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사람들은 타인을 어떤 대상에 비유하곤 한다.


도도하고 세련된 인상을 가진 사람에게 고양이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처럼, 나 자신을 비유하자면 아무래도 가장 어울리는 것은 공기일 것이다.


무색무취하고,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도 자주 잊곤 하는 그런 존재.


“으으…”


어렸을때는 그게 싫어서 이것저것 해 봤다.


근데 무언가 법칙이라도 있는 것 처럼 그때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더라.


어쨌든, 오늘도 고된 직장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늘 집을 가기위해 지나가야 하는 골목길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 감돌았다.


“...이게 뭐지?”


마치 봐달라는 듯 대놓고 집앞 가로등 아래에 놓여있는 야구 배트.


평소같았으면 무시하고 지나갔을 사소한 일이었다.


누가 버리고 간 것이겠지.


하지만 밀려오는 호기심을 이길 수 없어 배트를 손에 쥐었다.


“오…”


배트를 들자, 이상하리만치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어어…?”


내 몸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땅을 향해 움직였다.


콰당-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 나는 깨어났다.


“저기,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아, 으으…? 어?”


일어나보니 해가 쨍쨍한 아침이라는 것보다 놀라운 건 여성이 나를 깨웠다는 것이고.


“어어…?!”

“왜, 왜 그러세요?”


그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것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마자 보이는 내 봉긋한 가슴이었다…?


“흐아아아악!?”

“괘, 괜찮으세요?!”


나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만 격한 반응을 해 버렸다.


거의 30년을 가까이 산 남자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누구라도 이런 반응을 보였을 거야, 응.


“저, 잠시…”


펄럭-


여자는 혼란스러워 하는 내게 겉옷을 벗어주었다.


“어디 카페라도 가서 얘기하죠.”

“네엣…”


그리고 품에 꼬옥 안아 귀에 속삭이는 바람에 나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뭐지, 여기가 천국인가.


잠시 후,


“조금 진정되셨을까요…?”

“아…네. 감사합니다.”


나는 나를 깨운 여자와 카페에 와 있었다.


나는 방금 전이 생각나 제대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음…혹시 이름이 뭐예요?”

“네…?”


카페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커피를 마시던 중, 여자가 그렇게 말을 했다.


그 말에 난 고개를 부르던 부끄러움도 잊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니, 여기서 이름을 물어본다고?


나는 얼굴이 화끈화끈 해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 더 못 버텨.


“아니, 다른 의미는 없으니까요! 근데 교복 보니까 저희 학교 학생이신 것 같은데, 어느 동아리신지…”

“네? 무슨 학교 무슨 동아리라고요?”


그런 내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여자는 급히 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 그럼 그렇지.


근데 무슨 동아리 소속이냐니?


무슨 말이지, 싶어서 여자의 복장을 다시 보니, 어딘가의 교복 같긴 했다만…


아, 그리고 내 옷도 봤는데 나도 어디 학교인지 모를 곳의 교복 같은 걸 입고 있었다.


근데 요즘 한국은 동아리 활동이 막 그렇게 활발한가?


난 그랬던 적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그런 의문을 담아 물어보았다.


“설마, 자퇴생이라거나…”

“그, 제가 사실 기억이 없어서요!”


그런데 내 답에 여자가 혹시 자퇴생이냐 물어보며 표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기억상실이라 핑계를 대었다.


어차피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기억상실이나 다름 없겠지.


“아, 그리고 여기…”

“네?”

“이거, 그쪽 무기인 것 같아서요.”


이제 감사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찰나, 여자가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 물건은 아마도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 배트였다.


약간 찜찜하긴 했지만, 일단 받긴 했다.


“그럼 이만…”


내가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저, 저기. 잠시만요!”


여자는 따라 일어나며 나를 불렀다.


“네?”

“그, 어디서 지내시려고요…?”

“...아.”


그리고 그녀는 아주 핵심적인 것을 찔렀다.


내가 지낼 곳이 없다는 것.


“혹시 없으시다면…”


제 집에서 잠시 지내실래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 에, 예?”


그리고 나는 고장났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 탓이었다.



‘일단 데려왔는데, 어떻게 하지?’


거실에 손님을 앉혀 놓고, 여자는 고민 중이었다.


“스읍…교육밀집도시에 있으면서 자기가 어느 학교 어느 동아리인지도 모르는 학생이라…”


그 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한 저 여자였다.


대낮에 배트를 옆에 둔 채 길에서 자던 그녀.


대한민국의 최대 교육도시인 혜성특별시에 있으면서 어느 학교에도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답한 그녀.


‘하지만…기억상실증이라니까.’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건 차차 알아보면 되지 않겠는가.


뚜르르-뚜르르르-


달칵-


“회장! 왜 아직까지 등교 안 했어!”

“아하하…미안미안.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여자의 이름은 채민아.


“혹시 우리 학교에 등교거부 중인 학생이 있을까?”

“응? 그건 왜?”

“아마도 한 명 본 것 같거든.”

“알겠어, 회장.”


그녀는 중소 학교 중 하나인 ‘광명학원’의 학생회장이었다.


잠시 후.


“찾았어 회장. 1학년에, 이름이 이도영이라는데?”

“고마워, 자세한 자료는 폰으로 보내.”


그녀는 폰으로 온 자료를 보면서 생각했다.


1학년에, 약간 불량하게 생긴 인상.


살짝 밖을 보니 무표정인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이는 걸로 보아 동일인물이겠지.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해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큰 문제가 생겼다.


“그럼 잠시 쉬고 계세요.”

“그, 음, 네…”


결국 어어 하다 여자의 집에 끌려오게 된 게 그것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하지만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생각을 그만두었다.


“많이 기다리셨죠, 처리할 일이 있어서.”

“아, 아뇨. 별로 안 기다렸어요.”


아까 카페에서부터 생각한 건데 이 여자 참 착한 것 같다.


난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이렇게나 대해주다니.


요즘 세상에 드문 사람이야, 정말.


“그럼 이제 가실까요?”

“네, 네? 어딜요?”


갑자기 와서 가자니, 어디를?


점점 놀라는 것 말고 할 줄 아는게 사라져가는 기분인걸.


그래, 해외여행만 가도 놀라는게 대부분인데 다른 세상에서는 오죽할까.


“아,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여자는 내 질문에 뭔가 잘못했다는 듯 기초적인 것들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앉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 가서 상식이 없는 불쌍한 사람이 되긴 그렇잖아…




이제 누가 이거 내용 늘려서 장편연재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