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 "오보로의 동생이라니 사령경의 앞잡이였구나! 정체를 밝혀!"

레이 "아스카님...."


고개를 떨구던 레이는 마치 용서를 구하듯 고개를 들었지만,


아스카 "그 얼굴로 아스카 님이라 부르지 마. 이 가짜야!"

레이 "......윽!"


아스카가 화를 내며 내뱉자, 레이는 슬픈 듯 입을 다물었다.


대신 불쑥 나타난 무묘가 입을 연다.


무묘 "가짜는 아니에요. 그는 분명 코우카와 오보로의 동생, 코우카와 레이가 틀림 없습니다."

무묘 "시체의 왕의 협력자이기도 합니다만."

아스카 "설마......"


아스카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레이를 보았다.


레이 "......"


그 얼어붙은 듯한 얼굴에서 그의 속사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스카 "레이, 정말이야!?"


아스카가 날카롭게 묻자, 레이는 감춰둔 생각을 떨쳐버리듯 강하게 대답했다.


레이 "모두 거짓입니다. 당신에 대한 충의도. 당신에게 보여준 이 얼굴도."

레이 "아스카 님, 봐주세요, 제 정체를."


레이는 자신의 턱에 손을 얹고는, 얼굴 피부를 벗겨냈다.


노출된 기계의 얼굴에 아스카는 숨을 삼켰다.


저 얼굴은 모조품이었던 것이다.

아마 그 아래의 몸도 전부.


레이는 아스카에게 어떤 임무에서 실패해 대마인 노릇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온몸을 사이보그로 바꾼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코우카와 마을을 뛰쳐나가──.


아스카 "설마 사령경이 마을을 덮친 것도 네 짓이야!?"

레이 "......!"


레이의 기계 눈이 움찔거렸다.


뭔가 대답하려 하는 듯 하더니, 그보다 먼저 무묘가 말한다.


무묘 "아니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가 원인입니다. 그는 어떤 것을 현명경에게서 훔쳐냈기에."

무묘 "그것은 시체의 왕이 바라던 것.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시체의 왕은 그를 쫓아 코우카와 마을을 습격한 겁니다."

무묘 "그런 그가 지금은 시체의 왕의 협력자라니. 정말 인간의 운명이란──."


사령경이 원했던 것은 테셀락이다.


레이가 그것을 현명경에게서 훔치는 바람에 사령경은 테세락이 마을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 습격이 일어난 것이다.


상상도 못한 진상이다.


레이가 사령경의 협력자가 된 것은 아무래도 그 후인 것 같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참견하는 무묘에게 화가 났다.


아스카 "아까부터 시끄럽게구네. 너랑은 관계 없으니 빠져!"

무묘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에게서 테셀락을 빼앗는 것이 제 사명이니. 코우카와 레이, 물러나세요."


무묘는 히죽 웃으며 레이에게 명령했다.


레이 "......"


레이는 말 없이 뒤로 물러난다.


무묘 "코우카와 아스카, 테셀락은 어디에 숨겼나요?"

아스카 "뭐어!? 무슨 소리야!?"

무묘 "역시 고문해서 알아내야 하려나요."



무묘의 발치에서 사령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아까 찾아온 사령들보다 더 꺼림칙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령경의 부하답다.


아스카 "레이, 네게는 아직 들을 게 남았어. 내가 이 녀석을 쳐죽일 때까지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


아스카는 무묘를 향해 자세를 취하면서, 레이에게 단호히 말했다.


***


무묘 "자 가거라. 더러워진 영혼들이여. 저 여자를 농락해도 좋아."


무묘의 신호와 동시에 사령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 속도도 압력도 조금 전에 싸웠던 사령과는 격이 다르다.


마치 사령의 미사일 같다.


아스카 "이런 것!!"


아스카는 쏟아지는 사령 미사일을 참풍으로 차례차례 찢어갔다.


무묘 "크크크크, 제법이네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무묘는 거물인 척 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사령 미사일의 탄막을 늘려간다.


새로운 사령은 계속해서 끓어오르며, 조금도 줄어들 기색이 없다.


아스카 "치잇!! 짜증나게시리!"


아무리 사령이 되었다고 해도 원래는 죽어간 인간의 영혼이다.


그것을 이렇게 1회용으로 사용하다니, 망자에 대한 존중은 조금도 없다.


나타났을 때 느낀 기색만큼이나 사령경의 분신과 같은 사악한 존재다.


무묘 "아하하하하! 왜 그래요? 코우카와 마을, 최후의 당주의 실력은 그 정도입니까?"


무묘는 꺼림칙하게 웃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려 들지 않고, 사령의 탄막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일단 자신의 주변도 사령으로 지키게 하고 있지만, 아스카가 사령 미사일 방어에 벅차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않는 얼굴이다.


아스카 "미지근해"

무묘 "!?"

아스카 "미적지근하다고 말하는 거야! 거드름을 피우며 등장한 주제에 이런 무식한 공격이라니."

아스카 "하앗! 풍신난무!!"


아스카의 바람이 폭발적으로 불었다.


아스카를 공격하던 사령은 물론, 무묘를 지키던 다른 사령까지 한 번에 날아갔다.


무묘 "뭣!?"


무묘은 황급히 새로운 사령을 불러내려 하지만,


아스카 "느려!"


이미 아스카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스카 "필살! 풍신·공렬폭풍!"


토네이도를 감싼 발차기가 직격.


무묘는 산산조각 나서 사라졌다.


아스카 "흥. 이런 것도 막을 수 없는 주제에, 잘난 척은──."


그 말 중간에, 레이가 중얼거렸다.


레이 "봉둔의 술."

아스카 "카핫."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져나간다.


아스카 "으......크윽......무슨......"


대마인의 힘의 근원인 대마입자를 송두리째 봉쇄당한 듯한 감각.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레이 "아스카 님......"


아스카를 바라보는 기계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아스카 "그 인법은......"

레이 "이것이 제가 손에 넣은 힘입니다. 온갖 마력, 인법을 봉쇄하는 힘."

레이 "물론 사용하는 제게도 나름의 대가가 따릅니다. 이 힘을 쓸 때마다 저는 살아있는 육체를 잃어, 그것을 새로운 기계로 보충해 왔습니다."

레이 "지금은 생체 부분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말했잖아요, 모든 게 거짓이라고. 지금의 나는 코우카와 레이가 아니야."

아레스 "나는 봉인의 대마인 아레스."



레이는 오니 가면을 쓰고, 망토를 걸쳤다.


대마인 아레스, 그 붉은 눈만이 변함없이 아스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카 "그럴......수가......"


아스카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조금 전 쓰러뜨린 무묘의 기색이 또 한 번 세차게 부풀어 오른다.


설마 부활하나?

아니, 달라. 게다가 사악한 이 기색은──.


아스카 "읏!!"

테우타테스 "후후후. 잘했다, 아레스."


결코 잊지 못할 저 모습, 저 목소리.


아스카 "사령경!"

테우타테스 "그때의 꼬마가 이만큼 성장했나. 게다가 내 분신을 간단히 쓰러뜨릴 정도의 힘이라니. 이것도 인과인가.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사령경의 몸에서 어둠이 스며 나와, 칼날이 되어 아스카를 덮쳤다.


아스카 "크읏!"


아스카의 의지는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레이──아니, 아레스의 인법으로 힘이 봉해져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스카 "가아아아악!!"


사지를 어둠의 칼날에 꿰뚫려, 그 자리에 못 박힌다.


테우타테스 "자, 말해라. 테셀락을 어디에 숨겼지?"

아스카 "모, 몰라! 알고 있다 해도 네놈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아!"

테우타테스 "그런가."


서걱──.


아스카 "!?"


오른팔의 감각이 갑자기 사라졌다.


연이어 찾아오는 아픔.


아찔한 뜨거움.


아스카 "크아아앗!!"


팔이 잘린 것이다.


머릿 속이 『아프다』로 가득 찬다.


거기에 역겨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테우타테스 "말할 마음이 들었나? 당장 치료하면 붙일 수 있을 거다."


테우타테스는 잘라버린 오른팔을 꿰뚫은 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아스카 "누, 누가......!"

테우타테스 "그럼 이건 필요 없겠군."


아스카가 보는 앞에서 오른팔이 조각나, 어둠에 휩쓸려 사라졌다.


테우타테스 "자, 다음은──."

아스카 "크으으윽!!"


뭘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아스카는 이를 악물었다.


으직──으직으직──.


아스카 "카으으윽......끄기기깃......으가아아악......!"


이번에는 왼팔이 비틀리듯 어둠에 빼앗겨 간다.


『그만해』 『용서해줘』


그런 말이 의사와 상관없이 입에서 나올 것 같지만,


아스카 "끄그그극......으그으으으......"


아스카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절대로 구걸하지 않는다.


설령 여기서 살해당한다고 해도.


테우타테스 "꽤나 고집이 센 여자로군. 이건 그 포상이다."

아스카 "큿......하윽......"


이번에는 두 다리를 단번에 절단당해, 아스카는 땅바닥을 굴렀다.


아스카 "카으으윽!!"


절단된 사지에서 피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의식이 빠르게 멀어져 간다.


테우타테스 "아직 잠에 들긴 이르지."


아스카의 머리가 퍽 걷어 차인다.


아스카 "으윽......크으윽......"

테우타테스 "자, 다음은."


테우타테스는 오만하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어둠의 칼날을 내밀었다.


그 끝이 눈 앞에서 딱 멈춘다.


아스카는 눈을 감지 않았다.


테우타테스 "그리 나오시겠다?"


테우타테스는 아스카의 눈을 도려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둠의 칼날은 움직이지 않았다.


테우타테스 "아레스, 설마 이제 와서 목숨을 구걸할 참이냐?"


아레스가 봉둔술로 방해한 것이다.


아레스 "......"


아레스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테우타테스는 홀로 납득하며 말했다.


테우타테스 "그렇다면 네놈이 캐물어라. 그리고 원한이 골수에 사무친 코우카와 최후의 생존자를 네가 죽이는 거다."

아레스 "......"


아레스는 아스카에게 다가간다.


이때, 아레스의 눈에만 칠흑 같은 말에 걸터앉은 벨제부트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게 봉둔술을 준 여자다.



벨제부트 『자, 이 여자의 자궁을 도려내고 복수를 해.』

아레스 "......분부대로."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대답하고, 발도하고 있었다.


아레스 "벌레처럼 비참한 모습이군요. 아스카 님."

아레스 "나는 코우카와 때문에 생식 기능을 잃었어요. 그러니 당신의 자궁을 빼앗아 가겠습니다."


단지 목숨을 빼앗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처럼 무력한 존재, 그리고 기계 괴물이 되게 한다.


아스카와 함께 행동할 때, 아직 남아 있던 코우카와 레이로서의 마음, 망설임, 인간성은 이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스스 "레......레이......"


더 이상 그 이름은 닿지 않고, 아레스의 칼날이 아스카의 하복부를 찢으려는 순간──.


??? "대마살법, 1의 진·야(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막을 친 듯 주위가 어둠에 휩싸인다.


키이이이잉!!


어둠 속에서 서로 부딪치는 칼날과 칼날.


그 순간 서로의 모습을 보았다.


아레스 "누나!?"


아레스는 칼을 맞대며 그렇게 직감했다.


그리고 칼을 맞댄 인물, 즉 가면의 대마인, 코우카와 오보로 또한 알아차린다.


코우카와 오보로 "레이!?"


쌍방, 근소한 동요.


먼저 움직인 것은 누나 쪽이었다.


오보로는 팔다리가 절단된 아스카를 안고 그 자리에서 도망친 것이었다.


연막이 걷히자 뒤에 남은 것은 사령경과 아레스 뿐이다.


테우타테스 "쯧."


생각지도 못한 방해가 들어와 아스카로부터 테셀락의 소재를 캐내는 데 실패한 테우타테스는 짜증을 냈다.


테우타테스 "그 여자, 살아있었나? 아니, 틀림없이 죽였을 텐데."

테우타테스 "게다가 저 여자의 사체에는 요마를 넣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 타이밍에 나타날 줄이야."

테우타테스 "어쨌든 코우카와 아스카가 살아남았다. 강철의 사신은 반드시 태어난다는 말인가. 나도, 저것도 블랙의 인과인가."


테우타테스는 이를 악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봉둔술을 사용한 반동으로 또 몸이 심하게 상한 아레스는 웃고 있었다.


아레스 "누나, 살아 있었구나. 그리고 또 아스카 님을 도왔어."

아레스 "나는 기뻐. 누나는 여전해서."

아레스 "나는 코우카와에 복수하는 사신 아레스. 이번에야말로 꼭 누나를 코우카와의 운명에서 해방시켜 줄게."


오보로는 살아 있었다.


코우카와 마을 멸망하던 날, 그녀는 테우타테스에게 살해당할 뻔했는데, 그 순간 공선술의 오의에 각성, "심전이(“心転移)"로 다른 몸으로 옮겨 죽음을 피했다.


하지만 그 새로운 몸으로 원래의 힘을 되찾기까지 몇 년이나 시간이 필요했고, 빈 껍질이 된 자신의 몸에는 테우타테스가 다른 누군가를 옮겨 놓았다.


그게 노마드의 대간부의 오보로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사지가 절단된 아스카는 사지를 사이보그로 대체했다.


그 날, 강철의 사신이 태어난 것이다.




아스카 "이걸로 끝내자."

아레스 "네, 끝내도록 하죠. 나의 운명, 당신의 운명, 그리고 코우카와의 운명 전부를."

아스카 "네 봉둔술은 통하지 않아. 나는 대마인의 힘을 봉쇄하는 테셀락을 노린 알사르마저 쓰러뜨렸어."

아스카 "그리고 이 결전형 병장은 너와 결판을 내기 위한 나의 새로운 힘!"

아스카 "강장전개(強装展開) - <Excel Deployment>!!"



아스카는 새 장비의 힘을 해방시켰다.


그녀의 흔들림 없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을 본 아레스는 광희狂喜한다.


아레스 "아스카 님,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의 새로운 힘을."


아레스의 주위에 마법진이 떠오른다.


거기서 소환되는 기계의 거인.


아레스의 새로운 신체.


그는 낡은 몸에서 얼굴과 몸통의 중추 부분만 빼, 새 몸에 끼워 넣었다.



아레스 센티넬 "아레스 센티넬. 그렇게 불러주시길."


대치하는 두 사람.


얽히고설킨 인연.


서로의 운명을 건 마지막 대결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