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보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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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외로운 것 같아."


 일이 있어 임현재의 사무실에 들른 정윤경이 갑작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수면제를 먹여 잠재운 정유진을 상대로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채워넣은 그 다음날 아침, 전날 밤의 일은 꿈에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는 정유진을 보며 자신이 한 짓을 깨달은 정윤경은 죄책감에 그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외로워도 그렇지, 친동생 삼기로 한 저 아이 같은 정유진에게 자신은 약을 먹이고서 무슨 짓을 한 건가. 정유진을 쳐다볼수록 정윤경은 부끄러움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옷도 같이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라고는 해도 남자였다. 이미 한번 맛본 이성의 감각과 성적인 쾌감을 29살의 젊은 육체는 전혀 멀리할 생각이 없었다. 이제 밤만 되면 이불 속에서 지끈대는 정윤경의 몸은 정유진의 부드러운 살결과 그 향기를 떠올리며 계속 무엇인가를 갈구했고 그녀는 그것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밥먹듯 드나들던 그녀였고 매춘 쪽에도 간접적 경험이 여럿 있었기에 완전히 문외한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정유진에게 한 짓이 부끄러운 변태짓이라는 건 보고 들은 것으로 알 수 있어도 사랑과 성욕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은 더더욱.


 그리고 그 알기 어려운 감정이 마구 뒤섞여 정윤경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또 이상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어떻게든 이 '외로움'을 해결해야겠다고 느낀 그녀였다.


"예전에는 외로울 여유도 없다더니?"


"여유가 생겼나보지. 밤마다 특히 그래."


 이런 고민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임현재뿐이었고 그는 그녀가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람은 금욕하고는 못 산다니까. 남자 만나고 싶은 거지?"


"그게 왜 나와?"


"외롭다며. 네가 데리고 있는 그 꼬맹이가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를 채워줄 사람을 원하는 거 아냐?"


"......."


 정윤경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정곡을 찔려서가 아니었다.

 사실 지금까지 그 무언가를 정유진으로 채웠다는 걸 차마 말해줄 수가 없어서였다.


"..뭐야. 그럼 너 걔한테--"


"아, 아냐!!"


"뭐가 아닌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정윤경이 그녀답지 않게 '서투른'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낯선 감정을 다스리는 건 그녀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사실 모든 게 낯설었다. 밤마다 커지는 '외로움' 비슷한 감정, 아랫쪽을 만져대면 꼭 강한 전기가 통하는 것 같던 그 느낌, 이제는 정유진에게 느끼는 감정도 그저 보호본능이나 가족애 정도로 설명되지가 않았다.


'나는 유진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전까지는 그저 가족이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은 정유진의 누나고, 정유진은 자신의 동생이라는 간단한 말로 설명이 끝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이라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이 정도면 심각한 거 같은데."


 당황한 정윤경을 보는 임현재가 그녀에게서 이상한 분위기를 잡아냈다. 그가 봐도 이건 그냥 외로운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적은 나도 처음이라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떡하긴. 간단해. 가서 남자를 만나면 끝나."


"그게 간단해?"


"뭘, 해보지도 않고 벌써 그렇게 단정지으면 안 되지. 너 정도면 어딜 가도 너한테 달려들 남자 수두룩하니까, 예쁘게 딱 꾸미고서 클럽이든 술집이든 한번 가보라고. 꾸미기도 싫고 좀 많이 고프다 싶으면 호빠라도 가든지."


"미친..."


 말은 그렇게 나왔지만 그녀도 속으로는 차라리 그게 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이 감정을 아직 '외로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외로움은 결국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었다.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에 정윤경은 이상하게 정유진이 떠오르며 거부감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그렇다고 '가족'과 사귈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의 생각은 그랬다. 임현재 말마따나 자신의 '외로움'을 정유진으로 채워서는 안 되었다.


 그날 저녁 정윤경은 쇼핑몰에 들러 옷과 화장품을 가득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손에 가득 모인 쇼핑백을 의아해하며 무슨 일인지 묻는 정유진의 말에도 정윤경은 대충 얼버무린 채 방에 들어가 옷들을 입어보기 바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었기에 정윤경은 거의 밤을 새서 옷을 골라가며 준비에 골몰했다.



 며칠 뒤 금요일.

 정윤경도 몰랐지만 금요일 저녁은 소위 '불금'이라 하여 젊은 남녀들이 곳곳에서 자신의 짝을 찾거나 순전히 즐기기 위해 이곳저곳에 모여들어 밤을 불태우는 날인 모양이었다.

 정윤경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는 시내 중심가를 찾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잔뜩 꾸미고 있었다.


"누나, 어디 가?"


 저녁 늦은 시간에 화장을 새로 하고 있는 정윤경을 열린 문 건너로 지켜보며 정유진이 물었다.


"..남친 만나러."


"예전에 없다고 그러지 않았어?"


"곧 생길 거야."


 확실히 낯선 풍경이었다. 옷을 갈아입는다며 잠시 문을 닫았다가 연 뒤 나타난 정윤경의 모습은 어린 정유진이 봐도 많이 아름다웠다. 평소보다 더 꾸미긴 했지만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과, 수수하지만 깔끔해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검정색 원피스는 평소 그녀에게서 잘 느끼지 못했던 여성미를 부각시켰다.


"누나 어때?"


"어.. 예.. 예뻐."


"후후, 고마워."


 정윤경이 작게 미소지었다.


"누나 다녀올 테니까, 먼저 자고 있어. 알았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그 말을 남기고 정윤경이 집을 나선 것은 저녁 10시쯤, 평소라면 일이 생기지 않은 이상 나갈 일은커녕 잠에 들 준비를 하는 시간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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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예전에 여자 깨나 후리고 다녔다는 임현재의 말에 의하면 요즘에는 아예 술보다 남녀가 만나는 걸 주 목적으로 하는 헌팅술집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그중 몇 곳을 소개받은 정윤경은 차를 끌고 나가 술집들을 한번 쭉 돌아볼 생각이었다. 술을 마신 뒤 차를 다시 몰고 가는 게 걸림돌이겠지만, 소개받은 술집들이 모두 시내 중심가에 서로 가깝게 붙어있어 일단 도착하면 차 없이 걸어서 돌아다녀도 될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갈 때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남자를 만나는 데 실패하면 대리운전을 부르든지 해서 집에 가는 것이고, 성공하면 모텔에서 잠을 깨든 남자가 집에 바래다주든 하게 될 테니.


"...여긴가."


 정윤경이 차를 끌고 도착한 헌팅술집은 임현재가 꼭 먼저 가보라며 첫 번째로 추천한 곳이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입구가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과연 자신의 이 '외로움'을 이곳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정윤경은 옷매무새를 다시 다듬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계약 때문이 아니라면 해가 진 뒤의 번화가를 돌아다닐 일이 없던 정윤경이기에 술맛을 제외하면 주변의 모든 게 낯설었으나 그녀도 나름 적응해가며 술집 안에서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남자 보는 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위를 감시하는 눈은 있던 정윤경은 자리를 오가며 자신을 힐끗 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느꼈고 그중 마음에 드는 남자를 머릿속으로 추려내고 있었다. 누구를 집어 먼저 다가가야 하나, 아니면 누가 오길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혼자 오셨나요?"


  정윤경의 등 뒤에서 낮고 매력적인 톤의 목소리가 시끌벅적한 배경음을 뚫고 들려왔다.

 그녀 머릿속 후보군에 있던 남자 중 하나였다.


"...네."


"이런 곳에서 혼자 오시는 건 조금 위험할 텐데요."


"흠, 글쎄요?"


 조금 자신감 있는 눈빛을 하고 정윤경이 대답했지만, 사실 남자 눈에는 오히려 그런 모습 때문에 이런 곳에 처음 온 티가 확실히 보였다.

 남자가 살짝 미소지었다.


"..제가 보니까 혼자 오신 게 오히려 잘 됐네요. 조금 위험하긴 해도요."


"왜죠?"


"왜냐면,"


 키 큰 남자가 느리게, 그리고 조금 느끼하게 보일 만큼, 정윤경에게 눈웃음을 보여주며 자신의 잔을 테이블에 올렸다.


"저도 혼자 왔거든요."




 둘 사이의 대화는 30분쯤 더 오갔다.

 사실 헌팅술집은 정윤경이 원하는 그런 믿음직하고 오래 사귈 만한 남자를 만나기에 좋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이 키 큰 남자는 정윤경이 어떤 남자를 원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챈 듯 그녀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을 샀다.


 그것이 통했는지 정윤경도 겨우 한 번만에 벌써 이런 남자를 찾은 것을 신기해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업걸기용 대화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그것마저도 정윤경에게 맞춰주었다.

 마시던 술병이 바닥나고 새로 주문한 맥주도 거의 절반 정도 마실 무렵,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계속 마신 맥주 때문인지 정윤경이 잠시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때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흰색 재킷을 입은 누군가가 일어서서 남자에게 다가왔다.

 이쪽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만 정윤경이 등을 진 쪽에 앉아 있어 그녀가 미처 보지 못한 남자였다.


"..어때?"


"너무 괜찮은데?"


"안 도와줘도 되겠어?"


 흰색 재킷의 말에 남자가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정한 듯,


"...넣자."


 라며 엄지와 검지를 마주 비비는 시늉을 했고 그 말에 호응하며 흰색 재킷이 작은 병을 꺼냈다.

 최음제였다.


"몇방울? 3? 6?"


 라는 물음에 남자는,


"난 저 여자 마음에 들어."


 라고 답하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3방울, 6방울은 약물의 양을 뜻했다. 약물 3방울을 넣은 술을 마신 사람은 정신이 몽롱해지며 최음 효과를 얻고, 6방울을 넣은 술을 마시면 3분만에 쓰러져버리고는 중간 기억을 잃은 채 수 시간 뒤 깨어나게 된다. 오래 만날 것이냐, 하룻밤만 즐기고 말 것이냐 차이였다.


 세 방울의 약물이 정윤경이 마시던 술잔 속에 섞여들어가고, 흰색 재킷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 바로 뒤 정윤경이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좀 오래 걸리셨네요."


"미안해요. 화장실에 사람이 많아서요."


"아녜요, 괜찮습니다. 자, 그럼 다시 한 잔."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술을 권했고 약물이 든 맥주는 그대로 정윤경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액체로 되어 있어 섞을 필요 없이 잘 녹아들어가는 약인 탓에 일부러 들여다보거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약을 타기 전과 차이를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거기다 은은하게 빛나며 안을 어두워 보이게 만드는 술집 조명도 한 몫을 했다.

 지금까지 정윤경을 죽 지켜본 남자는 그녀가 이런 곳에 처음 왔다는 사실을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고 그 때문에 자신이 약을 넣었다는 걸 알아챌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남자는 그녀가 약이 든 맥주를 비울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으음."


 약효는 빠르게 나타났다. 잔을 비운 지 1분도 안 되어 정윤경이 조금 어지러운 듯 눈의 초점이 살짝 흐려졌다.


"괜찮으세요?"


"네에, 괜찮아요. 근데.. 우리 얼마나 마셨죠?"


"술이 좀 약하신가 보네요."


 정윤경은 테이블에 모인 빈병들을 보고 다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피곤한 느낌도 좀 있었지만 그보다도 늦은 밤마다 느끼던 그 '외로운' 감정이 지금 갑자기 자신을 뒤덮는 것 같았다.


"..우리 좀 편한 데로 갈까요?"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정윤경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어디로 가려는지는 정윤경도 짐작이 갔지만 그녀도 거부하지는 않았다.


'뭐지…'


 술집에서 나와 남자가 이끄는 대로 걸어가며 정윤경은 자신의 마음을 되짚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꼭 머리가 모조리 흐리멍덩해진 것 같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자신을 부축해가는 이 남자에 더 생각이 쏠렸다. 남자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는 내내 그의 몸에만 계속 눈이 가고 있었다.


 어느새 두 명은 헌팅술집이 들어찬 거리에서 나와 거기서 멀지 않은 모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이 정도로.. 외로웠나…'


 모텔방 침대에 앉은 정윤경이 점점 저려오는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문질렀고 그걸 본 남자가 이상한 눈빛을 했다.


 ..이상하다고.


 이상하다..라.


 그래, 사실 저 눈빛만 이상한 게 아니지. 오늘 밤은 뭔가 다 이상했다.

 첫 시도에 이런 매력적인 남자가 걸린 거. 그것도 있고.

 아니지. 사실 시도는 내가 아니라 저쪽이 한 거고.


 ..그럼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이제..."


 그 사이 남자는 여유롭게 자신의 윗옷을 벗어 웃통을 드러내고 있었다.

 탄탄한 복근과 함께 허리를 따라 보이는 잔근육들과 태닝한 듯한 갈색 피부가 꽤 매력적이었다.


 꼭 맥주색 같았다.






 맥주색.













 맥주색이 짙은 갈색이었나?












"맛 좀 볼까."


 남자가 정윤경의 원피스를 벗기려 손을 댄 그 순간 그녀도 깨달았다.







 맥주 색깔이 바뀌었다.







"......개새끼가!!!!"


 정윤경의 왼손이 자신을 잡은 남자의 팔을 붙들어 확 꺾어버렸고 동시에 오른쪽 양말에 숨어있던 포켓 나이프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칼날을 드러냈다.


 나이프는 남자의 목구멍을 단칼에 정확히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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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이이잉*


".........음.."


*위이이이이이잉*


"으...여보세요…?"


 잠이 아직 덜 깬 정유진이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찾아내 전화를 받았다.


".....하아... 하아..."


"여보세요? 누나..야?"


 화면에 표시된 발신자 정보를 보고 정유진이 물었지만 대답 대신 전화에서는 바깥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여자의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누나? 누나 괜찮아? 누나 맞지..?"


"...하아...하아… 하읏…!"


  전화는 그 이상한 신음소리를 끝으로 끊겨버렸다.


"......."


 사실 그 전화는 정유진에게 있어서 기회라고 보는 게 맞았다. 어쨌든 정윤경의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니까 먼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맞겠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정윤경인 걸 알았다면 이 공백을 노려서 탈출할 수도 있었다. 지금 도망가도 그녀는 한동안 알아채거나 쫓아오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순해빠진 정유진은 무엇인가에 힘들어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연민과 걱정이 먼저 드는 듯 탈출 기회 따위 다 잊어버리고 다시 전화를 걸어 정윤경이 괜찮은지부터 물어보았고,


"벼.. 별일 없어.. (아흑..♡) 미안, 어, 얼른 다시 자.."


"누나가 그렇다면야.. 알았어.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줘야 돼, 꼭!"


 라는 말까지 친절하게 남겨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유진은 차라리 도망치는 게 나았을 것이다.

 다시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그날 밤의 정윤경을 만났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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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진이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30분쯤 지났을까,


*쿵*


 하며 현관문에 누군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집 안을 울렸고 곧이어 도어락 번호키가 띡띡거리는 소리가 정유진의 귀를 간질였다.


"으음……?"


 번호가 틀렸을 때 들리는 기분나쁜 기계음이 두번째로 들리며 정유진이 잠에서 깼다.

 분명 정윤경일 것이다. 그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들여보내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온 그때,


 도어락이 달칵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나…?"


 정유진이 현관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벌컥 열린 현관문은 밖에 서 있던 사람을 들여보내준 뒤 곧바로 쾅 하며 닫혔고 센서등이 켜지며 들어온 사람을 비추었다.


 분명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정윤경이었다.

 그러나 나갔을 때와 많이 달라 보였다. 풀린 옷, 풀린 눈과 함께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아주 얕게 술 냄새도 났다.


"누나 괜찮아?"


"...하아… 하아…."


 대답 대신 정윤경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듯 계속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렸다. 거의 넘어질 듯하자 정유진이 달려나와 정윤경을 붙잡았다.

 몸이 뜨거웠다. 살이 내비치는 곳에는 모두 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가 축축했다.


"세상에.. 너무 뜨거워.. 몸은 또 왜 이렇게 젖었고? 밖에 비 와?"


 그렇게 말하는 정유진의 두 손이 이마와 뺨에 닿은 순간,


"꺄흐윽!♡"


 하는 야릇한 목소리가 정유진의 귀를 스쳤고 정윤경은 부축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손을 피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일이야 대체.. 다친 거야?"


 정유진은 정윤경이 싸우고 와서 다친 건가 싶어 그녀의 몸에 핏자국이 없나 계속 살폈고 일단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쪼그려 앉아 그녀가 신은 구두를 벗겼다.

 그러자 정윤경의 다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상체만 신발장에 간신히 기댄 채 두 다리가 나뭇가지마냥 휘청거리고 있었다.


"누나…?"


 하는 정유진의 말과 숨결이 정윤경의 다리를 간지럽혔고,


"흐읏..!♡"


 하는 짧은 교성과 함께 옷 안쪽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와 그녀의 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을 본 정유진이 무심코 고개를 들어 시선을 액체가 새어나온 허벅지 위로 올렸다.



 원피스 아랫쪽이 심하게 젖어있었다.



"..이게 뭐--"


 그 순간.

 쿠당탕 하는 소리가 나며 정윤경이 정유진을 넘어뜨렸다.


"......♡"


 정유진의 손목이 모두 붙잡혔다.


"누..나… 뭐하는 거야…?"


"..미안."


 풀려있던 정윤경의 눈이 황홀한 눈빛을 했다.


"누나 이제 못 참겠어."


 말을 마치자마자 정윤경이 두 팔을 벌려 정유진을 꽉 붙잡았고 그 가슴팍에 코를 묻었다.


"하아.. 하아..♡♡"


"왜, 왜 이래 누나..!"


 못 참는다는 말이 맞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정유진의 향기가 그녀를 건드린 순간부터 이미 정윤경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성욕에 사로잡혀 외로울 대로 외로워진 정윤경의 눈앞에서 정유진은 더 이상 가족으로 보이지 않았고 이제는 무지와 본능에 얽혀 뒤틀려버린 사랑만 머릿속에 남은 채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 것이다.


 서로의 몸이 완전히 달라붙었다. 정유진을 붙잡았던 손도 그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대며 자는 모습이 아닌 깨어있는 상태의 정유진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이거야.. 하아...♡"


"흐이잇.. 누나 그만.. 하으으..!"


 정유진은 자신의 부끄러운 곳들이 그녀에게 닿는 것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살짝 신음소리를 냈다.

 그것은 정윤경의 귀에는 작은 꾀꼬리 소리처럼 아름다웠다.


"스읍.. 하아..  그거 알아? 우리 유진이 자고 있을 때, 누나 진짜 나쁜 짓 많이 했었어."


 정유진의 가슴팍에서 그의 향기를 한가득 느낀 정윤경이 고개를 들고 정유진의 얼굴과 시선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몇 번 하다보니까 부끄럽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가 싶고 그랬는데, 이제 알겠어."


".....흐읏..."


"이건 사랑이야. 사랑이었어. 누나는 널 사랑하는 거야."


 촉촉하고 연한 정유진의 몸을 만져대는 그녀의 손이 거칠어지면서 정윤경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누나가 자기 전만 되면 외로웠던 것도, 몰래 유진이 옷 훔쳐서 냄새맡은 것도, 밤마다 보지가 저려왔던 것도 유진이의 그 부드럽고예쁘고말랑거리고뽀얀속살을만지고핥고빨고싶어서미칠것같던것도...♡♡♡"


 두 얼굴 사이에 딱 엄지손가락만큼만의 간격만이 남았고 서로의 눈동자에서 자신의 얼굴이 비쳐보일 만큼 가까워졌다.


"...다 유진이를 사랑해서 그랬던 거야."


 그때 정유진의 얼굴에서는 공포심이 읽히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정윤경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당하고 있는 게 믿을 수 없다는 눈빛. 그리고 그것을 눈앞에 두고 그 작은 심장이 쿵쿵대며 정유진에게 달라붙은 정윤경의 몸을 울리는 것이 함께 느껴졌다.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사랑해."


 그 말과 함께 정유진의 입술이 정윤경에게 잡아먹혔다.


"으읍!?"


 정윤경의 손이 정유진의 양 볼을 붙잡아 키스하기 좋은, 아니, 그녀가 입술을 느끼기 좋은 각도를 억지로 만들어냈고 정유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입 안을 유린당했다.


 서로가 첫 키스였다. 정유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윤경도 키스는 TV에서 보거나 매춘부들이 방을 나오며 상대에게 짧게 입술을 포개는 것을 본 것이 전부다. 그녀는 그저 약물로 증폭된 자신의 성욕이 이끄는 대로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입 안에서 꾸물거리는 정유진의 혀를 정윤경의 혀가 휘감았고 그대로 정윤경은 탐욕스럽게 그의 입을 빨기 시작했다.


"읍.. 흐읍!! 으음!!"


 숨이 막히기 시작한 정유진이 목을 울리며 발버둥쳤지만 정윤경은 오히려 양 볼을 쥔 손을 풀어 그의 손목을 붙잡았고 양쪽 다리에 힘을 주며 움직이지 못하게 사지를 강제로 눌러버렸다.


"음… *쮸우웁* 프하..."


 마지막으로 정유진의 혀를 깊숙이 느끼고 나서야 정윤경은 만족한 듯 정유진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콜록대며 숨을 고르는 정유진과 반대로 정윤경은 손등으로 입술을 닦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 사이 힘이 풀린 틈을 타 정유진이 자신을 덮은 정윤경에게서 벗어났다.


 물론 오래가지 못했다.


"흐익!!"


"하아… 하아… 어디 가려고?♡"


 정유진이 일어서자마자 다리를 붙잡아 넘어뜨린 정윤경의 눈빛에는 이 황홀경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가득했다.


 정윤경은 다른 생각이 난 듯 정유진의 목덜미와 안쪽 무릎을 잡고 일어났다.

 그녀가 향한 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하윽!"


 정유진이 매트리스로 내던져졌다.

 이제 일어날 일은 뻔했다.


 피가 아직 엉겨있는 포켓 나이프가 정윤경의 오른손에 잡히며 시뻘건 날을 드러냈다.


"...우으으…"


"가만히 있어."


 피묻은 칼날만큼이나 위협적인 말투였다.


 칼은 정유진의 셔츠를 정확히 도려냈고 그 안에 가려져 있던 정유진의 맨살이 처음으로 정윤경에게 선명히 내보여졌다. 우유크림처럼 하얀 살결에 핑크빛 유두가 자그맣게 튀어나온 것이 정윤경이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피묻은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정유진이 몸을 덜덜 떨며 작게 우는 소리를 냈다.


"흐극.. 윤경 누나.. 제발.. 제발 이러지 마아..."


 울음 섞인 목소리였으나 그것은 오히려 정유진의 여린 모습을 더 돋보이게 하며 정윤경을 흥분시켰다. 정윤경은 정유진의 다리를 강제로 벌려 가랑이 사이를 드러냈고 이윽고 바지가 벗겨지며 정유진의 자그마한 페니스가 정윤경의 눈에 들어왔다.


"하아아아아아……♡♡♡"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던 진한 감각에 정윤경의 머리가 띵해졌고 코에서 작은 핏방울이 흘러내려왔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이 느낌에 정윤경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했다.

 크지는 않지만 단단해진 정유진의 페니스가 정윤경의 입 안으로 사라졌고 이어서 츄읍 츄읍 하는 천박한 소리가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자신의 페니스 모든 곳에 정윤경의 감촉이 습격해오자 정유진은 난생 처음 느끼는 이상한 흥분감에 짧게 교성을 내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아픈 것인지 간지러운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음경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찌릿한 느낌은 곧 정유진의 머리에까지 자극을 주었고 두려운 감정과 알 수 없는 쾌감이 공존했다.


"흐앗.. 그.. 그만.. 누나아..! 끄힉!♡"


 그러나 두려움이 더 컸다.


 정유진은 이 낯설고 자극적인 느낌을 더 참지 못하고 양손으로 정윤경의 머리를 붙잡아 있는 힘껏 뒤로 당겼다.


 공기가 빠지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나며 정윤경이 물고 있던 페니스가 그녀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흐극… 아흑..."


 아직도 낯선 흥분감이 남아 정유진의 몸을 조금씩 찔러대며 찌릿찌릿한 느낌을 줬고 정유진은 그 느낌이 무섭고 싫어 다리를 오므리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정윤경이 그것을 놔둘 리가 없었다.

 아니, 그전에 그녀는 자신의 만족감이 그의 손에 가로막힌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정윤경이 일어서 정유진의 배를 깔고 앉았다.

 눈동자에 빛이 없었다.


"......."


"누나... 나 이ㅈ--"


*짝*


 순식간에 정유진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홱 꺾였다.

 왼쪽 뺨이 얼얼해져 있었다.


"...누..나...?"


*짝*


"아윽!"


 오른쪽 뺨이 붉어졌다.


*짝*


*짝*


*짝*


 정유진 위에 올라탄 채 정윤경은 그의 뺨을 후려쳤고 정유진의 양 볼은 차마 보기 힘들 만큼 붉게 변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자기를 내려다보는 싸늘하고 어두워진 정윤경의 눈빛이 무서워 오른쪽으로 틀어진 정유진의 얼굴이 고개를 들지 못했고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흐끅… 끅…."


 눈물만 뚝뚝 흘리며 정유진은 더 저항하지 못했다. 어느새 다리에 주고 있던 힘이 풀려 정윤경의 타액으로 젖은 페니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정윤경은 손찌검을 한 것에 미안한 감정 하나 없이 다시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흥분만 고조될 뿐이었다. 오히려 그를 굴복시킨 것이 스스로 뿌듯한지 아니면 자신의 부풀어오른 성욕을 다시 채워넣을 수 있어 기뻤는지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조금씩 번졌다.

 정윤경이 오른손을 들어 자신이 때렸던 정유진의 왼뺨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이렇게 얌전히 있어주니까 얼마나 좋아."


 정유진은 대답 대신 훌쩍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어디 보는 거야?"


 그러나 정윤경은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정유진의 시선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누나 봐."


"..."


"보라고."


 정윤경이 일어서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었다. 원피스, 속옷이 사라지며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던 정윤경의 나체가 정유진의 눈에 들어왔다.


 상황만 달랐다면 너무나 매혹적이었을 장면이었다. 해결사 일로 다져진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건강미와 각선미를 과시했고, 모양이 예뻐 꼭 안기기 좋은 젖가슴이 보는 이들을 유혹하듯 찰랑거렸다.


 정유진은 처음 보는 여자의 나체를 보며 몸이 굳었지만 정윤경은 그가 충격에서 헤어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속옷을 적시고 매트리스에 자국을 낼 만큼 애액을 내보내고 있는 정윤경의 음부가 어서 저것을 자기 안에 집어넣으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정윤경이 정유진의 페니스를 잡았다. 그 바로 위에는 한 번도 남자를 맛본 적이 없는 그녀의 음부가 구멍을 움찔거리며 조금씩 애액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정윤경과 정유진의 입술에 이어서, 이번에는 서로의 성기가 짧게 키스를 나누었다.


 정윤경은 심장이 쉴새없이 쿵쿵 울리며 맥박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아가…♡"


 그 짧은 한마디와 함께 정윤경의 몸이 순식간에 아래로 내리꽂혔다.


"흐으이이익!!!♡"


 정윤경의 음부 속 주름이 정유진의 페니스를 꽉 감싸쥐었고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정윤경과 정유진의 신음소리가 방을 울렸다.


 정유진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음경을 감싼 주름이 정윤경의 성욕에 힘입어 빠르게 왕복하며 계속 귀두를 긁어댔고 그것이 안겨주는 성적 쾌감을 정유진은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정윤경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계속될수록 정유진은 어떻게든 이 원하지 않는 쾌감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고 흔들어댔지만 정윤경은 거친 숨소리와 교성만 내며 정유진의 몸을 더 꽉 붙들고 있었다.


"흐기잇!♡ 아흑.. 누나.. 누나.. 이거 이상해..! 끅!♡ 으읏!?♡"


 그 교성을 듣는 정윤경은 뇌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정유진의 페니스를 음부에 받아들인 그 순간 그녀는 마치 마약과 같은 극도의 해방감을 느끼며 다른 잡생각과 감정이 한순간에 녹아버렸다.

 그녀가 느껴 왔던 '외로움'. 사랑이라고 결론지은 그 낯선 감정. 그것은 결국 이것을 위한 감정이었다.


"하아.. 하앙.. 하아.. 하아.. 흐읏.. 하아….♡♡♡"


 정윤경의 골반이 정유진의 아랫배에 부딪칠 때마다 꼭 그녀의 말초신경을 들어내다가 직접 긁어대는 느낌이었다. 기술 같은 건 전혀 없어 그저 그녀의 만족만을 위해 허리를 위아래로 내려찍는 행위만이 반복될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정윤경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정윤경 아래에 눕혀진 정유진의 얼굴이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풀려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만큼 정유진이 자신의 것이 된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피스톤질을 계속하면서 정윤경이 몸을 내려 정유진과 몸을 밀착했고 서로의 얼굴이 거의 맞닿았다.


"넌 내꺼야. 내꺼. 내꺼, 내꺼, 내꺼…♡♡♡♡♡"


 입술이 다시 포개지며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더 빨라졌다.


 정유진은 이제 한계였다.


"으흐으으으읍!!!"


 정윤경이 키스를 풀자마자 정유진은 다시금 비명 섞인 교성을 내지르며 정윤경의 안에 사정했다.

 평생 자위 한 번 하지 못했던 정유진의 페니스가 처음으로 절정하며 정윤경의 자궁을 향해 정액을 쏘아올렸고 그것을 느끼는 정윤경은 욕망의 궁극점에 다다른 행복감에 젖어 함께 교성을 냈다.


 오히려 더 흥분되고 있었다. 정윤경은 황홀한 눈으로 절정에 이른 정유진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풀린 것도 모자라 절정에 이른 쾌감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그 사랑스러운 얼굴이 그녀의 성욕을 자극시켰다.


"하아… 하아… 이 표정… 유진이의 이 표정… 너무 좋아."


 정유진은 대답하지 못하고 숨만 간신히 쉬고 있었다. 울 힘도, 대답할 힘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이것으로 부족했으니까.



"...그 표정, 더 보여줘."



 밤은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흐아아윽!!♡♡"


 이미 한 번 사정한 페니스를 빼지도 않고 정윤경이 다시 허리를 들었다 내려찍으며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본능에 충실한 페니스는 단단한 모습을 어떻게든 다시 회복해갔지만 정유진은 아니었다.

 방금 사정한 직후의 귀두가 정윤경에게 사로잡혀 감각을 고문당하기 시작했고 정유진이 꼭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듯 방금 전보다 더 거세게 몸을 비틀어댔다.


"누나.. 누나 잠깐만..!! 안 돼..! 아프단 말..흐극!♡ 아파.. 아파! 으힉!♡ 누나 나 죽어어..!! 나 진짜 죽어버려..!! "


"괜찮아, 안 죽어♡"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운 듯 정윤경은 정유진의 얼굴을 감싸쥐며 허리를 흔들었다.






 퍽, 퍽, 퍽, 퍽, 퍽…. 


 두 남녀가 살을 섞는 그 외설적인 소리는 밤새도록 집 안을 울렸다.



 7번째로 절정한 정유진이 정윤경에게 쥐어짜이다 결국 실신한 건 새벽 5시쯤이 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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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처음 올릴 때 "우리 조금 편한 데로 갈까요?" 하는 부분에서 딱 끊을까 하고 많이 고민했었지.


다음 편은 내일

아니면 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