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26- 왕도에서 지내는 방법








「 와아… 정말로 굉장하구나! 」








왕도 바스데아의 정문에 도착해 말을 마구간에 맡긴 우리는, 보리스의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검문을 받고 나서 거리로 들어섰다.








「 어이, 기웃기웃 하지 마라. 길을 잃어도 모른다.」




「 이익, 어린애 취급하지 마! 」








정연한, 어딘가 신성함까지 풍기는 거리.




서양풍의 건물은 모두 아름답게 정비되어 있고 거리를 달리는 마차나, 광장에 줄줄이 늘어선 점포들, 길의 여기저기에서 함성을 불러일으키는 광대들이 루아라스 왕국의 수도에 어울리는 활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활기 속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ㅡ 그것은 옷차림이 다른 수준이 아니라, 귀가 뾰족한 " 요인족( 엘프)" 에, 짐승의 귀와 꼬리를 가진 " 수인족", 성장해도 다른 사람의 허리 정도인" 소인족" 등, 그야말로 인종의 도가니를 보이는 것이다.








꿈으로 그린 듯한 이세계의 광경이다. 들떠 버리는 것도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 저기! 저기야! 가이, 플레어! 빨리 가자! 」




「… 유우키, 목적을 잊고 있지 않나?」




「 그, 그그, 그런 일 없다고! ? 음, 가이의 갑옷을 마련하고, 그리고 에이다르라는 사람을 찾고…. 그리고…. 그리고, 저기」








가이의 소매를 잡고, 질질 끌고 있던 나는, 완벽하게 정곡을 찔려 툭! 하고 손을 놓았다. 그대로, 허둥지둥 손을 내저으며 변명한다.








「 정말… 뭐 좋다. 이제 조합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 여자가 이쪽에 도착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다」








그 여자는 분명 니아일 것이다.




원래 그녀로부터 " 왕도 남서쪽에 출현한 던전의 탐색"을 의뢰받아 왔기 때문에, 그 회의도 해야 한다.








그리고 명목상 의뢰가 아니라는 형태가 되어 있지만, 셔틀 마을에서의 용의 건도 보고해야 할 것이고 말이지. 적룡이라고 듣고 토벌을 갔는데 조룡이었습니다 ㅡ 라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대문제이기도 하다.








「 다만, 조합에 가는 것은 내일 해도 된다. 용에 대해 보고하면 이것저것 시간을 뺏기는 건 명백하니까 말이지…. 일단 오늘은 장비의 신조와 마음이 안 내키지만, 그것을 찾도록 하지」




「 응, 알았어. 플레어도 가자, 마술책을 같이 찾아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 가이의 뒤를 따라가며 어딘가 딴생각을 하는듯한 플레어에게 말을 건다.








「………………」




「 어라, 어떻게 된 거야? 플레어?」




「 아 ㅡ 아아, 미안해…. 저기, 나 용무가 생겨버렸어. 유우키짱, 책 찾기는 내일이라도 괜찮을까?」




「 에으음, 괜찮지만… 용무? ㅡ 아, 아니,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미안...」








왕도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용무가 있는 모습은 없었으니까, 무심코 신경 쓰이고 말았다.




하지만, 플레어는 나와는 달리 어른이다. 파헤쳐지고 싶지 않은 비밀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무신경하게 들이닥치려는 것은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 입에 담고 나서야 실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의 고뇌를 헤아려 안심시키기 위해선지, 플레어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 괜찮아. …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스승의 기척을 느끼는 거야」




「 스승…? 플레어?」




「 그래, 나의 마녀로서의 스승. 이것이 진짜라고 하면 인사 정도는 해두지 않으면 안 되니까」




「… 제대로 돌아올 거야?」








무의식적으로 조금 토라진 듯한 어조가 되어 버린다.




마치 휴일에 일하러 가는 어머니를 배웅하는 아이 같은 구도였다.




플레어도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쿡 웃었다.








「 안심해, 반드시 돌아갈 거야. … 가이, 대성당에서 만나는 형태로 괜찮을까? 에이다르도 분명 거기에 있을 테고, 해 질 녘까지는 갈 테니까」




「 상관없어, 마음대로 해라」




「 예이예이. … 그럼 유우키짱, 잠깐의 이별이네. 아, 혹시 언니가 꼬옥해주길 원해?」




「 그, 그것은 괜찮아! … 부끄러운걸 … 그럼, 나중에 또 봐」








놀리는 듯한 말에 붕붕 머리를 흔든다. 자신의 지금의 용모ㅡ 이 여자아이의 모습이라면, 다녀오라는 인사로 포옹을 나누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간단히 가능한 일이 아니다.




눈을 내리뜨고 플레어를 올려다보자 그녀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녀올게」라고 한마디 고해, 혼잡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 왠지, 오랜만에 두 사람이 되어버렸네」




「 흥. 우리도 가자」








곧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역시 조금 외로워져 버린다.






가이는 여느 때처럼 특별히 뭔가를 생각한 것도 아닌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여전히 매정한 녀석이다.……뭐, 표면상 뿐일지도 모르지만.








「 그런데 이것으로 방해자도 없게 됐군. 유우키, 저쪽의 골목길에서 해 줄까?」




「 할 리가 없잖아! 바보!! 」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의 허리를 은근슬쩍 쓰다듬어오는 가이의 손을 얇은 팔꿈치로 필사적으로 반격한다.




전언 철회, 이 녀석은 변함없이 무정하고, 하는 김에 로망도 뭣도 없는 변태 자식 그대로다.












 ◇ ◇ ◇ ◇








「 저기, 가이」




「 뭐야?」








팔랑팔랑, 짧은 스커트의 옷자락이 흔들린다. 그때마다 슬쩍슬쩍 엿보이는 하얀 허벅지에는 검은 가터벨트가 파고들어, 가는 것치곤 포동포동한 그 육감을 강조하고 있다.








「 일부러 옷가게가 있는 구간까지 온 것은 가이의 갑옷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 맞지?」




「 그래」








 괜히 헐렁한 데 비해 가슴은커녕 어깨부터 등까지 천이 없는 상의--베어탑? 라는 것 같다--는, 딱 몸에 밀착하고, 2차 성징 특유의 부풀어 오른 가슴과 자그마한 굴곡을 제대로 드러낸다.








거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미소녀.




생명을 불어 넣어진 정밀한 인형 같은 조형. 긴 백금(플래티넘)의 머리를, 오른쪽의 측두부에 예쁘게 땋아 올리고-- 이것은 사이드 업? 이라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자그마한 몸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무심코 껴안고 싶어질 것 같은 소동물 같은 가련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 이것이, 자신이 아니라면.








「 어째서 내가 이런 옷 입고 있는 거야!! 」




「 나님의 용무는 이미 끝난 것이다. 도루바의 공방에 치수가 공유되고 있던 것이 다행이었군」




「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바보!! 」








확실히 가이의 용무는 끝났지만, 그 뒤에 이런 일이 된다는 건 예상외야!




보리스에서 신세를 진 드워프(도루바)의 계열점에서 새로운 갑옷을 주문한 뒤, 「 아직 볼일이 있다」라고 전해 듣고 쫄래쫄래 따라간 나도 확실히 위기의식이 부족했을지도 모르지만 ㅡ








「 어울려요, 손님」




「 아아,잘 어울리는걸 유우키. 귀엽잖아, 나님은 그쪽이 더 좋다」




「 바…! 바보 아냐! 그런 것 말해도 기쁘지 않아! 가이는 바보! 어차피 야한 일밖에 머릿속에 없지! 」








설마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여성의 점원에게 붙잡혀, 가이의 지시대로 억지로 갈아입히게 되고, 머리카락까지 묶인다니 누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가.








처음 신은 굽이 있는 구두를 비틀거리며 가이에게 다가와 그 가슴을 툭툭 친다.




" 귀여워"나" 좋아해"라고 속삭여지면 의식하지 않아도 얼굴이 붉게 되어버려, 그것을 속이기 위해 더욱 힘차게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고 있자 불시에 자세가 무너졌다. 가이가 몸을 휙 뒤에 젖힌 것이다.








「 와앗! ?」








앞으로 고꾸라지고, 힘없이 가이의 가슴에 뛰어드는 형태가 되어 버린다.




이래선 마치 티격태격 커플이나 아무리 형편 좋게 해석해도 사이좋은 남매의 그것이다. 결코 어느 쪽도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점원 누나는 꺄꺄-외치더니 「 두 분은 사이가 좋으시네요?! 」 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 틀려요! 」




「 부끄러워하지 마, 유우키. 아무래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겠지. 어쩔 수 없는 녀석이군」




「 쫌ㅡ 이봐, 끌어안지맛…. 머리를, 쓰다듬지 마…. 바보, 바보...」




「 옳지 옳지, 그렇게 어리광 부리지 않아도 된다.」








가이는 왼팔을 돌려 그 가슴에 기댄 나를 꽉 껴안았다. 커다란 손바닥이 뻗어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주문을 외우듯이 몇 번이나 「귀엽다」라고 속삭이면 큥하고 몸에서 힘이 빠져 버린다.




스으하고 숨을 들이마시자, 남자(가이)의 냄새가 머리를 빙빙 돌아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경종을 친다.




눈은 완전히 젖어 들고, 들떠있던 기분은 순식간에 잔잔해졌다.








「 어때. 슬슬 그 복장으로 나님을 위해 힘써 줄 마음이 생겼어?」




「 윽… 가이를 위해서가 아냐…. 하지만, 전혀 다르지만…. 구매한다면, 입어주지 않을 건… 아니야.」




「 훗, 그것으로 좋다. 어이 점원, 계산이다」








좋을 대로 유도된 느낌밖에 들지 않지만 한번 한 말을 바꿀 수도 없다. 가이가 간신히 팔을 떼어 놓자 자연스럽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빠르게 계산을 끝낸 가이는 「 가자 유우키」라고 평소대로 재촉한다.




… 우우, 스커트가 짧아서 썰렁해…! 플레어가 준비하는 드레스는 어느 것도 스커트 부분이 길었지만, 이것은….








「 뭐야 그 질내사정 되어 허리가 빠진 듯한 걸음걸이는」




「 그런 끔찍한 비유는 처음 들었다고… 스커트가 짧아서 진정되지 않는 거야」








걸으면 그것만으로 스커트가 젖혀져 팬티가 보이는 게 아닐까 하고 불안해진다. 잘도 다른 여자들은 이런 걸 입고 걷는구나…. 바람에 흔들리면 끝이 아닌가.








비틀비틀 가게를 나오자 밖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 좋은 시간이군, 슬슬 대성당 쪽으로 향해볼까」




「 음…앗, 자, 잠깐 기다려! 」




「 뭐야?」








저벅저벅 황새걸음으로 걷기 시작한 가이에게 나는 당황해 말을 걸었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스커트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아 누르며,








「읏, 성큼성큼 걸으면…. 패, 팬티, 보여버리니까…」




「 응, 아아? 그게 왜?」




「 싫엇, 그니까… 팬티 보이니까, 천천히 걷고 싶어…」








어, 어째서 이런 걸 말해야 하는 거야… ! 랄까 입혀주었으니까 알아차리라고…!




가슴 속에서 쓴소리하면서 가이의 얼굴을 살짝 올려다본다. 가이는 왠지 당황한 모습이었다. 말을 찾는 듯 잠자코 시선을 헤매고. 조금 있다가,








「 알았다…. 이리로 와」




「… 응」








자신의 좌측을 가리키고, 가이가 이번에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보리스의 때도, 셔틀 마을에서 동굴로 향했을 때도, 방금 이렇게 갈아입은 뒤까지도 가이의 뒤를 따라가기만 했던 것을 떠올린다. 이렇게 나란히 걷는 것은 사실 처음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함께 걸어가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지. 라고 감개에 젖어있자,








「 어이, 보라고 저 애! 」 「 봐라 저거, 무척이나 귀엽다고! ? 」 「 낮에 정문 쪽에서 화제가 된 아이? 」 「 우오오??! 나, 고백할까나! 」








말소리가 들려 왔다.




거리를 걸으면 꼭 따라다니는 것이 이러한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보리스의 때보다 적극적인 분위기는 나를 낙담시키는 데 충분하다.








… 역시, 이제 자신이 그리 귀엽지 않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거야 이렇게 먼발치에서 떠들고 싶어질 정도로는 단정한 용모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정신은 남자다. 저렇게 떠들어져 기쁠 리가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일 뿐이다. 거기에,








「… 윽」








한심하게도 -- 조금 무서움 있었다. 그중에는 반짝반짝 욕망의 시선으로 보는 녀석도 있어서 보리스에서 강간마에게 습격당하던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트라우마라는 것은 아니지만… 눈치채면 가이의 왼팔을 잡고 있었다. 꽉 움켜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그것과 함께 가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이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잘나 보이는 그 평소의 태도로. 모든 것을 깔보고 흘겨보는 그 어떤 왕보다도 왕 같은 시선으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 ㅡ어이, 네놈들, 누구의 여자에게 손을 대려고 하고 있나?」








「 히이이이잇! ?」 「 죄, 죄송합니다! 」 「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








그 한마디로, 거미의 새끼를 건드린 것처럼 남자들은 산개한다.








「 칫, 가능하면 한 놈씩 잡아서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시간이 없군. 가자」




「… 아, 고마워…」




「 상관없다. … 하지만 유우키도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군. 용사인 이 나님을 향해 " 바보"라든가 " 색골" 그런 것은 말할 수 있는 주제에, 나님보다 명확하게 하등한 잔챙이들에선 두려움을 느끼면 어쩔 거냐」




「 으윽, 시끄럽네! 왜냐하면, 너는 그런 것이 아니니까…」








바보 같다. 정말로, 바보 같지만.




방금 가이가 멋있게 보이고 말았다고는 말할 수 없어.




가슴이 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크게 울린다. 점차 기울기 시작한 석양이 거리를 자줏빛으로 물들여 간다. 돌바닥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팔이 있는 곳에서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슬그머니 몸을 가까이 대면, 마침내 두 사람의 그림자 경계는 알 수 없게 되었다.












 ◇ ◇ ◇ ◇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가 소리 높이 울린다.








「 여기가 대성당…」








전면이 대리석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물.




그 아름다운 조각으로 만들어진 벽의 위를 황혼의 가져온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자칫하면 공포심을 안아 버릴 것 같은 정적은 틀림없는 장엄함의 증명이었다.








이 세계를 창조한 신, 이데아의 『 창세의 서』라는 신화시대의 사건을 세밀하게 기록한 책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는, 종교라는 건 이 이데아교만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사람들의 생활에 깊게 뿌리내린 그것은 일본에 있는 무자각한 불교 신앙과도 가깝고, 실제로 이데아를 자각적으로 신앙하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소수파이다.




--라는 것이, 나의 이 세계를 관찰한 견해이다.








결코 신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밀접하므로 사람들은 딱히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 플레어는 아직 안 왔어?」




「 녀석은 옛날부터 시간에 적당하니까」




「 그런가?」




「 그래, 보리스를 떠날 때도 아슬아슬했었지」








… 듣고 보니 확실히.




그때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여행 중에도 위험하게 냄비를 불에 올려놓은 채 책을 탐독하기 시작해서 하마터면 요리를 숯으로 만들어버릴 뻔했지.




아니, 이것은 다른 이야긴가?








「 에이다르라는 사람은 언제 오는 거야?」




「 몰라. 이쪽에서 연락한 것은 아니니까」




「 에… 하아! ?」




「 하는 김에 말하면, 여기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뭐… 여기 이외는 없을 거다. 저것은 일단 교회의 성직자인 거 같으니까」








무슨 무계획이야… ! 못 만날 가능성도 있잖아!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정도 예측하던 것이기는 했다. 나는 불만을 나타내는 걸 입을 `ㅁ`자로 다무는 걸로 참고 대성당 입구 앞 계단에 주저앉은 가이 옆에 똑같이 앉았다.








그리고 당분간,- 일몰과 함께 변하는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기- 라는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자,








「 어라라, 혹시 거기에 있는 건 용사님?」








불시에 울리는 그러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우연히 우리들의 앞을 지나가는 듯했다.








곱슬곱슬한 금발을 포니테일로 묶은 엘프의 여성이다.




고양이 눈 같은 푸른색의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는 그녀는 언뜻 보면 동안인 인상이지만, 동시에 성숙한 여성이 가진 듯한 색기를 풍기고 있었다.




청색과 흰색을 기조로 한 넉넉한 실루엣의 수도복 같은 것을 입고 있지만, 그 위에서라도 분명히 알 만큼 손 다리가 쭉 길다.




다만 신장은 평균적이고, 가슴도 평균적인 것 같아 안심하는 ㅡ 아니, 나 어째서 안심했어?








「 싫어~ 혹시 엘을 만나러 온 거야~? 용사님도 참! 그래도그래도, 미안해에, 이단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람과는~! 사귈 수 없는 거야~! 유가~ 암! 」




「 에이다르 반도루. 역시 여기에 있었냐」




「 정말~! 엘이라고 불러달라 말했잖아요?! 뿡뿡! ㅡ 근데, 어라? 그 팔…」








뭐, 뭐라고 할까, 캐릭터가 진한 사람이구나….




이 사람이 우리들의 찾는 사람, 가이의 팔을 치료해줄 가능성이 있는 성직자인 건가. 성직자라기보다 공주병 캐릭터의 로컬 아이돌이라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 하하~ 앙, 과연, 그런… 이건 팔을 잃었지만, 교회에서는 이단인정되고 있어 치유를 받을 수 없으니까 옛날 파티를 짜고 있던 정으로 엘이라면-이라고 생각한 거잖아~?」








그렇게 말하고, 엘은 구불구불 관능적으로 몸을 흔들며 가이에게 가까워진다. 왠지 거리감이 이상하지 않나! ? 가이는 이 사람이 싫은 거잖아! ?




서로의 숨이 닿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한 두 명을 보면 영문을 모르겠지만 조마조마하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어 견딜 수 없다.








「 분명히 엘이라면, 이 정도는 결손이라 할 것도 없네요~」




「 화나지만 그렇다」




「 흥흥, 그런 건가 그런 건가?…」








엘은 희열이 깃든 눈을 가늘게 뜨고,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호오 -- 하고, 마치 입맞춤을 하듯이 반들반들한 입술을 열고,








「ㅡ 무 ~  리 ~  에 ~  요~ ♪… 아, 어라? 잠, 아 ㅡ, 아야야야…! ?」








달콤한, 깜짝 놀랄 정도로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ㅡ빠직, 하고. 핏대가 서는 소리가 들린 것은 분명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가이의 왼팔이 움직였고, 엘의 머리는 덥석 움켜쥐어져 있었다.








「인생에 질린 것 같구나 에이다르 반도루. 언젠가처럼, 이대로 " 네"라고 대답할 때까지 조여도 되는 건가?」




「 자, 잠깐 용사님, 우, 우, 웃,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교회의 룰이니까~!! 」




「 가, 가이, 그건…! 」








바이스마냥 엘의 머리를 옥죄는 가이를 당황해서 말리러 들어간다.




의외로 간단히 가이는 그 손을 놓았다.








「 아아야야?! 변함없이 인정사정없어? 시스터에게도 가차 없다니깐… 고마워~! 으음, 분명… 용사님의 성 노예짱?」




「 유우키입니다!! 」








말리러 들어간 것을 즉시 후회했다!








「 아하하, 농- 담 농- 담! 그래그래, 유우키짱 고마워~! 안돼, 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 이건 정말이야?」




「 너에게 있어 나님은 이단이겠지. 신용할 수 없다」








울상을 지으면서, 잡혀있던 머리를 콕콕 쓰다듬는 엘.




가이의 말에 드물게 동감하며 나는 끄덕끄덕 수긍한다. 좀처럼 말하는 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경박함 때문일 것이다. 성직자인데….




초조함을 드러내며 팔짱을 낀 가이에게, 엘은 과장된 몸짓과 함께 유창하게 말한다.








「 아니아니, 정말이야?! 용사님이 자지를 싹둑 잘라내고 교회의 시스터한테 손을 대지 않으면 교회도 허락할 거야 ... 엘로서도 개인적으로는 협력하고 싶은데, 단지 백기사님이-- 아, 」








갑작스레 부자연스러운 타이밍으로 엘의 말이 끊겼다.








방문한 찰나의 정적에 ㅡ탁, 탁. 돌층계를 두드리는 발소리가 반항한다.




석양이 완전히 지평선에 넘어가고, 주위가 어둠에 휩싸임과 동시에 그것은 마치 신탁처럼 찾아왔다.








「 엘,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언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말에는 힘이 들어간다. 거기에 내재한 힘이, 모든 일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오컬트 같은 전승… 그러나 지금, 나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심한 듯한 그 말에는, 사람의 의식을 끌어당기는 확실한 힘이 있었다.








「… 소문이라는 게 허투루 난 게 아니구나…」








옅은 어둠 속에서도, 세련된 빛을 잃지 않은 백은의 갑옷.




그 호화로운 갑옷에 전혀 손색이 없는 황금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완벽하게 갖추어진 외모는, 이제 신의 산물이라고 칭송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소개 되지 않아도 그 미남이, 백기사 그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 엘. 그 사람들은, 아는 사람인가?」




「… 아하하~, 백기사님, 미안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오~! 잠깐 이 두 명이 엘의 팬? 경건한 신자? 같아서? 스킨십이라고 할까 악수회ㅡ 그래그래, 악수회를 한 거예요~! 」








엘은 허둥지둥 우리들의 곁에서 떨어져 왠지 백기사의 시야를 막도록 하는것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 그런가? … 다만, 엘. 너는 가뜩이나 교회의 일부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어.남의 눈에 띄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아.」




「 알고 있어요, 물론 알고 말고요〜 ! 」




「 그렇다면 좋지만… 그리고 나는 백기사가 아니라 ㅡ」








그런 엘의 노력도 허무하게 백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 엘」




「 뭘까요~! 아아앗, 혹시 내일의 훈련의 이야기ㅡ」




「 엘, 얼버무리지 말아줘. 나는 진지해」




「 엣, 그런가요… 아, 어라… 에, 에?…」








그토록 반듯한 얼굴을 하는 사람이 진지한 표정을 짓자, 그것만으로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박력이 있었다. 백기사는 가만히 나를 응시한 뒤, 옆에 있는 가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황금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로워진다.








「 다시금 물어볼게」




「… 네에에에…」




「 그들은 누구야?」




「… 요, 용사님과, 그 일행이세요」








줄줄 전신에서 엄청난 땀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엘은 대답했다.




도대체, 그녀는 어째서 우리들의 존재를 속이려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 대답은 본의 아니게도 곧바로 밝혀지는 일이 된다.








「 용사… 저게 그건가. 그럼, 옆에 있는 것은 분명ㅡ」




「 하하, 백기사님! ? 자, 잠깐! 」








백기사가 우리들의 쪽으로 걸어온다. 방해하려는 엘을 상냥하게, 그러나 거부를 용서하지 않는 확고한 강력함으로 밀어내고 바로 앞까지 왔다.




그 위압감에 무심코 일어서 버린 나와는 달리, 가이는 계단에 걸터앉아 다리를 꼰 채,








「 무슨 용무냐?」




「… 무슨 용무라고 생각합니까?」








마치 목을 조르는 듯한 긴장감.




흑과 백. 대립하는 이색의 구도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성을 암시하는 듯했다.




빈정거리는 백 기사의 물음에 가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혀 주눅 든 기색 없이 내뱉듯 대답한다.








「 몰라. 나님은 너 같은 녀석에게 용무는 없다.」




「 나는 있습니다.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백기사는 그 갑옷에 뒤덮인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ㅡ 믿을 수 없는 것을 단언했다.












「 용사 가이 에릭센. 거기의 그녀… 유우키를, 나의 여동생을 돌려받겠다! 」












… 뭐! ?








뭐, 뭐야 잘못 들은 건가…? 지금 거기의 백기사 씨가, 나를 가리키며 「 내 여동생」이라고 부른 것 같은… 아니, 그럴 리가…








「 하아? 네놈 무슨 말을 하는 ㅡ」








나와 가이의 당황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백기사의 말은 점점 가속해 가고--








「 나는 골드의 마을, 제프 아슈타인과 아세리 아슈타인의 아들, 시데로 아슈타인. 루아라스 왕국 왕족 근위 기사, 그 정점 " 백기사" 의 명예를 쫓는 자! 」








에… 아니…








「 가이 에릭센, 너의 소행은 어머님으로부터의 편지로 모두 전해 들었다! … 나의 여동생을,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나의 여동생을, 복종시키고, 납치한 것 모두 !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이빨을 향한다면, 검으로 답할 뿐!」












에에에ㅡ… 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