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내 마녀는 안꼴려...
개념글 모음



"서둘러서 찾아! 그 꼴로 멀리 못 갔을거다!"



무섭다. 처음보는 괴한들이 날 찾아다니며 고함치는 것이.


그들이 휘두른 무언가에 맞은 붉어진 부모님의 상태를 상상하는 것이.


그리고.


까악. 까악.


쓰러진 내 주위로 연신 울어대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무섭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점점 가까워지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너무나도 섬뜩해서 고등학생이나 된 남자주제에 목 놓아 울고싶다.


'저리가. 다가오지마. 엄마. 나 무서워. 아빠. 도와줘.'라고 큰소리로 울부짖고 싶지만, 그 소리를 듣고 찾아올 괴한들이 더 무서웠기에.


상처입는 동물처럼 풀과 나무들 사이에 숨어서 최대한 숨을 죽였다.


아픈 것도 슬픈 것도 무서운 것도 최대한 참아내며.



"어머. 어린 소년이 특별한 재능이 있구나? 이러니 저들이 못찾았지."



그럼에도 날 찾아낸 사람이 있었다.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무들이 있음에도 한 눈에 그녀의 모습이 전부 들어왔다.


풀들과 신기할 정도로 낮게 자란 나무들이, 마치 그녀에게는 길을 내어주듯 나뭇잎 한장조차도 남기지 않고 자리를 비켜 나왔다.



"이 숲이 널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커다란 챙모자부터 입고있는 옷과 구두. 그것들을 장식하는 깃털장식까지.


몸이 걸치고 있는 모든 것이 검은색이여서 마치 커다란 까마귀처럼 느껴졌다.


커다란 까마귀는 천천히 몸을 숙여 내게 눈을 맞춘다.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하지만 전혀 아이같지 않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인 까마귀는.



"어떠니? 날 따라서 마녀가 되겠다고 하면 도와주마."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마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내밀어진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고.


이를 축하하듯 까마귀들이 합창을 시작했다.


째애애액!!


... 째액?



.

.

.



"으으으...잠깐 잠들었나..."



몸을 기대고 앉은 의자에서 기지개를 펴니, 굳은 몸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매일 혹사당하는 어깨가 시원했다.


다리 위에 펼쳐진 마도서를 덮고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열심히 일을 하던 스마트폰은 방전되어 켜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재생되던 소리가 사라져 잠이 든 모양이다.



"뭐, 나름 추억인 꿈이네."



고등학교 남학생시절. 여전히 껄끄럽지만 부모님같은 스승님과의 첫만남.


당시에는 꽤 힘들어 했지만 이젠 전부 추억이나 다름없는 기억들이다.


꿈의 여운에 잠겨 감성적인 기분이 되어가던 찰나.


째애애애액!



"아차. 까치들을 잊고 있었네. 자. 까치들아 손님을 보여주렴."



책을 읽기 위해서 쓰고 있던 안경을 물잔에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 주문을 외웠다.


아직도 저화질의 흑백 cctv정도의 시야만 공유받을 수 있지만, 이정도면 충분하지.



"이상하네. 분명 모르는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 결계를 쳐뒀을텐데."



침입자다. 평범해 보이는 남성을 뒤쫓는 네명의 흡혈귀.


아무리 내가 마술에 서툴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완성된 결계를 무시하고 들어온 자들이 있다니.


물리적으로 막는 결계가 아닌지라 이미 들어온 자를 따라오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지만 이상하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순혈도 아니고 잡종이? 마녀의 영역도 무시하고? 흐음..."



길가를 조금만 걸어도 십자가가 달린 교회가 넘쳐나고 종교인이 아니여도 성탄절을 챙기는 나라에.


유전자 단위로 쑥, 파, 마늘, 생강을 좋아해서 온갖음식에 넣거나 아예 메인으로 요리까지 하며, 생으로도 먹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탓에.


흡혈귀들의 진조마저도 이 나라를 질색해했다.


온갖 세력이 자신들의 기반을 설치하기 위해서 눈독들이지만, 흡혈귀들만은 기피한다고...어디선가 들었는데?


그런 곳에서 사냥을 하는 잡종 흡혈귀와 사냥당하는 한국인이라.



"그거 뭐야. 신기해."



무척이나 흥미롭다.


곧장 옷걸이에 걸어둔 챙모자를 챙기고 숄을 옷 위에 둘렀다.


지금 입고 있는 복장이 많이 가볍긴했지만 사냥이 끝나기전에 전부 사로잡아야 하니 서둘렀다.


남아 있는 결계를 응용해서 도망치는 남성이 내쪽으로 향하게 유도했다.


집 밖으로 나오니 벌써 나무들이 길을 열어주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들의 길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문을 짜올렸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을 조금 빌려주렴."



짜올리던 주문이 완성되어 갈 때쯤, 챙겨나온 검은 깃털장식이 달린 긴 챙모자를 빙글 돌리며 머리에 쓴다.


이미지는 중요하니까. 나같은 자기류는 더더욱.



"하나... 둘... 셋!"



신호에 맞춰 길조차 없는 숲속에서 사냥감인 남자와 사냥꾼들이 내가 서있는 숲길에 모습을 들어냈다.


그들을 소나무의 뿌리들이 마치 거대한 손처럼 순식간에 잡아챈다.



"겁도 없이 마녀의 영역에 들어온 각오는 되어 있겠지? 그 잘난 얼굴을 좀 볼..."



평소에 연습해둔 멘트를 잔뜩 무게를 잡으며 이어나가다 말문이 막혀버렸다. 


신기한 사냥감의 얼굴이 너무나도 낯이 익었기에 말문이 막혀버린 탓이다.


5년이나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 가장 오래 사귀어 왔던 나의 친구.


내일 학교에서 보자는 평범한 인삿말이 5년간 머릿속에 맴돌던 소꿉친구.



"...정훈이니?"

"쿨럭. 쿨럭. ㄴ,누구세요...?"



네가 왜 이 산길에서 고생을 하고 있니?



===



난 너희가 밉다.


나라도 만족하게 끄적일거다. 메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