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 아카데미 내부.
한 소녀가 오랜 공부로 굳어버린 몸을 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운동장에 나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햇빛에 반사되어오는 분홍빛 머리카락.
그리고 그 머리카락에 달린 푸딩모양 뱃지.
마지막으로 하얀색과 검정색이 어우러진 교복에 붙어있는 ‘하루’ 라는 명찰이, 그녀의 신분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후아⋯.”
하루는 이 시간이 좋았다.
비록 10분밖에 되지 않는 스트레칭 시간이었지만.
일상 속 스트레스와,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모두 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아침 바람을 느끼거나.
아무도 없어 한적한 운동장에서 제 존재감을 과시하듯 나풀거리는 잔디들을 쓰다듬어주거나.
짹짹. 귀엽게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
모두 좋았다.
- 댕-! 댕-!
하지만, 좋은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흘러가는 법.
하루는 띵동띵동 울려오는 시계탑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전 08시.
아직 등교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제 슬슬, 아침 공부를 하러 갈 시간이었다.
하루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하품을 애써 참아가며 중앙현관의 문을 열었다.
“어라?”
그런데.
그대로 중앙현관에 들어선 하루의 눈에.
- 먀웅⋯
낑낑거리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무언가가.
이따금씩 먀우웅⋯ 하는, 귀엽고도 하찮은 소리를 흘리는 새하얀 털뭉치가.
보였다.
‘세상에.’
그 털뭉치의 정체를 알아챈 하루는, 입을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아기고양이잖아?! 어떡해. 진짜 귀엽다!’
솜털뭉치라고 해도 믿을만큼 작은 고양이가.
제 몸보다 커다란 계단을 힘들게 한칸 한칸 올라가고 있었다.
이따금 계단에 묻은 먼지덩어리를 밟을 때면.
그대로 쭈르륵 미끄러져버린다.
- 먀, 먀우으⋯
한 칸 올라가려다 두 칸 미끄러지고.
한 칸 올라가려다 세 칸 미끄러지고.
그럴때마다, 굉장히 억울하다는듯.
꼬불꼬불 말린 작은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귀여운 게 귀여운 짓을 하고 있다.
하루는 당장이라도 저 불쌍한 생명체를 보듬어주고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하루는 가까스로 제 욕망을 억제할 수 있었다.
길잃은 아기고양이에게 사람의 손이 닿으면 안된다고.
사람의 냄새가 섞여 알아볼 수 없게된다- 라고.
언젠가, 뉴스에서 들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결국 하루는 불쌍한 고양이의 몸부림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중앙계단 청소. 누구였더라.’
저 고양이가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담당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귀여운 고양이를 고생시키다니.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하루는 주먹을 꽉 쥐었다.
- 먕, 먀아아⋯
그런데.
고양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쉴 새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지쳤는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답답한듯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떡하지⋯?’
하루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딘가 불편한걸까.
괴로운 건 아닐까.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지만 만지면 안되는데.
계속해서 고뇌하던 하루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고양이를 도와주기로.
- 먀아악⋯
“괘, 괜찮-”
- 퉷.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나빴던 모양이다.
“⋯어라.”
고양이를 안아들기 위해 하루가 손을 내밀자 마자.
녀석은 그 위로 쫄딱 젖은 털뭉치를 뱉어버렸으니까.
‘이거 때문이었구나.’
헤어볼.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면, 몸 속에 털들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털들을 뱉어내는 행위를 헤어볼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하루는 안심했다.
예전에도 고양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하루는, 이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었다.
털은 소화가 안되니까.
당연히 뱉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 먕?! 먀우우웅?!
하지만 당사자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처음보는 사람의 손에 토를 해버린게 굉장히 당황스럽고 미안한 모양인지.
양 손을 꼬옥 잡고⋯
아니, 하루의 한 손을 폭신폭신한 제 두 손으로 꼬옥 잡고는.
위 아래로 흔드는 게 아닌가.
어째, 그 모습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회사원 같은 모습이라.
하루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귀엽네.’
하루는 인내심이 한계치까지 다다른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저 뽀얗고 부드러워보이는 털을 쓰다듬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고양이가 이렇게 귀여웠던가.
분명 예전에 키웠었던 고양이는 이러지 않았는데.
- 먀웅⋯
녀석은 하루에게서 별 다른 말이 들려오지 않자 불안해졌는지.
자기가 뱉은 헤어볼을 저 멀리 치워버리곤 그 자리를 정성스럽게 핥아주기 시작했다.
나름의 성의 표시라는 걸까.
‘더 이상 못 참겠네.’
그리고 그것은.
하루의 인내심을 폭발시켜버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 먕?!
“착하지, 착하지.”
쓰담쓰담.
쓰담쓰담.
분출된 욕망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한 번 쓰다듬기 시작한 하루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진짜 너무 귀엽다. 언니랑 같이 살래? 아, 언니 이름은 하루라고 하는데, 네 이름은 뭐야?”
- 먀우우우?!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뱅글뱅글 눈이 돌아가고있는 아기 고양이.
치이만이.
쓰담쓰담을 당하면서.
의미없는 울음을 흘려댈 뿐이었다.
개꿀잼 스토리가 아주 마구마구 샘솟는군.
필력 초초초고점의 나는 무
적
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