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여신이 한 음유시인과 사랑에 빠져 다른 모든 신들을 봉인하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놀랍게도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었습니다. 


 여신은 음유시인을 만난 날부터 그가 죽고 환생을 거듭한 지금까지도 그의 영혼을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음유시인의 환생이 다른 여자와 맺어지는 걸 볼 때면 속이 타는 기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이가 행복하다면 여신은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신들의 봉인은 자신에게도 유효했고, 여신은 다시는 지상에 강림할 수 없었거든요.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마찬가지로 태곳적부터 음유시인에게 반했던 한 악마가 어쩐일인지 공허 속에서 봉인을 뚫고 꿈틀대며 지상에 간섭을 시작했어요. 

 신들을 구속하는 봉인에 작은 흠집이 생긴 정도에 불과했지만, 벌써 지상엔 이변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괴물이 들끓고 짐승들이 이성을 잃었으며 인간도 논리를 버리고 감성에 휘둘리기 시작한 것이죠. 


 혼란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기적이 일어나는 법. 


 한 인간 소녀가 각성했습니다. 그녀는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영혼으로, 신격도 없이 모순과 이변의 존재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어요. 신격은 없었지만 단순한 힘은 신격 이상이었지요. 


 여신은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그 소녀는 음유시인의 동생이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태고의 악마또한 지상에 강림했습니다. 악마는 세상을 모순으로 채워 음유시인의 마음도 모순투성이로 만들려고 작정했지요. 

 여신도 강림을 결심합니다. 신들의 봉인이 더 약해질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성과 합리의 힘으로 음유시인을 지키고 그가 자신을 돌아보게 할 작정이었어요. 

 인간 소녀는 검을 휘둘렀습니다. 신이건 악마건 상관없이 자신의 오빠를 건드는 건 무엇하나 놔두지 않을 작정이었지요.


 신과 악마와 인간이 자신을 두고 세상을 전쟁터로 물들이는 광경에

 소년의 몸 속에 있던 음유시인의 영혼도 서서히 눈을 뜹니다. 


 여신을 따른다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겁니다. 

 악마를 따른다면 세상의 모든 쾌락을 누리게 되겠죠. 

 혹은, 여동생과 함께 신격들에 맞설 수도 있어요. 


 이야기와 함께 음유시인도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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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풍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