고 마음대로 용병 노릇 하고 싶은 쪽과는 어울리지 않아."

아스카 "그러니까 영역을 달리 한다는 거지. 그건 그렇고 아저씨, 정말 이 마을에서 유명한가 보네."


아스카는 어이없기도 하고, 감탄도 하면서 말했다.


아까 자신이 그렇게 말했으면서 알폰스는 묘하게 수줍어하며,


알폰스 "그 정도는 아니야. 그보다 어느 가게가 좋아? 마음대로 골라도 돼."

아스카 "어차피 이 근처 가게는 다 아는 곳이잖아?"

아스카 "어디라도 좋아. 하지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알폰스 "의심도 깊군. 좋은 일이야. 하지만 장난으로라도 손을 대도 좋은 녀석과 나쁜 녀석의 구별은 해."

아스카 "그런 상대가 아니면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아?"

알폰스 "그런 거지. 그럼 뭐, 저기로 갈까?"


정말 적당히 결정했다는 느낌으로, 분명 처음부터 거기로 갈 거라 생각했던 가게로 알폰스는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알폰스 "실례한다."

술집 주인 "오, 형씨. 또 스카우트인가?"

알폰스 "그런 거지. 나는 언제나의 것으로 부탁해."

아스카 "생과일 주스 같은 거 있어?'

술집 주인 "물론. 마침 마계 사과를 들여온 참이야. 갓 짜낸 건 맛있어."

아스카 "그럼 그걸로."

레이 "저도 같은 것을."


아스카 "아저씨가 쏘는 거지."

알폰스 "아직 한 턱 낸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아스카 "나 같은 미소녀가 초대에 응해 줬는데. 그 정도야 당연하지."

알폰스 "약삭 빠르게 굴기는."


알폰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세 사람 몫의 돈을 지불해 주었다.


아스카는 주스를 받아들면서, 혹시 몰라 벽을 등지고 가게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앉는다.


갓 짜낸 주스는 맛있었지만 손님층은 무섭고 나쁘다.


건실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여기저기서 수상한 밀담을 나누는 등, 척 봐도 범죄도시 느낌이다.


알폰스 "너무 두리번거리지 않는 게 좋아."

아스카 "들었던 이미지와 전혀 달라서 그래."

알폰스 "어떤 이미지인데?"

아스카 "남자는 악당, 여자는 노예창부 뿐인 최악의 범죄도시."


그 대답에 알폰스는 크게 웃는다.


알폰스 "후하하하하하. 최악의 범죄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알폰스 "악당이 아닌 남자도, 노예창부가 아닌 여자도 비교적 많아지고 있어."

아스카 "그런 것 같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그렇게 느꼈어."

아스카 "그건 역시 에드윈 블랙 덕분?"

알폰스 "뭐, 그렇지. 놈이 말하는 '개방된 어둠의 마을'이라나."

알폰스 "그 표어를 재미있어하는 놈, 바보취급 하는 놈, 여럿 있지만."

알폰스 "아무튼 노마드의 세력은 압도적이야. 요미하라는 점점 더 그쪽을 향해 가겠지."


그리 말하는 당사자는 분명 재미있어 하는 쪽일 것이다.


마을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은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알폰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 너희들도 그렇게 온 거지?"

아스카 "그런 참이지."


애매하게 대답하자, 알폰스는 아스카와 레이를 거리낌없이 바라보며 말했다.


알폰스 "척 봐도, 좋은 집안 아가씨와 그에 휘둘리는 보호자 느낌인데."

아스카 "그렇게 보여?"

알폰스 "뭐 그렇지."

아스카 "그렇다는데."


긴장했는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주스에도 입을 대지 않는 레이에게 말을 건넨다.


레이 "죄송합니다."


그것은 과거의 아스카와 오보로의 관계다.


레이와는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듯한 이 오크에게 그리 생각되어 아스카는 조금 기뻤다.


한편, 그 말을 들은 레이는 오보로를 떠올리고 있는지, 조금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스카는 주스를 휙 마시고,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스카 "아저씨가 이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묻겠는데."

아스카 "최근, 오보로라는 녀석이 노마드의 대간부가 된 것 같더라고."

알폰스 "야야. 그쪽 방면이냐? 무섭구만."


알폰스는 호들갑을 떨었다.


알폰스 "이명은 '비웃는 사악'. 이 마을에서도 손꼽히는 암살자야. 과연 나도 권유할 마음은 들지 않더군."

아스카 "이 마을 슬럼을 세력권으로 삼았다던데?"

알폰스 "그렇지. 그쪽 녀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모양이야."

아스카 "사랑받고 있어? 겁먹은 게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스카에게 알폰스는 유쾌한 듯 말을 이었다.


알폰스 "오보로도 슬럼 출신이라던가."

알폰스 "노마드의 대간부로까지 출세한 이상 친정의 건전화를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는 모양이야."

알폰스 "고아들을 위한 고아원을 만들거나 재능이 있는 녀석들은 부하로 들이거나, 위험한 여자의 뜻밖의 일면이지."

아스카 "오보로도 슬럼 출신이구나."


아스카는 생각에 잠겼다.


그럼 자신이 아는 오보로와는 생김새가 비슷할 뿐인 다른 사람이다.


아스카의 생각은 알 수 없겠지만 알폰스는 그녀를 재미있다는 듯이 본다.


알폰스 "거기서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아스카 "뭔데?"


알폰스는 그때까지 컸던 목소리를 줄여 자못 비밀을 얘기하는 투로 말했다.


알폰스 "오보로는 슬럼을 장악했다. 슬럼의 놈들에게 사랑받고 있어."

알폰스 "그건 확실한데, 오보로가 아이였을 때의 이야기를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알폰스 "얼마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 이러쿵저러쿵 암살자로 이름을 날리고."

알폰스 "노마드의 대간부까지 되어버린 것 뿐이지."

알폰스 "하기야 슬럼에 국한되지 않고 이 마을에서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녀석은 거의 없지."

알폰스 "다만 휴르스트라는 다른 대간부의 도움을 받은 것 같고, 뭐 신기한 여자이긴 해."

아스카 "그렇구나......"


그런 여자라면 어떤 이유가 있어 노마드에 속해 있을 수도 있다.


알폰스 "오보로에 관심 있나? 사실은 생이별한 언니라든가?"

아스카 "그럴리가."


웃으며 흘려 넘기면서도, 「묘하게 날카롭네」라고 감탄하고 있으면, 가게 안의 일각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술집에서는 익숙한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갱단끼리의 항쟁인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을 휘두르고 총을 마구 쏘아대는 큰 싸움이 벌어진다.


술집 주인 "싸울 거라면 밖에서 해!"


술집 주인이 카운터 뒤에서 호통을 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다른 손님도 엮이지 않으려고 일제히 몸을 숨긴다.


물론 아스카도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알폰스가 허리를 들었다.


알폰스 "서로 싸우는 것은 마음대로라지만, 무관계한 녀석을 끌어들이는 건 이 마을에서는 금지되어 있다고!"

아스카 "얌전하게 만들 거야?"

알폰스 "유명인의 괴로움이지."

아스카 "그럼 이것저것 가르쳐 준 답례로 도와줄게."

알폰스 "죽이지는 마. 여러가지로 귀찮아져서 그래."

아스카 "OK"


***


갱단의 항쟁을 멈출 생각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저기서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가게 안이 전부 휘말린 큰 싸움이다.


아스카 (레이는 괜찮나?)


조금 걱정이 되어서, 아까 무장난민 상대로 고전하던 레이 쪽을 힐끗 보았다.


그는 아스카처럼 화려하지도, 알폰스처럼 재주도 없지만, 위험하지 않게 갱의 상대를 하고 있다.


아스카 (......뭐야. 제대로 싸울 수 있잖아.)

아스카 (그럼 아까 건 뭐였을까? 설마 약한 척 하고 있었어?)


아스카의 가슴에 레이에 대한 의심이 싹텄다.


한편 레이도 가슴 속이 복잡했다.


레이 (내가 아스카 님과 함께 싸우는 날이 올 줄이야.)

레이 (만일 마을을 나가는 일이 없었다면, 이런 식으로 소임을 다할 수 있었을까. 누나처럼......)


――――


잠시 후 소동은 가라앉았지만 가게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주로 아스카의 난동 때문이다.


아스카 "좀 과했나"

알폰스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뭐, 아가씨가 박살 낸 만큼은 이놈들이 물어내겠지."


가장 먼저 소란을 피운 갱들(물론 모두 기절해 있다)을 내려다보며 알폰스가 유쾌하게 말했다.


아스카 "그래도 돼?"

알폰스 "진 놈이 나쁜 거야. 그게 이 마을의 규칙이다. 그래도 비교적 재미있었어."


사실 아스카 이상으로 소란을 피우고 싶었던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스카 "그럼, 마침 잘 풀렸으니. 우리는 이만 가볼게."

알폰스 "슬럼으로 갈 거냐?"


정말 감이 좋다.

아스카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아스카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오보로를 죽이러 가는 건 아니거든. 정체를 알고 싶을 뿐."

알폰스 "그 녀석은 죽이러 가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조심해서 가."

아스카 "이것저것 고마워. 주스 잘 먹었어."

알폰스 "그쪽도 여러가지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 같지만 조심하라고."

레이 "......네."


알폰스의 가벼운 말을 듣고, 실제로도 이것저것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 레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