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그 많은 걸 하루만에 다 끝냈다고?”


“네. 부모님걸고 맹세합니다.”


“잠시…너 부모님 일찍 돌아가셨다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선배의 부모님을 걸 순 없지 않습니까?”


“…”


다음 날 아침.


고된 중노동의 여파로 완전히 아작나버린 마왕년을 쉬게 한 후, 선배의 방으로 찾아간 이 몸.


의기양양한 기세를 드러내며 선배년을 당황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들통 날 거짓말을 하는 빠가사리가 어딨겠습니까?”


그렇다.


당연히 저 좆같은 귀쟁이년이 트집 잡을 걸 알고 있는데, 트집 잡힐 짓을 왜 하겠는가?


창틀 구석에 나앉은 먼지로 지랄할까봐, 먼지를 아에 미립자 단위로 분해시켰으며


바닥에 묻은 짚신벌레 만한 얼룩으로 염병떨까봐, 바닥 전체를 왁싱질했으며


혹여, 그 외에 억지로 트집잡이 할 것을 상정하여 뚝배기를 부숴버릴 철 국자도 미리 준비했다.


“…그…그래? 흠흠…! 대단하네! 내가 잘 교육시킨 보람이 있어!”


“…”


“왜 말이 없어? 이게 다~ 너 성장하라고 내가 배려해 준거잖아. 안 그래? 일은 배워야 느는 법이니까.”


“…”


“내 말 틀렸어? 틀렸으면 틀렸다고 해.”


저 애미애비 뒤진 년은 뻔뻔한 낯짝으로 저런 말을 내 뱉는건가?


저 년의 언사로 보아, 방금 전 저 년의 부모님을 걸겠다는 맹세는 무르길 잘 한 것 같다.


하마터면 공매도 칠 뻔 했으니까.


“…일단, 약속을 지키시죠. 오늘 밤이리도 좋으니 당장 떡칠기회를 마련 해 주십시오.”


“아아!! 그런 약속을 했었지?”


“흐음?”


“에~ 보자~ 티켓이 어디에 있더라~ 기억이 날 것 같으면서도 안 날 것 같은데~”


“…”


“약속은 약속이잖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잖아? 안 그래??”


아.


저 애미뒤진 년.


사람 열받게 만드는구나.


이젠 하다하다 능청스럽게 약속을 파기하려드는 저 년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데, 철 국자로 해마라도 좀 주물러주면 기억이 살아나려나?


마음 같았으면 예진적 박살내버리겠다만…


그래도, 하해같은 마음을 품고 꾹 참기로 마음 먹었다.


…이 몸은 질서 선의 용사니까.


“선배님, 장난 그만 하시죠?”


“으응?”


“제가 당신 후배라면 후배인거지, 장난감은 아닙니다.”


“…헤에, 너 눈매가 그게 뭐야?”


아무리 꾹 참는다고 할 지라도, 도가 넘는 장난질은 이 몸의 한계치의 70%까지 임박하게 만드는 법.


결국, 은연히 살기 서린 압박을 내뿜으며 최후의 최후로 정중하게 요청했다.


“뭐야? 뭐야? 너 한대 치겠다, 응? 장난 좀 쳤다고 눈에 핏대세우는거 보니까 말이지?” 


“못 칠 이유가 있겠습니까?”


“아이고 무서워라~ 요즘 어린 것들은 조금만 기분 나쁘면 득달같이 달려드네~”


80%…


“얘, 너 그런 식으로 사회생활 하는거 아냐. 그리고 내가 무조건 네 약속을 지켜야해?”


90%…


“어머나? 주먹 꽉 쥐고 있네. 그래서 네가 어쩔 수 있는데? 그렇게 바르르 떠는 것 말고 네가 할 수 있는게 뭔데?”


95%…


“꼬우면 먼저 들어오지 그랬어? 참 기가 막히네? 나 때는 말이야, 선배가 까라면 깠어 어?! 고작 그런 일로 유세 떨려고 메이드해?”


…100%


“짬밥은 방어막이 아니야, 이 시발년아!”


까아아아앙ㅡ!


결국 도달해버린 인내 한계점.


그리고, 그 한계점이 만들어 낸 뚝배기 강타.


“이 좆같은 년이!”


까아아아아아앙ㅡ!


“안 맞아봤으니!!”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ㅡ!


“사람이 장난감으로 보이냐!!!”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ㅡ!

 

한 번 터져버린 분노는 활화산처럼 멈출 기세없이 귀쟁이년의 뚝배기를 무자비하게 타트렸다.


저 년의 머릿 속에 예의범절을 심어주겠다는 심산으로…


저 년의 세포 하나하나 깝치면 좆된다라는 공포를 각인시키겠다는 심산으로…


애미 뒤진 짓을 하는 녀석에게 뒤진 애미 곁으로 보내주겠다는 효자 된 마음으로 말이지.


“후우! 속이 후련하군.”


잠시 후.


저스티스 뚝배기 브레이크를 마치고, 식은 땀을 훔친 이 몸.


“…흠.”


끓어오르던 임계점을 서서히 식히며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90도로 접혀서 더 이상 요리 도구로 쓸 수 없게 된 국자부터 시작해서,


이 몸의 분노에 휩쓸려 무자비하게 깨져버린 창문들.


그리고 이리저리 뒤집혀버린 책상 및 의자를 비롯한 가구들.


그리고…


“끄흐으으읅! 끄흐읅!”


거대한 충격으로 완전히 맛탱이 가버려, 바닥에서 요실금을 지리는 선배 귀쟁이까지 말이지.


“오호~ 용사여, 재대로 저지르고 말았구나.”


그 때, 소란의 여파를 너머 방에 당도한 여우년.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않은 그런 낯빛을 띈 채 방을 둘러보더니, 이내 피식거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서너시간 정돈 저 상태로 있을거다. 물론, 앞으로 국자만 보면 발작증세를 일으킬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겠지만.”


“그렇구만, 그래도 죽는 것 보단 낫지 않겠느냐? 한 잔 하게나.”


“…”


이죽거리며 고급 라벨로 둘러싼 210년산 탄산수를 건내주는 저 여우년.


딱 봐도 저택에 방문한 VVIP급 인사에게 대접 할 용도로 비치한 물건을 재멋대로 꺼내든게 분명하다.


뭐, 들키기라도 하면 저 선배 귀쟁이년이 시킨 일이라고 짬때리면 그만이니 아무 상관 없긴 하지만 말이지.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


“이미 저질러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는 수 밖에.”


“쿠후후후! 저 여인의 몸을 수색하는 건 짐이 하도록 하겠네. 그대는 주변을 살펴보게나.”


“좋다, 누군가가 오기라도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 빨리 매듭 짓도록 하자.”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곤 본격적으로 탐색에 나선 이 몸과 여우년.


선배 귀쟁이년이 남긴 말, 그 중에 티켓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니 이를 단초로 삼아 있을 만 한 장소를 뒤지고 또 뒤졌다.


“보통 중요한 물건이라면 남이 쉽게 들출 장소에 두진 않겠지.”


그 말마 따나, 서랍장이라던지 혹은 화장대같은 열린 공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흠.”


이제 보일만 한 공간은 다 뒤져봤으니, 구석까지 찾아보겠다는 심산으로 허리를 굽혀 침대 밑까지 슥슥 훑은 이 몸.


“…뭔가 있다 했더니.”


무언가 나오는가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꺼내 들었는데… 


“정말 가지가지하는 년이로군.”


그 비좁은 곳에서 튀어나온 건, 다름아닌 끝이 뭉특한 나무 막대기.


사방이 숲으로 둘러싼 이 귀쟁이 동네에 왠지 모를 조개냄새를 풍기는 그런 막대기였다.


“용사여! 용사여!”


그 순간, 이 몸을 다급하게 부르는 여우년의 앙칼진 고음.


“…흠?”


그 목소리에 막대기를 집어 던지고 시선을 돌린 이 몸.


“이걸 보게나. 아마, 이 물건이 초야권 티켓으로 보이는구나.”


싱글벙글한 여우년의 미소와 함께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금색 티켓 한장.


여우년의 말 대로, 저 티켓이 선배 귀쟁이년이 운운한 티켓이라는 건 이 몸도 지레짐작 할 수 있었다.


“여우 년, 그건 어디서 찾은거지?”


“혹시나해서 속옷을 뒤졌더니 역시나 튀어나오더구나.”


“…그게 무슨 말이지?”


“쿠후후…그대는 잘 모르는구나, 여자의 비밀이라네.”


“…”


어쩐지, 티켓에서도 비릿한 수산시장의 냄새가 느껴진다더니.


뭐, 그건 그렇다쳐도 티켓을 찾았으니 상관없다.


냄새의 정체라던지, 여자의 비밀이라던지 그런 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대목은 아니니까.


“보자, 티켓을 보자.”


그렇게, 코를 찡그리며 티켓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한 이 몸.


“…참나.”


세계수 줄기와 잎, 그리고 꽃을 표현한듯한 휘황찬란한 문양 사이에 대문짝하게 적힌 단어는 저절로 실소를 품게 만들었다.


‘보은의 지름길’ 이라는 단어가 말이지.


“보은의 지름길이라…줄임말로 보지라고 해야하나?”


“용사여, 구태여 그걸 줄여 부를 필요가 있느냐?”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아무튼, 찾았으니 됐다.”


“역시 모쏠아다는 대가리속에 그런 생각 밖에 없다더니…”


“아가리 여물어라.”


그렇다.


이렇게 두들겨패서 기절시킨 후 몸을 수색해서 얻을 것이라면, 어제했던 개지랄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지만…


이래나 저래나 결국 지향하는 바로 향했으니 과정은 상관없는 법.


날아다는 새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 듯, 오직 앞만 바라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뿐이다.


“티켓 뒷면에 적힌 위치로 가도록 하지.”


“연장은 챙길 필요 없겠느냐?”


“…좋지. 한 대 챙겨둬.”


그래, 모름지기 큰 일을 하려면 연장은 불가결이니까.



여우짤도 첨부.


일이 바빠서 늦게 올림.


결코 연중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