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취향 사유 ) 근친 요소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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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따르르릉


늘 늦잠을 잤기에 맞춰두지 않았던 오랜만에 듣는 알람소리. 알람을 끄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늘은 20xx년 3월 2일.
개학일이자 내가 속하게 된 미연시 게임 '러브 체인'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날이다.


"오늘부터 시작이네..."


잠결에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하니 6시 50분이었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준비하고 등교를 하면 될 시간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방을 나서 부엌에 나가니 인원 수에 맞게 국과 계란후라이가 차려진 간단하지만 든든한 아침밥이 차려져있었다.


"잘 잤니? 가서 설아 좀 나오라고 하렴."


유설아. 게임의 히로인 중 한명이자 이 세계의 내 여동생이다.


"평소에 여자는 준비할게 많네 뭐네하더니 아직도 자요?"


"자는게 아니라 오늘 입학이라고 방에서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 같던데? 적당히 마무리하고 우선 밥부터 먹으라 그래."


"네."


설아의 방 앞으로 가 그대로 발로 두어번 방문을 두드렸다.


"야, 밥 먹으래."


"아, 진짜 방문 좀 발로 두드리지 말라고!"


방 안에서는 곧바로 반응이 나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말끔한 교복차림을 한 설아가 밖으로 나왔다.

게임의 히로인답게 예쁜 외모와 신선한 교복 차림과의 조합이 남자를 설레게 할 요소였지만 이 세계에 온지 2년이 넘어가고 그 기간을 같이 지내다보니 지금은 완전히 여동생으로 보여 교복 차림이 우습게만 보였다.


"교복 엄청 안 어울리네."


"뭐래. 오빠보다는 훨씬 낫거든?"


전생에 여동생이 없어 현실남매가 어떤건지는 모르지만 처음 보는 여동생의 교복 차림으로 티격태격하는 정도면 현실남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는 아침부터 싸우니?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


"아니, 오빠가 먼저 시비 걸었는데."


설아는 억울하다는 듯 나지막이 한마디를 더했지만 엄마는 관심 없다는듯 밥을 푸셨고 내게 눈으로 욕을 하고 아무 말 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별 말은 없었다. 가족 모두 아침이라 따로 입맛도 기운도 그닥 있지 않았고 각자 식사를 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정도만이 오갔다.


"잘 먹었습니다."


가장 먼저 설아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이어 아빠와 엄마, 내가 차례로 식사를 마쳤고 각자 출근과 등교를 위한 준비를 했다.


*****


방학동안 다행히도 살이 찌지는 않았는지 교복이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교복을 갖춰입고 가방만 챙기고 방을 나서면 설아가 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가자."


가자는 말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내 얼굴은 쳐다도 보지않고 내게는 관심도 없다는듯 먼저 집을 나섰다. 그런 태도에 더욱 같이 등교가 하고 싶지않았지만 등교 첫날이니 같이 등교하라는 엄마의 지시가 있어 마지못해 그런 설아의 뒤를 따랐다.


"학교 가는 길은 아냐?"


"처음 가는 길도 아닌데 모를 리가 없잖아."


"하긴.... 엄마는 참 딸 걱정도 많으셔. 감히 누가 손도 못 댈만큼 사나운데."


째려보는 시선이 느껴져 눈을 피했다. 돌린 눈에는 교복을 입은 여러 학생들이 보였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등교하는 듯한 신입생들, 새 학기에 바짝 긴장한듯한 학생, 그리고 익숙한 뒷모습의 남학생.


"대현아!"


그 뒷모습은 작년부터 알게된 친구이자 '러브 체인'의 주인공 '한대현'이었다.


"어, 설후야!


부른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 나를 발견한 대현이는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등교길 중에 있기도 해 대현이와 합류하기 위해 조금 속도를 내어 걸었다.


"무슨 일로 이 시간에 등교하냐? 평소에는 늘 일찍 등교하면서."


"하하. 오늘 개학이라 생각하니 긴장해서 어제 조금 늦게 잤더니...."


머쓱한듯 머리를 쓸며 웃는 모습이 정말 개연성 그 자체라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인상은 아니지만 말끔하게 잘 생긴 미남 스타일이다.


"저기 같이 있는 사람은 누구야?"


가만히 서서 이야기 하니 뒤따라 걸어오던 설아가 우리를 따라잡았다. 대현이는 누구냐며 내게 물었다.


"동생. 우리 학교 입학생."


"아, 설후 네 동생? 입학생이면 후배네. 잘 부탁해, 이름이 뭐야?"


"아, 저.... 유설아에요."


"설아구나. 그래 앞으로 마주치면 인사하자."


"네! 잘 부탁드려요."


그러고보니 이 장면이었다. 게임에서 첫번째 히로인과 마주치는 장면. 이 뒤는 아마 볼 일이 생각났다며 먼저 학교로 달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맞다! 나 학교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볼게."


"어, 그래. 먼저 가."


"그럼 교실에서 보자. 설아도 나중에 기회되면 보자!"


나와 설아에게 각각 인사를 하고 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예상대로 움직이는 대현이의 행동에 정말 게임의 스토리가 시작되는구나를 실감했다.


"자, 우리도 다시...."


다시 학교로 향하러 설아에게 말을 걸려했는데 설아는 달려가는 대현이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현이가 잘생기긴했어. 그치?"


질문에 홀린듯 고개를 끄덕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를 째려봤다.


"선배한테 이상한 말 하기만 해."


설아는 말을 남기고는 학교를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나는 새학기의 시작과 게임의 시작을 동시에 온몸으로 느끼며 학교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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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쓰는 단편 외 작품입니다.

분량 조절, 스토리 등 여러 면에서 미흡함이 보일 수 있지만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은 얀끼가 드러나지 않지만 빌드업 열심히 하고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