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전 진짜진짜진짜 하꼬 작가구... 대단하신 작가님들이 엄청 많아서 감히 제가 글을 써도 될진 모르겠어요.

다만! 진짜 웹소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패러디만 퍼먹다가 갑자기 삘받아서 글 쓰게 된 사람으로서, 웹소를 잘 안 읽다가 우연치 않게 글 쓰는 사람들이 하는 실수에 대해서 써보려 해요.

사실 다 제가 해본 실수에요ㅋㅋㅋ;;;

첨부터 히트하신 분들은 이런 거 몰라요 헤헤


1. 엔터는 무조건 많이 치면 좋다.


저는 처음 웹소 쓸 땐 당연히 대학교 레포트 쓰듯이 문단 단위로 글을 썼고, 엔터는 문단이 바뀔 때만 쳤어요.

그러다보니 첫 화부터 댓글로 너무 벽돌이다 라는 지적이 들어왔는데, 그 와중에도 습관을 못 버리고 그냥 문장 단위로만 엔터를 치더라고요ㅋㅋㅋㅋ

하지만 기본적으로 웹소설은 모바일에서 보는 거고, PC로 볼 때랑 모바일로 볼 때 가독성의 차이를 많이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웹소에 익숙하지 않거나 웹소 보기는 많이 봐도 유명한 거 위주로만 보신 분들은 이 엔터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던데 저는 한 문장이 끝나면 엔터 치고, 문단도 2~3문장 정도로만 구성해용.


아 그리고 덧붙여서 따옴표 안에 마침표 꼭 찍으시구, 문장을 쉼표로 억지로 늘리기보단 차라리 마침표를 찍고 다음 문장을 시작해보세용. 특히 억지로 문장 길게 하는 건 고딩 때 자소서 쓸 때도 많이 지적 받은 거에요ㅋㅋㅋ. 두괄식으로 쓰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2. 주인공의 목적이나 목표는 뚜렷할 수록 좋다.


이것도 제가 한 실수 중에 하나인데 주인공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이게 저는 사실 재밌게 본 영화나 소설, 드라마가 왕좌의 게임이라던가, 해리 포터라던가, 대군사 사마의 같은 주인공이 기본적으로 소시민이라던가, 아니면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군인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쓰는 소설도 주인공이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사건에 서서히 휘말리면서 목적이나 사상이 생기는 뭐 그런 식으로 써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지극히 단행본이나 시즌으로 나올 때나 어울리는 이야기 진행 방식이란 걸 깨달았어요.

물론 그마저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요.

저는 회빙환이나 상태창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그 이유라고 생각해요.

한 화 한 화 연재되는 웹소설은 단행본에 비해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로 가는 과정이 호흡이 짧은 스토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3. 착한 거와 어리석은 건 다르다.


아무리 웹소설이 사이다가 좋다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좋아해요.

하지만 착하다고 해서 무조건 자기가 가진 걸 베푼다거나, 무조건 양보만 하는 게 착한 건 아니에요.

어떤 사연이 있는 사람, 혹은 누가 봐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몸을 던지는 건 착한 거지만, 그냥 아무한테나 자기 먹을 걸 주는 사람은 멍청한 거져.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가문이 몰락한 알거지에게 빵을 주는 건 착한 거지만, 도박 중독자에게 빵을 주는 건 멍청한 거에요.

그리고 멍청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가끔 그런 멍청한 히로인이 온갖 억까를 당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암튼)

제가 이걸 몰라서 정통 사극에서 자주 나오는 정말 남들을 위해서 희생만 하는 선량한 캐릭터 한 번 넣었다가... (이하생략)


4. 모든 설정을 한 번에 풀 필욘 없다.


제가 처음 소설을 쓸 때 한 실수 였는데, 독자님들에게 제 세계를 완벽하게 알려주고 난 뒤에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화에 모든 마법 설정을 다 쑤셔박았답니다!

심지어 엔터도 한 번도 안치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저희들은 새 물건 사도 사용설명서도 안 읽잖아요?

설정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생각보다 독자님들은 설정에 관대하세요.

물론 오류가 나면 지적은 하지만, 설정이 완벽하게 딱딱 떨어지는 정합성을 요구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그러한 정합성에 너무 집착하기보단, 조금 정합성을 희생하더라도 직관적인 설명과 예시를 통해 설정을 천천히 풀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5. 설정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짜자.


아까 설정이 정합성을 조금 희생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절대로 설정을 대충 짜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제가 바로 설정을 대충 짰다가 피본 사람으로서, 설정은 꼼꼼히 짜고 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지명이랑 인명을 생각을 너무 안해놨다가 많이 피를 봤어요.

아카데미 물인데, 교수님 이름을 생각 안해놨다거나, 대가문들은 다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인데 본성 이름을 생각 안해놨다거나, 수도 이름을 안 정했다거나, 제국명을 안 정했다거나, 황제의 가문 이름을 안 정했다거나, 관직명을 안 정했다거나...

...생각해보니 이건 제가 이상한 거 같네요.


6. 소재는 힙해도 되지만, 플롯은 힙하면 힘들 수 있다.


제 전작은 소재는 조금 매니악하지만, 장르는 전형적인 아카데미물이었어요.

다만 전작은 제가 말한 위에 있는 실수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한ㅋㅋㅋ 단점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소재는 오히려 더 매니악해졌고, 장르 역시 더 마이너해진 작품이에요.

하지만 주인공의 목표를 조금 뚜렷하게 가져가고, 설정을 너무 빽빽하게 짜지 않은 대신 구체적으로 짜는 등 단점을 보완하다보니 오히려 소재랑 장르만 보면 더 대중적인 전작보다 지표가 더 좋아요.

물론 소재가 마이너하다거나 장르가 마이너하면 힘든 건 맞아요.

하지만 아무리 소재와 장르를 대중적인 걸 쓴다고 하더라도, 플롯이 웹소설과 적합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힘든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7. 주인공은 능동적이어야 한다.


2번이랑 연결이 되는 건데, 웹소설에선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 혹은 운명에 휩쓸리는 주인공들 보단 자기의 운명을 직접 개척해나가는 주인공이 더 선호받아요.

이건 단순히 웹소설이 사이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은 원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을 더 좋아해요.

뭐 남녀역전물 같은 특정 장르는 다르지만, 만약 자기가 쓰고자 하는 작품이 일반적인 판타지라면, 세상을 구하는 이유가 여신이 준 사명이라던가 남들의 부탁이라기 보단, 자기가 자기 의지로 남을 구원하고자 하는 그런 심리 묘사를 조금 중점적으로 두시는 편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참고로 제 주인공은 대부분 수동적이었습니다.

...ts일상피폐물을 너무 퍼먹은 나머지 그 내용이 글에 반영이 되었어요.


으... 정말 기초적이고 누가 이런 실수를 해?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다 제가 한 거에요ㅋㅋㅋ...

사실 이런 실수를 잘 보면 알겠지만, 웹소설 말고 다른 컨텐츠에선 의외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정통 사극 주인공 같은 캐릭터가 주말 연속극에 나올 수도 없고, 미드에서 흔히 보이는 성관념을 가진 캐릭터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와도 어색하듯이, 웹소도 웹소 특유의 문법이나 장르 공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에 어긋났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자연스러운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꼬 중에 하꼬 작가지만, 다른 분들은 제가 한 실수를 하지 않고 작품을 쓰면 좋을 거 같아서 써봐요ㅋㅋ


+) 그리고 추가해서, 웹소에 정답은 없어요.

이세계 티알피지라던가 무협 미친년이라던가 표절 작가라던가 노벨피아에서 엄청 인기 많은 이 작품들만 봐도, 재미 요소나 장점이나 강점은 다 달라요.

제가 재밌게 본 천재 마법학자라던가, 사펑불퇴같은 작품 역시 노벨피아의 전반적인 감성과 꽤 다르지만 많은 인기를 끌었고요.

1번이나 5번 정도만 제외하면 웹소설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뭣보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가 재밌어야 한다" 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설사 플롯이 힙하더라도, 주인공이 조금 수동적이거나 목표가 없더라도, 설정이 과다하다고 느껴질 정도라도 이 소설을 쓰게 된 집필동기가 이와 맞닿아 있다면 충분히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비록 하꼬 작가의 비루한 팁이지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