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sOtftGuqatA?si=Nfemy-4feq8asYHp



*따옴표 친 대사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리뷰하기 앞서 하고 싶은 말



감성적인 게임을 원하는 사람은 환영하겠지만, 감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그냥저냥 넘어가는 느낌이라면 무작정 추천하긴 어려운 게임입니다. 다만 억지스러운 고구마에 목이 턱턱 막히는 느낌은 그다지 없으니, 할 게 없는 분들이라면 나긋한 분위기를 즐기며 천천히 이야기를 훑어 나가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작품 소개


그리고 내일의 세계에서(아스세카)는 양지에선 라이트 노벨 단칸방의 침략자로 꾸준히 이름을 알렸고, 음지에선 아득히 우러러본, 아름다운(하루우루)와 킬러 퀸 등을 집필한 타케하야의 작품입니다. 


제목만 보았을땐 이 게임이 어떤 내용일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타이틀에서 보여주는 푸른 하늘과 구름 무더기만으로도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플레이를 다 마치고 난 기준이겠지만요.


아쉽게도 한글 패치는 없는 게임이지만, 투컨트롤 만으로도 원활히 읽힐 정도로 문장이 지저분함 없이 깔끔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어색하다거나 불편함이 그다지 느껴지진 않습니다.


다만 옛날 게임인 만큼 보이스컷 on/off나 백점프 같은 기능이 없는건 조금 아쉬웠네요.


제 기준 플레이 타임은 16시간 정도 나왔습니다.




서론


"지금부터 시작하는 건, 우리들의 작은 세계에 찾아온 2주일뿐인 예외의 이야기."


이 게임은 사람이 고작 700명 정도 밖에 살지 않는 자그마한 시골 섬에서 일어나는, 고작 2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시야 스바루.


그의 곁에는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히나타 유우히, 히나타 아사히, 이츠키 아오바, 미즈모리 미나미가 있습니다.


그는 일상을 거닙니다. 하늘 위를 스쳐 지나가는 구름처럼.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짧다면 충분히 짧은 기간이니만큼 플레이하는 시간도 짧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처음에 했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네요.


물론 한 캐릭터의 루트를 완전히 클리어 하고 나면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개별이 나올 때까지 주르륵 스킵과 선택지 선택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개별의 길이도 너무 짧다거나 너무 길다거나 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느껴졌기에, 이 부분은 시나리오 라이터인 타케하야의 완급 조절 능력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네요.


아쉬운 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은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수려한 문장과 담담하면서도 아릿한 느낌은 이 게임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네요.


아무튼.


리뷰로 들어갑니다.


스포를 원치 않는 분들은 공통과 노말~애프터 부분을 제외하고 읽어주시면 되고


그것조차 귀찮다면 총평으로 넘어가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리뷰




공통



평범하기 그지 없는 시골 섬마을의 소년, 아시야 스바루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로 옆집에 살고 있어 어릴 적부터 친했던 아사히와 유우히 자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놀고 지내던 아오바.


외지에서 전학온지 얼마 안 된 미나미.


그는 코 앞에 찾아온 운동회와 조금 있으면 가게 될 수학여행에 들뜬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만.


이렇게 평온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바라보다 이내 거대한 충격이 다가옵니다.


세계가 멸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콱 하고 정신이 어질했습니다. 물론 이 게임에 대재앙이 찾아올거란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정보를 찾아봐도 나오는 내용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평온하게 흘러가는 일상에 단박의 충격을 주는 부분에선 뭔가 팍 하고 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소행성이 충돌한다'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면 이런 느낌이 별로 없었겠지만,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 갑자기 과거를 얘기하듯 담담하게 나오는 텍스트가 오히려 팍 하고 강하게 느낌을 가져다줬네요.


하여튼.


이제 곧 세상은 멸망합니다. 주인공인 아시야 스바루와 주변의 히로인들은 이러한 절망스러운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일상 속에서 벗어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미 일상이 맞긴 한걸까요?


제가 시나리오 라이터인 타케하야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아마 소행성이 충돌한다는 강렬한 사건 이전에 지나치게 평온한 일상의 분위기를 깔아둔건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행성 충돌 이전과 소행성 충돌 이후의 일상을 살펴보면 똑같이 학교에 등교하고 수업을 받는 것 같아보여도 굉장히 큰 변동이 있으니까요. 평범한 일상이 일상이 아니게 되는 그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그 이후에 일어나는 주인공의 쉘터 선발과 그걸 둘러싼 주인공의 고민과 어둠.


이 부분을 심층적으로 깊게 파고파고드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다음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아사히



 "멋대로. 자기 중심 적으로. 스바루를 휘두르는, 그런 여자라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히나타 아사히.


이 게임 히로인 중에서 유일하게 성인이자, 연상인 히로인입니다.


저는 사실 못생긴 안경도 그렇고 괴상한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처음부터 크게 마음에 들지 않은 히로인이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유일한 성인이자 연상인 이유가 없진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의 연약함을 누그러뜨리고 억지로 강한 척을 해야만 했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게 정말로 좋았습니다. 항상 어른스러웠던 겉모습과는 다르게 옛부터 간직해온 주인공에 대한 비틀린 애정을, 세상의 끝에 다다라서야 간신히 제 감정을 드러내어 주인공에게 기대 응석 부리고 싶다는 모습을 표출하는 것도 괜찮았네요.


다만 아사히 루트에서 정말 아쉬웠던건, 메인은 아사히임이 틀림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우히가 자꾸 침범하는 듯한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셋 사이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굉장히 자연스럽기 그지 없는 흐름이겠지만, 그럼에도 아사히의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않고 유우히가 끼어들어 이야기의 흐름을 함께 이끌고 가는 것은 아쉽기 그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작 중에서 그려지는 아사히는 자책감을 온전히 지울 수 없는 그런 유약한 히로인이었기에, 결국은 받아들이고 함께 걸어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사히스러운 엔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우히


"간쨩도, 날 지켜줄래? 줄곧 곁에 있을 거니까.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히나타 유우히. 


주인공의 바로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이자 동갑인 히로인입니다.


솔직히 음...... 4명의 히로인 중에서 가장 별로라고 느낀 히로인입니다. 물론 문장에서 오는 감성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았으나, 캐릭터 자체가 조금 민폐에 가깝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그런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발암 캐릭터라고 부르기엔 감정선도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작품을 꿰뚫는 하나의 공통된 코드에 있어서는 빈약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이 다른 히로인들과 제대로 연을 맺지 못한 것도 유우히의. 아니, 유우히와 아사히의 어머니인 히카리의 속박과도 같던 유언이었으니까요. 그 점 때문인지 사실 다른 히로인들에 비해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확실히 필요한 캐릭터는 맞았으나, 개인의 매력을 보여주기엔 다른 곳에서 소모한게 많았으니까요.


아쉬웠습니다.


아오바


"응······ 쭉,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츠키 아오바.


처음부터 주인공과 함께했던 히나타 자매와는 다르게 초등학교 무렵 섬으로 이사를 온 소녀.


어릴 적부터 주인공과 함께 해오던 둘도 없는 친구.


그러나, 둘은 친구일 뿐.


하... 솔직히 말하면 아오바는 구조적으로 너무 잘 짜여진 캐릭터였고, 루트 자체도 훌륭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통 루트에서 슬그머니 뿌려두었던 아오바의 감정을 뒤로 갈수록 고조시키는 그 느낌도 좋았고, 아오바가 어째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루트에 들어서기 전에 한 번 보여준 머리 푼 모습을 루트에선 꽤나 지속적으로 보여주는게 너무 좋았습니다. 솔직히 머리 묶은 거보다 생머리가 더 예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네 명의 히로인 중에서 애정과 우정에 대한 감정선이 가장 깊은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미나미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일은 앞으로도 분명 있을 테니까. 아주, 많이."



미즈모리 미나미.


외부에서 전학 온 전학생.


아오바가 작 중에서 가장 깊은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면, 미나미는 작 중에서 계속 이야기 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가장 깊게 이야기하는 히로인입니다.


그래서인지 미나미와 이어지는 연애 이야기도 물론 좋지만, 그것보단 미나미 밖에 가질 수 없었던 특별한 감정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풀어가는 방식도 좋았고 어째서 스바루를 좋아하게 되었는가, 어째서 세상에 대해 그리 생각하는가가 가장 잘 드러나면서도 개연성이 잘 들어 맞는 캐릭터였네요.


물론 미나미의 미모도 그 점에서 크게 한 몫 합니다. 누가봐도 연약해보이는 느낌이 강한 미소녀인 것도 그렇지만, 다른 히로인들보다 훨씬 힘을 준 작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솔직히 커다란 리본만 빼면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외형입니다.


아무튼.


어떻게 보면 저는 미나미 루트가 노말~애프터에서 명확히 제시하는 이 게임의 대주제를 가장 깊게 드러낸 루트가 아닐까 느꼈습니다. 비록 노말~애프터보단 조금 은은한 느낌을 주었지만, 제가 받아들이기엔 이 루트가 가장 진엔딩에 가깝지 않았나 싶네요.


노말~애프터


"······우리들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를 보여주는 루트.


타케하야가 히로인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를 제일 명확히 보여주는 루트이자, 주인공인 스바루가 주변의 도움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타케하야가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재해에 의해 설 곳이 없어지는 것을 세상의 멸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어쩌면 세상이란 사람 그 자체이며,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하나의 화합이 세상이지 않겠는가 그 속을 채워 나가는 흐름조차도 어쩌면 세상이지 않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어떤 히로인과도 이어지지 않는 노말 루트를 살펴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이미 자신의 세상이 한 번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진 사람입니다.


소꿉친구와도 같았던 히나타 자매의 어머니, 히카리의 죽음으로부터 바뀌기 시작한 스바루는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히카리의 죽음으로부터 몇 년이 지나 다시금 만들어진 스바루의 세계는 재차 무너지게 됩니다. 소행성의 충돌이 아닌, 쉘터의 입주 자격이라는 어이 없는 이유로.


질타 받고, 때로는 폭력에 휘둘립니다. 스바루는 꺾이고 꺾여나가 스스로를 불사르기 직전에 다다르지만, 주변의 인물들은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스바루를 지탱합니다. 그리하여 스바루는 깨닫습니다.


"내일이라는 날이, 부디 오늘이라는 날의 계속이도록."

"······아니. 언제라도 내일은 오늘의 계속이다."

"비록 별이 떨어지더라도,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우리들은 여기에 있습니다."




총평


감동이 미칠 듯이 몰려오는 작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감동이 부족한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생각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어째서 이렇게 행동하는가.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가.


분위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평온하면서도 평온하지 않은, 그럼에도 그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느낌.


서로에게 부딪히는 감정선과 서로가 가진 생각을, 세상을 부딪혀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별다른 사건도 없이 흘러가는 평온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초반부는 지루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겠네요. 그럼에도 그 부분을 슬쩍 넘기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굳이 히로인의 선호도와 루트 추천을 꼽자면,


미나미>아오바>아사히>유우히 순으로 좋았고, 아사히→유우히→아오바or미나미→노말→애프터 순으로 즐기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여담.


솔직히 단칸방도 라노벨이 아니라 야겜으로 냈으면 흐름이면 흐름, 사건이면 사건대로 고점 팍팍 터트려줘서 진짜 좋았을거 같은데... 너무 아쉬움...


여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