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아 여러분 모두 모여보소. 오늘도 이 자리에 내가 왔소.


어제도 남편이 밖에서 술 마시고 여자끼고 노는 안사람들은 들으오.

오늘도 어떻게 남편놈 바가지 긁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안주인들도 들으오.

밖에 쏘다니면서 아내들 가슴 벅벅 긁는 남편들은 들으오.

자신은 괜찮으리라 생각한 다른 사람들도 들으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불량한 남편과 불쌍한 아내의 이야기요.

남편 되는 사람은 성은 양씨요 이름은 붕이라 하는데 사람이 싹싹하고 어딜가서도 이야기를 잘 하는데 말 하는게 너무 빨라서 말이 뭉개지니 양양양을 말해도 언제나 양얀얀이라고 하니 다들 그를 얀붕이라 불렀소.

아내 되는 사람은 이름은 순인데 성씨는 남편을 따라가는 풍습이 있어 양이라고 하고 당연히 남편되는 사람 별명 따라가서 얀순이라고 불렸소.



소리꾼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얀붕이는 흔해빠진 평민이다. 농사를 하던가 장사를 하던가 먹고 살만한 그런 몫은 되지만 넉넉하게 살지는 못하는.

넉넉하지 않으니 신세가 펴지 못했다는걸 한탄하면서 다행히 그걸 얀순이에게 풀지는 않는다.

얀순이는 열녀전이니 뭐니에 나올정도로 정성이 깊은 아내이지만, 이런 남편이 괴로워하는건 본인도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어느 날, 얀붕이는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데 주막 한 편에서 어떤 여인이 있는것을 본다.

그리고 얀붕이는 그대로 그녀에게 꽂혀버린다.

사실 얀순이도 그렇게 나쁜 신붓감은 아니다. 다만 얀붕이는 집 안의 것이라면 이골이 나있어서 바깥의 것에 눈이 돌아갈 뿐.


어느 날 부터 얀붕이는 집에 들어오는게 늦어진다.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신세 한탄이나 화풀이를 얀순이에게 거리낌 없이 행한다.

얀순이는 남편이 가엾다고 생각하여 전부 참았다. 자신이 못난 탓인지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소출이 영 좋지 못했으니까.


남편은 이놈의 집구석에 대한 정이 더욱 떨어져, 아예 발을 붙이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집 밖에 얀진이라는 정말 좋은 여자가 있는데 왜 집엘 가야하는가.

하지만 자신이 밤새도록 안오면 그 여편네가 결국 자신을 찾아다닐 걸 알기에 밤에서 잠은 꼭 집에서 잔다.

물론 관계는 가지지 않는다.


얀순이는 남편이 밤 늦게까지 안 돌아오자 결국 문 밖을 나섰다. 

그런데 길가 저 멀리에서 얀붕이가 어떤 여자의 부축을 받고 오는게 아닌가.

얀순이는 숨어서 그 광경을 쳐다봤다.

얀붕이는 집에 어느정도 가까이 오자 부축을 풀고 혼자 집에 가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집에 늦게 왔던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뒤로 얀순이는 얀붕이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그 행선지의 끝에는 언제나 얀진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얀붕이는 얀순이가 이러는 줄도 모르고 계속 얀진이를 만나고 다녔다.

그녀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에 그는 농담삼아 아내를 해하고 새로 아내를 맞는다는 농담을 한다. 

얀진이는 이 말을 농담으로 알아듣는 기괴한 여자였고, 얀붕이도 여기에 빠져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얀순이는 전부 듣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자신을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던 얀붕이가, 비로소 마음이 떠나갔다는걸 알았다.


결국 얀순이는 식칼을 챙겨 들고 그들이 숨어있는 곳을 덮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들을 아무도 오지 않는 동굴에 끌고 가서 묶어서 가두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마지막에 다다르자 갑자기 이야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얀붕이와 얀진이는 너무나도 쉽게 잘못을 인정하고, 얀순이에게 사과를 했다.

얀순이는 들고 있던 칼을 던지고 둘을 쥐어박아준 다음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남편은 집 밖에서 다른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진부한 결말이었다.



평소처럼 이야기가 끝나고 소리꾼은 바구니를 들어 안을 보았다.

평소보다 들어와있는 전이 적었다. 사실 이정도는 예상했었다. 자기도 이 이야기는 영 마음에 안들었으므로.

어차피 다음 상연때 조금 자극적으로 고치면 될 일이다. 이야기 내용은 이미 다 꿰고 있다.


옆에는 아까까지 자기를 기다리던 술친구 김씨가 있어서 바로 주막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김씨가 소리꾼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


"아. 자네. 오늘도 이야기 잘 들었네."


"하하. 고맙구랴."


"아... 그런데 오늘 이야기는 뭔가 아쉽더군."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오호. 그 소리꾼 양씨가 마음에 안드는 이야기를 좌판에서 꺼내다니. 무슨일인고?"


"그게 사실 첫 상연을 하고 잡혀 들어갈 뻔했네."


"뭐라고?"


김씨가 따르던 병을 놓칠 뻔 했다. 소리꾼은 자신의 잔을 한번에 들이킨 후 국밥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자네가 마음에 안 든 부분은 결말일 것이야. 그렇지?"


"자네도 잘 알고 있군."


"원래는 결말이 훨씬 가차없었는데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관아로 끌려갔다네."


어허. 하는 소리와 함께 김씨가 미안한지 술을 한 병 더 주문해서 따라주었다.


"사지는 멀쩡한가?"


"암. 거기서 새로 잃은건 없다네. 아무튼 그래서 결말을 임시로 고치는 수 밖에 없었지."


"그럼 어쩔 수 없구만...

그래서 원래는 남편이 어떻게 되나?"


"뭐, 험한 꼴 보지만 결국 자기 아내만 바라보게 되는건 똑같지."


소리꾼 양씨는 젓갈을 들어 한 입 했다.


역시 젓갈은 재료가 달라도 맛이 비슷한 법이다.






윽 찍 싸버렸다 얀데레스러운진 모르겠다

원래 계획은 소리꾼 풍으로 계속 쓰는건데 무리더라