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라인란트 재무장을 한지 얼마 되지않는 1936년 10월 4일날 얀붕이는 난감한 가족을 새로 받아들이게 됨



손님의 정체는 촌수가 멀긴해도 얼굴을 자주 봐서 사촌동생 내지 조카라고 생각했던 얀순이였음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이 꽤나 많은 편이라 애 하나 키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요소들이 걸렸으니



첫째로 얀붕이의 직업은 군인이라 아이를 돌보기는 커녕 집에 얼굴 비추기도 힘들게 확실했고


두번째로 현재 유럽 땅에는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라 어른들은 불안해하며 신경이 곤두세웠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불안을 보며 자라나는 최악의 환경이였음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원인으로 얀순이는 유대인이였음 그것도 양친 모두 유대교를 믿는 순혈


독일 사회 특히 히틀러가 가장 신경 쓰고있는 육군 내에서 유대인 아이를 데리고 살다가 걸린다? 그건 불명예 전역을 넘어서 어쩌면 얀붕이 얀순이 둘다 알게 모르게 처리되도 할 말이 없다는 걸 얀붕이는 잘 알고있었음



얀붕이는 얀순이를 문 앞에 세워두고 계속 갈등하다가 문득 그렇게 말 많고 명랑하던 어린 얀순이가 나이에 안 맞게 자기 눈치를 보며 떨고있다는걸 파악하자 동정심과 반쯤은 충동적으로 자기 집 2층에서 몰래 키우기로 결심했음 그러고는 언제 고민했냐듯이 살갑게 얀순이에게 말을 걸며 집으로 들여보내주며 천천히 여기로 오게 된 사연을 들었는데



얀붕이는 비록 유대인이긴 해도 그 사람 좋던 얀순이네 아저씨 아줌마는 조리돌림 당하다가 비참하게 돌아가셨고 그 뒤로 얀순이는 부모님 재산도 다 정권에 빼앗긴체 이곳저곳 신세지며 다녔지만 어느 집도 유대인 소녀를 키우다가 걸릴까봐 계속해서 키우기를 거부하며 버려지기를 반복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듣게 됨



그 얘기를 들은 직후로 얀붕이는 애국심에 지원했던 군에서 전역을 선택하고 쭉 얀순이를 보살피며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했음 처음엔 버려질까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있던 얀순이도 점차 마음을 열며 이전보다도 더 응석을 부리며 얀붕이를 친오빠처럼 따르게 됐음



쭉 그런 시간이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얀순이와 같이 지낸지 6년이 지났을 때 결국 사건이 터짐



라인란트 재무장 이후로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를 집어삼키고 폴란드, 프랑스를 격파해낸 독일이 처음으로 볼셰비키 러시아에게 대패를 하고 순조롭게 정복하던 전선에서 밀려나게 된거임



얀붕이는 본능적으로 느꼈음 조국 독일이 위험하다고 얀붕이가 비록 현 정권에 실망하고 군에서 전역했지만 그럼에도 대대로 군인 집안이였던 얀붕이에게 제일 중요했던건 재산도 여자도 얀순이도 아닌 조국 독일이였음



얀붕이는 그날 밤 나이 좀 먹었다고 여자 티가 나기 시작한 얀순이에게 전쟁터에 가야 될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최악의 사태를 고려해서 비축한 재산이랑 숨겨둔 보존식이 가득한 지하실 위치를 알려줬음



얀순이는 당연히 왜 얀붕이가 그런 지옥에 가냐며 울고불며 가지말라고 얀붕이를 꽉 붙잡고 작은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하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얀순이도 오랫동안 같이 지낸 만큼 알고있었음 저렇게 결심한 표정을 지은 얀붕이는 막을 수 없다는 걸



얀순이는 마지막 발버둥으로 정말 자기를 버리고 떠날거면 자기를 먼저 죽이고 가라고 그 독일이 그렇게 미워하는 유대인부터 죽이라고 절규하듯이 외치자 얀붕이는 한숨을 쉬면서 내가 졌다 안간다 안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울면서 노려보는 얀순이를 안아줬음




얀순이는 그제서야 베시시 웃다가도 다시 훌쩍이면서 약속 꼭 지키라고 안 그러면 평생 미워할거고 나도 내 마음대로 살거라는 등 계속해서 조잘조잘 말을 하니까 얀붕이도 듣다가 지쳤는지 너는 못 이기겠다 라는 식으로 답해주자 얀순이는 긴장이 풀렸는지 아까 소리 지르던게 진짜였나 싶을 정도로 조용히 안긴체로 곤히 잠들었음




다음 날 어젯 밤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얀순이는 평소보다 일찍 깨어났고 얀붕이가 잘있는지 보려고 몰래 발소리도 안나게 조심조심 계단으로 내려가서 아랫 층에 있는 얀붕이의 방문을 살짝 열어봤음 



그러나 문 틈새로 제일 먼저 보인건 얀붕이가 아닌 얀순이의 어머니를 끌고다니며 괴롭히던 놈들의 제복이였음 얀순이는 보자마자 그날의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그대로 털썩 주저 앉아버렸고 그 소리를 들어버린건지 방문에서 군홧발 특유의 투박한 발소리가 얀순이를 향해 다가왔음




얀순이는 살아생전 제일 무섭고 어린 마음에 각인이 된 공포가 점점 다가오자 힘이 풀려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울면서 제일 신뢰하고 믿는 얀붕이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마지막 방어기재로 몸을 웅크렸음



분명 그대로 짓밟히거나 맞을거라 생각하고 웅크렸던 얀순이의 생각과 달리 얀순이에게 다가온 괴물은 얀순이를 조심스레 안아주었음 얀순이는 몸이 기억하는 익숙한 감각에 놀라서 반사적으로 쳐다보았고 괴물의 정체는 전역한 뒤로 쭉 장롱 구석 신세였던 나치 군복을 다시 꺼내 입은 얀붕이였음



정체가 얀붕이임을 알았어도 어린 나이에 생긴 트라우마가 너무 컸던걸까 얀순이의 머리 속엔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감정이 오고 갔지만 입밖으론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은체 완전히 얼어버린체로 있었고




얀붕이도 그런 얀순이를 보고 적잖게 놀란체로 어젯 밤에 말해두었던 것들은 혹시 몰라서 내 방 달력 빈칸에 글로 적어두었고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 말한 뒤에 마지막으로 껴안고 늘 사랑한다고 말하려다가 얀순이가 더 놀랄까봐 포기하고 도망치듯이 집에서 빠져나와 버렸음




아무 말도 안한 체 얼어있던 얀순이는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는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려서 얀붕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이미 얀붕이가 밖에서 문을 잠가버린 뒤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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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얀붕이가 돌아오길 쭉 기다리면서 지고지순하게 지내다가 다리가 잘리고 전쟁 트라우마에 빠진체 돌아온 얀붕이를 역으로 안순이 자기가 케어해주면서 끝내는 다리 병신인 자기말고 딴 남자 만나라는 얄미운 얀붕이를 기정사실 역키잡으로 제압하는 순애루트




결국 버림 당했다는 현실과 얀붕이가 자기 가족을 죽인 놈들과 동료였다는 사실에 흑화해서 몰래 자택을 빠져나와 유대인 파르티잔에 가입한다음 얀붕이가 속한 여단을 괴멸 시키고 전리품으로 납치한 얀붕이랑 지하실에서 평생 애증가학 신혼생활을 즐기는 배드엔딩 루트



얀순이가 보낸 편지를 읽고 감동받은 히틀러가 전쟁을 멈추고 얀붕이랑 얀순이 결혼식 주례 봐주는 히든루트


좀 필력 좋은 사람이 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