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내 미유키를 만난 것은 3년 전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그녀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것이다.

귀여운 아이가 들어왔다── 라는 이야기는 언뜻 들었지만, 당시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신경쓰는 일도 없었다

주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같은 부서로 발령이 났다.

거기에 더해 내가 교육 담당을 맡게 된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지마 주임님"

그녀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때의 그 부드러운 미소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미유키는 몸집은 작지만 스타일이 좋고,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흑발에 긴 생머리. 약간 동그란 얼굴형에 도토리처럼 큰 눈과 오똑한 콧날, 그리고 통통한 작은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잘 자라서 세상 물정 모르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어딘가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그녀는, 소녀의 면모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정장 아래에서 흔들리는 큰 가슴과 타이트 스커트로 인해 드러나는 허리 라인은 분명 한 여성으로서 완성된 모습이었다.

"아, 그래…… 잘 부탁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무심코 넋을 잃고 바라보다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뭔가 하늘의 계시 같은 것을 느꼈다.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녀를 처음 가까이서 만났을 때 이 여성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저 망상일 뿐이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단 한 번도 여자와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남자가 “너에게 운명을 느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렇게 느꼈다고 알려진 것만으로도 필시 기분 나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봉인하기로 했다.

절대 알려지면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미유키는 조금 우유부단한 면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우수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사내 평판도 좋았고, 거래처에서도 마음에 들어했다.

시시한 남자인 나 같은 건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다.

상사나 동료들에게 몇 번이고 놀림을 받았다.

키가 180센티가 넘는 큰 덩치의 나와, 동년배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하는 미유키가 나란히 걷는 모습은, 마치 공주와 호위병사다── 라고.

뭐, 얼추 맞다고 생각한다..

교육 담당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일을 익히고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그녀를 그저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머지않아 미유키는 내 곁을 떠나 혼자서 해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접점을 가지는 일도 없게 되어 버린다.

처음 느꼈던 “운명” 같은 것은 역시나 내 제멋대로의 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영업처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마음을 고백받았다.

"저, 노지마 주임님을 좋아해요."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미유키가 나 같은 놈을 좋아할 리가 없다.

나는 키가 클 뿐 특별히 잘생긴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수한 그녀와 달리, 3류 대학을 나와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지만, 몇 년이 걸려서야 겨우 주임이 된 수준.

물론 출세와는 무관한 입장이다.

그런 나에게, 미유키 같은 여자가 스스로 고백 같은 걸 해 올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소박한 분위기를 가진 내가 좋다고 말해 주었다.

사소한 배려를 해주는 사람.

상냥한 사람이라고.

결심한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마음을 고백하는 그녀를 보고, 역시 처음 느꼈던 그 하늘의 계시는 틀린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을 고친다

 

우리는 정말 서툴렀던 것 같다.

사귀기 시작한 초기에는 상당히 어색한 관계가 이어졌다.

서로 이성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탓에 둘이 있어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고, 첫 데이트도 실수투성이였다.

하지만, 요령없는 나를 미유키는 웃으며 용서해 주었다.

그런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라고.

처음 몸을 겹친 것은 반년 후.

함께 술을 마시러 갔다가 취한 그녀를 내 방으로 데려왔을 때의 일이었다.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이것은 미유키의 책략이었다고 한다.언제까지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초조해져서 스스로 유혹한 것이라고 한다

내성적인 그녀로서는 꽤나 대담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책략이라면 대환영이었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용기가 없어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으니까.

여성 경험이 없었던 나는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옷을 벗기는 데 애를 먹거나, 삽입하기도 전에 미유키의 배에 사정해 버리거나── 하고 한심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맺어 질 수 있었다.

그녀도 처음이었다.

그 후, 나는 미유키를 껴안으며 생각했다.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멋진 여자가 나를 좋아해 준 것이다. 다시는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첫 경험하고 2일 후에 프러포즈를 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말을 들을 각오도 했지만,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그로부터 1년.

평범하지만 행복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결혼 후 미유키는 주변의 만류에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이는 전업주부로서 우리의 새로운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그녀의 희망이었다.

지금은 맞벌이가 당연한 시국이다.

제법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라면 내가 열심히 하면 되는 부분이다.

다행히 결혼 전후로 맡은 업무량도 늘어났다.

그렇다면, 적어도 신혼 기간 정도는, 둘만의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도 있어서 수락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서 오세요, 아키야 씨."

집에 돌아오면 항상 미유키가 반갑게 맞아준다.

독신 시절에는 없던 신선함이 너무 기뻤다.

일의 피로를 풀어주는 그녀의 미소는 나에게 행복을 실감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아직 회사 시절의 버릇이 남아서인지, 그녀는 아내가 되어서도 나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다.

슬슬 아이를 갖고 싶다.

미유키의 아이라면 분명 귀여울 것이다. 집 안도 활기가 넘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거래처의 사정으로 야근을 안하게 되어 예정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기회이니 장래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그런 생각을 품고 미유키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서 귀갓길을 서둘렀다.

그녀가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금까지의 행복한 나날들을 모두 뒤엎어버리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키야 씨……."

침실 문이 열린 것은 막 작업을 마쳤을 때였다.

뒤돌아보니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미유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제대로 온몸을 씻었어?"

"네, 네."

"좋아, 그럼 시작할까?"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몸에서 목욕 타월을 벗긴다.

"꺄악!"

"팔을 붙여서 앞으로 내밀어."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그러지 마세요."

비통한 목소리가 침실에 울린다.

하지만 나는 애원하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아내의 손을 로프로 고정시킨다.

헌 잡지를 처분하기 위해 구입한 가는 것이었지만, 여러번 감으면 움직임을 봉하는정도는 할 수 있다. 도망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구속할 필요도 없었지만, 각오를 보이기 위해 필요했다.

"아키야 씨, 이런 일은……."

"닥쳐."

"……앗!?"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신경쓰는 미유키를 침대 위로 밀친다.

두 손을 쓸 수 없어 얼굴부터 쓰러진 그녀의 몸이 스프링에 의해 가볍게 튕긴다.

나는 자신도 침대에 올라가 쓰러진 미유키의 양손을 머리 위로 들게 한 뒤, 로프 끝을 헤드보드에 고정시켰다.

그녀는 그 모습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뭐, 뭘…… 하려고 하는 거예요?"

"당연하잖아. 징벌이야."

아내가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남편인 나에게는 명분이 있다.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한 분노를 표출할 권리가 있다.

"지, 징벌……."

"내가 화가 난 건 알겠지?"

"……네."

"무슨 짓을 당해도 불평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도 알지?"

"아, 알아요. 하지만……."

"알고 있으면 닥치고 있어!"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을 맡기고, 드러난 미유키의 가슴을 마음껏 때린다.

 

 

 

"……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젖힌다.

동시에 볼륨있는 가슴이 탄력있게 흔들린다.

침대 옆 스탠드 불빛에 비친 아내의 알몸은 이런 상황임에도 매우 요염하게 느껴졌다.

──젠장!

그동안 보물처럼 다뤄왔던 몸.

하얀 피부에 상처 하나도 내고 싶지 않아서 소중하게── 상냥하게 만져 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눈앞에 누워있는 아름다운 몸은 이미 더럽혀졌다. 남편인 나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인 추악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분해서 눈을 돌리니 침대 옆에는 미유키가 벗어던진 옷이 널려 있었다

그 중에는 섹시한 속옷도 섞여 있다.

보라색 레이스가 달린 브래지어와 천의 면적이 극히 적은 팬티.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은 샤워하기 전에 벗은 가터벨트와 스타킹이다.

어쨌든 나에게는 보여준 적이 없는── 매우 관능적인 속옷이었다.

"꽤나 화려한 속옷이네. 이런 걸 가지고 있었어?"

"아…… 이, 이건……."

"바람 전용 란제리란 말인가. 큭큭, 나도 참 얕보였구만."

미유키는 이런 요염한 속옷을 입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우리집에서.

"아니에요, 이 속옷은……."

"시끄러!"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다시 불타오르며 미유키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때렸다.

폭신한 가슴이 탄력있게 흔들린다.

"아파요! 그, 그만…… 햐앗!?"

만난 이후로 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은 처음이다.

그동안 얌전한 인상만 가지고 있던 남편이 눈썹을 치켜올리고 가슴을 후려치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공포가 몰려 왔을 것이다

"그만하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냐!"

"힉…… 아, 으윽!"

격정에 휩싸여 가슴을 계속 때리자, 미유키는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필사적으로 돌려 엎드리며 두 손의 구속을 풀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그런 일을 용납할 리 없다.

나는 그녀의 발목을 잡아 끌어당겨 감춰진 가슴 대신 모양이 좋은 엉덩이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히윽!"

메마른 소리가 울리고, 미유키는 움찔하고 온몸을 떨었다.

손대중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나 아팠을 것이다. 눈처럼 하얀 엉덩이에 빨간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거기를 향해 나는 몇 번이고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부탁이예요…… 그만해 줘요, 그만해 주세요!"

"그럼 저항하지 마! 얌전히 내 말을 들어!"

"네, 네……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녀는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온몸을 움츠리고 시트에 머리를 묻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일단 모든 걸 얘기해."

"마, 말하…… 라니."

"당연하잖아. 왜 바람을 피웠는지, 그 이유를 말하라고. 왜 이렇게 되버렸는지…… 숨기지 말고 털어놔."

"그, 그건──."

"잠깐."

입을 열려는 그녀를 제지하고 옷장 속에서 캠코더를 꺼낸다.

어차피 자백시킬 거면 자초지종을 기록해두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이혼에 대해 생각할 만큼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고, 협박에 의한 자백이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증거를 남기려고 한 것이다.

삼각대로 카메라를 침대에 고정하고 녹화 버튼을 누른 후 계속을 재촉한다.

"좋아, 그럼 알려 주실까. 나를 배신한 이유를."

"배신했다니…… 나는 지금도 아키야 씨를──."

"장난치지 마!"

이게 배신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난 내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칠칠치 못하게 가랑이를 벌려서 보였겠지!"

양손으로 미유키의 엉덩이 살을 잡고 힘껏 좌우로 벌린다.

예쁜 색을 띤 아누스와 ── 음열이 훤히 보이는 상태가 됐다.

"여기에, 다른 남자의 자지를 받아들였겠지!"

"아앗…… 싫어!"

질구에 손가락을 넣자 미유키는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크게 튕긴다.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도망치려고 하지만, 무시하고 손가락을 뿌리까지 파묻었다.

질내는 질척질척한 상태였다.

바로 조금 전까지 남근을 찔러 넣고── 휘젓고 있었기 때문일까. 질육은 확실히 풀려서 충혈되어 있고, 쾌락을 계속 바라는 듯이 꿈틀거리고 있다.

파고든 손가락에 끈적하게 엉겨붙는 것이다.

그게 너무 슬펐다.

너무 분했다.

나만의 소중한 장소를 짓밟힌 기분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안 돼요…… 아, 아키야 씨…… 그렇게 세게…… 윽아아앗!"

아내는 등을 젖히며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난폭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음탕하게 벌어진 꽃잎을 사정없이 능욕한다.

물론 쾌락 따위는 주지 않는다.

평소 상냥하게 사랑해주는 애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저 고통을 주기 위해 격렬하게 질내를 계속 찔러댔다.

"힉, 하지 마세요…… 말할게요, 제대로 얘기할게요!"

"알겠지, 거짓말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네……."

고통일까── 아니면 후회일까.

미유키는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 소개했던 작품인

천천히 해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