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내가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에 대해 제법 잘 아는 편이라 자부하지만, 쿠치나시 유메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분명 언급 자체는 블루 아카이브의 첫 메인 스토리인 대책위원회 편에서부터 있지만 해당 시점에는 고인이 되어버린 탓에 어디까지나 간접적으로만 나올 뿐, 그 중심에 있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마침내 대책위원회 제 3장이 나오며 그 정보가 조금씩 풀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 모든 것을 알기에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정보들밖에 없었다.


쿠치나시 유메가 죽기까지의 정확한 경과를 나는 알지 못했다.


"조금만 늦게 빙의했더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이미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지금 가진 지식만으로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원래의 유메라면 몰랐을 지식들을 여럿 알고 있음은 분명하니까.


죽음이라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회피할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 셈이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낙관적으로 생각하자.

괜히 걱정이나 하고 있다가는 될 일도 안 된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이런 시답잖은 고민 따위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지.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금 봄이 찾아왔다.

그렇다면 키보토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할 행사 역시 따라온다.

작년의 아비도스는 그 열기로부터 빗겨났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비도스 고등학교에 2년만의 신입생이 들어오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후후,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헤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아비도스 고등학교는 쇠락했다.

하루아침에 학교가 폐교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마 남아있는 유일한 학생까지 졸업하는 날이야말로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기나긴 역사에 종점을 찍는 날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비도스는 끝날 운명이 아니었던 걸까.

이딴 학원에도 들어오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신입생이 한 명 있었다.


조촐하게나마 꾸민 입학식장에는 단 두 사람만이 자리했다.

한 명은 나, 다른 한 명은 분홍색 단발에 노란색과 파란색 오드아이를 지닌 귀여운 여자아이.

물론 나는 그 이름을 안다.

비단 하나뿐인 학생으로서 학생회장직을 맡으며 수행하게 된 각종 책무 때문만이 아니라, 나는 그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이 아이를 알았다.


"네가 신입생이구나? 그러니까, 이름이…."

"타카나시 호시노예요."


타카나시 호시노.

블루 아카이브 본편 시점에서는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유일한 3학년생이자 대책위원회의 부장을 맡고 있는 학생.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던 학생이 바로 이 아이였다.


헤실헤실 바보같은 미소가 지어졌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내가 선생이었을 적 가장 좋아하던 학생과 만나는 건데 이걸 어떻게 참아?


물론 그 와중에도 원래 유메가 했을 법한 행동을 흉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응응, 그렇구나! 그럼 호시노쨩이라고 멋대로 불러버려도 될까나?"

"가, 갑자기요?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요…."


느닷없이 친근하게 부르자 호시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거절하지 않는다.

역시 좋은 아이라니까.


"에헤헤, 사실 나 이외의 학생이 들어온 건 호시노쨩이 처음이라서 말야.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될 거라면, 역시 사이좋게 지내고 싶잖아?"

"처음, 인가요…."

"응. 알다시피 우리 학교는 빚도 많고 사정이 이래저래 안 좋아서, 좀처럼 오려 하는 학생들이 없거든…."


다소 분위기가 침체될 기미를 감지했는지 호시노가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아, 아! 맞다, 저는 아직 선배의 이름을 모르는데요!"


어차피 나로서는 별로 와닿는 이야기도 아닌데, 필사적으로 말을 돌리려는 호시노가 귀엽다.

나는 살짝 웃으며 그에 어울려준다.


"내 이름은 유메, 쿠치나시 유메야. 이름으로 불러줘!"

"그럼, 유메 선배."

"와아, 선배 소리 들어본 건 처음이야! 한 번만, 한 번만 더 불러주면 안 될까?"

"네? 그, 유메, 선배?"


내 열렬한 반응에 호시노는 살짝 더듬거리며 다시금 나를 부른다.


"응응, 호시노쨩! 유메 선배야!"


나는 그 시점에서 호시노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와락 껴안았다.

호시노의 자그마한 몸은 내 품에 쏙 안겨들어 온기가 한가득 느껴졌다.


"유메 선배,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선배, 선배…."

"수, 숨 막혀요! 놔주세요!"

"헤헤, 선배… 아얏!"


딱 소리와 함께 호시노의 딱밤이 내 이마 정중앙에 가격되었다.

내 품에서 벗어난 호시노는 헐떡이며 숨을 가다듬었고, 나는 빨갛게 부은 이마를 문질렀다.


"히잉, 호시노쨩 너무 폭력적이야…."

"하아, 그러니까 말로 할 때 놔주셨어야죠. 진짜로 곤란했다고요."


칭얼거리는 나를 보고 호시노는 차가운 얼굴로 단언해버린다.


"히이잉…."


호시노가 나를 저런 얼굴로 보다니, 의도한 반응이라고는 해도 울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