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어지럽다.
바닥에 땅을 짚고는 입을 벌리자 헛구역질이 절로 날 정도다.
‘씁. 바닥에 토하면 치우기도 힘…….’
벌렸던 입을 꾹 닫았다.
바닥에 쏟은 토사물을 치우는 게 결국 혼자 사는 나라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그런 게 아니다.
차가운 대리석이다.
손에 전해지는 매끈한 질감이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대리석이라고.
내가 사는 원룸과 어울리기엔 거리가 먼 단어다.
“뭐 하시는 거죠?”
고혹적이나 차가운 목소리였다.
멍하니 고개를 들수록 상대방의 윤곽이 잡혔다.
제일 먼저 시선에 들어온 건 검은 여성용 구두였다.
그 다음은 검은색 스타킹이 감싸는 긴 다리.
허벅지까지 드러나는 정장 치마.
하얀 셔츠는 유독 부풀어 오른 사이즈를 감당하지 못해 거칠게 풀어 헤쳐져 있었다.
마침내 얼굴에 내 시선이 닿았고.
검은 안대를 한 여성이 보였다.
차갑고 경멸스럽다는 눈으로 날 내려다보는 그 얼굴은 틀림없이.
“이수연?”
“네?”
이수연의 얼굴에 금이 갔다.
약간의 짜증이 섞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이수연의 표정변화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난 혼란스러웠다.
분명 이수연은, 내가 오픈 때부터 해온 게임의 캐릭터일 텐데.
어째서, 어째서 눈앞에 실존한단 말인가?
“왜… 왜 당신이 여기….”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자 입을 열었지만, 돌아온 건 냉소였다.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그게 무슨….”
“자기가 꼭 필요한 인재라면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쳐 들어와서는 무릎 꿇고 비셨잖아요? 자기 얘기를 들어보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아까운 시간 내줬더니 지금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제가요?”
“기억 안 나요?”
“네.”
이수연이 짜증 가득 담은 발을 까닥거리자,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다가 한숨을 쉬고는 바로 옆에 있는 장식품에게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아무래도 미친놈인 것 같은데 경비 부를까요?”
미친 건 너 아니냐고 소리치려던 걸 간신히 참았다.
‘설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친 게 아니고, 지금 이 상황이 진짜라면.
지금 이수연이 속닥거리는 저 장식품의 정체는….
“일단 조금 더 얘기를 들어보지.”
이질적인 기계음이 장식품에서 흘러나왔다.
“…알았어요.”
이수연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쳐다봤다.
“일단 일어나시고, 통성명부터 할까요?”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짧은 순간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기껏 할 수 있는 추리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내 방에서 라면 먹다가 갑자기 게임 속 세계로 끌려온 거라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틈은 없었다.
이수연이 재촉하듯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제 이름은 네. 아까 당신이 말한대로 이수연. 코핀 컴퍼니의 부사장이에요. 당신은요?”
대답하려던 내 입이 돌처럼 굳었다.
그렇게 말하는 이수연 옆으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기 때문에.
[플레이어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난 이걸 한 마디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상태창?’
만약 이게 정말 게임 속 세계라면, 내가 오픈 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 온 게임이 맞다면.
이 게임 속 미래는, 오직 나만이 알고있다.
----------------
막상 써 보니까 별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