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 되었을까?

눈앞의 온몸이 피로 물든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저 별생각없이 양들에게 풀을 더 먹이고자 마을에서 멀리 나왔다 노예로 잡혔을 때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아니면 이 궁전으로 끌려와서 술탄의 시선을 끌었을 때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지만 이윽고 그녀의 검이 내 목덜미를 스쳐지나가며 지금의 상황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다.


"이제부터 내 허락 없이는 단 한순간도 이 궁전 밖으로 발 디딜 생각도 하지 마. 만약 한번만 더 내 곁을 떠날려고 수작을 부린다면 다시는 그런 생각조차 못하게 두 다리를 잘라버릴 테니까."


그녀의 눈은 처음 본 순간의 피곤에 찌든 눈빛 속에서도 간직하고 있던 맑은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집착과 욕망으로 물들여져있었다.


아마 다시는 이 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다.


내가 이 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와줬던 이들은 대부분 그 목숨을 잃었다.


나는 다시금 감고 있던 눈을 떠서 술탄과 나 이외에 아무도 없는 독방에 붙어있는 유일한 창문을 바라봤다.


도대체 언제가 되어서야 이 속박에서 풀려나서 고향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니 고향의 모습을 보기는 커녕 이 감옥같은 곳을 빠져나갈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