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후타나리 용사 파티 x 서큐버스 틋녀
개념글 모음






 용사 파티는 제각기 생활 습관이 있었다레인저나 마법사는 각기 정찰과 실험으로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었지만용사와 성녀는 규칙적인 생활을 준수했다

 

 특히성녀의 일과는 규칙적이었다기도 시간도 딱 정해져 있었다.

 기상하고 나서매 끼니 식사하기 전과 마치고 나서하루의 해가 저물 때자기 전에

 

 용사 파티에 갑작스런 동행이 있었을 때는 자기 전에는 불가피하게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그 때도 다른 방식으로 신께 감사를 올리고자 했었다다른 때는 더 열심히 기도하기도 했고.

 

 

 그 내용도 일관성을 유지하곤 했다.

 

 나직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암송하여 신을 찬미하고 위업을 숭상했다제국 전체의 평화와 신도들의 안녕을 바랐다.

 

 취침 직전처럼 조금 여유로울 때는 더 길어졌다성녀는 기도의 끝에 용사 파티 개개인에 대한 축복을 빌었다

 

 여러 사람들이 신과 가장 가깝다 여기는 성녀지만성녀는 그 신을 상시 근무하는 전능한 무보수의 하인으로 여기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언제나 받들어 섬겨야 하기에 기도의 술어도 부탁한다나 해달라가 아니라 바란다” 였다

 

 용사를 위해서, “대가 없이 행하고 이뤄온 것에 마땅한 보답으로 돌려받기를 바라옵니다.”

 

 마법사를 위해, “견고한 성벽을 허물어 열린 마음으로 당신께서 빚어낸 모든 것과 닿기를 바라옵니다.”

 

 레인저에게는, “지난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나아갈 용기를 바라옵니다.”

 

 

 세상에는 신의 은총이 미쳐야 할 곳이 너무도 많았다그곳에 닿아야 할 은총을 용사 파티에게 더 신경 써주십사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불측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렇대도자신과 함께하는 그들을 위해, “당신의 미천하고 아둔한 종이 감히 그러기를 바랍니다.”

 

 

 취침 전 기도로 성녀의 하루 일과가 끝났다원래대로라면 성호를 그으며 일어나서감사의 목례를 올리고복제를 벗어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잠자리에 누웠을 테다

 

 

 

 하지만 성녀는 무릎 꿇은 두 다리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 갑작스런 동행이 떠나고서성녀의 기도는 조금 더 길어졌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마주잡은 두 손에는 검은 구슬을 꿰어 만든 묵주가 감겨있었다

 

 

 당신께서 직접 점지하신 사도가옛적의 성모의 재현이당신의 권능을 빌어쓰는 사도가당신의 뜻과 의지를 옮기고 실현하고자 애쓰는 대행자가…….”

 

 교단과 대중이 달아준 과분한 칭호자신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남들이 바라는 외형.

 

 죄인 중에서 으뜸 된 죄인이당신의 말씀을 듣도 보도 못하는 불구가당신의 이름과 능력을 훔처 빌어먹는 걸인이가리킨 바를 제대로 받들지 못하는 종년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들성녀라는 껍데기 속자기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본모습

 

 시성받았음에도 당신에게 닿지 못하고 닿을 수 없는 성녀가.”,

 

 성녀는 목을 가다듬었다

 


 당신을 의심하는 신도가감히여쭙겠나이다.”

 

 

 깊게 감은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가장 밝고 높은 자리에 계시면서 가장 낮고 어두운 곳까지 굽어살피는 분이시여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보고 들으며 느끼셨을 겁니다.”

 

 

 교단에서 시성한 성녀는 신으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는다고 했다

 

 성녀도 계시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그 모든 내용을 기억 했다

 

 단 두 번짧은 한 두 마디의 내용.

 

 

 

 첫째는 두 다리 사이에 그것이 자라난 날이었다

 

 두려워 마세요.’

 

 

 두 번째는 마왕군에게서 대승한 직후였다

 

 서큐버스를 찾으세요그 아이와 함께하세요.’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그리고.”

 

 옛 설화 중에서는 신탁의 그릇된 해석으로 곤란을 겪는 우스갯소리가 종종 등장하였다

 

 성녀는그 설화와 자신의 처지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계시는 받았지만표면적인 의미 이상으로 알아들을 순 없었다성녀지만성녀인데도.

 

 그래서.

 

 

 ……저는 그 서큐버스를 다른 마족을 대하듯 했습니다.”

 

 

 함께하라는 말에는 아무 단서도 없었다극진히 모셔 대접하란 말인지친우로 받아들이라는 건지종으로 부리란 뜻인지

 

 

 다만 마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성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일찍이 교단에서는 마족을 배교도로 점찍었다

 

 스스로 신을 저버린 탓인지 마족은 신성력에 극도로 약했다용사 파티에서 성녀의 역할은 치유와 전열 전투였다그간 전투에서 성녀가 정화한 마족의 머릿수를 따진다면레인저보다 많았고 마법사와 엇비슷하게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큐버스 아일렛은 더욱 민감했다취약했다라는 표현이 더 옳겠다기도를 올릴 때 멋대로 들어와선 즉시 혼절하기도 했다성녀는 늘 신성력을 품고 있으니작은 손길에도 보라색 피부가 일었다은은하게 오라를 내뿜으면 코피를 흘리거나 각혈까지 했다.

 

 

 지금 마족은 제국의 적이자 척살의 대상이었다

 

 전쟁포로가 된 마족은 극동의 흉악범 수용소로 보내졌다체포와 운송 과정에서 인도적인 절차는 고려되지 않았다감정이 없고포악하며 하나하나가 드센 마족이니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상자는 없었다기록하지 않았다쏟아낸 피의 무게를 비교하자면 제국은 할 말이 많았다.

 

 

 그리고 서큐버스 아일렛은 약했다마족답지 않았다마족 중에서도 희귀한 개체마법사가 찾아본 문헌에도 기록이 없는 서큐버스그렇대도 약하고 무능했다힘 없고능력도 없고오래 걷는 것조차 버거워하고수레에 태워도 멀미에 허덕이는 만큼 허약했다.

 

 

 그래마족답지 않았다감정이 있다 했고인간처럼 말하고 사고했다서큐버스 주제에 착정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서큐버스답게눈이 하트 모양으로 변하고 음문이 빛나면 어떤 폭력마저 기꺼이 좋아라했다

 


 그 꼴이 우스웠고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거부감이 들었다.


 ……그 서큐버스가 함께했고그게 끝났습니다.”

 

 

 함께하라는 말에도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았다

 

 함께해서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끝내 서큐버스를 죽여 없애라는 뜻인지마찬가지로 수용소로 보내라는 것인지혹은정말로 계속 함께 동행하라는 것인지.

 

 그 기간도 알지 못했다마족이 자유로운 자치구까지 안내해야하나아니면 마왕성 부근에서 풀어줘야하나마왕을 처치할 때까지용사 파티가 해체될 때까지

 

 

 고민은 싱겁게 해결됐다

 

 

 “성녀로서, 당신을 저버린 마족에게는 당신의 은총이 절대로 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왕을 처치하면 신께서 직접 소원을 들어준다는 낭설을 마법사가 말했다

 

 각자 어떤 소원을 품고 있는지 용사가 파티원들에게 물어봤다.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레인저가 옆에 있는 서큐버스에게로 발언을 넘겼다

 

 그때 성녀가 말했다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요당신 같은 음마에게는 그런 자격도기회도 없으니까요

 

 

 서큐버스는 화를 냈다

 

 성녀는 차갑게 조롱했다

 

 서큐버스는 울면서 소리쳤다.

 

 레인저는 귀를 막았다

 

 마법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서큐버스가 달려들었다.

 

 성녀도 일어섰다.

 

 용사가 말했다둘 다 그만.

 

 

 그 일이 있고 나서 서큐버스는 떠났다

 

 성녀는 떠나는 순간도 보지 않았다

 

 

 

 후회는 없었다

 

 의문은 남았다

 

 

 매사의 처음과 끝에 당신의 치하와 주벌을 바라는 것은저희 피조물을 향한 당신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며 저희의 유약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일이지만.” 

 

 용사 파티의 일원으로서교단을 대표하는 성녀로서신을 섬기는 하나의 신도로서마족에게 피해를 입은 제국민으로서 어긋남 없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그릇됨이 있었더라면그게 신께서 의도하신 바가 아니라면.

 

 어째서한 마디 말씀도 없으시나이까.”

 

 칭찬은 바라지도 않았다본래 그분의 말씀을 따라 행하는 것이 자신의 의의니.


 하지만혹시라도그 방식이 잔혹무도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으면

 그분이 가리킨 바와 같지 않았다면. 꾸짖거나 벌주는 것으로 반응하셨을텐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그분께서 계시로 가리킨 서큐버스니까그분과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성녀니까

 

 

 성녀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교단은 자신을 성녀로 인정했다다른 이의는 없었다

 

 그러나 성녀는 스스로의 신성을 증거할 수 없었다

 

 

 매번 기도를 드리지만 교감하지 못했다

 애타게 부르짖어도 계시는 오지 않았다.

 계시를 내려주셔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성녀가 내보일 수 있는 신성의 증거란

 

 고위 사제라면 다 쓸 수 있는 신성력그리고.

 

 여성기를 덮으며 걸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고환과서있으면 무릎까지 쳐지는 음경.

 

 무릎 꿇은 지금. '부여받은 신성의 실제'는 다리 사이 축 늘어졌다굵은 귀두가 바닥에 끌렸다.

 

 

 끄득

 

 

 힘 줘 깨문 입술이 터졌다

 비릿한 피냄새가 입안에 퍼졌다.

 

 

 첫 번째 말씀을 들었을 때일평생 당신의 뜻에 받들며 당신께서 가리키는 대로 살고자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삶은 절대로 살 수 없겠지만그분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다면 상관 없다 여겼다.

 

 즉각 마탑에 끌려가 연구대상이 되지 않은 것도들키고 나서 괴물이라며 내쫓기려는 찰나에 대주교께서 찾아오신 것도 그분의 구원이라고 생각했다

 

 구태여 서큐버스를 데려가라는 것도 시련의 연속이라 생각했다몸에서 풍기는 냄새외형언행음심 한 번 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조차 배교도라는 거부감으로 억눌렀다부여하신 시험이라 여기고 맞섰다다가오려는 걸 쳐내었다

 

 

 그랬는데.

 

 

 신이시여당신을 의심하는 이 미욱한 신도를 결코 용서하지 마시옵소서감히 당신에게 의문을 품는 저를 이 자리 이 순간에 벌하소서제 불경을 용서치 마옵소서.”

 

 붙잡은 두 손이 떨렸다묵주에 매달린 교단의 상징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제가 성녀로서 행해온 것은 모두 당신의 뜻이었습니까당신의 신도가 아닌 자들에게 행해진 폭력과 가해는 당신께서 지시한 바가 맞습니까저는 당신의 뜻이라는 미명으로당신의 이름을 빌어 제 수치와 허물을 정당화한 것입니까?” 

 

 성녀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가슴 속에 고이고 참아온 말을 꺼냈다.

 

 이 미천한 종복은정말 당신의 성녀가 맞습니까?”

 

 

 루시엘라.”

 

 

 성녀는 기도를 멈췄다

 

 묵주를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풀었다저린 두 다리를 천천히 일으켰다마른 풀잎이 묻은 무릎과 귀두를 털었다

 

 

 성녀는 감격하지도착각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지도 않았다

 

 혹시 기도 중이라면 내일 다시…….”

 

 들어오세요.”

 

 용사 파티의 리더레오나가 천막을 걷으며 들어섰다

 

 ……다쳤는가?”

 

 용사의 말에 성녀는 손등으로 입술을 훔쳤다

 

 턱에 묻어 굳어가는 피만 묻어나왔다선혈은 아니었다

 은은한 고통도 모두 사라졌다. 

 

 ……아무것도 아니에요무슨 일이신가요?”

 

 용사는 의아한 시선을 감추지 않았지만더 캐묻지도 않았다

 

 각자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

 

 

 이틀 후에비르케나우 시에 들릴 생각이네.”

 

 ……그렇군요.”

 

 용사는 성녀의 턱에 붉은 얼룩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부연했다

 

 이전 일 때문에 식량 보급도 필요하고혹여 밀린 행정 업무가 있을지 확인도 해야 할 성 싶어…….”

 

 다른 분들은요?”

 

 식사할 때 얘기했네. 모두 동의했고. 시장하다면 뭐라도 들지 않겠는가브레리가 괜찮은 스튜를 만들어서…….”

 

 성녀는 옅게 웃었다

 

 괜찮습니다용사님.”

 

 ……루시엘라는, 괜찮은가?”

 

 성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용사는 투명한 사람이었다선천적인 쾌활함과 노력으로 얻은 기품이 어린 얼굴에 조심스러운 걱정이 비쳤다.

 

 같이 지낸 시간이 적지 않은 만큼성녀는 반복된 말 속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이야 모르지만제게는 한낱 음마였으니까요.”

 

 ……알겠네휴식 방해해서 실례했네좋은 밤 되길 바라지.”

 

 성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용사는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곧 고개를 돌렸다

 

 천막이 젖혔고다시 가리워졌다.

 

 성녀는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입술은 터진 상처가 사라졌다

 아문 게 아니라원래 없었던 것처럼.

 

 

 성녀는 고개를 젖혀 위로 올려다봤다.

 

 당신의 미천하고 우둔한 종이 삼가 여쭙나이다.

 

 당신께서 힘을 빌려준 저는당신의 성녀가 맞습니까?

 

 당신께서 거두라 명하셨던 음마는어떤 뜻이셨습니까?

 

 한 번만이라도짧아도 좋으니말씀해주실 순 없겠습니까?

 

 

 올려다 본 시야는 칙칙한 천막만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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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다른 용사 파티원보다 가장 힘들었음.. 

 몇 번 갈아엎기도 하고, 너무 안써진다고 생각했음...



 1화부터 차근차근 진행한 것도 아니고, 개개인의 삶을 보여주지 않아 

 설정도 성격도 와닿지 않을테고, 이해를 바라는 건 불성설이지만.


 어떤 캐릭터인지 엿볼 수라도 있을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읽을만한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느낌이나 감상을 적어주시면 큰 도움이 되빈다.

 연출이나 구성, 문체에서 피드백 해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