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한때 아비도스 고등학교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성한 학원이었던 만큼 부지도 거대했다.

총 면적을 따지자면 현 3대 학원으로 꼽히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게헨나 학원, 트리니티 종합학원을 합친 것과도 견줄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예전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된 사막화는 그 대상을 가리지 않아 아비도스의 본교 또한 휩쓸었다.

그토록 넓었던 부지의 태반은 모래에 뒤덮여버려 아직까지 지면 위에 남은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본편 시점에서는 결국 별관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건물이 전부 묻히지 않고 일부분이나마 남아 있어 입학식은 본관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물론 이 시점에서도 대부분 묻힌 상태긴 했다.

결국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는 곧바로 별관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헤헤, 조금 엉망진창이긴 하지? 원래라면 별관은 쓸 일이 없으니 관리도 대충대충 했거든."

"그래도 그런 것 치곤 설비가 괜찮네요."
"원래 아비도스는 부자 학교였으니까. 깃털이 들어간 체조 매트를 사용하던 적도 있다구?"


깃털이 들어간 체조 매트라니.

내 입으로 말하고도 어이가 없는 사치품이다.

놀라운 점은 이거 하나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지.


과거의 아비도스에는 이 외에도 온갖 사치품들이 사용되었다.

돈 쓸 곳이 없어서 하다하다 이런 데에까지 쓰냐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과거의 유산 태반이 사라졌지만 가끔씩 발견되기라도 하면 빚을 갚는 데에 상당히 크게 도움 되었다.

때문에 학생회의 주 업무 중에는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온갖 시설을 돌아다니며 돈이 될 법한 물품 찾기도 있었다.


"학교 곳곳을 뒤져보면 그런 물건들이 휙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어. 앞으로는 호시노쨩도 같이 하게 되겠네!"

"……그거 완전 보물찾기, 아닌가요?"

"으음, 확실히 그렇네! 아비도스에서 보물찾기, 같은 느낌이려나?"

"으헤, 헤에……."


내 말을 들은 호시노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호시노는 워낙에 이런 걸 좋아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좋아하는 선물도 매장금의 지도이기도 했고.


"어때, 재밌겠지! 정말 상상치도 못한 곳에 상상치도 못한 물건이 숨겨져 있다구?"

"……뭐, 뭐, 딱히요. 찾을 확률도 그다지 없고, 그럴 시간에 다른 업무를 하는 편이 나은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아지 꼬리마냥 마구 흔들리는 바보털은 숨길 수가 없구나.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대책위원회 3장에서 보여줬던 솔직한 모습은 언제쯤이나 볼 수 있으려나.

뭐, 앞으로 친해지면 조만간 볼 수 있겠지!


"후후……."

"뭐, 뭔가요, 그 미소는! 기분 나쁘니까 그만둬주세요!"

"후후, 알았어. 그럼 일단 앞으로 호시노쨩이 하게 될 일들에 대한 설명부터 할까?"


나는 호시노를 별관 2층에 있는 어느 방으로 이끌었다.


"여기는…… 학생회실이네요."

"지금까지는 내가 학생회장 겸 부학생회장 겸 서기 겸 회계를 맡고 있었지만, 이제는 호시노쨩이 있잖아! 앞으로는 호시노쨩이 부학생회장이야!"


아비도스 고등학교 별관은 대부분 방치되어 있었지만 학생회실만큼은 달랐다.

이미 본관의 학생회실은 묻혀버려 내가 주로 활동을 한 건 이쪽의 학생회실이었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되었단 건 아니지만, 적어도 생활감만큼은 넘쳐나니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엉망이네요."

"윽……."

"서류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은 건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책들은 또 왜 펼쳐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건데요?"

"그, 그게 말이지, 호시노쨩? 그러니까……."


호시노는 내 얼굴을 한 번 슥 보더니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거 무슨 의미야.

나를 대체 뭐라 생각하는 거냐고.


"뭐, 앞으로 정리하면 될 일이죠. 그래서, 앞으로 제가 담당하게 될 업무는 뭔가요?"


담당하게 될 업무라니, 너무 무르구나.

전교생이 단 두 명뿐인 학교다.

그딴 학교가 체계적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전부."

"네?"

"카이저 론에 저당잡힌 9억 6235만 엔과 그에 따른 이자 매월 788만 엔을 상환하기 위해 진행되는 모든 업무, 를 앞으로 호시노쨩이 나와 함께 담당하게 될 거야."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듣는 건 처음인지 호시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뺄 수도 없다고?


아비도스에 자진 입학한 걸 환영한다, 호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