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공지글 읽어보니, 그냥 다 써도 된다고 하잖아! 여긴 천국이야!]
예전에 라이트 노벨을 읽어본 적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여자가 되는 이야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진부하다.
일어나고 보니 초절정 미소녀라니. 누가 처음 썼는지도 모를 정도로 널려있는 스토리 아닌가.
뭐, 잘 쓰면 그것도 괜찮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양산형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쨌든 요점은 이거다.
처음읽은 그날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는 점.
밤을 새서 그 너절한 활자 하나하나를 눈을 반짝이며 탐독해 나갔다.
하하. 고등학생이었나 중학생이었나, 그땐 정말 순수했나보다. 그런 것도 재미있게 읽고 말이다.
“씨발.”
그렇다고 여자가 되길 바란것도 아닌데.
거울을 바라본다. 퀭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소녀가 비친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어, 격멸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진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올라 으득, 하고 이를 갈았다. 거울에 비치는 소녀의 표정이 짜증스럽게 구겨졌다.
슬쩍 아래를 내려본다. 두 말랑한 지방덩어리가 가슴 언저리에 붙어있다.
하반신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큰거야 이거. 왜 가슴골 밖에 안 보이는건데.
신기하긴 하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여자가 되버리다니. 삼류 웹소설에서나 나올 광경이잖아.
아니, 솔직히 이런 전개 너무 많아서 최근에는 사라져 가는 추새라고. 우라질.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반사적으로 한숨이 튀어나온다.
“하아아…자고 일어나면 다시 바꿔져 있으려나?”
물론 희망사항이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초절정 미소녀' 가 되아버렸는데, 이걸 곧바로 납득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에 있다면, 정신병원에 가보길 추천한다. 원래 정신병원은 항상 그런 사람들을 위해 열려 있으니까.
-그나저나...이제 어떻게 해야한다냐?
절대 납득은 못했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다.
다행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몸은 일자리 구직 중인 백수다. 그러니까 회사에 갈 일은 없다는 거지.
만약 바뀐 몸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면 수치사했을 거다.병원이라도 가야하나? 예초에 믿기나 할까,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렸다고.
민증 까면 일단 설득은 되겠지. 주민등록번호도 외우고 있으니, 아마도 의사를 어떻게든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렇게 될까? 과연?
국정원에 안 잡혀 들어가는게 다행이지.
이 나라라는 곳은 신뢰할 곳이 못 된다.
진짜 영화처럼, 평생 가까이 연구자료로 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가망이 없네. 씨발.
최선의 방법이 뭘까. 그냥 이 자취방에 누구도 모르게 남자가 될 때까지 사는거다.
문제가 있다면, 평생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 그리고 내 돈이 없다는 점.
무엇보다 돈이 문제구나. 당장 1개월도 못 버틸 돈밖에 없는데. 그때까지 밥이나 잘 먹을 수 있을까.
예전에 했던 편의점 알바라도 해야하나? 이 얼굴이면 점장님이 좋아 죽을텐데. 나쁜 의미로.
흐음...일단 동생년한테 전화하는게 나을 것 같다. 혼자 생각해봐야 답도 없고, 아는 여성이라고는 걔 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혈연이니, 이해는 하겠지. 아마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뭐야 유시우?]
곧바로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온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낄 수 없다.
끊을까? 바로 충동이 느껴졌지만,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참자, 참는거다. 이러리라고 생각했잖아.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는 놈 같으니라고. 속으로 약간 투덜거린 내가 똑같이 짜증섞인 투로 말했다.
"야. 유시아."
어? 하고 당황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시아의 얼떨떨한 말이 들려왔다.
[뭐, 뭐야 이 목소리는? 혹시 오빠 여자친구예요? 아, 아니... 유시우가 여친이 있을 리가 없는데? 최근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 거라고 노래부르던 자식이?]
뭐? 이새끼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심한거 아니냐? 내가 여친이 없을거라고 확신하는건 뭔데?
"유시우다. 빨리 내 자취방으로 와라. 끊는다."
[어? 어? 댁이 누구신데..]
띡. 전화 끊기는 소리. 
후우, 이 녀석하고 전화 하다보면 내 정신이 깍여나가는 것 같단 말이지. 
최대한 말을 짧고 간단하게 하는게 내 마음건강에 이롭다. 저거, 저거, 봐봐 처음부터 글러먹었어.
뭐야 유시우? 하고 건성으로 말하는 꼬라지 봐라. 저딴걸 여동생이라고...
쯥, 하고 혀를 찬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척비척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은 나는 무심한 눈으로 시계를 흝겨봤다.
5시 반. 유시아가 오기까지, 아마 30분 정도 시간이 있겠지. 시간은 충분하다.
일단 여자로 변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는게 맞을 것 같다.
아마도...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해봐야지."

놀랍다.
이렇게 많은 Ts물이 있다는 것에, 안 좋은 의미의 감탄을 날렸다. 자료가 있기는 한데...다 밍상이다.
미간을 찌푸렸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환멸이 깃들었다.
"미친건가?"
뭐가 이렇게 많아.
...진짜 뭐지?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있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이 많다는 거다. 이장도로 흘러넘치는 공급이라면, 수요는 얼마나 많은거지?
심연을 들여다봤다. 어우, 무서워
쾅쾅! 자료를 찾던 도중에 내 뒤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당황한 내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문열어, 유시우!"
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나보다. 시계를 보니 딱 30분 정도 걸렸다.
쾅! 콰아앙! 이걸 두들긴다고 해야하나? 부순다고 해야하지. 어우 저 지긋지긋한 놈. 아니, 년.
내가 목청것 소리쳤다.
"간다! 간다고! 기다려!"
서둘러 뛰어가 문을 열었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시아가 언짢다는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쉰 그녀가 나를 바라본 순간.
"누...구?"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일순 시아가 얼빠진 표정으로 물그러미 쳐다봤다. 그러기를 한참. 이윽고 위 아래로 나를 흝어봤다.
그러다가 내 가슴에 시선이 멈춘다. 멍청한 눈빛이다.
곧이어 상황을 파악한 시아가 경악했다. 놀란 눈동자가 내 얼굴을 향했다.
"오빠의...여자친구?"
뭔, 헛소리냐. 저 자식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뭐지? 라고 말할 것 같은 의아한 얼굴이다. 
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자로 변했다고 해도 남지스러운 면을 눈치챌거리고 생각한 내가 바보다.
그래, 몸 자체가 바뀌어 버렸는데 알아채면 그게 더 이상하지. 
"후우...일단 들어와."
"네? 지, 집에요?"
당황한 시아가 자신을 검지로 가리켰다. 나한테 말하는 거냐는 듯.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예전에는 허락받고 들아왔냐?
"어."
"네, 넵."
"뭐야. 평소대로 해. 유시우라고 부르라고."
"유시...우? 그게 무슨 말이예요? 진찌 몰래 장난치는건가? 혹시 유튜브에 올리는 그런거 아니죠? 그러면 진짜로 놀라요."
놀라서 뭐 어쩌려고. 애당초 이 상황에서 유튜브를 생각한 너놈이 더 신기하다. 
그리고 존댓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 


…더이상은 귀찮은 관계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