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그리스 신화 잡소리

TS, 성전환이란 소재는 참으로 특이한 소재임


혹자는 남자가 남자♀️에게 박는 슈퍼-겁쟁이들의 게이물이라고 비난하고, 혹자는 있을 게 없고 없을 게 있게 된 이 혼란과 부끄러움에서 나오는 배덕감을 즐긴다는, 이른바 빠와 까를 둘다 미치게 만드는 이 장르는 그만큼 어그로를 끌기 좋은 소재이지


그래서 신화를 포함한 각종 구전 설화들에는 종종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이야기로 쓰인 성전환 이야기가 섞여 있기도 함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라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TS 썰만 모아둔 챕터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은근히 성전환과 관련된 이야기가 꽤 있었음


예를 들어 크레타의 레우키포스는 아들만 키우겠다는 아버지로부터 딸을 살리고 싶었던 어머니가 딸을 남자아이로 속여서 키우다가 2차 성징이 오기 시작해서 더이상 숨길 수 없자 여신 레토께 간청해서 진짜 아들로 변신하게 된 인물이고


시리즈의 이전 글에 나왔듯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한 뒤 치욕스러워서 스틱스 강에 맹세한 소원권으로 최강의 남자가 되길 원한, 그래서 라피타이족의 대전사 카이네우스가 된 카이니스 이야기도 TS물임




심지어 잘 안 알려진 설화 중에는 럭키 악타이온이 강제로 성전환당하는 이야기도 있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크레타의 사냥꾼 시프로이테스는 숲에서 사냥을 하던 중 우연히 외진 곳의 샘물에서 홀로 목욕 중이었던 아르테미스를 보게 되었음


여신인 줄 미처 몰랐던 시프로이테스는 알몸의 여체를 보고 흔한 그남충답게 본능대로 덮쳐서 범하려고 들었는데, 그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챈 여신이 분노해서 악타이온에게 그랬듯이 저주를 걸어버림


악타이온에게는 그가 여신의 알몸을 봤다고 떠벌리지 못하도록 사슴으로 만드는 저주를 걸었다면, 시프로이테스는 여신을 범하려 들었듯이 덮쳐서 더럽힌 여인들의 고통을 느껴보라며 여인으로 변하는 저주를 받았지




이렇듯 그리스 신화에는 은근히 다양한 TS물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하고 가장 특이한 것은 단연 테베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임


남자가 여자로 변하는, 혹은 여자가 남자로 변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한 사람이 살아서 두 번 이상 TS당하는 건 이 양반밖에 없거든




젊은 날, 예언 능력 없는 평범한 인간-님프 혼혈이었던 테이레시아스는 고향인 테베를 떠나 온 그리스를 여행하던 방랑자였음


여행 중 테이레시아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키레네 산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 산길을 걷던 중 젊은이는 길 한복판에서 뱀 두 마리가 포풍야스를 조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음


길 가는데 웬 동물 한 쌍이 길 막고 헉헉대고 있으면 신기해서 구경하는 놈과 기분 나쁘다고 쫓아버리는 놈이 갈리는 법, 뱀들에게는 불행하게도 테이레시아스는 후자였고 그는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휘둘러서 뱀들을 길 옆으로 치워버리려고 함




문제는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다가 그만 암컷 뱀의 뚝배기를 터트려버렸다는 것이고,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뱀들이 키레네 산의 토지신들이라서 헤라가 친히 축복해주는 동시에 올림포스에서 교접하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거임


결혼한대서 가정을 이루는 것을 축하하고 축복해줬더니 하루도 안 돼서 신부 골통이 깨지는 걸 목격한 헤라는 그만 눈 앞이 아찔해졌고, 여신은 곧바로 흉악한 가정파괴범에게 저주를 걸어서 여자로 만들어버림




그렇게 하루아침에 가랑이가 허전해지고 가슴팍이 묵직해진 테이레시아스는 곧장 산자락의 마을로 내려가 신전에서 신탁을 청했음


마침 그 신전이 헤라의 신전이었고, 여사제를 통해서 헤라의 전언을 듣게 된 테이레시아스는 그날로 헤라 신전의 여사제로 생활하게 되었지




그렇게 7년이 흘렀고, 몸도 마음도 암컷이 되어버린 테이레시아스는 그 사이 마을 남자와 결혼하여 만토(예언자의 여성형)라는 이름의 예지력을 가진 딸까지 낳았음


그러던 어느날 테이레시아스는 이제 헤라의 여사제로서 옆동네의 의식을 집전하기 위해 다시 키레네 산을 넘게 되어 길을 가게 되었는데, 또다시 길 한복판에서 야스하는 중이던 뱀들을 봄


테이레시아스는 거사를 치르는 뱀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길 옆으로 돌아서 지나갔고, 그로써 결혼이라는 신성한 결합을 존중한다는 조건이 만족되어 헤라의 저주가 풀리고 테이레시아스는 다시 남자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었음




더이상 여사제가 아니게 된 테이레시아스가 신변을 정리하고 테베로 돌아간 뒤 시간이 꽤 흐르고, 평소에 자기 관할 분야만 좀 관리해주면 할 일이 없어서 썩어나는 게 시간이던 제우스와 헤라가 또 쓰잘데기 없는 거 갖고 투닥댐


이번에 시비가 붙은 주제는 남녀 중 누가 더 가버릴 때 세게 가는가


헤라는 남자가 절정하는 감각이 더 크니 거기에 중독돼서 제우스가 아무 여자나 다 따먹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고, 제우스는 반대로 여자는 쾌락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으니 한번 박히면 더 세게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박했음




양쪽 다 일리가 있어서 이 쓰잘데기없고 추잡한 논쟁은 끝이 나질 않았고, 온갖 저속한 논쟁이 이어진 끝에 두 신은 둘 다 해본 놈을 데려오기로 함


그래서 둘 다 해본 테이레시아스가 불려왔고, 그는 박고 박히고를 둘 다 해본 떡치기 전문가로서 남자가 쌀 때 1의 쾌락을 느끼면 여자는 한번 가버릴 때 9만큼 느낀다고 답함


내기에서 지고 만 헤라는 단단히 삐져서 화풀이로 테이레시아스 눈을 멀게 만들었고, 제우스는 봉변당한 테이레시아스에게 미안해져서 복구 불가능한 눈 대신 예언 능력과 남들보다 7배는 긴 수명을 선물해주었음


그래서 테이레시아스는 예언 능력과 기나긴 수명 덕분에 오이디푸스 왕과 참주 클레온, 이후 오디세우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웅들에게 예언을 전하며 꾸준히 신화에 등장하게 됨




그리고 이 TS라는 게, 특히 2번이나 TS로 왔다리갔다리하는 게 워낙 자극적이어서 그랬는지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는 후대로 갈수록 점점 살이 붙음


어느 판본에서는 7번이나 TS를 당했을 정도


대충 여자였던 테이레시아스가 아폴론에게 음악을 배웠는데 그 대가로 연인이 되길 거부해서 TS, 남자가 되어 길 가다가 뱀 뚝배기 까서 TS, 여자로 7년간 헤라의 여사제 일을 하다가 TS, 남자로 살다가 이번엔 제우스 때문에 TS, 몇 년 여자로 살다가 무사이들을 도와준 대가로 TS, 남자로 또 살다가 아프로디테의 흥미를 끄는 바람에 TS, 여자가 된 상태에서 화를 냈다가 심기가 불편해진 여신이 혼내준다고 쥐로 변신시킬 때 마지막으로 TS......


어우 어지러워


다음 이야기는 파리스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