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

 https://arca.live/b/azurlane/78618372 밀회 지휘관 · 시나노

 https://arca.live/b/azurlane/78774049 임플래커블 윌

 https://arca.live/b/azurlane/78917655 난파, 에이잭스

 https://arca.live/b/azurlane/79204699 러키 스트라이크 루

 https://arca.live/b/azurlane/79598782 스트레인지 케이스 오브 후드

 https://arca.live/b/azurlane/80030952 클리블랜드 스탠스 유지

 https://arca.live/b/azurlane/80397611 러스티 모비 딕

 https://arca.live/b/azurlane/80977628 믹스드 오피니언스 아크 로열

 https://arca.live/b/azurlane/82507467 잔 다르크 고난

 https://arca.live/b/azurlane/83712377 성녀 리슐리외

 https://arca.live/b/azurlane/87319275 훌 뉴 저지 월드

 https://arca.live/b/azurlane/93642738 일러스트리어스 포미더블

 https://arca.live/b/azurlane/102312401 소년과 론

 https://arca.live/b/azurlane/102641489 헤비 체리블라섬 카라테 프리즈너

 https://arca.live/b/azurlane/102893411 앵커리지 인 더 플레쉬

 https://arca.live/b/azurlane/103357494 구텐 탁 비스마르크 Ⅱ

 https://arca.live/b/azurlane/104350280 크론시타트 샤라쉬카 

 https://arca.live/b/azurlane/105393508 힐 유어셀프 유니콘 · 퍼시어스

 ◆◆◆◆◆



 // //

 // //

 시나노 언노운

 // //

 // //


 

 어제 비가 많이 내린 탓인가 시냇물이 힘차게 흘러갔고, 계곡 끝자락 연못에 걸친 시시오도시가 딱 딱 울리는 소리의 주기도 부쩍 짧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풍경이 딸랑거리고 참새 비둘기들이 짹짹 구구거리는 중에, 신선한 풀 냄새가 은은하게 내 코를 스친다.


 전형적인 중앵 풍경이라면 중앵 풍경이구만. 이런 거 태평하게 느끼는 거 정말 얼마 만이야.


 내가 걸어왔던 숲길을 돌아보며 아주 잠깐 생각에 잠긴다.


 "우리 숙녀들 전부 잘 하고 있겠지."


 꼬맹이 여왕이 함대 리모델링 지시 내려서 다들 바쁠 테고, 아이돌인지 뮤즈인지 그것 때문에 러스티 포미 여편네 둘 다 정신이 없는데 나 혼자 느긋해도 되려나? 뭐 되겠지. 내가 거기 대표 지휘관이고 오늘 쉬고 싶다는데 누가 말리냐. 어제 일일 교사로 반나절 시달렸으니 이 정도는 다들 이해할 거고?


 쏴아아아.


 울창한 침엽수림을 흔드는 바람이 멀리 날아 내 뺨을 스쳤다. 궁상 그만 떨고 얼른 가라는 신호겠지 이건.


 고즈넉한 기와집, 신을 벗고 마루로 올라 창호지 발린 미닫이 스타일 장지문을 열었다. 거기엔 푹신하게 보이는 이불을 덮고, 조용하게 잠이 든 시나노가 보인다. 이불 밖으로는 꼬리 여럿이 튀어나와 존재감을 아주 잘 과시하고 말이다.


 "사람 불러놓고 너는 잠을…응?"


 타타미 바닥에 하얀 편지 같은 게 놓여서, 나는 시나노를 깨우려다 말고 그것을 손에 들었다. 흰 종이에 검은 먹 세로쓰기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가고, 필체는 시나노 것이구만.


 어디 보자 뭐라고 적었나? 


 [그대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다. 나풀나풀 노닐며 실로 그대임을 잊었을진대, 깨어나 나비는 없고 그대 뿐이라. 그대가 잠시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나비가 그대의 꿈을 꾸는 것인가?]


 헛소리를 길게도 써놨구만. 누가 호접지몽도 모를 줄 아나.


 문득, 얼굴 근처에 파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종이를 바닥에 놓고 모르포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파란 날개 너머로 뭔가가 보였다. 거기에는 울창한 침엽수림에 선, 검은 도포 차림에 은빛을 띤 백발의 사내가 보인다.


 저건, 나인가?


 지금 무슨…?


 "우리 숙녀들 전부 잘 하고 있겠지."


 꼬맹이 여왕이 함대 리모델링 지시 내려서 다들 바쁠 테고, 아이돌인지 뮤즈인지 그것 때문에 러스티 포미 여편네 둘 다 정신이 없는데 나 혼자 느긋해도…어 잠깐.


 정신을 차리니까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뺨에 바람이 스쳤다. 시시오도시가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넘게 하는데도 대가리를 까딱거리지 않는다. 잠깐 서서 꿈이라도 꿨나 나는? 여기서 얼마나 서있었던 거야?


 시나노가 기다리는 기와집으로 걸음을 옮겨, 신을 벗고, 장지문을 열었다. 이불 밖으로 꼬리를 드러내고 조용하게 잠든 시나노가 보인다. 


 "사람 불러놓고 너는 잠…?"


 시나노가 잠든 곁, 타타미 바닥에 놓인 하얀 종이가 보였다. 나는 시나노를 깨우려다 바닥에 놓인 편지 같은 걸 손에 쥐고 눈길을 줬다. 붓에 먹물을 적셔서 세로쓰기, 필체는 시나노 것이 맞고 보자 내용은 뭐라고 적은 거지?


 [첩이 그대를 잊지 않았기에 그대를 새삼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일지니.]


 안 까먹었으니까 떠올릴 필요가 없는 게 당연하지. 


 바람이 불어,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참새 비둘기들이 짹짹 구구거리는 와중에 풀 냄새가 코에 스친다.


 "우리 숙녀들 전부 잘 하고 있…."


 시나노가 기다리고 있을, 고즈넉한 기와집을 앞에 두고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말꼬리를 흐리며 멍하니 서있다. 방금까지 내가 뭐 하고 있었더라? 내가 혹시 자면서 걸었나? 아니 걸으면서 잤나?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내가 지나치고 지금 등지고 있는 숲길을 쳐다보았다. 좌우로 침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있다. 바람이 불어 가지를 흔들고, 그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걸음을 재촉해서 연못가에 걸려 멈춰버린 시시오도시 근처를 지나,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 장지문을 열었다. 텅, 열리는 소리에도 집 주인은 태평하게 잠들어 있다. 잠든 시나노의 머리맡 타타미 바닥에는 하얀 종이가 놓여있는데, 이건 편지인 모양이지?


 손에 드니, 시나노의 필체인 것이 확실한 글씨가 세로쓰기로 쓰여있다. 내용은….


 [그대 잠든 얼굴은 무척 평온해 보기 좋구나. 이대로 깨지 않을 꿈을 영원히 꾸도록 비오니.]


 아니 이 여자가 사람을 불러 놓고 대체….


 가만.


 // //

 // //


 쏴아아아아.


 울창하게 우거진 침엽수림이 바람을 받아 흔들렸다. 그 바람이 내 뺨에 닿았다. 궁상 그만 떨고 얼른 가라 이거지.


 나는 시나노가 기다리고 있을 기와집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니, 달려나갔다. 달리면서 연못가에 걸친 시시오도시가, 머금은 물을 바깥으로 쏟으면서도 멈춘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짹짹 구구거리는 참새 비둘기 소리가 귓가로 닿는다.


 신을 벗고 마루에 발을 디디고 올라, 미닫이 형식 장지문을 열었다. 푹신하게 보이는 새하얀 이불을 덮은 시나노가 편안한 얼굴로 자는 중이다. 이불 밖으로는 회색에 가까운 하얀색 꼬리들이 삐져나와 그 존재감을 내게 과시하는 중이고.


 그녀의 베개 옆에는 편지처럼 보이는 하얀 종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이불을 확 들춘다.


 "남편한테 장난이 심하잖냐 이 똥여우."


 눈을 감았다 뜨니, 발에서 먼저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연못가에 앉아 발을 거기에 담그고 있다. 딱! 소리를 내며 대가리를 부딪치는 시시오도시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다음 뒤에서 나를 감싸 안은 보드랍고 말랑한 감촉이 어깨로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 뒤로 돌아보니, 은은한 웃음을 지으며 여우 귀를 늘어뜨린 시나노의 얼굴을 보인다. 그녀는 나를 뒤에서 안아, 커다랗고 폭신폭신한 가슴으로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중이다.


 이 통통한 살집이 그리웠다고.


 "여전히 입이 험하구나 그대…. 그런데, 그대는 언제부터, 그리고 대체 어떻게 이 술수를 알아차린 것이지…. 이대로 밤이 오기 전까지 깨지 않게 하려 했거늘…."


 계속 같은 곳을 헤매게 만드는, 일종의 논리적 미로를 내 의식은 계속 헤매고 있었다. 이런 걸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걸리면 영원히 헤맬 수도 있는, 꽤나 무시무시한 최면 비슷한 거 말이다. 그 미로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시나노는 궁금한 모양이다. 


 "비슷한 경험을 예에전에 정말 많이 했거든. 확실하게 알아차린 시점은 세 번째 정도인가? 이런 거는 처음 징후를 안 놓치는 게 중요한데, 설마 네가 나한테 이런 장난을 칠 줄은 몰라서 방심하고 있었어. 행운이 세 번 얼굴을 빼꼼 내미는 것처럼, 불운도 그 징후를 세 번은 보인다고 하지? 봤어도 불편하니까 무시하고, 들었어도 듣기 싫으니까 안 들은 걸로 하고, 말해야 하는데도 껄끄러워서 입을 닫으니 그렇게 다들 불행해진다고. 그런데 우리 세계에선 말이야, 세 번은커녕 처음 한 번을 놓치면 그걸로 꽥이지. 난 운이 좋았어. "


 내 장광설에 시나노가 흐음, 수긍하는 듯한 숨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뺨에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사락 닿는다.


 "아무튼 네가 듣고 싶은 답을 해줄까? 위화감을 먼저 깨닫는 거야. 이게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은 거 아니면 이게 이렇게 되는 게 맞나? 하는 사물이 있나 알아차려야 하는 거라고. 시시오도시, 같은 곳 계속 돌다 보니까 거기 물이 넘치고 있는데도 딱 고정이 되어있어서 아무 소리도 안 나더라. 내가 처음 그 소리 듣고 네 술수에 걸려든 거 아니냐? 그럼 끝까지 신경을 써야지. 다른 곳 보여준다고 거기는 아예 신경을 안 썼지 너?" 


 "그랬군…실로, 그대의 관찰력과 통찰력은 언제나 첩의 기대 이상일지니…하나, 지금 이 순간마저도 첩이 그대에게 보여주는, 꿈이 아니라 단언할 수 있을까…."


 "그게 뭔 의미가 있냐. 내가 너랑 같이 있는 거 자체가 꿈 같은 이야기라고. 너처럼 예쁜 애가 내 마누라인 것까지."


 "하, 우…? 그, 그대는 어째서 이상한 소리를…."


 저 안절부절못하는 반응 자체가 지금 상황이 꿈 아니라는 얘기다. 됐으니까 어린애 말장난은 관두고 본제로 넘어가야지. 이렇게 뭉개고 있으면 오늘 하루가 짧아.


 "그럼 슬슬."


 "…꺄아?!"


 예고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를 안았던 시나노가 몸을 휘청였다. 나는 몸을 돌려서 시나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난처한 얼굴로 내 손을 잡았다. 가느다랗고 섬세하며, 시원하게 식은 손이다.


 역시 포미나 러스티 손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니까.


 "오늘 뭐 하려고 불렀냐?"


 "라멘…먹겠어?"


 // //

 // //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한참 들리고 기름 냄새 풍기더니 마침내.


 고양이 발자국 모양이 수놓인 방석 위에 앉아 상을 받았다. 무릎을 꿇고 앉은 시나노와 정좌한 내 앞에는 까만 국물이 특징적인 라멘이 하나씩 차려져있다. 사이드는 에비텐에다 김치인가. 전혀 기대 안 한 조합인데 이거. 그리고 말이야. 


 얘가 이런 면이 있었네. 아니 멘이 있었어.


 "네가 요리를?"


 "배운 것은 후소…그리고, 그대 취향은 여기 아니면 저기서 들었으니…."


 렌게를 들어 국물을 떠 한 모금 홀짝이는데, 이거 간이 꽤 짜. 베이스로 잡힌 쇼유에 혀가 절여질 거 같다. 그래도 감칠맛이 남는 게 썩 인상적이다. 시나노는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다 이윽고 기다란 사기 젓가락을 오른손에 든다.


 "정신 바짝 드는 맛이네. 얼마나 연습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썩 좋아."


 "실로 그런…가? 첩은 기쁘구나…."


 시나노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젓가락을 들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젓가락에 올라오는 면은 단단하고 얇았다. 후룩 소리가 내 쪽에서 한 번 그녀 쪽에서 한 번 번갈아 들렸고, 그렇게 내 얼굴에도 시나노 얼굴에도 웃음이 올라온다.


 어디서 사먹는 것보다 낫네 이거. 아니 다이호가 해준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근데 얘랑 뭐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해.


 으음, 튀김은 옷이 좀 눅눅하네 새우 살은 잘 익었는데. 김치는 뭔가 좀 빠진 맛인데? 밍밍해도 깔끔하긴 하다만. 


 그렇게 젓가락 오고 가는 소리에 면 빨아올리는 소리에, 바람을 받은 풍경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더했다. 나는 젓가락을 멈추고 시나노를 바라본다. 그녀는 내 눈길을 의식하고 렌게를 집으려던 손을 멈추고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대…." "어이 난농이."


 둘이 동시에 말이 나와, 시나노는 시선을 살짝 거두면서 내게 차례를 양보한다. 꾸우 꾸 후욱훅 하는, 좀 다른 비둘기 소리가 들려오는 중에 나는 얘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잠깐 머뭇거린다.


 여기까지 와서 일 얘기 꺼내는 것도 거식하고, 데이빗인가 걔 얘기도 좀 이른 거 같고.


 아 그래, 그거부터 얘기해야지.


 "딸애 말인데 여태 혼자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 앞으로는 황가 쪽 한가한 메이드가 돌아가면서 돌볼 테니까 넌 좀 쉬어."


 내 말에 시나노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는 난처하다는 표정이 떠오른다. 우리 딸 맡기는 게 못마땅하다는 표정이 아닌데, 아 설마 그건가.


 "야 설마 애 낳고 여태 카가 맡겼냐?" 


 그녀는 난처한 얼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나중에 카가한테 뭐라고 말해야 하나. 걔는 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게 고생인가 모르겠네. 정말이지 아마기랑 아카기에 이어서 이 여자도…. 


 "첩은…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만…그대도 떳떳하지는 못할진대……."


 내가 해골을 굴리고 있자니 시나노가 나도 잘한 거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얼굴에는 난처가 사라지고 나한테 품은 원망을 팍팍 드러내고 말이다. 만들어 놓고 여태 방치한 꼴이니 내가 나쁜 놈인 건 맞는데, 그래서 먼저 집 나간 게 대체 누구더라? 


 "다시는 찾지 말라면서 임신 다섯 달 살짝 넘겨서 가출한 게 누구냐? 그리고 나가서 하겠다는 게 낳은 딸애는 카가한테 맡기는 거랑, 너는 BB 그 늙은이랑 사이 좋게 지내는 거였고?" "…그대가! 후, 후우…첩을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그리하지 않았어…외눈에 강철의 팔을 가진 그 지휘관 이야기는…하지 마……!"


 어우 깜짝이야. 얘 예전 성깔 나오네. 


 "아잇 똥개야 그게 괴롭힌 거냐? 내가 너 좋아해서 그런 거지." "그대는 도를 넘어섰어…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일진대…."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우리 모두 젓가락을 상 위로 놓았다. 역시 라멘이나 먹자고 부른 게 아니구나 얘가.


 // //

 // //


 라멘 먹을 기분도 상황도 아니다 보니 상을 물린 다음, 시나노랑 나는 타타미 열두 장 깔린 방으로 가서 마주 앉았다. 나를 조용하게 노려보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뭔가 제대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여태 말 안 하고 혼자 삐친 게 지금 확 터진 거지 이건.


 "야 일단 정돈 좀 해. 내가 건드린 여자는 어 너도 잘 알잖아 내가 책임 끝까지 진다는 거. 그런데 내가 뭐 하기도 전에 네가 먼저 가출했지? 누가 잘했고 못했고 떠나서 궁금해서 그런다. 내가 너한테 못해준 게 대체 뭐…." "잘잘못을 가리지 말자고 하는 사람은…보통 잘못을 먼저 저지른 쪽이지…그대는 정말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시나노가 내 말을 끊더니 단호하게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휴우 또 그 드림워킹인지 유메아루키인지 그거 하려는 건가. 뭐 내키지는 않지만 내가 까먹은 거 떠올리려면 이 방법이 제일 확실하긴 하지.


 나는 그녀가 내민 손 위에 내 오른손을 얹고, 눈을 감으며 감각을 동화시킨다.


 까맣던 사방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백지 비슷한 공간에 먹을 흘려 넣는 듯 색채와 향기와 음향이 들이치기 시작했다. 공간이 과거에 있었던 일로 채워지는 중에, 같은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나와 시나노의 의식은 서서히 분리된다.


 그리 떨어진 서로의 의식은 이전에 겪었던 상황으로 흘러간다. 마치 영혼이나 정신이 뭔가에 빙의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곧,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


 아, 시작했구만. 이제 곧 내 의식은 과거 상황에 동화되어서 당분간 사라진다. 이 꿈속 공간에서 재현되는 예전 일이 끝나기 전까지 내가 나 자신을 인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재현이 끝나면 여기서 일어났던 일은 내가 온전히 떠올리게 되는 거고.


 시나노, 시나노가 보이는데.


 넓은 방 가운데에 속옷 차림으로 선 시나노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긴 모항에서 내가 집으로 쓰는 곳이고, 거기 안방이구만. 바닥에 축 늘어진 꼬리들 사이로 통통하게 살이 잘 오른 엉덩이가 보이는데, 이거 시나노 엉덩이 맞나? 그리고 뒤에서도 보일 만큼 푸짐해진 저 뱃살은 뭐야. 


  "야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쪘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시나노 뒤에 서서, 동그랗게 부푼 그녀의 새하얀 배를 어루만졌다. 보들보들한 감촉에, 안에 찰랑이는 뭔가가 가득 들어찬 느낌이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얘가 황가 괴식이 입맛에 맞았나 뭘 이렇게 많이 먹었지?


 "꺄…! 무, 무슨 짓이지 지휘관…? 까, 깜짝 놀랐잖아. 배, 배는 그만 만지는 것이…." "왜 기분 좋은데. 아이고 통통해라. 너도 이제 러스티 닮아가는 중이냐?"


 나는 손을 멈추지 않고 옆구리 살을 살짝 집었다만, 시나노는 몸을 휙 돌려서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과 함께 분노가 서려있다. 


 "너는 살찐 거랑 임신한 것도 구분 못하는 거야?! 그만 만지라면 그만 만져! 이 못된 놈아!"


 으어 놀랬네. 얘가 이런 말투도 쓸 줄 알았나? 아니 그보다, 내 손 홱 뿌리치는 바람에 시나노 가슴이 위아래로 아주 요동을 친다. 브라 찢겠다 저거. 그래, 그러니까 임신…임신이구나. 그래서 가슴도 저렇게 커진 거고.


 이게 유방이야 수박이야.


 내 시선이 자기 가슴에 가는 걸 본 시나노는 두 손을 들어 휙 감추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노려본다. 


 "처…첩이 그대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 미리 알리지 않았지만…그대는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얘랑 지내고 나서, 개월로 따지면 다섯 달 정도가 되나. 그리 오래 원양 작전을 하다가 이제 막 돌아왔다. 연락 없길래 무소식이 희소식인가 싶어 별 생각 없었는데, 바로 오늘 내 집에서 만나니까 시나노가 임신을 하고 있었다니. 이 무슨.


 "말 안 하면 내가 어떻게 아냐. 아무튼 축하하고, 내가 평생 책임질게."


 "……."


 와락.


 내 말에 시나노는 입을 여는 대신에, 두 팔 벌려서 나를 안아버렸다. 풍만한 살집들이 내 몸을 덮으니, 온기와 함께 두 개의 고동이 전신으로 느껴진다. 내 목덜미에 시나노가 자기 뺨을 비벼대는 통에 쫑긋 솟은 여우 귀가 내 뺨을 살살 간지럽힌다.


 "아까 생각 없이 만져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면서 왼팔을 시나노의 등허리에 감아주고, 오른손으로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릿결이 많이 퍼석퍼석해지긴 했네. 혼자서 힘들었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모항에서 난농이는 게스트 취급이니까 이 몸으로 임무에 동원이 안 된 거 정도구만.


 "…신경이 곤두선 터라, 심한 말을 한 것…첩도 사죄하겠어. 지휘관…보고 싶었는데."


 시나노는 내 귀에 겨우 들릴 정도로 연약하게 속삭였다. 


 "나도 보고 싶었거든 이 똥여우."


 "첩은 똥여우가 아니라…햐우?!"


 나는 시나노를 브라이덜 캐리로 훌쩍 들어올렸다. 중앵에선 이걸 뭐라고 부르더라, 공주님 안기? 얘가 공주님은 아니고 나도 왕자님은 아닌데, 아무튼 어 근수가 제법 나가네. 포미 만큼은 아니다만.


 "왜? 부끄럽냐?" "우…."


 허리와 두 다리를 내 팔에 맡기고 얌전히 안긴 시나노는 뺨을 조금 물들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천천히 침대까지 걸어가 가지런하게 잘 깔린 시트 위로 시나노를 내려놓았다. 누우니까 더 탐스럽네.


 시나노 옆에 누워서 천천히, 손을 그 부푼 배 위로 올렸다. 맥동하는 생명력이 내 손바닥으로 온기와 진동으로 전해졌다. 시나노의 하얀 손이 내 손을 덮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배에 입을 맞춘다.


 쪽.


 "그대…아아."


 자세를 바꿔서 시나노와 마주보는 곳까지 몸을 올리고, 그녀의 뺨에 내 손을 올렸다. 따뜻하게 달아오른 촉촉함이 손바닥 가득 퍼졌다. 은은한 미소를 띠고, 아련한 눈빛으로 시나노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발갛게 들뜬 그녀의 입술에서는 달콤한 숨결이 새어나온다.


 시나노의 손을 놓고, 두 손으로 뺨을 감싸며 입을 맞춘다.


 쪽.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자 그녀는 어깨를 떨면서 두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지다가, 오른쪽 검지와 중지를 뻗어 내 입술을 매만진다. 간지럽히는 듯이, 두드리는 듯이.


 "그대가 있어 첩은 행복할지니…." "너 행복한 건 내가 알겠고, 난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싶은데."


 오른손을 뻗어서, 자그마한 브라 한 겹으로 가려진 시나노의 왼쪽 유방을 가볍게 쥐었다. 그러자 시나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내 얼굴을 만지던 두 손을 내려서 이제 내 가슴팍을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밀리나. 얘는 지금 평소 컨디션 아니잖아. 


 임신부 전용 브라인가 이거?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 얇아서 살집이 그냥 그대로 만져지는데. 


 손가락 끝에 힘을 넣어서 천천히 주무르자, 시나노는 몸을 가볍게 뒤틀면서 내 가슴팍을 밀었다. 그러는 중에도, 내 손바닥에 살살 뭔가 닿는다. 유두가 지금 서고 있는 거잖아. 기분 좋으면서 앙탈을 부리고 있구만 얘가.


 "그만…지, 지휘관…만지지 마…이럴 때가, 아닌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잖아? 그리고 우리 사이에 때가 어디 있어 때가."


 말을 그렇게 하면서, 나는 가랑이 사이에서 점점 단단해지는 자지를 느끼고 말았다. 조금 놀려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지금 상황을 더 극단적으로 끌고 가는구만 내가.


 끝내지 못할 일은 시작도 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제 뭐 물러날 수도 없고.


 바짝 선 유두를, 브라 위로 가볍게 꼬집듯이 쥐었다. 시나노가 몸부림을 치면서 이번엔 내 얼굴을 밀어냈다. 나는 그 소심하고 연약한 반항에 흥분을 참을 수가 없어졌다. 얘가 이렇게 약할 때가 지금 말고 없잖아.


 "꺄앙…흐, 흐윽…만지지 말라고…분명히 말했는데…겨우, 안 나오게 눌렀는데, 또 그대가…."


 검지와 엄지 사이로 유두를 굴리듯이 비비는 중에 시나노가 신음을 내고,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뭐가 안 나오게 했다고? 아, 이거 지금 그건가? 브라가 촉촉 젖더니 샛노란 것이 내 손끝으로 묻어나오기 시작하고, 그것은 더 양이 많아진다.


 유즙, 젖.


 뭐야 이거 아기 낳아야 나오는 거 아니었어? 포미랑 러스티는 그랬는데.


 "야 똥여우, 너 왜 젖이 나오냐?" "말…말하고 싶지 않…햐아응!"


 물어보면서, 젖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는 젖꼭지를 비틀자 시나노는 날카로운 신음을 내지르며 대답을 피했다. 나는 훅을 찾아서 끌러, 브라를 벗겨 베개 위로 놓는다. 어지간히도 커졌구나 유방이. 브라에 눌린 자국이 빨갛게 보이네.


 그리고, 내가 만져준 왼쪽 유두가 바짝 서서 젖어있는 것도 보인다. 나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번엔 왼쪽 유방을 쥐면서 반대 손으로는 오른쪽 유두를 손끝으로 살살 간지럽힌다.


 "아앙…제발 그만…그……만…지휘관…." "얼른 말하라고."


 오른쪽 유두도 살살 발기가 되어, 나는 가볍게 쥐고 살살 굴렸다가 놓아준 다음, 손바닥으로 넓게 퍼진 유륜을 감싸쥐듯이 슬슬 문질렀다. 그러자 내 손바닥에 스치는 유두에서도 따뜻하고 제법 끈적한 뭔가가 샘솟는다. 역시 여기도 나오네.


 "우우…우…첩이…그대 없는 때 외로워서…스스로를 달랬던 때가 하루, 이틀 그렇게 쌓이다가…."


 시나노는 울먹이면서, 두 손으로 힘없이 내 어깨를 두들기며 그렇게 털어놓았다. 그러니 어어 음, 자위를 했다 이건가. 그건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여자애들이 그 손장난할 때 자기 젖꼭지도 만지고 그러나?


 어디서 들은 게 있긴 한데, 계속 만지다 보면 뭐 어디가 자극이 되어서 젖이 분비가 된다고. 근데 그게 어디 하루 이틀 만져서는 그렇게 안 된다던데. 얘는 대체 얼마나 만진 거야 그럼?


 "야, 네가 특이 체질이 아니면 이거 며칠 만져서 되는 게 아닌 걸로 아는데." "그만! 그마아안…! 말하지, 마아…지휘과아안…."


 눈물을 글썽이면서 시나노가 나를 두들기는 손길을 멈췄다. 뭐 부끄러운 거야 부끄러운 거고, 음.


 나는 입술을 들이대, 애무하듯이 시나노의 오른쪽 유두를 가볍게 빨았다. 쭈욱, 스프링클러 튼 것처럼 따뜻한 젖이 입안을 때렸다. 맛은, 포미나 러스티하고 썩 다르다. 걔네 둘이 기름지고 좀 많이 달콤한 느낌이면, 얘는 이 느낌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데운 물에 피를 섞은 거 같은 맛이다.


 철분 맛이 좀 많이 난다.


 "그대가 아니라…아기가…아기가 마셔야 할 것을…." "아빠가 먼저 먹어봐도 되는 거잖아."


 내 대답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시나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더니 발로 나를 걷어차면서 밀어냈다. 이번엔 진심을 다한 것인지 몸이 뒤로 밀려서, 하마터면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어우 방금 건 묵직한데.


 "혼자…첩을 혼자 있게 해줘……그대에게 더 실망하기 전에, 그대를…지휘관을……더 믿지 못하기 전에…."


 그녀는 두 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고, 분홍으로 물든 눈시울 가득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면서 그리 말했다. 이렇게까지 싫어하면 관둬야 하나. 그런데 내 자지는 아직 너무 단단한데.


 "몸 상태 안 좋아서 그러냐?" "지금…지금……그대의 아이가 첩의 뱃속에 있는데…무엇을 더 물어보는 거지…?"


 시나노는 침대 프레임까지 물러나서 거기 등을 기대며, 눈을 날카롭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눈빛은 처음 본다. 원수를 보는 거 같은 눈이잖아.


 "알겠어 알겠다고. 미안해. 러스티나 포미 때는 걔네가 먼저 덤비길래 난 임신한 때에 더 원하는 줄 알았지. 근데 너 이렇게 끝내도 괜찮냐? 예열만 하고 본 게임 안 들어가면 잠이 잘 오겠어? 나는 안 그런데. 그리고 그 젖 나오는 거 말이야 안 나올 때까지 짜면 되는 거 아니야?"


 내 물음에, 시나노는 입술을 깨물면서 바들바들 몸을 떤다. 눈빛은 노려보는 것을 넘어서 거의 경멸하는 거 같다.


 "짜면…짤수록 계속…많이 나와서 안 돼……그러니, 알았으면 얼른……첩의 눈 앞에서 사라져. 그대 같은 건 지휘관도 아니야. 변태. 바보. 멍청이. 축생."


 와.


 저렇게 종합 선물 세트로 매도하는 건 여기 와서 처음 듣는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난농이한테 저런 말을 듣는 것도 처음이고.


 "야 내가 변태인 건 맞는데 바보 멍청이 어 그리고 축생은 아니거든? 따지자면 그 셋은 너 아니냐 이 똥개야." "우…우우."


 시나노의 뺨으로 눈물이 주룩 주룩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잠깐 감았다가 뜨고,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나가…." "뭐라고?"


 "…나가라고, 지휘관…당장." "나가라고? 야 여기 내 집이고 내 방이야."


 갑자기, 진짜 예상하지도 못한 빠르기로 시나노가 나한테 다가와서 내 코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민다. 우는 얼굴 가득, 비애와 실망 그리고 혐오가 가득 느껴진다. 아니, 그렇게 쳐다볼 정도로 내가 잘못한 건가 지금?


 "…얼른! 꺼져! 이 짐승 새끼야…!"


 어어, 이거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얘가 이 정도로 아니 이런 말을, 와 지금 그러니까 나를.


 "못 하는 말이 없네 보자보자 하니까 이 똥개가."


 나는 시나노를 침대에 밀쳐서 넘어뜨렸다. 그리고 몸을 뒤집어서 엉덩이를 쳐들게 만들고, 꼬리들을 뭉쳐서 왼손으로 붙잡았다. 시나노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부푼 배를 침대에 파묻다시피 한 채 고개를 힘겹게 돌리고, 나를 노려본다.


 "아아…첩은 어째서…정말 왜, 그대 같은 짐승의 새끼를 뱃속에 품…아하앙, 끄으응…!"


 나는 오른손으로 그 작은 팬티를 잡아내려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천이 쓸리면서 희고 포동포동한 시나노의 엉덩이가 빨갛게 물들고, 나는 정복 팬츠의 지퍼를 내리고 자지를 꺼낸다. 


 도톰하게 살이 잘 오른 대음순 사이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소음순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뚝 뚝 애액을 흘려 시트를 적시는 질은 계속해서 뻐끔거리고, 클리토리스는 여기서도 보일 정도로 바짝 성이 나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엄청 흥분하고 있잖아 이 똥여우 똥개. 


 "동네 똥개가 지휘관 알기를 좆으로 알고 있구만. 그럼 좆 맛 좀 보여야지." 


 자연스럽게, 시나노를 처음 만나고 처음 섹스를 했을 때의 그 경박하고 교양 없는 나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시나노도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울면서도 나를 계속 보려본다.


 "똥개 똥개 하지 마…! 아, 아앙! 뀨, 흐으…햐우?!"


 꼬리를 쭉 당기고, 자연스럽게 넣기 좋은 각도가 잡혀서 나는 자지를 바로 쑤셔넣었다. 임신으로 살집이 더 풍만해진 탓인지, 마지막에 박았던 감각하고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느껴졌다. 육질의 벽이라고 해야 하나 이걸? 대음순이 뿌리를 꼬옥 안아주고, 소음순이 기둥을 바짝 빨아주고, 질은 자지 전체를 녹여버릴 것처럼 뜨겁게 감싸준다.


 이거 몇 번 움직이기도 전에 쌀 거 같은데.


 최대한 참아야지. 이렇게 쫄깃한 구멍에 언제 또 박아보겠어.


 "야 그거 아냐? 지금 조여주는 게 여태 너랑 한 거 중에 최고야." "그, 그런 말…그런 말 하지 마…하지 마…꺄아앙! 하앙!"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나노의 엉덩이는 내 하체가 부딪쳐서 팡 팡 소리를 크게 울렸다. 그녀의 엉덩이가 푸딩처럼 출렁이는 동안 밑으로 쭉 뻗은 허벅지는 우윳빛 살결 위로 투명한 땀을 비 내리는 것처럼 쏟아내고, 매끈하고 빳빳한 시트에 바짝 닿은 유방은 이리저리 춤을 추는 것처럼 요동을 친다.


 그 탓에, 계속해서 문질러지고 비벼지는 시나노의 유두는 단단하게 발기해서 쭉 쭉, 사방으로 젖을 짜내고 있다. 내 자지가 자기 보지로 들어갈 때마다, 자궁에 노크를 할 기세로 때려박는 그 때마다 모유를 흘리는 그 모습이 정말 색다르게 흥분이 된다.


 "하, 하아…하아아, 햐으…아, 아아……싫어…아아앙!"


 시나노는 그 여우 귀를 빨갛게 달아올리면서, 부끄러움을 가득 담아 내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새빨간 혀를 개처럼 입 밖으로 빼고는, 헐떡이면서 허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팡 팡 살점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내 귀두가 쑥쑥 보지로 들어갈 때마다, 주룩 주룩 애액과 함께 오줌을 지리고 있다.


 이거 러스티도 그러던데, 임신하면 괄약근이 약해지는 건가?


 "싫어…부, 부끄러…워…아앙…! 흐응…하아, 아! 아……."


 아 이런. 잠깐 다른 생각 하다가 나는 사정해버렸다. 회음부가 강하게 경련하면서, 이미 내가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쿠퍼액을 낸 그 요도구로 정액을 내보냈다. 휴우! 이거 정액이 아니라 내장까지 싼 거 같은 느낌인데.


 뿌극.


 자지를 뽑아내자, 거품 이는 애액을 타고 아직 끈적하게 점성을 유지하는 정액이 줄줄줄 시나노의 보지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뻐끔거리는 질구를 바라보면서, 저 깊은 곳에 내 아기가 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다시 든다.


 스코시 러스티, 스코시 포미에 이어서 얘는 스코시 난농이 되나.


 아니면 좀 다르게 냔뇽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그렇게 멍청한 생각 하면서 시나노의 꼬리에 내 자지를 슥슥 문질러 닦았다. 머리털은 좀 푸석하던데 여기는 부드럽네. 잘 닦이고 좋구만.


 "하우우으으…흑, 으흑……짐승, 이 짐승 새…끼, 쓰레기…우우우."


 그렇게 아직까지 매도를 할 기운이 남은 시나노는, 곧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다.


 // //

 // //


 "어, 어어 잠깐?!"


 의식이 정말 벼락 치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돌아왔다. 눈을 뜨니 내 손을 아주 꼬옥 쥐고 놓아주지 않는 시나노가 보였다. 이게, 그러니까 어음, 시나노가 무거운 몸 이끌고 가출한 이유였다 그거네.


 아니 잠깐 이건 그러니까.


 내가 완전 쓰레기인 건 맞는데, 어….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귓가에 호오 부는 숨결이 느껴져서 나는 몸서리를 쳤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니 시나노가 평소에 걸치던 헐렁한 장속을 훌훌 타타미 바닥에 허물 벗듯이 벗어놓고, 알몸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그대가 뭘 잘못했는지, 첩이 왜 그대를 떠나야만 했는지 알겠는가?" "어, 어어 알겠는데 그, 저기…넌능 아니 난농 아니지, 시나노? 왜 지금 아무것도 안 입고 있지?"


 시나노는 내 물음에 은은한 웃음을 만면에 띠고, 자기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며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는 내 가랑이 사이를 더듬는다.


 "우문이로구나 그대…. 맺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때가 오는 법. 연이란 그런 것일지니. 우후후…."


 찌익.


 지퍼 열리는 소리가 들렸나 싶더니, 어느새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가 시나노의 왼손에 꽉 잡혀있다. 퐁퐁 솟는 쿠퍼액이 귀두를 적시면서 혈관 하나하나 바짝 기합이 들어간 게 느껴진다. 


 그래 그랬지. 이거 꿈에 들어가서 과거 체험 한 번 하면, 현실로 돌아와도 몸이 그때 감각을 당분간은 그대로 기억하는데. 그때 내가 박으면서 흥분했던 게 그대로 남았고, 어 그래 그래서 그.


 시나노는 박히면서 흥분했던 게 지금 그대로 남아있다 이건데.


 와 조졌다 이건.


 "으, 으으 잠깐만 나 그때 포미랑 러스티 때문에 허리 삐끗한 거 아직…악!"


 그 토실토실한 엉덩이랑 허벅지가 내 자지를 그대로 뭉개버렸다. 삽입은 안 됐지만, 그 보드랍고 아늑한 살집 사이에서 내 자지가 쿠퍼액을 쭉쭉 뽑아내고 있다. 나는 두 손을 들어서 시나노를 밀어내려다, 무심코 두 손에 하나씩 유방을 더듬게 되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두 손으로 내 뺨을 쥔다.


 "후후…아직도 첩은, 나오는데…그 전에, 흐응…."


 시나노의 입술이 내 입술을 훅 덮으면서, 그리고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자기 보지에 내 자지를 꼭 맞춰서 넣어버렸다. 이미 예열이고 뭐고, 개 같이 따먹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지 시나노의 질은 꿈틀꿈틀 내 자지를 한껏 감싸서 놓아주지 않는다.


 이번엔 진짜 자지가 녹아버릴 거 같다.


 이미 글러먹은 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시나노의 콧대가 내 콧대를 스치고, 그녀가 뱉는 달콤한 숨결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두 팔이 내 등허리를 감고, 두 허벅지가 그 밑으로 단단히 둘러졌다. 그렇게 척추가 바스라질 거 같은 상하 동시 포옹 속에서 시나노는 내 입술을 핥다가, 혀를 내 입속 깊이 넣어 교묘하게 놀린다.


 츄. 츄루. 츄웁.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서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보들보들한 허벅지가 내 허리를 점점 바짝 조이고, 유방이 내 가슴팍에서 출렁출렁 흔들리고 비벼지면서 열기와 쾌락을 전달했다. 나는 완전히 시나노의 리드 속에서, 그러니까.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지금!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뜨고 몸을 뒤틀어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시나노는 내 목덜미를 빨면서 골반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지가, 자지가 뽑혀나갈 거 같다. 차락 착, 주주죽, 내 자지나 시나노 보지나 잔뜩 젖어서 서로의 체액이 안에서 뒤섞이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그녀의 입술이 내 목덜미에서 내 귀로 올라와 잘근잘근 물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오, 숨결을 털어넣으며 조곤조곤 속삭이려고 한다.


 "이제 오늘, 그대…를 부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구나…후후, 지휘관 마음껏, 첩을 적셔주기를…."


 움찔. 


 그리고 꿈이나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사정이 일어났다. 귀두가 찢어질 거 같이, 격류가 이는 것처럼 사정할 때마다 시나노는 엉덩이로 내 골반을 박살낼 것처럼 들썩거리며 상하로 찧어댔다. 자지가 이번엔 뽑히는 게 아니라 부러질 거 같다.


 우.


 우우.


 전신에 힘이 쭈욱 빠졌다. 전혀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렇게 기습적으로 당하다니. 


 사정의 여운이 남은 상태에서, 시나노는 내 자지를 그대로 품은 채 내 머리를 두 손으로 당겨 자기 유방에 파묻었다. 숨이 막히는 그 우윳빛 압박 속에서, 시나노의 손길에 나는 내 머리를 그냥 맡긴다.


 단단하게 선 젖꼭지가 입술에 닿았다. 이미 촉촉하고 따뜻하게 젖어있고, 나는 그냥 이끌리는 것처럼 빨기 시작한다. 그때 그 맛 그대로네. 맹물에 희석된 피를 마시는 거 같다.


 "후…그대는 정말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여식은 이미 젖을 끊었거늘…후후."


 그녀의 속삭임이 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점점 작아졌다. 시나노가 내 왼손을 잡고 자기 유방을 쥐게 만들었다. 나는 마치 아기가 된 것처럼, 러스티나 포미 때보다 더 시나노의 유방에 매달린다.


 모유가 입에서 넘칠 정도로 나와 삼키는 것을 의식할 무렵, 내가 주무르는 거기서도 모유가 찍 찍 나온다.


 후우.


 네가 이겼다고 하자 난농아. 내가 쓰레기 맞고.


 // // 

 // //


 그렇게 밀회 아닌 밀회가 끝나고 다음 날, 모항으로 돌아와 업무 복귀를 하는 길에 휴대 단말로 메시지가 들어왔다. BB, 그 늙은이가 보낸 거였고 내용은 뭐 심각하다면 심각한 거고,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거였다.


 황가 전체적으로 함대 리빌드가 한창인데, 거기에 맞춰 BB는 아크 로열 · 글로리어스 · 체이서 및 호위 구축함까지 싹 패키지로 묶어서 E55인가 하는 지휘관 쪽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쪽 베테랑 항모가 없으니까 운영 노하우 알려줄 교관 격 여자애 한 명 보내달라는 얘기다.


 흐음 누가 좋으려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또각 또각 힐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살다 보면 길 위에서도 길을 잃는 법…지휘관,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수척해졌네. 러스티 자매가 굶기는 거야?"


 아, 너였냐.


 공연음란 그 자체. 수녀복 같지도 않은 천 쪼가리를 걸친 여자가 짙은 호박색 눈동자 가득 내 모습을 담고 있다. 임플래커블, 얘는 성당인지 교회인지 거기에 안 박혀있고 오늘은 웬일로 돌아다녀.


 "남이 밥을 챙겨먹든 말든. 내 걱정은 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응 수녀님? 지금은 너랑 데이트할 시간도 없고 그럴 기력도 없고."


 "흐응, 그거 실망인데. 지금 막 빅토리어스 자매가, 그 사람…외눈에 강철의 팔을 가진 기사라고 했지? 그 지휘관 모항으로 출발한다고 하는 걸 알려주려고 온 참인데. 아, 어떻게 마주쳤는지 묻지는 마. 난 당신 냄새를 멀리서도 맡을 수 있거든. 죄인의 냄새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입은 건지 벗은 건지 모르는 그 코르셋 언더웨어 비슷한 차림새를 과시하듯, 반 이상 드러난 큼지막한 유방을 출렁이고 탱글탱글한 허벅지도 탄력 있게 튕기는 걸음걸이로 나한테 다가온다.


 "죄인은 무슨. 넌능이가 너한테 IRC인가 쥬스타그램인가로 다 일러바친 거 내가 모르냐. 그리고 내 출근 루틴 네가 모를 리 없고. 그런데 잠깐, 빅토리어스? 걔가 무슨 일로 거기 간대? 꼬맹이 여왕이 뭐 명령이라도 내렸어? 내가 가라고 한 적 없는데." 


 임플래커블은 내 질문에, 커다란 유방 아래에 두 팔을 지르고는 자기 상체를 안고 유방을 받치는 자세를 잡으며 나를 삐딱하게 쳐다본다.


 "레이디 후드 이름으로 명령서가 왔다고 했어. 긴급한 임무가 없는 정규 항모 자원 한 명은 즉시 그 지휘관의 모항으로 가라고 했다지 아마?"


 에.


 "뭐어 그러냐. 사후 보고서만 잘 쓰면 되겠지. 알겠어 정보 고맙고 나 출근한다."


 BB한테 답신 날릴 필요는 없어졌네. 근데 후드 아줌마는 왜 오지랖을 부려가지고. 또리 아니 빅토리어스 걔 빠지면 우리 쪽도 조금은 휘청거리는데. 뭐어 좋게 생각할까. 문제 생기면 그때 고민하면 되는 거고 이제 가자고.


 "지휘관, 이번 비서함 로테이션은 바로 나라는 걸 잊은 거야?"


 뭣.


 "벌써 그렇게 됐나…."


 나는 걸음을 멈추고, 의기양양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 사이비 수녀를 한참이나 멍하게 쳐다본다.


 <끝>


 다음은 빅토리어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