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우리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때 신의주에서 태어나셨음. 10대 중반?(소학교 졸업 이후라고 하셨던건 기억남)까지 신의주에서 사시다가 상경하셨는데, 이때 처음으로 할머니랑 만나심.


첫만남 에피소드가 꽤 재밌음.


할아버지가 공부하시다가 책 사려고 책방에 들렀는데, 주인은 없고 여학생 한 명이 있었다고 함. 그래서 할아버지가 혹시 주인장 딸인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셨대. 


그래서 돈 낸 다음에 자기 이름 남겨놓고 가셨는데, 할머니는 그냥 자기 왔다 간거 알려달라고 남긴건 줄 아셨음. 근데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너무 예뻐서 자기 알아줬으면 하는 맘에 쓰셨던 거라고ㅋㅋ


아무튼 할아버지가 학생때 책 읽는거 좋아하기도 해서,  책방 드나들면서 몇 번 만나셨는데 한번은 책 몰래 훔친거 할머니가 덮어주기도 하셨다더라ㅋㅋ 


이것도 되게 재밌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네


근데 할아버지가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성격은 아니셔서 좋아하는 티를 전혀 안 내셨다고 함. 꿈에도 할머니가 나올 정도로 좋아하셨는데… 


할머니도 처음엔 별 생각 없으셨는데, 여러번 마주치니까 점점 할아버지한테 호감이 생기셨다고 함. 가끔씩 웃어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고 회상하시는게… 뭔가 나도 설레이는 느낌이었음


근데, 몇년 뒤에 6.25 전쟁이 터져서 두분 다 생이별하심. 할아버지는 피난 생활 하면서 고등학교 졸업하시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그 책방을 찾아봤는데 그냥 흔적도 없어져서,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셨대.


그러다가 몇년 뒤에 우연히 다시 마주쳤는데, 처음에는 잘 못 알아봤는데 이름 대자마자 알아보시고 재회하심. 그렇게 결혼까지 하시고 사시다가 몇 년 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바로 이듬해에 할머니도 돌아가심.


예전에 들은 이야기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서 써봤음. 조부모님 볼 때마다 서로 사랑하시는 게 보여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가 이 이야기 하실때 눈빛이 뭔가 반짝이시던게 아직도 기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