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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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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설명문구 추가할 것)---

1.매일같이 진화체놈들을 잡느라 지친 육신에 주는, 한때의 짧은 유희.

2.가급적이면 역, 열차 내부와 같은 안전한 곳에서의 이용을 권장드립니다.-

3. 일반인들도 사용할수 있는 게시판이므로, 이곳에서 퍼지는 진화체 공략 정보는 신뢰성이 부족할 수 있음을 숙지해주세요.


▲[이용 규칙 및 위반시 밴 기간 목록]

 0개의 숨긴 게시판 열기]

▶[ ---새 게시판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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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환경은 테스트 서버입니다. 

버전은 주기적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고, 관리자 계정의 유출이 없도록 노력합시다. 

테스트용 게시판의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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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주작작

오늘자 버전 동작 확인했어


02: 주작작

그리고 다른 장소랑 기기에서 무리없이 동작하는지 답신해달라고 n번째 물어봤다


03: Drkurzweil

핸드폰에서도 무리없이 동작되는군, 확인했네


04: Drkurzweil

음...역시 일 하나가 끝나면 하나가 더 늘어난다더니 사실이었구만


05: Drkurzweil

역시 원래 계획대로 그냥 메시지 앱으로만 전환하는 게 어떤가? 아니면 자네가 부관리자 좀 대신해 주겠나?


06: 주작작

너한테 가져다 바친 커피가 리터단위가 넘는데 그거나 뱉고 말해라 새끼야


07: 주작작

그리고 나보다 일 많니? 남부에 올라갈 탑 안에 들어갈 것들 미리 배터리 넣어주느라 내가 하루에 몇 번씩 뒤져나가는데


08: 주작작

그 용이랑 호랑이가 앞에서 받아주는 동안 뒤에서 생각없이 방아쇠만 딸깍거렸던 업보가 지금 돌아오는 게 분명해...


09: Drkurzweil

난 분명히 반대했네, 제약과 손잡을 때엔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이야


010: 주작작

안개 사건의 복구랑 그 아이에게 한 짓의 속죄에 대한 건 줄 알았지, 누가 이런 엉망진창인 코딩덩어리를 만지고 있을 줄 알았겠어?


011: 주작작

내가 어디 가서 폼 좀 잡고 간지 좀 살렸다가 손해 본 일은 없었는데...이번엔 꽤 많이 본 것 같다


012: Drkurzweil

숨이라도 돌릴 겸 커피라도 마실 텐가?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특별히 내가 기꺼이 긁어주겠네만 


013: 주작작

됐네요, 대용 커피 한 잔 마시자고 1층까지 내려가기도 귀찮고 줄 서기도 지쳐


014: 주작작

나중에 동쪽에서 용이나 하나 찾아오면 압축 커피가루 한 다섯 상자만 보내달라고 해, 가능하면 초콜릿도


015: 주작작

망할...안 그래도 뇌 안 돌아가는데 단 것까지 없으니 수명 타들어가는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단 말이지...


016: Drkurzweil

으음...송별식의 커피는 아무래도 혼자 마셔야 하겠구만


017: 주작작

송별식..? 누구 나가? 본사에서 내려오는 그 여자 바뀌기라도 해?


018: Drkurzweil

아니, 나 말일세. 진화체인 몸으로 이곳에 머무르는 것도 여러모로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말이지


019: Drkurzweil

걱정은 말게, 자네가 입사할 때 말했던 그 두 가지의 과업에서 내가 도와줄 몫은 마쳐놓았으니, 안에 들어갈 시스템은 문제없네.


020: Drkurzweil

이제 적어도 이번 일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일어날 일이 없겠지, 본사와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을 테고


021: Drkurzweil

염려하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면 열쇠가 잘못된 자의 손에 흘러들어가는 경우와...이 건물에 뭐가 증축이 되는 경우인데...


022: Drkurzweil

첫 번째는 내 나름대로 계획이 있다만...두 번째는...솔직히 막을 방법이 없어서 말이지


023: Drkurzweil

뭐, 설마 협회와도 종교 및 과학의 탐구를 위해 쓰기로 한 건물인데, 설마 나중에 가서 누가 말을 바꾸겠는가?


024: Drkurzweil

남부에 빡대가리들만 가득차지 않는 이상...설마 동부를 따라하겠다고 거기에 리조트 같은 것...을 짓지는 않겠지...?


025: 주작작

거 까마득한 미래 이야기만 하지 말고 게시판은 끝내고 가


026: 주작작

너 아니면 건들지도 못하는 스파게티 코드가 산더미처럼 있는데, 그런거 싸질러놓고 도망가는게 말이야 방구야?


027: Drkurzweil

...음, 결심했네.


028: Drkurzweil

나중에 설헌과 혼약 올릴 날짜 잡혔으면 말하게, 내 개인적으로 수집해놓은 물품 하나 혼수품으로 내줄 터이니


029: 주작작

그 날이 빨리 올까, 지금 장전한 여섯 발이 날아가는 속도가 빠를까?


030: Drkurzweil

전자가 당연하지 않나? 잘 있게, 솔직히 그대도 몇 번씩이나 죽어 봐서 알잖나.


031: Drkurzweil

우리 주변의 모든 일을 혼자 수습하는 건 나도, 그대도 할수 없단 것을


032: 주작작

진짜 토꼈네 얘, 어디갔냐고 너. 나 이거 관리자 진짜 못해! 그때까지 살아있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033: 주작작

어떻게 하냐고, 설마 지난번에 말했던 대로 관리자 권한 진짜 그 여자한테 넘겨?


034: 주작작

야!!!




"..."

"...왜 그래, 사이?"

"저걸 함께 설계했던 직장동료 생각이 잠깐 나서, 아무튼...음."



사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겁게 입을 떼었다.

언제고 이야기할 대상을 찾으면 무척이나 가볍게 입을 떼던 평소의 그와는 사뭇 다른 기색이었다.


"...난 옛날에 이곳에서, 저 아이가 한창 날뛰었을 때 진압한 적이 있었네."

"예."

"엑?!"


겟탄이 놀라 되묻자 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지 않는 무용담조차 당사자에겐 그닥 중요하지 않다는 듯.

삐걱거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안개 사건이 마무리지어진 뒤, 남부에서 처음 보는 S급 이상의 진화체였지."

"동부, 서부, 북부에선 이미 한번 이상 그런 진화체들과 마주한 적이 있었다고들, 벗에게 이미 들었었어."

"용은 술 한 병을 두고 담소를 나누었고, 호랑이는 제자로 들였고, 거북은 서로의 길을 존중했다고."


"나는? 최악의 방식을 택했네."


"무기를 꺼내들었지."


"안개 사건이 처음 남부에서 시작했기에, 남부는 니드회그 사건을 겪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 지켜야 할 사람들..."

"그런 것을 이유로 총잡이는 총을 들었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순서가 틀렸다는 것을 학자로써의 내가 직감하게 되더군."

"저 아이는 달랐다고, 쏘기 전에 한 마디라도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그녀는 아직 진화체가 되기 전이었어, 혼혈이 선을 넘을 때의 순간처럼 인간의 잔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지."

"난 그런 그녀에게 불꽃의 탄환을 쏘았고, 제압될 때까지 계속해 쏘았지. 그녀의 최후를 지켜보지 않고 외면했어."


"...그리고 내 외면에 대한 죄의 결과를 지금에서야 마주하게 되는군."

"대화하지도, 하다못해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어. 학자로써도 총잡이로써도 실격이지."

"사이."


미리내는 차분히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톡톡 하고.

위로하려는 걸까. 아니- 그녀는 어딜 가리키고 있었다.


"사이."

"음, 어떤 말이든 해도 좋아, 용."

"저기."


여러 갈래의 검은 촉수에 휘감기다 순식간에 풀어버리고, 곧 이미 일그러져 뒤틀린 악몽 속 공간에 내던져져서는.

곧 발광을 그대로 축약한 듯한 돌진에 그대로 정권으로 화답하곤, 공간을 돌려차 자신의 주변을 휘감는 바위의 폭풍을 만들어낸.

...머리에서 흐르는 피의 양이 장난이 아닌.

허벅지 곳곳에 정체모를 것들이 큼직하게 박힌.

그녀를 떨쳐내고도, 곧 순식간에 떼를 이뤄 다가오는 악몽의 환영들을 향해 오라는 듯 손을 까딱는.

성한 곳이 없는 호랑이, 호 선생.


"...너가 말하는 사이 우리 호랑이 죽겠어."

"미안하네, 버릇이라."

"계획부터 말할까 우리? 응? 제발?"

"탑을 부숴야 하네, 정확히는 증축된 곳만. 내가 어딜 공격해야 하는지 알려 주겠네."

"...많은 곳을 정밀타격하는 거라면, 나겠네 그치?"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 피로와 부상. 그 모든 것이 겹쳐진 눈은 한순간 감기려다 이내 다시금 떠졌다.

나는 시선을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예전처럼 푸른 밤하늘과 은하수가 깃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푸른 피에 젖은 건지, 쇠해가는 것인지 약간 뿌옇다.

시선을 맞대는 그 일순만으로도 내 마음은 순간적으로 울컥했지만...간신히 삼키는 데 성공했다.


"...미리내액."

"응?! ...푸흡,  뭐야? 우리 제자 울어?"

"누가 울기는 개뿔이 웁니까, 아무튼 눈알이 버틸 수 있겠어요?"

"버틸 수 있냐 없냐는 진작에 따지지 않았어, 그런 걸 계산했다면 이곳에 와서 제자님을 만나지도 않았을 테고."

"치료 좀 받고 가시지."

"이건 못 고쳐, 지금 찰나의 상처는 그 제자님의 힘이 없어도 아직은 회복 가능하지만...옛 상처는 그럴 수 없거든."


"..."

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디...저걸 부숴 줘 미리내, 그리고 방랑자들과 진화체도, 전부 부수게 되면 그 엔진을 끼울 곳이 드러나게 될 테니."

"넌 옆에서 조언만 하게?"

"싸워야지, 그러기 위해 시간을 끌어달라고 하는 거야."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빠직, 한순간 내 볼을 스치고 아래에서 솟아올라온 무언가가 보였다.

검은 가시? 그것의 뿌리를 찾기 위해 눈알을 굴리면, 그것의 길이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그러나, 탄환처럼 날아와 박힌 것도 아니었다.

명백히 공기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악몽은 뿌리를 드러내어 현실에 도래했다.


그리고 우리를 감싸고 있는 불꽃을 찢어발기려 들었다,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용인하지 않겠다는 듯.

부그륵, 불쾌한 거품 소리와 함께 그곳에서 실루엣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번과는 달랐다.

더 짙어졌고, 매끄러워졌다. 마치 신형 열차의 겉표면과도 같이 금속의 질감이 느껴질 기세였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건 우리 쪽일 것 같거든."

"그녀의 악몽이 점점 현실을 찢고 이곳에 도래하고 있군, 우리의 싸움 방식, 전투...그 모든 걸 학습하고 있어."

"안개 녀석의 독까지 실험에 썼다더니 정말 이런 스타일까지 학습할줄은 몰랐는데?"


실루엣들이 불꽃의 장막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미리내가 손짓으로 일으킨 푸른 궤적에 실루엣들이 하나 둘 꿰뚫렸다.

딱 봐도 크게 파인, 진화체였어도 죽었을 정도의 직경의 구멍. 그러나 그것은 서서히 수복해나가며...

다시 문을 두드리고, 내려찍고, 몸의 크기를 줄여 어떻게든 갈라진 틈 사이로 파고들어가려 했다.


"...이거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거 맞아? 내려아 하는 거 아냐?"

"그치만 내리면 더 지옥인걸? 지금 이 불꽃 안이니까 버틸 수 있는 거지 바깥엔 저런 현상과 계속 싸워야 할 텐데?"

"하지만 그래야 할 때가 올 것 같은 때엔...싸워야겠지? 괜찮아, 둘 다 모두 내가 지켜줄 테니까."


주역이 두 명을 끌어안고서는, 피를 끌어다모아 큼직한 방패를 만들어내었다.

엑스트라의 피도 섞인 것 덕분인지 타오르는 불꽃 또한 둘러져 있어, 꽤나 듬직해 보였다.

"주역, 투사가 이쪽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어쩌면 에딧도."

"알아."

"겟탄이랑 너는 딸을 지키는 데에만 집중해, 떨어지는 파편 막고 다가오는 것들 처리하고."

"...너는?"


"탑 파괴하면서 싸울 시간을 벌어야지."

"내릴 생각이야, 전부?"

"이것의 속도도 거의 멈추다시피 했는데, 여기 있어봐야 그저 바랄 수 있는 건..."


눈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스쳤다.

아홉 개의 무구, 미리내의 것을 이 지하의 폐기장에서 모아 만든 재료로 어설프게 베껴 만든 듯한 위작.

그것들이 각각 하나씩 투사의 촉수에 휘감겨.


"...아아 ▀▝ ▙아아아악아아!!!"

주기적으로  끊겼다 재생되는 고장난 녹음기처럼 울려퍼지는 비명과 함께 내려찍히며-

우리는, 깨져버린 불꽃의 파편을 휘감고.


그렇게 각자의 방향으로 허공을 향해 달렸다.

주역은 둘을 끌어안고 피의 날개를 글라이더 삼아, 허공에 떠다니던 입간판에 미끄러지듯 착지했다.

겟탄은 그의 특유의 날랜 보법으로 착지하자마자 주변에서 반응하듯 뛰쳐나온 검은 가시들을 피하며, 곧바로 그것들을 꿰뚫으며 길을 열었다.


난 엇갈렸다.

아직 허공이다, 그리고-

"...아 씨-"

이곳의 중력은, 이제 상식적으로 아래를 향해야 한다는 기준마저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내 기준 오른쪽에서 날 향해 날아오던 버려진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탑 외부에 설치되어 있던 열차의 레일을 딛고 간신히 양팔을 추하게 돌려가며 간신히 중심을 잡고 달리니, 순식간에 레일이 무너졌다.

한 칸, 한 칸, 딛고 올라서다 보니 바로 내 발밑에서 다른 것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이건...꽤 익숙한 디자인인데, 이미 뽀사진 것 하며, 분명 이런 외형의 외벽이...

그래, 분명 떠올린 게 맞다면 이건 투사와 처음 싸웠을 때 그 녀석이 날 집어던졌던 VIP들이 타고 있던 열차였다.

손도끼를 갈고리 삼아 찍어 매달리며 생각했다, 분명 이거 중앙 터미널로 갔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곧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부의 자랑, 부유한 자들이 모이는 중앙터미널 역의 유리 돔이 산산히 조각나 허공을 향해 너나 할것 없이 치솟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뇌가 마비될 정도의 풍경이지만, 또 한 가지 감각이 내 불길한 예상에 확신을 더했다.


축축함.

색소 가득한 음료수를 졸인 것 같은, 끈적하고 텁텁하고, 거기에 악취까지 풍기는 정체불명의 물질들.

터미널과 인공 바다의 그 밑, 지하에 있던 것들이 점점 지상을 향해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그 액체와, 그 기체들 속에 들어있는 유독함까지 머금고.


"...콜록."

호 선생은 아무래도, 즉각 상황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호흡을 고르고 있었으니.

그러나 그것만으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는 투사를 막아내기엔 그조차도 어려움이 있었다.


주먹과 꼬리, 양손에까지 쥐어진 무구들.

수많은 얼굴들이 비명지르는 것이 그대로 박혀 있는 그녀의 주먹을, 그는 손바닥으로 받아낸 뒤.

복부에 순식간에 하나 둘, 열 발의 주먹을 박아놓고서는 오른쪽에서 날아오는 아홉 개의 무구를 무릎을 굽혀 피한 후 돌려찼다.


그녀가 날아가며 열차와 잔해들을 꿰뚫었으나,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그녀가 한순간 세상에서 사라졌다.

다시금 나타나는 그녀는 다시금 그의 배후를 찔렀으며, 일제히 기습한 실루엣들이 그를 둘러쌌다.

다시 한번 폭풍이 인다, 숨이 더 격해진다, 몇 개의 상처가 더해진다.


한 합에선 명백히 호 선생이 이겼겠지만, 진화체는 회복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도, 그녀의 악몽도 더 깊어진다.

호 선생에게도, 미리내에게도, 저기 달려가고 있는 겟탄과 그의 가족에게도. 전부.

지금 입은 상처들이 몇 분이 지나면 어디 하나가 잘려나가야만 끝날 수 있다는 소리-


"...윽!"

머리가 어지럽고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황급히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지만 이미 글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리내, 투사의 장갑, 겟탄. 한순간에 보았던 풍경들이 왜 눈에 보였나 깨달았어야 했는데.

정신을 차린 나는 나도 모르게 발동했던 제 3형태를 해제하고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도 팔의 힘까지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 미끄러져 떨어지진 않은 모양이니.

그러나 더 이상 이 알 수 없는 열차의 궤적에 의지하기도 두려워진 나는, 근처에 보이는 건물의 잔해를 향해 뛰어 착지했다.

가볍게 숨을 몰아 내뱉자-


그곳에는 풍경이 보였다.

투사가 보여줬던 풍경, 아마도 겟탄과 방랑자 녀석들이 휴식을 취했을 그곳.

검게 변한 벽에 털썩 기대 어지러움을 해소하려 하자니, 퉁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래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음료수.

그제야 나는 기댄 것이 자판기란 것을 깨달았다, 전기도 안 연결되어 있는 것이 작동이라.

캔을 치켜들어 입에 머금으려 하자니, 내가 서 있는 땅조차 우르릉거리며 균열이 일었다.

그리고 다 쏟았다, 입에 있는 것 캔에 든 것 상관없이.


마실 틈도 주지 않겠다, 탑은 그렇게 경고하는 듯 했다.

"...그래도 부수려고 하면 발 디딜 곳은 있어야 할 거 아냐, 양심이 있다면..."

손으로 별을 붙잡...멀리서 손을 대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걸 직감할 정도의 온도라 그냥 허공에 띄운 채로 작동시키기로 했다.

등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는 애써 무시한 채로.


우선은 저 천장부터 뚫으면 되려나.

호흡을 고르고 천장을 겨누었다, 그리고 회장, 비서와 찻잔을 놓아두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나눴던.

그 방까지 닿도록 서서히, 서서히 출력을 높여갔다.

그리고, 터트ㄹ-


"...부수기로 마음먹었구나."

"..."


어째서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아니, 그것은 사실 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눈을 감기 직전 보였을 뿐이라, 별의 선명한 색이 그 눈에 들어왔을 테니.

그녀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꺼져가는 삶에 대해 넋두리를 하는 거겠지.


"...처음 죽어갈 때, 내 힘이 퍼져나가는 감각을 느꼈어."

"..."

"생소했어, 대다수는 아주 불쾌한 감각을 동반했지만."

"..."

"내 힘이 갈기갈기 찢겨...누군가의 마음을 공포로 물들이고...이윽고 사슬을 가득 채우게 하는 데 쓰이는 모습."

"...무서워, 최악이야. 내 힘은 그런 식으로도 쓰일 수 있었구나."


"...하지만 그래도, 하나 쯤은 있었나 보구나. 지난번에 내가 말했지? 그 정도로 피와 살을 섞었는데도 왜 넌 진화체가 되지 않을까."


"날 너랑 똑같이 놓고 보지 말아 줘."


"...넌 변할 필요가 없던 거였어, 다른 사람들과 그렇게나 쉽게 마음을 나누고 맺을 수 있으니까."


"..."


"죽는 게 두렵고...무섭고...불안했지만, 그런 내가 누군가와 공감하고...더 좋게 바꿔나가리란 희망을 그에게서 보게 된다면..."


"...지휘봉을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하, 물론 죽으면 힘이 사라져 버린다..라고 하는 거였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치? 대다수의 진화체가 그렇잖아."



테라피스트가 눈을 빛냈다, 죽기 직전 무언가라도 보는 것일까.

내가 답하던 말던 이어나가는 그녀의 말은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난 너의 사상에 조금도 동감하지 않아, 탑은 본래의 목적을 위해 부술 뿐이고, 투사는 구하고 싶으니 구할 뿐이야."

"그걸로 충분해, 나도 그랬거든...기뻐."


"그 아이를 질투할 필요가 없었던 거였어...정말로...닮은 사람은 정말 멀리서 찾아 해맬 필요가 없었던 거니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지."


깜짝이야, 내 목소리 아닌데? 누구야.

 한순간 힘이 풀린 손에서 천장을 향해 별이 날아오르고, 낙뢰보다도 더 큼직한 소리를 울려 퍼트렸다.

사방에서 내리꽂히는 바위는 곧 궤도가 바뀌며, 예측할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내리꽂히는 낙석의 폭풍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그래도 형태를 유지하는 안이면 그나마 낫겠거니 했는데..."

생각해보면 여긴 악몽의 한복판이잖아, 무슨 판단으로 이런 시궁창 같은 짓거리를 한 거냐, 빡대가리 나 새끼야.


손도끼로 머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들을 쳐내기도 한 두번, 결국 눈에 하나 정통으로 얻어맞고 나서야 생각을 바꾸었다.

2형태를 전개해 그 면적으로 날아오는 것을 방패막이 삼았다. 쿵, 쿵. 묵직하게 때려박히는 소리와 함께.

그제서야 트인 시야는 깨끗함조차 허락하지 않고, 물밀 듯 밀려들어온 악몽의 안개와 낙석의 폭풍에 계속 끊긴다.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필름처럼, 이제는 정말 목숨이 다해 쓰러진 테라피스트에게.

어느 무언가, 실루엣이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온다.

아직 힘이 다하지 않은 그녀를 끝내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그 실루엣이, 검고 긴 도검을 뽑은 순간, 아니라는 것을 즉각 깨달았다.

2형태를 거둬야 하나? 순간 그 2형태의 중앙을 크게 강타하고 간 자판기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자 그 생각이 자동적으로 취소되었다.

전진한다. 2형태를 방패 삼아 조금씩 앞으로.

그것의 틈새 사이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눈앞의 그녀가 보이는 풍경이 서서히 내 두려움을 가중시켰다.


그것은, 이미 입도 다물어버린 테라피스트에게 다가갔다, 헤집고 헤집었다.

코어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 아니- 그건 투사가 터트렸다, 없다.


"야."


그러자 그녀는 곧 테라피스트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대검을 깊숙히 찔러놓고는.


"야...?"


검은 실루엣의 파편에서, 곧 새하얀 입과 그 송곳니만을 드러내어- 그녀의 목에 대고는.


"야이 미친ㄴ-"


몸이 비틀거린다, 쓰러질 것 같다, 그러나 저건 막아야 해.

막지 않으면 진짜 대형사태다, 저건 어떻게든-


"...후우."

누군가의 안도의 한숨, 그 한순간의 정적.

그것이 있고 난 후 이어진 것은-


폭발, 내가 구멍을 뚫은 천장에 마무리를 가하듯, 한순간에 사방에 터져버린 탑의 파편.

날아갈 것만 같은 난, 어떻게든 다시 뺑이치지 않겠다는 마음을 최대한 실어 손도끼를 내 2형태에 찍어넣었다.

아프다아아아아악! 그야 내 몸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따지고 보면 내 몸 어딘가를 손도끼로 찍는 거에 가깝지! 응!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고통과 강풍을 간신히 참자, 곧 바람이 잦아들었다.

아니, 소리조차 잦아들었다, 낙뢰도, 투사의 비명도, 방랑자들의 소리도, 별의 소리도 없이.

이곳엔 오직 정적만이 남겨져 있었고.


"...그닥 맛은 좋지 않았네."

그 정적의 주인은 보라색으로 칠갑된 손가락을 핥을 뿐이었다. 축 늘어진 테라피스트에게 맺힌 원을 이번에야말로 갚으려는 듯.

그렇게나 강하게 땅에 팽개쳐버린 뒤로.


에딧은 그렇게 나를 응시하며, 그렇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썩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함께 떨어져줄 사람을 찾았을 때의 그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엑스트라 괜찮아? 괜찮은 거 맞지? 저거에 당한 거 아니지? 피 빨린 거 아니지?!

핸드폰 화면을 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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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RRW▉-cial

-▉▉ 진!체▉▉▉▉.

-▉▉,



"..."

"탑은 깨졌고 현실이 뒤집혔으니, 이제 더는 그런 핸드폰의 어줍잖은 연결고리 따윈 이어지지 못할 거야."


그녀는 피식 조소하며 입을 열었다.


"자 방랑자, 이제 뭘 가졌니? 그 도끼? 아니면 별?  눈? 뭐든 꺼내 봐."

"..."

"나도 가지고 온 패가 많거든, 누구처럼 설득을 하고 어줍잖게 나를 희생해 공감할 필요도 없었지."


부걱부걱, 그녀의 도검의 끝에 맺혀 있던 액채가 끓어넘치며, 곧 도검 전체에 퍼져 흘렀다.

염산이라도 되는 듯 그것은 도검을 녹이고, 새 형태로 빚어내며-


"...따지건 울부짖으며 거부하건, 어차피 이용하기만 한다면 충분한데 말이야, 안 그래?"

수많은 음표들을 억지로 녹여 하나로 합친 듯한 둔기.

그것을 치켜들어, 그대로 휘둘렀다.


한순간 몸을 굴러 피하자 그것에선 음파가, 테라피스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없는 지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절규, 워커의 파일럿들과 그 밖의 다른 이들의 소리가 한데 울려퍼진듯한 소리.

가까이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한순간 역겨움이 치솟고 기분이 불쾌해지며, 압도되는 잡음.


테라피스트의 그것을 최악으로 치닫게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저항할 수도 없이 두 번째 공격이 날아왔다.

"피해."

"...윽!"

"피해!  피하라고! 피해 봐! 피할 수도 없지? 왜냐면..."


바닥에 한순간 금이 새겨졌다, 그러나 아까 전처럼의 균열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정사각형의 격자 모양 금이라 오히려 위화감이 드는 균열.

그 가운데에 서 있던 나의 밑에 있던 공간은 한순간 허물어지며-


녹색의, 어마어마하게 큰 액체 방울.

인공 바다 하나의 액체 하나를 통째로 들어올린 듯한 그러한 물방울이 나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마치, 공룡 영화에 나올 법한 그런 느낌으로.


"아읽..."

숨이 막힌다, 그러고 보니 녹색인 걸 보니 이미 지하에 있던 오염물질과 뒤섞였나?

그러고 보니 안에 꿈틀거리는 진화체들이 들어온 날 경계하고 달려들어 공격했다, 한순간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


그리고 그 공격조차 무시한 채, 앞에 누가 가로막든 거리낌 없이 이어지는 타격.

"내가 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니까!"

소리가 왜 들리지, 아. 아무래도 그녀의 일격에서 퍼진 음파가 이 물방울을 터트린 모양이었다.

근데 난 왜  잘 들렸지...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곳 하나 귀가 나가긴 했나 보네.


잘됐네.

물이 끓었다면 들켰을 텐데.

상대가 내 가슴뼈를 모두 부러뜨릴 만한 그 거대한 둔기로 내 흉부를 강타했을 때.

그녀의 시선에 보이지 않도록 손바닥을 펼쳐 충전을 완료한 별을 겨냥했다.


오래된 전법, 동시에 가장 잘 먹히는 전법.

난 그대로 그녀에게 별을 꽂아넣었다.


"...큭!"

일격을 맞은 그녀는 물러났다, 곧 한바퀴 뒤로 구르며 엉덩이 쪽에서 촉수를 돋쳤다.

아니, 꼬리인 모양이었다. 지금까진 액체가 잔뜩 묻어 있어서 촉수로 착각한 것 뿐이지.

그녀의 귀에서 돋아난 것이, 짐승처럼 숨을 쉬는 그 모습이 내 짐작에 확신을 더했다.


"...재주를 넘고 환술을 부리는 짐승이 있다더니..."

"...하아...하아.."

"그게 너였구나 투사, 근데 에딧한텐 그 힘 주지 말지 그랬냐."

"하아..."

"에딧에게도 힘이 넘어갔다는 건, 에딧의 시선으로도 날 볼수 있단 소리지?"

"...하아..."

"취소하고 뺏어, 여우귀 달아줘도 얜 메이드 카페에서도 못 써먹을 애니-"


꼬리 여러개가 춤을 추듯, 마치 하나의 거대한 부처처럼 순식간에 내려쳐지고 접혀진다. 

거대한 윤무속 파고드는 그녀의 도검을 손도끼로 휘어 꺾으며, 별로 하나하나 그녀의 꼬리를 노려 쏘았다.

쏜 족족 재생된다, 이런 지-


걷어차이고 날아가면, 뒤에는 또 다른 악몽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것이 공격하기 전에 쏜다면 막을 수 있겠지, 힘을 충전하는 내 눈에는.

또 다른 에딧의 미소가 보였다.


"너..."

당황할 틈도 없이, 꿰뚫렸다.


기침을 토하면 바닥에 검은빛의 피가 흘러내렸다.

말라붙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여러 힘을 쓴 탓일까.

무슨 이유에서건, 지금 눈 앞의 에딧과 같은 색의 피가 흐른다는 건 참으로 거지같은 일이었다.


"...눈치챈 그대로야, 이 실루엣 모두가 나지."

"야..."

"투사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꿈 속에선 갇혀 있고 현실에선 미쳐 날뛰고 있지."

"..."

"그리고 그녀가 그걸로 누군가를 상처입히면 입힐수록 스스로를 더 용서하지 못하게 될 거고...더더욱 날뛰게 될 거야."

"..."

"알잖아? 너도, 그런 건 자아 없는 힘이야, 자아 없는 힘만큼 방향을 설정해주기 쉬운 것도 없지."

"그래서 그녀를 희생시킨 거냐...? 제약처럼 명분이나마 모두를 위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그래, 부정하지 않아. 나의 길을 위해서 쓸 거야. 그녀가 나를 위해서 움직이도록, 그녀의 의지를 버리고 날 가득 채울 때까지."


지체없이 그녀는 뽑았다, 나는 곧 땅에 쓰러졌다.

"...지혈할 생각 하지 마, 그건 엑스트라가 너에게 준 힘으로도 재생할 수 없을 테니까. 테라피스트와 투사의 힘을 듬뿍 담았거든."

"...하아...하아...그딴 걸로 인심쓸 필욘 없는데..."

"너한텐 쓰고 싶더라고, 테라피스트가 죽은 지금 가장 날 짜증나게 했던 상대는 너밖에 안 남아서 말이지."

"..."

"기뻐해도 좋아, 보통은 경동맥을 긋거나 머리를 자를 텐데 말이지..."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검을 깊숙히 밀어넣어 찌른 상대는 너가 처음이니까."

"...콜록! 박혀서 좋은 남자새끼가 어디 있다고...!"

"이런 상황이 됐는데도 농담을 지껄일 여력이 남아 있어? 음 뭐 좋아..."


"...다른 쪽은 그럴 여유도 없을 테니."


===


"파일럿 다 처리한 거 맞지?"

"맞습니다."

"근데 왜 계속 밀려들어오냐고! 게다가 다 얼굴에 디폴트값이 새겨지고 있잖아! 저거 그 수녀지? 수녀 맞지?!"

"저도 아니까 좀 닥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선 가리지 마시고!"


"총알을 만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재생되고 있잖아 이젠...? 재생력에서 밀리는 건 정말 오래간만인데...? 안 그래 극단장?"

"재생력이 아닙니다, 악몽 속 세계가 점점 현실을 침식하고 있는 것이죠."

"깨어나올수 있는 꿈이려나, 이거?"

"맞서야 할 꿈인 것은 맞습니다, 악몽을 꾼 아이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 극단의 사명이니!"


"...맞설 수 있을까 극단장? 너도 알잖아? 이젠 나 하나 죽인다고 의미도 없단 걸."


"당신 하나라면 그렇겠죠."


"여럿 죽인다고 다를까? 애초에 내가 본체는 맞을까? 한순간 바꿔치기 하고 내가 네 애인에게 달려갔을 거란 생각은 안해?"


"..."


"지금 네 애인, 찔려 죽어가고 있거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아? 어떤 농담을 했는지 알아? 궁금하지 않니?"

입 안에 찬 피를 마치 불꽃을 내뿜듯 한순간 퉷 하고 뱉어낸 그녀는 에딧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죽지 않습니다."

"어이쿠, 망상은 효율적이지 않아 친구야."


"아뇨 압니다, 그 남자는 그런 걸 의심할 정도의 여인을 애인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망상을 넘어 정신병이네, 너무 비효율적이야."

"이어져 있으니 압니다, 알고 있으니 느껴집니다, 제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그녀의 검이 내려졌다, 에딧은 그녀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흔적을 지운 뒤 다시 나타나 퍼붓는 공격은 그녀의 특기였으니, 투사의 힘을 흡수한 지금 이 공격은 더더욱 발전됬을 터였다.


발을 내딛고 검을 내지르자.

그것은 막혔다.

그녀의 날개에 의해, 꼬리에 의해.

뒤이어 나타난 또다른 에딧의 잔상에 몇 개가 연거푸 막히자, 엑스트라는 입을 열었다.



"...현실에 집착하는 그대는 알고 있습니까? 예술이 꽂피웠던 과거에 낭만의 거장들이 써내려갔던...악보와 시조를?"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거산과 같은 풍차에 돌진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싸우고, 불의에 맞서고...도전을...멈추지 않는 기사의 이야기를."

"..."

"망상 같으십니까? 정신병 같으십니까? 그 모든 것이 낭만이라는 이름 앞에 허울 좋게 포장된 비효율 같으십니까?"

"..."

"그것은 옛 선조들이 남긴 불굴의 명예이자 올바른 길이니, 물러나 주시지요. 그렇지 않다면 전 저의 길을 가겠나이다."


그녀의 레이피어가 불타올랐다, 팔에서 뻗어나온 장미덩굴이 그 검에 휘감겼다.

휘감기고, 불타오르며, 형체조차 불분명하게 타올랐다.

순도 높게 녹아내려, 정련된 하나의 붉은 검으로 변하도록. 그렇게 계속해 타오르도록.

불꽃에 가까웠던 그녀의 가면은 곧 녹아내려 그녀의 갑옷이 되고, 날개가 되었으며.


그 자체로 어느새 완벽히 자라난 그녀의 뿔과 맞물려.

붉은 용이 갑주를 차려입은 것과 같은 모양새를 부각시켰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나의 친구여."

그녀가 검을 쓰다듬자, 그 안에 박힌- 누군가의 모습이 조각된 보석이 한순간 밝게 빛나 화답했다.


"결국 네 남친을 찢어발겨야 이야기가 될 모양이구나."

"언어를 삼가시지요, 남부의 대표여. 제가 제 마음을 내보였다고 그대의 마음까지 용인하진 않을 생각이니."

"너가 뭔데 결정하니? 수천 수백이라도 더 찢어발길수 있어! 남부의 사람이건, 진화체 쓰레기건 워커의 파일럿이건 뭐건!"

"...그러시군요."


쌩, 그녀의 주변에 푸른 궤적이 흩날렸다.

당황한 그녀는 한순간 검을 고쳐맸다, 미리내가?! 벌써 투사를 제압했다고?

아니, 한순간 눈을 찌푸리자 명백히 그녀의 별과는 다른 생김새였다.

더 동그랗고, 렌즈가 끼워져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이 반사적으로 뛰쳐나가 그것을 붙잡았다.


카메라 드론.

공연이란 것이 설마, 설마 이런 것을 말하는 거였냐.

"...빌어먹을 미리내...서커스 광대라는 것이 나를 말하는 거였군...!"

그대로 쥐어 터트림과 동시에 그녀를 향해 불꽃의 꼬리가 날아들었다.


꼬리 다음은 날개, 검, 날개, 꼬리, 마치 거대한 톱날과 같이 순식간에 돌진한 그것은 에딧의 검날을 잘라내, 부러트렸다.

쯧, 혀를 찬 에딧은 검은색으로 변해 곧 사라졌고- 또 다른 에딧이 그 자리를 대신해 검을 빼들었다.


"제 스승님이 신경쓰이신다면 그쪽에도 분신을 보내시면 될 것을 왜 이쪽만 상대하고 계십니까?"

"적한테 왈가왈부 하지 마...네가 말한 쪽에도 충분히 보내고 있으니."

"그러니까 이쪽에도 보내고 저쪽에도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아니면, 한계라도 있으신지요?"


검이 다시 맞부딪하고, 꿰뚫리며 두 번째 검, 세 번째 검.

이내 한없이 많은 수의 검이 부러져, 그것으로 산을 쌓을 정도가 되자.


"...아무래도 당신의 분신 조종능력은, 제 친구에 비해 역량이 되진 못하시나 보군요."

도전자에게 조소했다.


그러자.

"인간을 진화체 정도로 얕잡아 보지 마!!!"

두 곳에서, 두 에딧이 동시에 소리지르며 목표한 대상에게 달려들었다.

엑스트라에게.


호 선생에게.

"...큭!"

"칼날을 잡아채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너가 인간 중 최강이란 건 인정하지만 결국 거기까지야!"

"아니 뭔...분명 자네가 아까 말할 땐 자네와  그 별의 방랑자만 인간이라 하지 않았나? 왜 갑자기 날 넣나?"

"..."

"나한테 좀 얻어맞고 나니까 이제 내가 인간으로 보이나? 한 한달 정도 때리면 박애주의자로 탈바꿈할수도 있겠구만."


손에 들어간 힘만큼이나 크게 휘둘러진 검은 그것에서 검은 먼지를 흩뿌려 한순간 그의 시야를 가리고.

동시에 사방에서 솟아난 실루엣들이 에딧의 형상을 갖춘 채 위에서, 측면에서, 정면에서.

한번에 날아들어 찌르고, 베기 위해 날아든다.

검은 구름 속에서 검붙이가 튀며 번개를 만들고, 누군가의 무예가 그림으로 그려낸듯 한순간 빛이 튀기며 비춰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 기회 속에서-


에딧은 마침내 그 기회를 잡았다.

"...드디어 죽였!"

찔러박았다, 그러나 방랑자의 감각과는 느낌이 다르-

팡 터졌다, 검은 물풍선이 터지듯 산산히.


"...뭐?"


"그...당신이 막 입문한 분야의 선배로써 조언 좀 하자면..."


호 선생이 걸어나왔다.


"너무 느리네요, 조종하는 것도 반사속도도. 타자 몇 급 나오세요? 슈팅게임 할 때마다 헤드 맨날 따이시죠?"


터트렸다, 다른 곳에서 방랑자가 비웃고 있었다.


"병신 같으니, 제 본체가 어디 있는 줄은 아시고 휘두르세요? 여기? 아니면 이분? 애초에 여기 있을까요?"


"...개소리 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 방금 전까지 그 늙다리의 무술은 진짜였어! 너가 따라한다고 될 일도 없고!"


"글쎄요? 방금 그건 분신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짜? 뭐 거셔도 좋은데...아니면.."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녹빛 엔진.

에딧은 빠르게 꼬리를 쳐들여 그녀에게서 그것을 낚아챘다.


"이걸-"

"손에 내밀고 도발하면 안 되지 꼬마야."

"가짠데."


다시 한번 엿을 먹이듯 펑 하고 터져버린 액체, 그런 그녀를 조소하듯 거미는 비웃었다.

"제 분신이 사물의 형태까지 모방할수 있다는 건 모르셨나 보죠? 숨바꼭질 할때 좋아요, 당신같은 년 때문에."

"...너."

"아 아니다! 테라피스트 그 천애고아 썅년은 분명 잘 찾았거든요? 사방팔방 음파를 날려대니 숨을 수가 있어야지, 근데 당신은?"

"..."

"테라피스트의 피가 보아하니 흐르고 계신 것 같은데, 뭐 산삼마냥 씹어삼키셨어요? 근데도 그 꼴이세요?"

"..."

"아하이고..그럼 테라피스트의 힘까지 얻어 놓으시고 지신 거에요? 스스로 너무 추하다고 반추하신 적은 있으세-"

"..."


'...오래 못 버텨요,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끼어들긴 했지만 저도 솔직히 한계고요.'


'빨리 제압해주세요, 그래야 숨 좀 놓지.'




"...알고 있습니다, 제자님."

"제자가 뭐?!"

"최근에 계약 맺은 것 때문에...제자님의 생각이 가끔 머릿속에 흘러들어 올 때가 있어서 말이지..."

"뭐라 그러는데?"

"에딧의 분신들의 분노를 사기로 작정한 모양이더군...그 동안 투사를 제압해야겠네!"

"말이 쉽지!"


눈 앞에 순식간에 다시 나타난 투사를 겨눠 창끝으로 내지른 미리내가 대꾸했다.

"거기 거미한테 이 투사가 가면 그것도 깨져 버리는 거 아냐?"

"그러니 우리가 최대한 막아야 하는 거 아니겠나."

"...방구석 늙은이 몸 상태는 어떤데?"

"죽을 것 같네."

"나도 그렇거든!"


주먹, 창끝, 합을 맞춘 듯 좌우로 갈라진 그 둘은 다시 한번 동시에 투사의 꼬리들을 부러뜨리고, 찢어발길 공격을 가했다.

"가뜩이나 사라졌다 나타나서 골치아픈데 진짜! 저쪽에서 공격권을 항상 고를 수 있단 건 너무한 거 아냐?"

"차원을 넘는 기술이 우리에게 없는 걸 어쩌겠나."

"주먹으로 공간 같은 거 때려서 부술 수 없어, 호 선생?"

"되겠나?"

"말을 말ㅈ-윽!"


서로의 힘싸움이 되어 밀고 미는 싸움이 된 순간 투사의 꼬리들이 그 형태를 바꾸었다.

마치 입이 여러 개 달린 짐승과도 같이 변해, 미리내의 창끝과 그녀의 손목을, 호 선생의 허벅지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아윽..."

"괜찮은...가..."

"어떻게든...저 탑도 안 부서졌고...제자님들 봐야 되겠거든?"

"그 말은 나도 동감하네...!"


이를 악물고, 두 명의 기합소리가 울려퍼졌다.

투사는 아예 찍어눌러 버리기로 작정한 듯, 물어뜯는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동시에 꼬리 중 몇 개를 무구의 형태로 바꾼다.

그렇게 사정없이 공격당하는 그 둘을 찔러버리기로 한 순간-


꼬리 하나가 폭발했다.

무구의 형태로 변한 꼬리는 깔끔하게 절단되어 허공을 날다-재가 되어 부스러졌고.

곧.


탕- 하는 소리가 뒤를 이으며, 누군가의 발소리와 겹쳐 울렸다.

"...나 하나의 불꽃은 그리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 내 불꽃은 그렇게 상냥하지 않으니."

"카아...으아..아아..."

투사의 그르릉거리는 소리에, 화답했다.


"악한 것을 태운다, 너가 스스로 품은 혐오감만 생각해 봐도 너를 죽이고도 충분히 남을 테지."

"..."

"하지만 내 불꽃만이 아닌...내가 살아나는 데 사용한...재생의 불꽃을 더하면...조금 어려운 길을 택할 수 있겠지."


"너의 악을 태우고, 그 안의 너를 살려 끄집어내는 길."


"불가능하겠지, 어려울 테고, 그 일을 끝내도 난 죽을 거야."


"하지만 이것이 돌아온 탕아의 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가벼우니..."



손이 순식간에 움직인다, 허공에 탄피가 떨어지고 동시에 불꽃을 가득 머금은 탄을 채운다.

투사가 한 발을 떼기 직전, 다른 꼬리에 한 발씩, 여섯 개의 총알이 거의 동시에 작열했다.


"...오너라, 길이 더는 없는 내가 네 길만큼은 뚫어줄 테니."

"...사이."

"정말 자네 둘만이서 막을 작정이었나, 미리내. 응?"

"아니, 그건 아니었지만...회복도 안 된 지금 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건 정말..."

"각오라면 진작에 했네."


총알을 맞고도 달려오는 그녀에게, 검은 재를 밟고 선 그가 리볼버를 쳐들곤.

마치 허공에 내려치듯 그렇게 휘둘러, 리볼버를 깨부쉈다.

순식간에 분해된 리볼버의 파편은 그렇게 길게 늘어나고, 줄어들고 다른 부품의 형태로 바뀌며.


"학자로써도, 총잡이로써도!"


긴 총신을 뻗어, 그대로 격발하게 되었다.

철컥, 긴 장전 손잡이를 휘둘러 한 손만으로 장전해낸 그는 곧 다시 한번 땅에 총을 내리쳐 그 형태를 바꾼다.

권총, 리볼버, 샷건, 라이플, 그렇게-


"탑은 얼추 다 부서졌으니, 가서 다른 이들을 돕게!"

총잡이는 홀로, 달려드는 짐승을 상대했다.

용과 호랑이는 달려나갔다.


...


작은 날개는.

먼저 도착해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사방의 건물이 무너지고, 법칙이 바뀌어도.

손상 하나 없이 멀쩡한 구조물 앞에서.


"하아...하아...하아..."

"어디로 향하나 했더니 여기였어?"

"이거 분명...극작가가 한번 들러 보라던 그 관광 명소 아냐?"


뒤집힌 열차.

하늘을 향해 치솟을 듯,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게 설계된 열차 모양의 구조물.

그것의 앞에 다가선 그녀는 몇 번이고 일어서려다 주저앉았고.


"도와줄게, 딸."

"고마워..."

주역의 어깨를 발판 삼아 그렇게 올라갔다.

열차의 안으로, 열차의 조종석을 똑같이 재현한 그곳으로.


엔진을 끼워놓을 구멍이 있는 그곳으로.

"...진짜 똑같이 생겨먹었네...네가 지난번에 말했던 엔진의 쓰임새라는 게..."

"응, 여기."

"아, 일단은 끼워넣자."


재버워크는 엔진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끝?"

"아, 에너지가 주입 중인가? 1퍼센트 같은 느낌이라 반응이 없는 거야?"{

"괜찮아, 딸? 왜 안색이 안 좋은..."

"왜...왜 반응을 안 하지? 분명 여기에 끼워넣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거야...? 어?"


꽈드득, 그들이 올라탄 땅의 주변이 일그러졌다, 균열이 생기며 그 안에서 검은 실루엣들이 일렁였다.

아까 전 상대했던 것들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명백히 적의를 띈 존재들.

"...악몽이 더 깊이 퍼져나가고 있어."

"어떻게 안 되겠어 딸?"

"고칠 수 있어, 고칠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시간을..."


겟탄과 주역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안 되겠지? 라는 겟탄의 멋쩍은 미소에 주역도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럼 여기서 고쳐 봐, 우리는..."

"음."

"우린 나가서 막고 있을게."

"뭐...? 아냐아냐아냐아냐! 고칠 수 있어! 충분히 고칠 수 있..."

"괜찮아, 못 고쳐도. 너 하나 정돈 충분히 지킬 수 있고."

"잠깐만, 가지 마! 제발!"

"몰려들고 있잖아, 금방 해치우고 올게, 알았지?"

"안 돼! 잠깐만!"


다시 바깥으로 몸을 일으켜 나가는 둘을 계속 바라보다, 곧 재버워크는 끼워넣어진 엔진의 계기판 주변을 내리쳤다.

"...뭐가 문제야."

"..."

"뭐가 문제냐고 너는! 너가 원하는 곳에 넣어줬잖아! 전력도 문제없는 것 같구만 도대체 뭐가!"

"..."


어둡고 탁한, 갇힌 공간.

결국 도망쳐서 다다른 곳이 갇혔던 곳과 비슷한 공간이네.

스스로 자조하면서 미소지으면서도, 이내 눈물이 떨어졌다.

그때 갇힌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니까, 그리고 마찬가지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자들은-



"부탁해...제발...처음으로 나에게 떠나지 않고 있어준 진짜 사람들이야...난...난 그들 곁에 계속 있고 싶어..."

"..."

"하지만 내 힘만으론 부족해...나 아직 약해, 많이 약해...그래서 이런 기계들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돼..."

"..."

"그러니까 네 힘을 빌려줘...이런 기곗덩어리라도 나아갈수 있게, 날 수 있게!"

"..."

"그러니까 때리면 고쳐져! 내 말좀 들어 이 멍청아!"


마지막으로 한번 크게, 내리쳤다.

위잉 소리가 한순간 들렷다 싶더니. 곧 사방에 녹색 조명이 점등했다.


"...어?"

=================



🪐본사-남부중앙터미널 상호송신 왕복 레일 관리 시스템🪐

   -현재 작동중...


-이물질의 제거가 완전히 완료되었습니다.

커즈와일 T3, 올바른 엔진의 완전 결합을 확인했습니다.

...본사의 위치를 특정하였습니다.

  위치 변동 없음, 좌표 수정없이 계산식을 유지합니다.  

  밀려 있던 정보의 자동 송신, 개시합니다.


0%...40%...80%...100%


====

협회의 새벽을 알릴 희망의 등불을.

선로의 꺼지지 않을 사냥꾼의 화톳불을.

제약의 미래를 알릴 별빛을.

====


환영합니다, 커즈와일 박사님.

작동한 지 10년 이상이 경과되었으므로, 에너지의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초기 단계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




"...해."

재버워크의 날개가 펼쳐져 그것에 달라붙었다.

호흡을 고르고, 손을 쥐었다 펴 보았다.

갇혀 있던 생물이 호흡하듯, 몸을 꿈틀거려 보듯.

그 와중에도 대지는 계속해서 갈라지며 안에 있던 것을 드러냈다.


다만, 이번에는 달랐다.

재버워크가 그것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



...

또 악몽인가?

죽어서까지 악몽이라니 거참.

알 수 없는 풍경엔 이골이 난 지라, 나는 주변에서 뭐가 일어나건 말건 거침없이 걸어나갔다.

축축하고, 젖은 풍경을 지나 계속, 계속.


빛이 보이고, 하얀색이 보여도.

주변이 온통 하얀색이 보여도, 계속해서.

어느새.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익숙한 소리였다.

돌아보았을 때 보인 것은...


큼직한, 농구공 정도의 사이즈의 무언가와.

그 안에 들어찬 수많은 기계 장치들.

몇몇 개는 알고 있지만 몇몇 개는 생소했다, 또 몇몇 개는 내 것과 구조부터 다른 것도 있었고.

그러나,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눈 앞의, 눈 앞의 저 백발의 여인이 맞추고 있는 것은.


별이었다.

형태도, 크기도 완전히 다르지만.

그게 궁금해서 입을 열었지만.


"...넌 누구야?"

흘러나온 질문은, 전처럼 내 의사가 개입되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질문을 받은 이는 돌아서서.

검은 눈을 빛내며 빙긋 미소지었다.


손에 든 공구와 기름이 가득 묻은 손도 아랑곳 않은 채.

그녀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방방 손을 뛰며.

"나?"


즐겁게 외치는 것이었다.


"니 조상님!"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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