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말캉.


  "음?"


  부드러운 쿠션감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허벅지 쪽에 느껴졌다.


  교주는 종종 경험한 이 쿠션감이 느껴지는 감촉에 고개를 아래로 내렸고, 그곳엔 볼따구로 허벅지를 누르고 있는 비비가 보였다.


  "비비. 언제 왔어?"


  "흥. 소녀를 얼마나 기다리게 하시는 것이와요?"


  "하하, 미안. 어제 업무가 좀 많았거든."


  번쩍.


  볼따구를 기대고 있던 비비를 들어올려 품에 한 손으로 안은 교주는, 비비에게 미소지으며, 새침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흥!"


  비비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교주의 가슴팍에 그 말캉한 볼따구를 가져다 기댔다.


  엘리아스의 주민들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 굳게 믿는 사람에게 그 말캉한 볼따구를 기대는 습관이 있다.


  엘리아스의 주민들에게서 보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성이며,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이기에, 본인들은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행위다.


  잔뜩 자신이 화났다는 티를 내는 비비지만, 그럼에도 교주 자신을 신뢰하고 굳게 믿는다는 호감을 드러내는 비비가 사랑스러웠던 교주는, 베시시 웃으며 비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비비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그렇게나 남을 함부로 믿으면 상처입는 날이 올 것이라고 충고했는데, 듣는 척조차도 하지 않는다니!


  물론, 생각만 그랬고, 본심은 그의 미소를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교주의 품에 안기거나, 머리를 쓰다듬 받거나, 그도 아니면 볼따구를 어루만져지는 그 순간이, 비비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음침한 요정 하나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비비는 비열하게 미소지으며 교주에게 부탁했다.


  "교주님. 혹시 귀 뾰족한 것들의 땅에 가실 일이 있사와요?"


  "엘프네들 볼 일이 있냐고? 글쎄. 있다고 해봐야 엘레나가 자기네 행사에 얼굴 좀 비춰달라고 협상을 좀 하자는 것 말곤 없는데."


  "편의점이라는 곳에 가고 싶사와요. 가끔은 그곳에서 파는 주전부리가 끌리더군요."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나도 혹하네. 가자. 네가 좋아하는 계피맛 사탕도 하나 사고."


  "오~호호호호! 좋사와요~. 겉만 번지르르한 장소에서 유일하게 존경심을 표할 줄 아는 종업원이 있는 곳이니, 값싼 주전부리라도 사러 가야겠사와요~."


  그 모습을 지켜본 마요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부아가 치미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치사함... 왜 나는 저렇게 따스한 눈빛으로 안 바라봄? 왜 날 소중하게 품에 안 안아줌? 내 수집품인데... 저 이상한 용한테 뺏기게 생겼음..."


  부아가 치밀지만, 동시에 허탈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교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요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려 바닥에 물방울이 튄 모양의 자국을 남기며 자신의 집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자신의 교주를, 자신의 수집품을 노린 이를 응징하려고 했을 테지만, 이미 수차례 마요의 마취침에 맞아본 경험이 생긴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마요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집품의 도움으로 만든 박제, 그러니까 초상화를 바라보며, 자신의 수집품을 그리워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그냥 그를 스토킹했을 테지만, 숨어있는 그녀를 귀신같이 찾아내 조소의 눈빛을 건네는 비비를 견딜 수 없었기에, 그녀는 교주의 박제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물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비비는 한껏 고취된 기분으로 승리감을 즐겼다.


  복수를 포기했음에도 이다지도 만족스러울 수 있다니.


  비비는 기분이 좋았다.


  교주를 독점하는 이 순간이 좋았다.


  교주에겐 책임져야 할 사도가 많다는 걸 알았기에, 지금 이 순간이 어느 때보다도 만족스러웠다.


  그 때문일까? 비비는 자신의 부드러운 볼따구를 교주의 기슴팍에 조금이라도 더 깊게 밀착시키고자, 그 부드러운 살덩이를 꾹꾹 눌러댔다.


  수명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교주는 자신의 수명이 늘어나는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