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죽음이 우릴 갈라놓는다고요?"


"....저,용사님.이건 그냥 의례적인-"


"누가? 누가 나랑 얀붕이를 갈라놓는다고? 그렇게 둘 거 같아? 음습한 귀쟁이랑 불여우같은 도적년, 마왕 그 미친년이 우리 사이를 망가트리려고 애쓰는걸 겨우 막았는데, 이제서야 얀붕이를 온전히 내손에 넣었는데 고작 죽음 따위가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을 거 같아? 할수있음 해보라고 해. 마신도 한번 죽여봤는데 죽음의 신이라고 다를 거 같아? 타나토스든 누구든~"


"......"


죽은 눈으로 중얼거리는 용사,얀순이를 바라보던 추기경이 천천히 얀붕이에게로 고갤 돌렸다.


'스승님...제발 살려주십쇼...'


'미안하구나.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자식같은 제자의 간절한 눈을 애써 피한 추기경이 신음을 삼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얀붕이를 용사파티로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에 침음을 흘리던 추기경이 이윽고 떨리는 손을 들어올렸다.


"....이로써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었음을 선포합니다. 주께서 내려보내신 대리인과 그분을 모시는 사제가 연을 맺었으니, 이 결혼을 부정함은 곧 주를 부정함입니다."


교단의 존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이었다.


전쟁으로 흔들리는 교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사를 잡아두어야 했으니, 사제 한명 내어달라는 부탁 정도야 당연히 들어줘야 하는 것 이었다.


'스승님..이럴 ㅅ-'


"얀붕아.누구랑 그렇게 얘길 해?"


"얀순아.그,그런게 아니라..."


...전음마저 도청당하는 제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런 말을 도저히 꺼낼 수가 없긴 했다만.


"됐고,오늘밤...알지? 기대해."


"......"



'주여...부디 저 아이를 가엽게 여기소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