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흉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움직이는 데에 있어 살아온 삶 자체가 녹아드는 탓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결국 타인이다. 그 모습을 모방하려 한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배어든 사소한 습관들마저 신경 쓰기란 어려운 걸 넘어 불가능에 가깝다.
외견의 모방 또한 그렇다. 결코 온전히 같은 모습에 도달할 수는 없다. 정교한 화장을 통해 그 모습을 비슷하게 한들 결국 티가 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전혀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 그 행세를 하기란 좀처럼 힘든 일이다.
하지만, 만일.
"성녀님."
그 타인에 대해 아주 세세한 부분들까지 속속들이 안다면.
글줄을 통해 행동거지, 습관들은 물론이고 남에게 밝히지 않은 과거마저 알고 있다면.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감정의 변화, 그 여파로 인한 행동의 변화를 알고 있다면. 그것을 넘어서 미래의 모습까지 이미 넘보고 왔다면.
그리고 그 타인의 몸 그 자체를 지니게 되어버렸다면.
…그렇다면, 그제서야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성녀님, 용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맞이할 준비를 하러 가시지요."
'나'를 재차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본래의 나라면 결코 하지 않을, '나'가 보였을 모습을 흉내낸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온화한 미소를 지은, 일견 조신하게까지 느껴지는 모양새. 스스로 취한 모습에 흠잡을 곳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야 소리가 들려운 곳을 조심스레 돌아봤다.
그곳에는 수녀복을 입은 노년의 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국의 수녀장, 아녜스. 여성의 몸으로는 성녀 다음 가는 자리에 위치한 고위 성직자. 또한 유년기 시절부터 성국에서 자라난 성녀와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 사실상 어머니나 다름 없는 자이기도 했다.
그녀조차도 지난 수일간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성녀 행세를 잘 해냈다는 방증일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마왕을 죽이고 엔딩을 보기까지 앞으로 2년, 어쩌면 그 이상을 성녀 행세를 하며 살아가야만 할 테니.
"마지막으로 점검을 부탁해도 될까요, 수녀장님? 용사님이 보기에 흠결이 되는 부분이 없을지…."
실상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다. 제 성대에서부터 나온 것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성이 다시금 스스로가 성녀의 행세를 하고 있음을 자각시킨다.
"용사님과의 대면에 떨리시는지요."
"…네. 조금요."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또한 여신께서 인도하심이니, 그분으로부터 가장 큰 총애를 받는 당신이 걱정할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언제나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언제나와 같은 모습, 이라.
"…네. 감사합니다, 수녀장님.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 시간이 지체됐네요. 바로 가도록 할까요."
그 격려로부터 도리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차마 내색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행세하며 수녀장의 인도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그 발걸음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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