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는 그 말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알 수 없다는

말은,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므로.

 

하지만,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크아아아아!!”
“으아아아……!!”

 

그는 미친 듯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편의점에 가는 길이었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으려고 한 것뿐.

 

그런데 어째서, 왜 느닷없이 뿔 달린

초록색 여자한테 쫓겨 도망치고 있는가?

 

“거기 서어어어어―!”

“히익, 힉, 히이익!”

 

잡히면 죽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 수 있었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딱히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닐 텐데.

설마 대학 안 간다고 뻐겨서 하늘이 천벌을

내린 걸까? 밤에 아이스크림 먹는다고 해서?

 

“잡았다!”

 

쾅! 녹색 여자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뭐 이렇게 큰 거야?

그는 자기보다 최소 30cm는 큰 거인녀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새끼, 발이 빠른데!”

“으히익, 누, 누가! 누가 좀 살려줘요!”
“아무도 안 와, 멍청아! 아직도 모르겠냐!?”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여긴 분명 주택가일 텐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이런 소음에도 누구 하나 나와서

확인해보지 않았다.

 

“후우, 애먹게 하긴. 자 그럼―”

“폭력, 멈춰요!”

 

그 순간이었다.

 

웬 그림자가 확 튀어나와 녹색 여자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아야, 뭐야 젠장?!”

“거기 아저씨! 도망치세요!”

“아저씨 아니거― 아니, 그게 아니라!”


콰앙! 콰아앙!!

두 괴물이 맞붙는 동안, 그는 뒤로 돌아

또 달리기 시작했다.

 

입에선 피 맛이, 심장은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하지만 달려야했다.

 

“거기 너, 여기 타!”

“네!?”


그때, 검은색 승합차가 그의 앞에서 멈췄다.

 

“죽고 싶지 않으면 후딱 타! 빨리!”

“네, 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그가 승합차에 올라타자마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으읍!?”
“미안, 일단 좀 자라!”

 

이게 대체―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눈동자가 뒤로

돌아갔다.

 

“포획 완료, 복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은 말.

그는 그 직후, 의식을 잃었다.

 

 

 

 

 

“저, 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이제 풀어줘요!”

 

그가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소리쳤다.

팔다리는 수갑에 묶였고, 영화에서 자주

나올 법한 심문실에 혼자 있는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 무지막지하게 무서웠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설마 대학에 안 간다고 이렇게 붙잡아놓고

세뇌해서 대학에 보내려는 걸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사이,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는 공산당이 싫어요!”
“뭐라는 거야, 나도 싫거든?”


―검은 양복을 입은 여자였다.

나이는 서른 정도로 보였는데, 마치 모델처럼

키와 팔다리가 길었다.

얼굴도 제법 예쁜 편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겐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혹시 제가 대학에 안 간다고 해서 납치한

건 아니죠……?”

“우리가 그렇게까지 한가하진 않아서.”


그럼 왜 느닷없이 납치된 걸까.


그냥 편의점에 아이스크림 사러 가는 길이었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인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먼저, 우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냐.”

 

그녀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국정원 같은 거 아니에요?”
“아니야. 뭐 비슷하긴 한데, 좀 다르지.”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이 모든 게 이해되지 않았다.

 

“네가 뭘 잘못해서 여기 잡혀온 건 아니야.

우린 너를 스카웃 하려고 데려온 거라고.”

“저요? 제가요? 왜요?”
“……일단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텐데,

널 놀리거나 농담하는 건 아니야. 미리 말했다?”

 

그녀가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둔 후, 열쇠를

꺼내 그의 손목에 묶인 수갑을 풀었다.

 

“우리는 국제 이종족 대응팀이다.”
“이종족 뭐요?”
“네가 만난 건 인간이 아니야.”


그렇겠지, 그가 중얼거렸다.

덩치도 덩치지만, 그녀의 이마에는 분명

뿔이 나있었다. 또, 피부색도 무슨 헐크처럼

녹색이었다.

 

그런 게 인간일 리는 없었다.

―방사능에 노출된 게 아니라면야.

 

“일단 우리의 실책으로 네가 피해본 것에

대해선 사죄할게. 진심으로, 우리 잘못이야.”

“왜요?”
“그 녀석이 설마 거기서 그렇게 도망칠 줄은

몰랐거든. 다행히 영역 밖으로 나가진 않았지만.”

 

영역? 도망? 그는 뒤통수만 긁적였다.

 

“아무튼 설명을 해줘야겠지.”

그녀가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거기엔 몇 장의 사진과, 길고 긴 글자의

나열이 쓰여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행세계와 이종족은

실존해. 이렇게 말하면 믿을 수 있겠어?”

“이거 몰래카메라죠?”
“몰래카메라 한 번 하자고 이렇게까지

공들이는 사람 봤어?”

 

그것도 그랬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약 5년 전, 그들은 우리 세계로 넘어왔어.

더는 원래 살던 곳에서 살 수 없었기에,

살아남고자 여기 온 거였지.”

“왜요? 운석이라도 떨어졌어요?”
“아니. 남자가 멸종했거든.”


뭐야, 그게.

좀 어이없는 이유였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진짜 큰일이긴 했다.

 

“자세한 이유까진 우리도 몰라. 하지만

그들이 사는 세계엔 더 이상 남자가 태어나지

않고, 그들은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여기로

넘어온 거야.”

“남자 하나 만나러 차원을 넘나들다니.”

“그래, 좀 깨긴 해.”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웃을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종족의 멸종이 바로 코앞에 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원래 살던 고향을 버려서라도…….

 

“우린 그들을 ‘괴물소녀’라 명명했어.”

 

그 사진에는 인간을 닮은 괴물이 찍혀있었다.

개, 도마뱀, 말……동물과 인간이 섞인 것

같은 괴물이 있는가하면, 아예 기계처럼

생긴 괴물도 있었다.

 

“거 정말 대충 지은 이름이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이름 있어?”
“……없는 거 같긴 한데요.”

 

근데, 이 괴물들하고 자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그냥 얼마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 백수에 불과했다. 대학도 돈이 없어서

가질 못했다. 부모님도 그냥 일이나 구하라고

했고, 그래서 도시까지 상경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 오자마자 이렇게 되다니.

그는 그냥, 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검사를 좀 해봤거든?”
“누굴요? 저요? 왜요? 저 병 걸렸어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왜 오우거가

너만 노리고 공격했는지 궁금했거든.

근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아냈어.”

 

재미있는 사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 자신에겐 전혀

재미있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너의 몸은 좀 특별해. 정확히는 네

몸에서 발산하는 페로몬이 특별하지.”

“제가 뭔 개미도 아니고…….”
“네 페로몬은 괴물소녀를 흥분시켜.

어, 그러니까 성적으로 말이야.”

 

……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눈만 껌뻑였다.

 

“저 20년 가까이 살면서 여자랑 손 한 번

못 잡아봤는데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이 페로몬은

괴물소녀한테만 적용돼. 평범한 인간한테는

아무 효과도 해도 없지.”

 

만약 그들이 넘어오지 않았다면, 평생 동안

몰랐을 사실이었다.

 

그는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럼 또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어어, 뭐.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렇지?”
“아이고 맙소사…….”

 

그냥 고향에나 있을걸 그랬지.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말이죠, 의외로 취향 엄청 평범하거든요?
그런 괴물들이 좋아해줘도 싫단 말이에요!”

“안 됐네. 근데 어쩌겠어? 우리 잘못도 아닌데.”

 

그건……맞는 말이었다.

이건 그냥 운이 나빴던 것뿐이었다.

그가 도로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이제 어쩌죠? 혹시 페로몬을 무력화하는―”
“그게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해?”
“그렇죠?”


그냥 한 번 꺼내본 말이었다.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 없지.’

“하지만 그 재능을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어. 그래서 우리랑 같이 일하자고 하는 거고.”

“네?”
“실은, 우린 생각보다 위험한 상태야.”


타닥, 그녀가 태블릿 PC를 꺼내 웬 지도를

보여주었다.

 

지도의 7할 정도는 붉은색으로 칠해져있었다.

 

“괴물소녀는 크게 세 분류로 나눠졌어.

첫째, 인간에게 호의적이고 협조적인 애들.

둘째, 아무하고도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애들.

셋째, 인간을 지배하려고 하는 녀석들.”

 

인간을 지배한다고?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혹시 얘들 총 맞아도 안 죽어요?”
“아니, 죽긴 죽어. 근데 총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거든. 상황이……좀 복잡해.”

 

그녀가 담배를 책상에 비벼 껐다.

 

“하나 묻자. 네가 진짜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럼 그 힘으로 뭘 할 거야?”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
“그래? 근데 이 녀석들은 이렇게 생각했어.

우리가 이렇게 강한데, 왜 미개한 인류랑

굳이 협력해야 하냐고. 그냥 지배하면 되는데.”

 

탁, 지도가 사진으로 바뀌었다.

그 사진에는 불타오르는 들판과, 숲과, 마을이

있었다.

 

“괴물소녀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해.

총알 몇 방 쏜다고 죽지도 않고, 제대로

잡으려면 미사일이나 견인포로 쏴야 해.”

“오우.”
“근데 얘들 잡자고 그런 걸 마구 쏠 수도

없어. 도심에 나타났는데 거기다 미사일을 쏴?

그랬다간 민간인 사상자도 엄청 나올걸?

게다가 대부분은 맞히기도 어려워.”

 

이제야 상황이 좀 이해됐다.

상대는 인류와 대등한 힘을 지녔다.

적어도 그냥 당해줄 정도로 약하진 않다.

 

“전면전을 펼치면, 아마 인류가 이기겠지.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도 피해가 너무 커져.

잘못하면 이걸 계기로 세계 3차 대전이

터질 수도 있지. 아니면 핵전쟁이나.”

“그 정도 문제라고요?”
“어, 그 정도 문제야.”


현실하고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그는, 그저 침만 꿀꺽 삼킬 뿐이었다.

그거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호의적인 녀석들하고 동맹을

맺었어. 그 아이들은 인간과 괴물소녀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지.”

 

게다가 대부분은 약하고, 그녀가 이어 말했다.

 

“약하……다고요?”
“어엉. 인간한테 호의적인 애들은 대부분

난폭한 녀석들보다 약해. 예외도 있긴 한데,

아무튼 그래. 하지만 네가 나타나면서 전황이

바뀔 것 같다는 거야…….”

 

그녀가 씩 웃으며 책상에 다리를 올렸다.

 

“넌 살아 움직이는 미끼 겸 외교관이야.”
“제가……요?”
“그들이 여기 넘어온 이유는 말해줬지?”

 

분명……남자가 없어져서…….

 

아.

 

그는 이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중립인 녀석들도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 따라올 거야. 심지어 적들도 네가

따라와 달라고 하면 따라갈지도 모르지.”

“그 정도로 강력한 건가요……?”
“어, 그 정도로 강력해. 오우거가 네 냄새를

맡자마자 폭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럼 나 그때 따먹힐 뻔했다는 거야?
그가 그런 생각을 하자, 왠지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몸뚱이로 짜이면 영영 못 일어날지도…….

 

“더해, 네 페로몬은 다른 방식으로 써먹을

수도 있어. 그 방법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고,

일단 직접 해보자고.”

“잠깐만요, 저 아직 협력한다고 안 했는데요?”
“너 아직 군대 안 갔던가?”


군대.

그렇다, 그는 아직 미필이었다.

적어도 1~2년 안에 군대에 가야 할 터였다.

 

“네…….”
“그거, 빼줄게. 그리고 돈 없어서 대학에

못 갔다고 했나? 이 사태 끝나면 정부에서

보내줄 거야. 더해, 이 일을 맡아주면…….”

 

그녀가 태블릿 PC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그리고 나온 숫자를 보여주었다.

 

“0이 하나, 둘, 어어? 어?”
“너 같은 인재를 포섭하려면 이 정도는

줘야겠지. 정부는 생각보다 이 사태에 진심이야.

잘못하면 지구의 지배권 그 자체를 빼앗길

수도 있는 초특급 비상사태니까.”

 

이 돈만 있으면 대학이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병역이……면제?

 

“오늘부터 일하면 될까요?”
“이해가 빨라서 좋네. 아, 걱정하지 마.

네가 위험해지는 사태는 없을 거야……아마도?”

 

그래, 까짓 거 몸이 살짝 위험해지는 게 대수냐?

군 면제에 거금까지 받을 수 있는데!

 

“네 페로몬의 사용법을 지금부터 시험할 거야.

걱정하지 마, 너도 좋아하게 될걸?”

“좋아하게 된다고요?”
“자, 얼른 들어와!”

 

그러자 문이 열리며, 그녀가 쭈뼛쭈뼛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허.”


그가 웃고 말았다.

진짜였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마음 한 편에는 사실 이 모든

것이 꿈이거나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를 보자 그 모든 의심이 사라졌다.

아무리 특수 분장을 잘해도, 이렇게까지

정교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고.

 

태도만큼이나 쭈뼛쭈뼛 솟아오른 갈색 머리카락,

머리에는 개의 귀가 달려있었고 양옆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꼬리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손과 발.

분명 저 손발은 인간의 것이 아닌, 짐승의

그것과 비슷했다.

 

“우리 요원이야. 아까 만났지?”
“아.”


그때 도망치라고 한 게 이 아이였구나.

근데, 이렇게 작고 여려 보이는 아이가

그 무시무시한 오우거랑 싸웠다는 건가?

 

“다, 다치신 곳은 없으시죠?”
“어어, 없습니다.”
“다행이다…….”


그녀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참, 제 이름은 나오에요. 편하게

대해주세요! 앞으론 동료니까요!”

“……그……여자랑 대화한 적이 별로 없어서.”
“응?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딱히 비꼬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질문이 어째서인지 아팠다.

 

“우리 세계에선 딱히 드문 일도 아니야.

너희 세상에선 엄청 희귀한 일이겠지만.”

“어째서죠?”
“저, 저희가 원래 살던 곳은 원래부터

남자가 귀해서요.”

 

아, 그런 건가.

그 한 마디면 납득하는데 충분했다.

 

“아무튼 나오, 이 녀석 데려가.”
“그……진짜 하는 건가요?”
“진짜 하는 거야. 설명은 가서 해줘.”
“잠깐, 그래도 뭔지 대충 설명이라도―”

 

그녀가 손을 휙휙 젓자, 나오가 얼른

그의 손을 붙잡고 방에서 나왔다.

 

“어, 어디 가는 거죠?”
“방이요. 자, 빨리요! 빨리!”


갑자기 뭐지?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그녀에게 끌려갔다.

 

덜컹, 두 사람이 어느 좁은 방에 들어갔다.

침실처럼 보이기도 했고, 아니면 휴게실이나

수면실 정도로 보이기도 했다.

 

방은 어두컴컴했고, 작은 침대 하나와

책상이 있었다. 그 외엔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방이었다.

 

“크, 크흠. 그……역시 설명은 해줘야겠죠?”
“느닷없이 끌고 와서 설명하는 건가요?”
“하지만 이렇게 안 하면 거절할 수도

있어서……죄송해요.”

 

나오가 주위 눈치를 보며 말했다.

 

“우선, 저희들의 생태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테죠. 에, 그러니까……저희는 인간과

달리 발정기가 따로 있어요.”

 

그도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었다.

인간을 비롯한 몇몇 동물은 따로 발정기가

없어서, 거의 언제든지 번식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상식.

 

근데, 이 타이밍에 그건 갑자기 왜?

 

“당신의 페로몬은……원래 발정기가

아닌 사람도 강제로 발정하게 만들거든요.”

“허어, 그래서요?”
“그, 그게 바로 요점이에요!”


나오가 새빨개진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실은, 저희는 발정기에 더 강해지거든요.”
“그거 너무 편리한 설정 아닌지……?”

“하지만 진짜에요! 왜냐하면, 발정기에는

몇 명 안 되는 남자를 쟁탈하기 위해

싸울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의 몸은

발정기가 됐을 때, 남자를 빼앗기 위해서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해요.”

 

그러고 보니 동물들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아주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닌가……?’

 

잠깐, 그럼 설마?
그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저 아직 동정인데요?”
“세, 세, 섹……그, 그거는 안 할 거예요!

크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네.”

 

다행인가, 한편으로는 살짝 아쉽기도 했다.

나오는 귀여웠다. 솔직히 말해서 어디 가서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 터였다.

 

체구는 작지만, 골반이나 허리, 가슴도 충분히 

여자다웠다. 

 

“중요한 건! 전투에 나가기 전, 발정기를

유지해서 전투력을 상승시킨다는 거죠!

이게 가능하다면, 저희의 부족한 전투력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뜻이에요.”

 

스륵, 나오가 그의 바지를 벗겼다.

 

“우왓!? 가, 갑자기 뭔데요!”
“아니! 만지진 않을 거예요, 딱 발정기를

유지할 정도로만 흥분하면 되니까요!”

“그……그런 거라면.”


설마 살다 살다 인간도 아닌 여자한테

자지를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돈과 군 면제가 달린 일이다.

여기선 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벌써 발기……하셨네요.”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그럴 거라고요.”

그가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하아……크기도……냄새도, 남자다워요.

실물은 처음 보는 건데……우우…….”

 

나오의 눈이 확 커졌다.

숨은 거칠어졌고, 표정은 바짝 긴장한 듯

약간 일그러졌다. 그리고 귀. 쫑긋 선 귀가

몇 번 정도 펄럭였다.

 

“저, 저기요?”
“학, 학, 하악……!”

 

나오가 혀를 내밀고선 침을 질질 흘렸다.

 

‘이게 그 발정기인가, 좀 무섭네…….’

 

킁, 크응, 그녀가 자지에 코를 박고선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인간성 따위는 자지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쟈지, 쟈지 킁킁 좋아, 헤엑, 헥……!”
“저, 저기 나오 씨?”
“주인님, 기다려 아직이야? 기다려 더해?”

 

주인님이라니,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를.

하지만 여기엔 아무도 없었고, 일단은

장단에 맞춰줄 필요가 있을 듯했다.

 

“기다려.”
“우우……빨리, 빨리 자지 쪽쪽…….”


나오가 혀를 낼름거리며 핥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핥게 해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발정기를 일으키고

그걸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잠깐, 그럼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는데?’

 

이게 먹힐까? 하지만 해볼 가치는 있었다.

 

“나오, 자지 가지고 싶어?”

“응! 자지, 자지 주세요, 자지 빨고 싶어……!”

“그럼, 밖에서 싸우고 이기면 마음대로

하게 해줄게. 할 수 있겠어?”

 

그 순간, 나오의 동공이 수축했다.

 

“응! 이길게! 주인님의 명령, 이해했어!”
“오오, 뭐야? 생각보다 잘하네?”
“우와앗!?”

 

그때, 그녀가 등 뒤에 나타나 말했다.

 

“음, 효과는 확실한 모양이군.”
“나오, 싸울 거야! 빨리 싸우게 해줘!!”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죠?”
“괜찮아. 아마도.”


아마도……?

 

그는 이 양복 입은 요원을 정말 믿어도 될지

또 고민했다.

 

“뭐, 직접 시험해보면 알겠지.”

 

그 후에 있었던 일은, 여러 의미로 처참했다.

두 사람은 모니터 앞에 앉아, 나오가 상대 측

괴물소녀와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크아아아아!!”

“뭐, 뭐야!? 이 녀석 왜 이래!?”

 

그는 모니터 너머에 있는 나오를 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말 그대로, 그녀가 상대 측 괴물소녀를 마구

물어뜯으며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곧, 상대 측 괴물소녀는 더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부리나케 도망치고 말았다.

 

“주인님! 주인님 봐줘! 나 잘 싸웠지!?
자지, 자지 줄 거야? 헥, 헥, 헤엑!”

 

그녀가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향해 허리를

흔들며 혀를 내밀었다.

 

“와우, 성능 확실한데?”

“……제 거시기를 이렇게 쓸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 뭐, 아무튼 잘된 일 아닐까?”

 

잘 된……거 맞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곧,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마법소녀+어반 판타지 야설 느낌으로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야설 잘 못 쓰잖아?
나는 아마 안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