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미믹 모스. 이 마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물 상자로 의태하는 미믹처럼 특정 대상을 의태하는 능력을 지닌 안개의 숲에서 서식하는 나방형 몬스터다. 미믹 모스는 그런 미믹의 상위호환이다. 왜냐면 미믹 모스한테는 의태 대상을 살짝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는 거울의 눈 '경안'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의태 대상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대상의 기억부터 전투 능력과 경험, 식성, 행동, 심지어 사소한 버릇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믹 모스는 그 능력으로 자신들의 영역에 쳐들어오는 모험자들을 은밀하게 죽이거나 이간질시켰다.

그리고 모험가들한테 들키다가 전투를 벌일 경우 우위를 높이기위해서 미믹 모스로서의 부분인 날개와 더듬이, 경안을 꺼내들어 비행 능력과 감지 능력을 추가시킨다.

딱 하나. 흠이 있다면 미믹 모스는 어떤 경위로 의태한 모습으로 드러낸 경안이 손상당하면 다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의태한 모습 그대로 고정되어 죽을때까지 그 모습으로 살게 된다. 

여하튼 미믹 모스는 초보 모험가 파티에서도 물론 웬만한 경험을 쌓은 모험가 파티조차도 혜안을 익힌 마법사가 들어와있거나 진실의 눈같은 몬스터의 의태를 해제하는 아이템이 있어야 할 정도로 가장 난감한 몬스터다. 

지금 안개의 숲 인근에 조금 들어갔던 모험가 파티는 혜안을 익히거나 진실의 눈같은 의태를 간파하거나 해제하는 아이템이 없었는데도 운좋게 '궁사'를 의태한 미믹 모스와 싸우다가 경안을 찌르고 붙잡으며 안도해하고 있었다.


"정말 큰일날뻔 했다. 설마 우리 중에 미믹 모스가 궁사를 의태했을 줄은 몰랐는데." - 리더 전사

"이 근처에 한마리만 있었기에 망정이지. 거기다가 궁사한테 의태를 해서 말이야. 안 그랬으면 우린 완전히 전멸이었어." - 마법사

"그래도 빨리 발견되어서 다행이에요. 운좋게 궁사씨한테 의태를 해서 말이에요." - 승려

"저기 얘들아... 부탁인데. 아무리 미믹 모스가 빨리 발견된게 좋아도... 굳이 날 강요하지 말아줄래." - 궁사

경험을 그럭저럭 쌓았지만 그래도 미숙한 이 모험가 파티는 얼굴이 곱상하고 허리가 늘씬한 부드러운 자주색 물결 머리를 한 궁사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궁사는 전혀 이런 기분이 달갑지만은 않아보였다. 아니, 오히려 자신으로 의태한 미믹 모스를 원망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멤버도 있는데 왜 하필 나를 선택한 거냐고 원망하듯이 미믹 모스를 째려보았다. 더듬이와 날개가 달린 것만 빼면 궁사의 모습으로 의태한 미믹 모스도 어지간히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것이 30분전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 모험가 파티를 전멸시키기위해서 파티 중에서 가장 친밀도가 높은 궁수를 선택했었다. 그리고 휴식 시간을 가진 그 틈을 이용해 강가에서 쉬고 있던 궁수를 경안으로 스캔하고 의태한 다음, 가장 궁사와 친한 전사를 치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전사가 이를 눈치채고 다른 멤버까지 불러들여 자기를 잡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한가지만 물어도 될까? 어떻게 내가 미믹 모스였다는 걸 알았지? 내 경안은 상대의 겉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에서부터 사소한 버릇까지 복사할 수 있는데." 

미믹 모스는 경안도 망가졌겠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알고나 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모험가 파티한테 물었다.

"당연하잖아. 난 궁사하고 어릴 때부터 지내온 친구사이니까."

"거짓말. 난 바로 손 흔들고 죽이려고 했는데 바로 알아챘어. 어떻게 안거야? 혜안을 익히기라도 했어?"

"아. 완벽했지. 과연 미믹 모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의태였다. 그런데 그 문제는 말이야..."

"미믹 모스의 경안은 보는 대상을 겉으로만 보시는 게 한계더군요."

미믹 모스는 그런 파티 멤버들의 말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갸우뚱했다. 경안이 겉만 보는 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말이다. 이에 전사는 미믹 모스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라도 했는지 궁사의 양 어깨에 두 손을 얹히며 이렇게 물었다. 

"자아. 그럼 얘가 어떻게 생겼어?"

"야. 하지마. 전사. 확 죽인다."

"그야 당연하잖아. 허리가 늘씬하고 다리가 가늘지. 입술도 빨갛지. 물결처럼 기다란 머리카락을 하고 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멜론처럼 큰 가슴을 가지고 있잖아?"

미믹 모스는 전사가 궁사의 외형을 묻자 그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이 신체특징에 대해서 말했다. 이에 궁사는 썩은 표정을 지으며 전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사는 미믹 모스의 대답을 듣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궁사의 가슴을 확 재꼈다. 그러자 그 궁사의 가슴에는 멜론처럼 커다란

매가 튀어나왔다.

"에? 매라고? 잠깐? 왜 가슴에서 매가 나오는거야?"

"이제 알겠지? 네가 궁사의 가슴이라고 생각했던 거기는 사실... 이 녀석 애완매가 머무는 곳이다. 볼 일이나 정찰빼고는 이 놈 안에 들어가. 그래서 얘 얼굴만 본 사람들은 얘가 남자라는 걸 알면 다들 놀란다."

"이 xx야. 콱 죽인다고 했지? 안그래도 그것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자꾸 이럴래?"

"그러니까 미믹 모스씨. 당신이 들킨 이유는 심플해요."

"에엥?"

"네가 여자라고 생각했던 궁사는 사실. 남자다."

미믹 모스는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황당한 진실을 듣고는 엄청 벙졌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미믹 모스가 궁사로 의태한 모습은 늘씬한 다리와 허리, 복숭아처럼 붉은 입술, 부드러운 자주색 물결 머리, 그리고...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가슴을 하고 있었다. 겉모습으로만 봐도 딱 봐도 여자처럼 곱상한 외모를 한 궁사와는 다르게 미믹 모스는 완전한 여자의 모습으로 의태하고 있었다.

"어쩐지... 왜 궁사가 날 원망하며 보긴했었다."

미믹 모스는 크고 아름다운 미드가 부각될 정도로 밧줄에 묶인 채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해탈했다. 이에 미믹 모스는 자신의 경안도 훼손되었겠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 체념하듯이 모험가 파티한테 물었다.

"이제 날 어떻게 할거지?"

"그야 뻔하잖아."


며칠 후.

안개의 숲 근처에 갖다온 새파란 중급 모험가 파티는 그렇게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며 길드에 돌아왔다. 늘씬한 다리를 부각시키는 검은 스타킹을 입고 가터벨트와 미드가 부각된 면티를 입고 망토를 두룬 보라색 웨이브 머리와 부드러운 입술을 한 도적이자 '벌칙으로 여장했던 궁수의 외형'으로 의태한 미믹 모스와 함께. 길드의 멤버들은 안개의 강에 무사히 돌아온 용사 파티에 새로 들어온 멤버를 보며 부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으응! 부끄러워. 왜 내가 이런 복장을 해야하는거냐고?"

"에... 그거야... 네 능력이 은밀하니까 암살자 복장이 어울려서?"

"정말 어울리는데요? 예전에 궁사씨가 벌칙으로 여장했던 게 도움이 되었네요."

"맞아. 완전히 신부감이야. 안 그래? 친구야? 네 덕분에 새 멤버가 들어왔다. 마물이지만 좋으면 되지."

"궁사. 네가 한 몫했다."

"시끄러. 죽인다."

그렇게 모험가 파티는 미믹 모스의 외형과 능력에 주목하고는 아무런 편견도 없이 그녀를 도적으로 전직시키며 승승장구하였다. 그리고 전사는 그런 미믹 모스하고 같이 여행하다가 끝내 하룻밤을 보내고 결혼도 했다. 미믹 모스도 그런 전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밤마다 적극적으로 스킨쉽을 했다. 이 모든 건 궁사덕분이니 잘된거지. 뭐.

궁사 - "시꺼! 너도 죽인다! 나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